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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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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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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0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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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61. 접촉

DUMMY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관도官道 위를 마차 한 대가 달리고 있었다.

창을 열어 놓은 마차 안은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그런대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많은 배려를 했구나. 원래 동창이라면 오만하기로 유명한 곳인데 말이야. 왜 그럴까?”

제갈청이 싱긋 웃으며 관지선에게 물었다.

제갈청과 관지선은 지금 동창의 조부태감과 정조장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처음에 제갈청은 북경과 무한의 중간 정도에 있는 정주나 제남 즈음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했다. 정주는 무림맹에서 조금 더 가까웠고 제남은 북경에서 훨씬 가까웠다.

그런데 조부태감이 제남 훨씬 이남以南으로 내려와 제남과 합비의 중간 정도에 있는 서주徐州에서 만나자고 했다.

서주는 무한에서의 거리보다 북경에서의 거리가 두 배 가량 되는 곳으로 동창에서 많은 양보를 한 것이다.

“우리에게 요청할 일이 있는 듯 합니다. 지금 황실에서 가장 신경 쓰는 곳은 이황야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가 이황야의 사람인 소노와 함께 항주에서 작전을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뇌옥에서 자살한 무리들이 그때 생포된 자들입니다. 저는 그 일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지선이 별로 시간을 들이지도 않고 답했다. 평소 생각해왔다는 반증이다. 사실 그녀는 무림맹의 보이지 않는 두뇌였다. 제갈청도 그녀에게 많은 부분 의지하고 있었다.

“그렇겠구나. 우선은 우리 무림맹이 이황야 세력과 연합하는 것이 부담스럽겠지. 그것을 말리려 할 텐데, 그 이상 또 다른 요구가 있는지 현재로선 모르겠구나. 만나 보면 알게 되겠지.”

“곧 도착할 것입니다.”


서주 변두리의 객잔은 허름했지만 깨끗했다.

제갈청과 관지선이 객잔에 도착했을 땐 이미 조부태감과 정조장이 객잔 별실에 방을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뵙습니다. 미천하지만 무림맹에서 총군사 역할을 맡고 있는 제갈청이라 합니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일찍이 제갈군사님의 명성은 많이 들었습니다. 동창의 조청이라 합니다. 태감 어르신을 모시는 부태감 자리에 있습니다. 하하”

서로간의 인사가 끝나고 정조장이 식사를 주문했다.

식사가 나올 때까지 가벼운 화제로 서로간에 탐색시간을 보낸 그들은 식사를 하면서 본격적인 대화에 들어갔다.

“솔직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황실에 있다 보니 아무래도 이황야를 주시하게 됩니다. 그게 동창이 해야 할 큰 일중에 하나지요. 무림맹에서는 어디를 제일 먼저 주시하십니까?”

조부태감이 입을 열었다. 일견해서는 동창의 솔직한 얘기를 한 듯 했지만 동창이 이황야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세 살 먹은 애까지도 아는 얘기였으니 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했고 반면 자신의 솔직함을 무기로 무림맹의 속사정을 묻고 있는 것이다.

제갈청은 눈앞에 있는 조부태감을 차분히 바라봤다.

‘조심해야 할 인물이다. 어제의 동지를 오늘의 역적으로 몰아 죽이기를 예사로 여기는 황실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제갈청이 속으론 경계하면서도 만면에 웃음을 띠우며 답했다.

“아무래도 마교를 먼저 쳐다보지요.”

이미 무림맹의 백호당이 마교를 치기 위해 난주로 출정한 사실 또한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아는 일이라 제갈청이 마교를 먼저 거론했다.

“그렇군요. 음~ 하지만 제가 좁은 곳이지만 황실에서 겪은 경험으로는 눈에 보이는 적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이 더욱 무섭더군요. 하하”

조부태감이 조금씩 본론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제가 워낙 미욱하여 마교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군요. 조부태감의 밝은혜안을 잠시 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갈청도 본론을 유도했다.

“일전에 항주에서 괴한 일당을 생포하셨는데 그들이 모두 자살했다고 들었습니다.“

“예.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알려진 일이 아닌데··· 조부태감의 혜안이 상당하십니다.”

“그게 어디 제 혜안이겠습니까? 그럭저럭 동창의 눈이 곳곳에 있는 덕분이지요. 하하. 눈에 보이지 않는 자들의 예를 들자면 그런 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하”

“저도 어렴풋이 그들이 신경 쓰였습니다만 제 눈에 보이질 않으니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종내 알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난주로 무림맹 무인들이 가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그들은 불쏘시개 몇 개로 무림맹이 난주로 가는 길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장작을 아궁이에 집어 넣을 때지요. 하하”

조부태감의 말을 음미하던 제갈청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서둘러 회합을 마치고 무림맹으로 연락을 넣어야 한다.

“감사합니다. 이거 장작 값을 어떻게 지불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저를 잊지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후에 저도 제갈군사님의 밝은 혜안을 빌려야 할 때가 있겠지요. 하하”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갈청이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둘러라. 합비로 어서 가자”

마차에 오르며 제갈청이 마부에게 다그쳤다.

무림맹에 긴급 연락을 넣어야 했으나 서주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합비로 가면 지부도 있고남궁세가도 있다. 더구나 무한으로 가는 길이다.

제갈청은 마차 안에서 다급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총군사인 자신이 다급해지면 안 된다. 지금 마차 안에서 달리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하는 말을 알겠느냐?”

제갈청이 관지선에게 물었다.

“난주로 가고 있는 백호당을 그 놈들이 습격할 듯 합니다. 동창에서 왜 그 일을 알려주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습격에 대비하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어찌하실 생각이신지요?”

관지선이 답했다. 이미 관지선도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지금 무한에서 지원세력을 출발시켜도 이미 늦다.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음~. 현무당 특수조를 출동시켜야겠다. 난주에서 가까운 특수조들에게 합비에서 바로 전서구를 날려 출동을 지시하고, 난주와 가까운 무림맹 지부에도 지원병력을 구성하여 백호당과 합류토록 지시해라. 맹주님의 허락은 사후에 받도록 해야겠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제갈청이 일사천리로 관지선에게 지시를 내렸다.



장원의 경계는 상단의 경계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현무당 삼조는, 멀리 떨어진 정주의 후명신에 대한 조사는 무림맹의 추가 지시를 받아 진행하는 것으로 하고 우선 장안 외곽의 장원에 대한 조사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오늘의 잠입 목표는 정탐과 장부였다. 이들이 누군지, 인원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파악하고 장부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오늘도 내부 잠입은 서홍, 항백과 경표가 담당했다. 셋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서홍이 장부를 찾아 전각 내부로 잠입했고, 항백과 경표가 전각 밖 지붕에 엎드려 대기했다. 남궁이현과 당수진도 복면을 한 채 담장 부근에서 대기했고 두원과 남태혼은 담장 밖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아직 장원의 정체가 불분명했기에 장안지부의 지원은 요청하지 않았다.

실내로 진입한 서홍이 장부를 찾아 이리저리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애초 밤이슬 맞는 일을 전문으로 배운데다 최근 실전 경험이 쌓이면서 서홍의 잠입 기술은 일취월장했다.

실내 구조를 살펴 본 서홍은 장부가 있으리라 생각되는 곳을 쉽게 찾았다. 구석에 조그만 문서 궤가 있었다. 궤의 문짝에는 열쇠로 잠겨 있었으나 서홍에게 그리 어렵지 않은 열쇠였다. 서홍이 조심스럽게 열쇠를 풀고 문짝을 여니 예상대로 장부가 몇 권 놓여 있었다. 서홍이 장부를 집어 품에 갈무리하려 할 때였다.

“침입자다. 침입자가 있다”

밖에서 고함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고 곳곳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서홍은 황급히 장부를 그대로 둔 채, 문짝을 닫고 열쇠를 다시 잠근 후 뒤돌아 들어온 문으로 달려가려는데 몇 명이 벌컥 그 문을 열고 들어왔다.

“너희들은 이곳을 지켜라”

상급자인듯한 무사가 세 명의 수하무사를 실내에 남겨둔 채 다시 문밖으로 나갔다.

서홍은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얼떨결에 급히 대들보 위로 올라가 가만가만히 기어서 대들보 끝의 구석진 곳으로 몸을 숨겼다. 다행이 대들보 구석진 곳은 옆으로는 훤히 트여 있었지만 밑에서는 위가 보이지 않는 구조였다.

한편, 밖에서는 항백과 경표가 무사 몇 명과 대치하고 있었다. 둘은 도망을 쳐야 할 지 안으로 들어가 서홍을 구해와야 할 지 판단을 못하고 있었다.

“여기 침입자들이 있다. 모두 이리로 와서 침입자들을 잡아라. 반드시 잡아 정체를 밝혀야 한다.”

그 사이, 상급자인듯한 무사의 고함소리에 곳곳에서 무사들이 몰려들었고 둘은 이제 도망을 가기에도 버거운 상황이 되었다.

항백과 경표가 서로 등을 맞댄 채 무사들과 격전을 시작했을 때 담의 그늘진 곳에 숨어있던 남궁이현과 당수진도 사태가 심상찮다고 느꼈다.

이대로 두면 항백과 경표가 위험했다. 비록 항백과 경표가 일류 고수라고 하나 포위한 무사들의 수가 너무 많았고 하나하나의 무공도 녹록하지 않았다.

남궁이현과 당수진이 눈으로 신호를 주고 받더니 동시에 뛰쳐나가 포위한 무사들의 등뒤를 공격하면서 남궁이현이 소리쳤다.

“어서 독을 뿌려라.”

남궁이현의 고함에 당수진이 품 안에서 하얀 가루를 한 움큼 쥐어 무사들을 향해 사방으로 뿌렸다. 포위한 무사들은 대경실색해 대부분은 땅으로 엎드려 머리를 사타구니 사이에 박고는 눈을 감았다.

“이쪽으로···”

남궁이현이 항백과 경표를 향해 손짓했다. 그렇게 넷은 포위망을 풀고 담 쪽으로 달아났다.

“놈들이 달아난다. 모두 일어나 놈들을 쫓아라”

상급자인듯한 무인이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독에 겁먹어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던 무사들은 엉거주춤 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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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5. 난주 격돌 3 +2 17.01.05 3,177 52 10쪽
65 64. 난주 격돌 2 +2 17.01.04 3,409 51 10쪽
64 63. 난주 격돌 1 +2 17.01.04 3,358 51 10쪽
63 62. 전화위복 +2 17.01.03 3,547 53 10쪽
» 61. 접촉 +2 17.01.02 3,569 53 10쪽
61 60. 포착捕捉 +2 17.01.02 3,614 55 10쪽
60 59. 작전 +2 16.12.31 3,634 56 10쪽
59 58. 출전出戰 +2 16.12.31 3,693 55 11쪽
58 57. 재회 +7 16.12.30 3,740 58 10쪽
57 56. 그리움 +2 16.12.30 3,688 53 10쪽
56 55. 회오리 +2 16.12.30 3,815 57 10쪽
55 54. 궁구窮究 +5 16.12.29 3,871 57 10쪽
54 53. 숙원宿願 +2 16.12.29 3,514 54 11쪽
53 52. 결별의 시작 +2 16.12.29 4,186 55 11쪽
52 51. 멸구滅口 +4 16.12.27 4,207 57 9쪽
51 50. 위장 +3 16.12.27 3,554 56 10쪽
50 49. 생포 +2 16.12.27 3,770 56 11쪽
49 48. 역습 +2 16.12.25 3,605 5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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