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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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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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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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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0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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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60. 포착捕捉

DUMMY

“과연 전문가일세. 하하하”

항백이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며 서홍을 치켜세웠다.

서홍이 안홍상단의 장부 수 권을 확보해 섬서 지부에서 지원 나온 회계 담당자에게 분석을 의뢰한 것이다.

“내가 보기에 자네들은 무림맹을 그만두고 경극배우로 진출하는 것이 출세하는 길일세. 이 참에 직업을 바꾸게.”

서홍이 항백과 경표에게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웠다.

상단 입구에서 항백과 경표가 술 취한 취객으로 가장해 소란을 피우는 사이에 수월하게 담을 넘어 장부를 가져온 탓이다. 본래는 심야에 잠입하기로 했으나, 장부를 본 후 바로 갖다 놓는 것이 적들의 경계심을 자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날이 저물고 상단이 문을 닫자 마자 서홍이 잠입을 서둘렀었다.

안홍상단은 북천회의 종오각을 겸하고 있는 하부조직이었으나 종오각 무사들은 대부분 장안 외곽에 있는 종오각의 장원에 거주하고 있었고, 장안 중심가에 있는 상단 건물에는 경비 무사 약간 명만이 있었다. 단주와 총관도 상단 업무를 마치고 밤에는 장원에 머물렀으며, 북천회와 관련된 주요 문서와 재물의 대부분도 종오각의 장원에 보관되어 있었기에 상단 건물 잠입이 쉬었던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상단 건물에는 장부 몇 권이 있었다.

“아직 일이 끝난 게 아니니 다들 차분함을 유지하세. 장부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게다가 날이 새기 전에는 장부를 제자리에 갖다 놓는 일도 남아있네.”

두원의 진중함에 항백과 서홍의 장난은 끝이 나고 모두는 옆방에 있는 회계담당자로부터의 소식을 기다렸다.


“만일 단서가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죠?”

당수진이 남궁이현에게 물었다.

삼조원들은 제각각 편한 방법으로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원과 남태혼은 모두가 모여 회의를 하는 큰 방에 남아 있었고 항백, 경표, 서홍은 각자의 방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으며 남궁이현은 바람을 쐬기 위해 객잔 내실의 뜰로 나왔고 그 뒤를 당수진이 따랐다.

당수진이 남궁이현을 따라 나서는 것을 본 어느 누구도 그들을 따라 나서지 않았다. 그랬다간 몇일은 복통에 시달려야 하리라.

“솔직히 나도 그 다음은 생각한 게 없습니다. 당소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으십니까?”

“저 머리 나빠요.”

“하하~나도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닌 듯 합니다.”

당수진은 속으로 이세二世 걱정을 잠깐, 아주 잠깐 하고는 얼굴이 붉어졌으나 밤이라 다행이 보이지 않았다.

“백호당이 난주로 출정했다고 섬서 지부에서 들었어요. 마교와 정말 격돌이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에요.”

“나도 들었습니다. 정말 걱정입니다. 마교로선 무림맹에서 싸움을 걸어오는 것이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일텐데, 무림맹은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형국이니. 그 둘이 부딪히면 누가 꺾일지 뻔한데도 말릴 수가 없으니 큰일입니다.”

“혹시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 무리들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뇌옥에서 자살한 무리의 세력들이 은밀히 이런 일을 꾸미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입니다. 제갈군사님께서 이런 생각을 하시지 못할 분이 아니신데···”

당수진이 생각을 말했다. 남궁이현도 속으로는 당수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남궁이현은 당수진이 머리가 나쁘다고 한 말을 믿지 않았다. 머리가 나쁘다면 생각할 수 없는 생각이니까.

“나도 같은 생각입니다. 제갈 군사님께서도 능히 이런 점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기호지세를 말릴 수 없을 뿐이지요. 원래 신중함이 저돌적인 것을 단기短期적으로 이기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하지만 장기長期적으로는 반드시 이길 겁니다.”

남궁이현이 자신과 같은 생각이라고 말하니 당수진으로서는 무척 기뻤다.

그리고 당수진은 자신이 왜 남궁이현을 좋아하는 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남궁이현은 아주 뛰어난 사람도, 아주 빠른 사람도, 아주 강한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답답하기까지 하지만 진정성이 있었다. 스스로의 과거와 현재가 올곧게 이어지고, 현재로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일관성이다. 지속성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은 지속성을 가진 힘이라고 조부께서 누누이 말씀하셨다.

당수진의 따뜻한 눈빛이 남궁이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궁이현도 그런 당수진의 눈빛에서 조금씩 다정함을 느껴갔다.


삼경이 가까울 무렵이었다.

옆방에서 장부를 분석하던 회계담당자가 삼조원들이 머물고 있는 방으로 장부를 들고 들어왔다.

“분석은 끝났습니다. 장부는 도로 갖다 놓으셔도 됩니다.”

회계담당자가 말하며 장부를 탁자에 내려 놓았다.

“단서라고 할만한 게 있는가?”

두원이 물었다.

“몇 가지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하긴 했습니다만 그것이 분명한 단서인지는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회계담당자가 조심스러운 듯 신중하게 말했다.

“우선 시간이 많지 않으니 서홍과 항백, 경표는 장부를 다시 상단에 갖다 두고 오도록 하게.”

두원의 얘기에 세 사람은 장부를 들고 객잔을 나섰고 나머지는 회계담당자의 분석 내용을 들었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생각보다 상단의 거래 규모가 무척 컸지만 남아 있는 수익금은 거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거래에 손실이 있었나 하고 살펴봤더니 거래에서는 매우 큰 이익을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투자가 진행되어 상단 자체에는 이익금이 없었던 것입니다.

투자금은 하남성 정주鄭州에 있는 전장으로 송금되었는데, 그 규모가 상당했고 또 주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더욱 이상한 점은 투자처가 상단이나 어떤 집단이 아닌 개인이었습니다. 상단에서 개인에게 투자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송금 수신인의 이름은 후명신이라는 자였습니다.

또 하나는 상단 운영과 관련된 것인데 안홍상단은 이 곳 장안長安 외곽에 커다란 장원을 한 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장원 유지비용이 통상의 상단보다 과다하다는 점이었고 특히 녹봉이 무척 많이 지급되고 있었습니다. 통상의 상단 인력보다 훨씬 많은 인력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회계담당자의 얘기에 두원과 삼조원들은 직감적으로 단서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생각 이상의 큰 단서를.

“수고했네. 정주에 있는 전장의 이름을 알 수 있는가? 그리고 장안 외곽의 장원 위치도?”

두원이 물었다.

“여기 이미 적어 놓았습니다. 정부의 전장은 하평河平전장입니다. 하남성 최대 전장으로, 하남성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중원 전역에 지부를 가지고 있는 대형 전장입니다.”

회계담당자가 종이 한 장을 내밀며 보충설명까지 했다. 업무에 매우 능숙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무림맹 섬서 지부에 채용되었으리라.



“무림맹 백호당은 장안 인근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쪽 방향에서 한 무리의 무림인들이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보건대 장안 북쪽을 지나 난주를 목표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정보를 담당하는 중간 간부 하나가 갈군청에게 보고했다. 마교는 이미 중원전역에 강력한 정보망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관官 및 정파 무림과의 오랜 갈등과 전쟁의 산물이었다.

“그래? 규모는?”

갈군청이 물었다.

“대략 오백 정도 되는 규모라고 합니다.”

“우리 이목을 속이기 위해 무림맹에서 꼼수를 부려 백호당 외 다른 부대를 다른 경로로 파견하는 것이 아닌가?”

“아닙니다. 우리측 정보원이 계속 무림맹을 엄중 감시하고 있습니다. 무한에서 백호당 외 출발한 다른 부대에 대한 보고는 없었습니다. 또한 그들의 복색 등이 무림맹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보고입니다.”

중간 간부가 분명하게 의견을 표했다.

‘무림맹은 아니다? 그럼 교주님께서 주목하고 있는 그들이란 말인가? 그들이 왜 이곳 난주로 오고 있다는 말인가?’

갈군청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중간 간부도 갈군청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는 점을 알기에 조용히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그렇군. 이 놈들이 아예 난주 인근에서 우리로 위장하여 무림맹 세력을 몰살시키려 하는구나. 그래서 우리와 무림맹의 전면전을 유도하려는 수작이야. 클~클~. 머리는 네놈들만 쓰는 것이 아니다. 네 놈들이 판 함정이 네 놈들의 무덤이 되도록 해주마. 하하하’

갈군청이 눈을 떴다. 생각을 마쳤다는 얘기다.

“금, 은장로와 천주대는 난주로 출발했느냐?”

“예. 진작에 출발했습니다. 난주에는 천주대가 무림맹보다 훨씬 먼저 도착할 것입니다.”

“너는 가서 삼마존께 아뢰라. 아마 교주님의 외출 명령이 또 있을 지 모르겠다고···하하하”

삼마존은 지난 가을 영웅대회가 열리는 시기에 무한으로 외출을 다녀왔었다. 혹시 모를 사건에 대비하기 위함이었으나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었다. 마교에게는.


“작전을 수정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갈군청이 교주에게 말했다.

교주는 별다른 말 없이 갈군청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 해라는 얘기였다.

“무림맹과 다른 오백 여명의 무인들이 난주로 향하고 있다 합니다. 제 생각에는 교주님께서 주시하시던 그들이라고 추측됩니다. 그들이 우리로 위장하여 아예 난주 인근에서 무림맹 백호당을 몰살시켜 우리와 무림맹간의 전면전을 야기하려는 작전인 듯 합니다.”

“드디어 꼬리를 드러냈군. 그래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들의 의도와 반대로 움직이려 합니다. 그들이 무림맹을 공격 개시할 즈음 우리가 나타나 무림맹을 도와 그들을 쳐부수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림맹은 우리에 대한 의심을 풀 것이고 그 세력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이제 전쟁의 주인공은 우리와 무림맹이 아니라 무림맹과 그들이 되겠지요. 또 하나는 그들의 일부가 도주하도록 하고 그들을 추적하여 그들의 본거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좋은 생각이군”

“삼마존의 지원을 요청드립니다.”

“삼마존에게 그리 일러 놓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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