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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252 회
조회수 :
778,650
추천수 :
12,451
글자수 :
1,158,507

작성
17.01.0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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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
10쪽

63. 난주 격돌 1

DUMMY

감숙성 서북쪽으로부터 뻗어 내린 기련산맥祁連山脈은 가욕관嘉峪關을 지나 남南으로는 청해호靑海湖로 이어지고 동東으로는 난주 흥륭산興隆山까지 내달린다.

흥륭산 동쪽 산속에 검은 무복 차림 수백 명이 곳곳에 흩어진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비록 움직이지 않고 정지해 휴식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수백 명이 한 줌 소리도 없이 고요함을 유지하는 모양새가 무리의 질서정연함과 개개인의 높은 무공 수준을 반증하고 있다.

수백 명의 검은 무복 차림의 무인들 뒤쪽에 조금 붉은 기운이 감도는 검붉은 무복을 입은 다섯 명의 늙은이와 중년인들이 모여 있었다.

“놈들은 어디쯤이라 하오?”

횡오수전주 영호방英浩邦이 부전주 전호全虎에게 물었다.

“흥륭산 남쪽 산길로 접어들었다 합니다. 우리가 능선을 가로질러 가면 두 시진 이내 만날 수 있습니다.”

부전주 전호가 대답했다.

“그럼 우리는 동남능선을 타고 놈들이 오는 길목에 미리 매복해 있다가 놈들이 포위망에 진입하면 내 활을 신호로 사방에서 동시에 공격하는 것이 좋겠소.”

전주 영호방이 부전주에게 작전지시를 내렸다.

“그리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전주 전호가 작전을 전달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그럴 리 없겠지만 세 분 빈객께서는 상황을 보아가며 불리한 곳을 지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영호방 전주가 옆에 있는 세 명의 노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지시 아닌 지시를 했다.

세 명의 노인은 빈객청에서 지원 나온 빈객으로서 전대의 고수들이었다. 이번 기습작전의 작전권은 횡오수전주인 영호방에게 있었으나, 빈객청의 빈객들을 상대로 지시를 할 수는 없었다.

“염려 마시오. 전주. 클클~. 오히려 간만에 이렇게 바람 쐬러 나오니 기분이 좋구려. 클클~”

빈객 중 제일 키가 작고 왜소한 쌍륜귀자雙輪鬼子 허탁許卓이 말했다.

크기 한 뼘 가량의 크지 않은 륜輪 한 쌍을 귀신같이 다룬다 하여 쌍륜귀자라 불리우는 허탁은 사도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성정이 잔인하고 다혈질로 유명했다.

“바람이 좋으면 뭐하겠는가? 이렇게 복면을 착용하라니 빈객청 방안보다 오히려 답답할세 그려.”

깡마른 노인이 손으로 복면을 흔들며 퉁명스레 받았다. 그는 은쾌검隱快劍 진강陳剛이었다. 길고 가느다란 검이 빠를 뿐만 아니라 은밀하기까지 하여 상대방의 머리가 목에서 벗어나는 순간에야 진강의 검을 볼 수 있다 하였다. 그도 성정이 급하고 변덕스럽기까지 한 사도계열의 고수였다.

“전주 말씀대로 하리다.”

풍채 좋은 노인이 흰수염을 쓰다듬으며 점잖게 말했다.

그는 풍우도風雨刀 곡선기谷先起였다. 도刀를 한번 내려치면 바람이 일고 두 번 내려치면 비가 내리는 듯 패력적인 도법을 구사하는 인물이었다. 선비 풍의 외모와 점잖은 말투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이번에 지원 나온 세 빈객 중 가장 사악한 인물이었다. 도를 사용하는 전후로 암기를 날리며, 등뒤에서의 기습도 즐기는 등 정파 무림에서 일찍이 사악하다는 평판으로 유명한 고수였다.

빈객청의 빈객들은 정, 사, 마를 불문하고 다양한 계열의 고수들이 있었다. 서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것이 정, 사, 마인데 그들이 빈객청에 같이 몸담고 있는 이유는 회주와 태상호법 때문이었다. 회주와 태상호법을 대면하여 한 식경을 보내면 정, 사, 마 가릴 것 없이 엄청난 고수들이 모두 빈객청의 빈객이 되었다.

다시 그들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이 산만 넘으면 난주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마교의 영향권 안이니 각별히 조심하고 사방을 경계하는 게 좋겠습니다.”

백호당 일대주 편수천이 모용철에게 말했다.

“조심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예민해져서 대원들의 사기가 꺾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오. 마교는 사파와 달리 잔인하지만 비열한 짓거리를 하지는 않는다고 들었소. 너무 걱정 마시오. 편대주. 하하”

모용철이 편대주의 걱정을 웃음으로 흘려 들었다.

“유비무환이라 했습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이대주 동하성도 편수천을 거들고 나섰다. 상대는 마교인 것이다.

“어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여기 무림맹 최정예 백호당 사백 여명이 있소. 아무리 마교라도 함부로 덤비지 못할 것이오. 동대주부터 자신감을 가지시오. 무릇 장군이 자신감을 잃으면 전투는 보나마나 한 것이 되오. 병법兵法의 기본이 아니겠소?”

모용철이 되잖은 병법까지 들먹이며 동하성의 걱정을 무시했다.


한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무성한 나뭇잎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는 산속은 그런대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산을 오르느라 돋아난 땀방울을 식혀주었다.

그렇게 백호당이 느긋한 걸음으로 이동을 계속하고 있는 중에, 산 위에서 조그만 파공음이 들려왔다.

쉭~

이윽고 큭~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백호당 이대二隊 소속 무인 하나가 쿵~하고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가슴에 화살 한 대가 박혀있었다.

“적이다. 적의 기습이다.”

대오의 앞쪽에서 긴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이쪽에도 적이 나타났다. 모두 방어 태세를 갖추어라.”

“뒤쪽에도 적이 나타났다.”

사방 곳곳에서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들려왔다.

적은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아무런 경계 태세 없이 산을 오르던 백호당 대오는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모두 침착하라. 최대한 원진圓陣을 형성해 적을 막아라~”

편수천이 외치며 스스로 적을 맞아갔다.

하지만 편수천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대오는 원진을 구성하지 못했고, 오히려 적의 커다란 원진 공격에 점차 밀리고 움츠러들어 백호당 무인들끼리 뒤엉키기까지 했다.

뒤로 밀리던 편수천이 갑자기 허공을 박차고 날아 올라 포위해 들어오던 기습자들의 머리위로 자신의 애병愛兵인 흑귀부黑鬼斧를 내려쳤다. 적의 포위망을 흔들어 놓아야 했다. 편수천의 흑귀부에 두 명의 기습자들이 머리가 박살 난 채 무너져 내렸다.

반대편에서는 동하성이 검으로 현란하게 찌르고 베고 하면서 적의 포위를 흩뜨리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과연 연비검燕飛劍이란 별호답게 동하성의 검은 물 찬 제비처럼 적 몇 명의 가슴과 어깨, 그리고 다리를 찌르고 베어갔다.

“제법이구나 이놈. 네 놈은 내가 상대해주마.”

동하성 앞에 두 눈이 부리부리한 횡오수전의 부전주 전호가 나타났다. 전호가 등에서 커다란 도를 빼들었다.

정파 무림에서 도로 유명한 곳은 하북 팽가였다. 그들은 신체 조건이 좋았는데, 대부분 거구에도 힘도 장사였다. 그들의 도법은 세간에서 단혼도법斷魂刀法으로 불리었는데, 거대한 체구에 커다란 도를 앞세워 호랑이 같은 기세로 사람의 혼을 빼놓는다는 뜻에서 그렇게 불리었다.

동하성은 지금 눈앞에 있는 사내가 하북 팽가 사람들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큰 키에 우람한 체구가 그랬고 커다란 도 또한 그러했다.

동하성이 검을 땅으로 비스듬히 내렸다. 패력적인 도에 힘으로 맞설 수는 없다. 변화와 속도다.

전호의 도가 힘차게 동하성을 횡으로 베어왔다. 동하성이 허리를 숙여 도를 피하며 검으로 전호의 옆구리를 찔러갔다. 하지만 어느새 전호의 도는 방향을 바꾸어 동하성을 반대방향에서 베어왔다. 동하성을 찌르기가 찰나의 간격으로 빨랐다. 적의 옆구리를 찌를 수 있다. 하지만 적의 옆구리를 찌르면 자신도 도를 피할 수 없다. 그런데 그 도는 자신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고 있다. 당연히 옆구리를 찌르고 머리를 내어줄 순 없다. 동하성은 찔러가던 검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 날아오는 도를 피했다. 그 한번의 피함으로 인해 동하성은 수세에 몰렸다. 공격보단 방어에 급급한 형국이 되어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


모용철은 싸움의 형세가 빠르게 기울어 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답답한 심정이 되었다. 두 대주의 말대로 먼저 척후를 보내고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았을 것 같았다. 적의 수가 백호당 보다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한 곳은 기다리다 기습을 하였고 다른 한 곳은 방심하다 기습을 받았다. 이미 그 자체로서도 싸움은 불리한 형국을 면키 어려운데 적들은 오랜 시간 훈련을 받은 무리처럼 보였고 개개인의 무공실력도 백호당을 능가했다.

‘적의 우두머리를 베어야 한다. 그래야 대세를 뒤집을 수 있다.’

모용철이 비록 당주로서의 인품과 지략이 부족하고 욕심도 많았으나 그렇다고 비겁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래도 오대세가의 하나인 모용세가의 적통 중 하나였다.

모용철이 적의 우두머리를 찾기 시작했다. 저쪽에 활을 들고 싸움을 관망하는 중년인이 보였다. 복색부터 다른 그는 한 눈에 봐도 우두머리의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모용철이 신형을 날려 그쪽으로 갔다.

“이 마귀 놈아~ 내 칼을 받아 보거라”

모용철은 상대가 당연히 마교라 생각했고, 허공을 박차며 중년인에게로 검을 베어갔다.

캉~하는 금속음이 요란하게 들렸다. 중년인이 들고 있던 활로 모용철의 검을 쳐낸 것이다. 그리고는 활을 던져 버리고 등에 있던 검을 뺐다.

“네 놈이 백호당주인 모양이구나. 클클. 오늘 네놈과 백호당은 이 곳에 뼈를 묻어야 한다. 무인으로서 강한 자에게 당하는 죽음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니 너무 아쉬워 말거라.”

중년인인 횡오전주 영호방이었다. 영호방은 굳이 마교가 아니란 말도 하지 않고 모용철에게로 신형을 날렸다.

모용철이 검을 뻗어 내쳐오는 영호방의 검을 맞받아쳤다.

크윽~

모용철이 속으로 신음을 토해냈다. 상대의 힘이 검을 타고 몸으로 흘러 들었다. 강하다. 최소한 자신보다는 몇 수 위다. 모용철이 섣불리 우두머리를 찾아 나선 자신의 경솔함을 탓했지만 이미 늦었다.

모용철이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이를 악문다고 격차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연신 수세에 몰린 모용철은 뒷걸음질을 치면서 싸움의 다른 변수를 찾았다. 하지만 모두 제 한 몸 건사하기에 바쁜 상황이었다. 누가 여유가 있어 자신들의 우두머리인 모용철의 위기를 도울 수 있겠는가?

변수를 찾지 못한 모용철은 절망의 그림자가 자신을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


스걱~

고통보다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검을 쥐고 있던 자신의 팔이 땅으로 툭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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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7. 원점元點 +2 17.01.07 3,321 52 10쪽
67 66. 전열정비戰列整備 +2 17.01.05 3,557 52 9쪽
66 65. 난주 격돌 3 +2 17.01.05 3,177 52 10쪽
65 64. 난주 격돌 2 +2 17.01.04 3,409 51 10쪽
» 63. 난주 격돌 1 +2 17.01.04 3,358 51 10쪽
63 62. 전화위복 +2 17.01.03 3,546 53 10쪽
62 61. 접촉 +2 17.01.02 3,568 53 10쪽
61 60. 포착捕捉 +2 17.01.02 3,614 55 10쪽
60 59. 작전 +2 16.12.31 3,634 56 10쪽
59 58. 출전出戰 +2 16.12.31 3,693 55 11쪽
58 57. 재회 +7 16.12.30 3,740 58 10쪽
57 56. 그리움 +2 16.12.30 3,688 53 10쪽
56 55. 회오리 +2 16.12.30 3,815 57 10쪽
55 54. 궁구窮究 +5 16.12.29 3,871 57 10쪽
54 53. 숙원宿願 +2 16.12.29 3,514 54 11쪽
53 52. 결별의 시작 +2 16.12.29 4,186 55 11쪽
52 51. 멸구滅口 +4 16.12.27 4,207 57 9쪽
51 50. 위장 +3 16.12.27 3,554 56 10쪽
50 49. 생포 +2 16.12.27 3,770 56 11쪽
49 48. 역습 +2 16.12.25 3,605 5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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