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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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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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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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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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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위장

DUMMY

북천회 중앙에 위치한 대전각大殿閣내 태상호법의 집무실에 다섯 명이 앉아 있다.

상석上席에 태상호법이 앉아 있고 좌우로 네 명의 장로가 앉았다.

“음양쌍절만 돌아왔습니다.”

성장로가 무거운 목소리로 태상호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음양쌍절만 돌아왔다? 그럴 가능성은 가정하지 않지 않았나?”

태상호법이 의문스럽다는 듯이 되물었다.

음양쌍절이 실패하면 폭마부, 철풍권 및 유환검이 투입되지 않기로 했다. 음양쌍절이 성공했다면셋이 투입되어 그 놈을 제거하지 못할 리 없었다. 따라서 모두 살아 돌아오거나 음양쌍절이 실패해 죽고 나머지는 살아 돌아와야 했다. 음양쌍절만 살아 돌아오는 경우의 수는 애초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음양쌍절의 얘기로는, 그들의 작전은 완벽히 성공했다고 합니다. 음양쌍절 눈앞에서 그 놈은 옆구리에 큰 부상을 입은 채 거의 의식을 잃어 가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음양쌍절이 거짓말을 할 인물들은 아닙니다.”

성장로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렇다면 그 놈을 돕는 또 다른 세력이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유환검을 수행하던 무인 둘이 근처 숲 속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들도 죽어 있었습니다. 또한 음양쌍절이 작전을 수행하고 물러난 현장에서는 유환검의 시신만이 있었고 폭마부와 철풍권의 시신은 현장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합니다.”

“폭마부와 철풍권이?”

태상호법의 물음이 거칠어졌다.

“그렇습니다. 폭마부와 철풍권은 현장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는데 그 둘의 시신에서는 지독한 마기魔氣가 어려있었다고 합니다. 유환검의 시신에서는 마기의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상흔도 물론 달랐습니다.”

성장로가 곤혹스러운 듯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 놈은 이황야측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마기는 또 무슨 말인가? 이황야가 마교와 손을 잡기라도 했단 말인가?”

태상호법의 추궁이 이어졌다. 물론 태상호법도 이황야가 마교가 손잡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상황이 이해되지 않기에 역정을 낸 것이다.

“죄송합니다. 현재로서는 추가 정보가 없는 실정입니다.”

성장로가 고개 숙이며 솔직하게 답했다.

다시 잠시 침묵이 흘렀다.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황장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런 시점에 보고를 하는 것이 스스로도 불만스러웠으나 적절한 시기時期를 잃어 버린 보고는 거짓 보고와 진배없음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입을 연 것이다.

태상호법이 황장로를 가만히 쳐다봤다.

“항주에서 목걸이가 나타났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횡이수전의 장부전주가 독립검수 여섯을 데리고 목걸이를 회수하러 갔습니다. 한데 그것이 이황야와 무림맹의 유인작전이었습니다. 결국 독립검수 둘은 죽고 장부전주 포함 다섯이 생포되어 무림맹으로 호송되었습니다.”

황장로의 말에 태상호법이 이건 도대체 무슨 소리냐는 듯이 황장로를 멀뚱거리며 쳐다보았다.

추가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보고에서 사실관계를 속일 수는 없었다. 드러나면 죽음으로 대가를 치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황보고는 달랐다. 임무의 실패를 불가피한 상황으로 만들어 면책을 받을 수도 있었고 커다란 성과를 이루고도 아무런 칭찬과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장부전주가 지난날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독단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다 섣부른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황장로가 장부전주에게 책임을 돌렸다.

“으음~”

태상호법이 가느다랗게 한숨을 쉴 뿐 다른 추궁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추궁보다는 사태의 수습이 급하다는 것을 감각이 몸에게 말하고 있었다.

“생각들을 말해보게”

태상호법이 좌중을 돌아보며 물었다.

“우선 무림맹으로 압송된 장부전주의 입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그에게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무림맹을 담당하고 있는 왕장로가 입을 열었다.

“일단 그래야겠지. 이런 실수가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환기시키게”

“알겠습니다. 치밀한 사람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왕장로의 말에 태상호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면 믿어도 될 것이다.

“성장로는 그 놈의 행적을 뒤쫓게. 음양쌍절이 성공했다면 그 놈도 성치는 못했을 터. 빨리 찾아 마무리를 지어야지.”

태상호법이 성장로를 쳐다보며 지시했다. 성장로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면, 그 놈을 도운 또 다른 놈들을 찾는 문제가 남았는가? 그들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태상호법이 다시 좌중을 돌아봤다.

“우선 폭마부와 철풍권을 죽인 놈들과 유환검을 죽인 놈들이 동일 세력인지 엄밀히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놈을 도운 세력으로 우선 짐작되는 곳은 이황야 세력입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유환검의 죽음은 설명됩니다만, 폭마부와 철풍권의 시신에 있는 마기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황야 측에서 굳이 마기를 위장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두 사건은 별개의 것이 됩니다. 즉, 유환검은 이황야측에서 죽였고 폭마부와 철풍권은 우연히 마두를 만나 죽은 것이 됩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 공교롭다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설명이 가능한 것으로 가정하고 일을 수행하는 것이 타당할 듯 합니다.”

편장로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다들 선뜻 동의하기도 곤란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또 다시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두 개의 사건이 별개의 것이라면 결국 마교도 등장하는 셈이군. 폭마부와 철풍권을 동시에 처리할 마인이라면 마교 밖에 없을 테니까. 하기 언젠간 부딪혀야 할 곳이라면 지금부터 부딪혀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마교는 어떻게 부딪혀 가는 게 좋겠는가?”

태상호법이 상황을 정리하면서 편장로를 쳐다보고 다시 물었다.

“두 세력이 서로 싸우게 하는 게 상책일 것입니다. 이이제이以夷制夷지요. 마교로 위장하여 무림맹 저변을 공격하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림맹에서는 장부전주도 마교 소속으로 간주할 테니 그 문제도 저희들로서는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는 셈입니다.”

편장로가 웃으며 답했다.

“좋은 생각이군. 그 문제는 왕장로가 맡아서 진행하게. 회주님께는 내가 말씀 드리겠네.”

태상호법의 지시로 회의는 끝났다.



짹짹 짹짹~

새 짖는 소리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미세하던 것이 점점 뚜렸해졌다.

눈을 뜨려 했으나 바로 뜨지 못했다. 다시 한번 힘을 주자 한쪽 눈이 떠지고 좀 있다 다시 한 눈이 마저 떠졌다. 하지만 눈부신 햇살에 바로 두 눈을 감아버렸다.

“이제 정신이 드시오?”

사람 소리가 들렸다. 묵진휘가 다시 눈을 떴다.

눈 앞에 보이는 사람은 낯이 익다. 누군가 하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렇다. 언제부턴가 자신 뒤를 멀리서 따르고 있는 그다. 폭청검이라 했다. 그렇다. 이름은 복거유였다.

“움직이지 마시오. 사흘을 의식을 잃고 누워있었소. 워낙 상처가 심했다 하오. 내부 장기가 성한 게 거의 없었지만 또한 다행히 완전히 망가지진 않았다 하오. 그래도 목숨을 건진 건 천운天運이라 했소.”

움직이려는 묵진휘를 복거유가 다시 지긋이 누르며 누워있게 했다.

“여기는 의원 집이오. 안전하니 걱정 마시오”

복거유는 묵진휘가 묻지 않았지만 궁금한 점을 미리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이제 묵진휘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집 뜰에서 산책을 할 정도로 회복되었다.

“내 평생 저렇게 회복이 빠른 사람은 처음이오. 아무리 무인이고 젊다 하나 저런 회복세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오. 허허 참. 암튼 대단한 사람이오”

묵진휘의 산책을 지켜보던 의원이 혀를 내둘렀다.

복거유는 묵진휘의 회복이 묵진휘가 익히고 있는 무공의 특별한 공능 덕이라고 짐작했다. 거기에다 강인한 묵진휘의 정신력도 함께 작용했으리라.

“언제쯤이면 떠날 수 있겠습니까?”

복거유가 의원에게 물었다.

“일반적으론 저런 상태에서도 열흘은 더 회복해야 움직일 수 있을 테요. 그나마 장거리 여행은 무리일 것이오. 하지만 저런 회복력을 가진 사람은 또한 처음 보니 난들 언제쯤이면 움직여도 좋을 거란 장담을 하기 곤란하오”

의원이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음날이 아침이 되었다.

복거유가 새벽 수련을 위해 나갔다 들어오니 묵진휘가 일어나 옷을 여미고 있었다.

“뭐 하시는 거요?”

복거유가 놀라 물었다.

“이만 하면 움직일 만 합니다. 노산으로 가려 합니다.”

노산에는 스승님이 계시다. 묵진휘는 원래 무한으로 가려 했으나 마음이 달라졌다. 스승님을 뵙고 싶었다.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여기서 노산은 멉니다. 아직 그 몸으로는 무리입니다.”

복거유가 말리고 나섰다.

“괜찮습니다. 제 몸은 저도 조금 알고 있습니다. 쉬엄쉬엄 가면 문제 없을 듯 합니다. 복형께 폐를 너무 많이 끼쳤습니다.”

묵진휘가 복거유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그런 소리 마시오. 내가 그런 인사 받자고 한 것이 아니라 다만 내가 좋아서 했을 뿐이오. 그러니 괘념치 마시오”

복거유가 손사래를 쳤다.

묵진휘가 다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묵진휘의 눈빛에서 말기기는 어렵다는 것을 느낀 복거유도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곧 그들은 의원에게 인사한 후 노산을 향해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의원이 너무 이르다고 말렸지만 이내 두 사람을 반갑게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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