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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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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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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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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0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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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전열정비戰列整備

DUMMY

“횡오수전의 전호 부전주가 단신單身으로 단추장斷追莊으로 왔다고 합니다.”

보거하는 횡삼수전 부전주 오환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뭐라고 했소?”

횡삼수전주 진철신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려 했다.

“기습작전이 실패했습니다. 전 부전주 혼자만 생존하여 단추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오환 부전주의 목소리는 그새 냉정을 되찾고 있었다.

단추장이란 작전을 나갔다가 실패할 경우, 적의 추적 꼬리를 자르기 위해 회會의 본부인 정주鄭州 대신 복귀하는 태원 외곽의 비밀 장원을 말하는 것이다. 비밀장원 주위에는 항시 매복조가 대기하고 있다가 도주해 오는 회의 무인을 뒤따르는 추적자를 제거했기에, 추격을 끊어버린다 하여 단추장으로 불렸다. 한편 작전을 나간 무인이 단추장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작전에 실패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니나다를까 뒤따르는 추격대가 있었다고 합니다. 적의 추격대는 단추장의 매복조에 의해 모두제거 되었습니다.”

“무림맹이 그렇게 강했단 말이오?”

“전호 부전주 얘기로는 마교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기습은 성공하여 거의 무림맹 백호당을 몰살 시킬 뻔했으나 갑자기 마교가 나타나 횡오수전 무인들을 역습했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횡오수전은 영호방 전주를 위시해 모두 전멸했으며 지원 나간 빈객청의 세 빈객도 죽었다고 합니다.”

“대체 마교의 누가 나타나 빈객청의 세 빈객까지 죽였단 말이오?”

“전호 부전주도 마교의 누군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다만, 자신이 상대한 자는 젊은 여고수였는데 비수를 무기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진철신은 갑자기 허공에서 추락하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횡이수전주인 범여극으로부터 부러움까지 받지 않았던가?

실패할 것이라고는 추호의 의심도 없었던 작전이 갑자기 완전 실패로 끝났으니 여간 허탈한 심정이 아니었다. 태상호법과 왕장로의 얼굴이 자신의 가슴을 짓눌렀다. 그러나 보고를 늦출 수는 없었다.

진철신이 일어나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추격대로부터 연락이 끊어졌단 말인가?”

갈군청이 이것 봐라 하는 심정으로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태원 인근에서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그렇다면 태원 인근에 단추장을 운영하고 있었다는 얘기군. 만만하게 볼 놈들이 아니야.”

갈군청은 적이 만만치 않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단추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그만큼 적이 은밀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마교도 중원 몇 곳에 소규모의 단추장을 운영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폐쇄하고 운영하지 않았다. 이미 마교의 본산이 청해에 있음은 삼척동자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굳이 단추장이 필요하지 않았을뿐더러 마교의 정체를 속이고 행하는 작전도 거의 없었고 더욱이 실패하는 작전은 거의 전무했기에 단추장을 이용하는 실익實益이 없던 것이다.

갈군청은 금은장로에게 미리 적의 우두머리급 인물 한 명을 죽이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적의 본부를 알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장로가 전호를 죽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추격은 실패했다.

‘결국 꼬리는 끊어지고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군. 교주님께 뭐라고 말씀 드린다? 또 밥을 태웠다고 핀잔을 듣겠군. 쯧쯧’

갈군청이 속으로 자신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았다.



‘휴~ 그나마 전멸은 면한 것인가? 그래도 백여 명이 죽고 백여 명 이상이 다쳤으니 이 책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제갈청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난주로부터 날아온 전서구는 백호당이 기습을 당한 것과 마교의 도움으로 전멸을 면했다는 소식등을 담고 있었다.

동창으로부터 언질을 받고 긴급히 현무당 특수조를 동원했지만 한발 늦었다.

이런 결과를 마주하게 되니 지난날 난주로의 출정을 강력히 말리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 무겁게 느껴졌다.

자신은 마교의 소행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여론과 대세에 떠밀려 백호당의 출전을 결국 말리지 못했으니 총군사로서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없었다.

보고를 위해 맹주전으로 향하는 제갈청의 마음은 무거웠다.

총군사 자리를 물러남으로써 책임을 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자리를 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책임을 질 수 없기에 자리를 물러나는 것이다.

자신은 총군사로서 책임을 지고 싶었다. 흉수를 찾아 뿌리를 뽑고 싶었다.

제갈청이 두 주먹을 꽉 쥐면서 다시 한번 각오를 다잡았다.

‘물러나는 것은 뒤에 해도 늦지 않다’



현무당 삼조원들이 모처럼 삼조 집무실에 모였다.

“지긋지긋하던 이곳도 오랜만에 오니 반갑네 그려.”

“내일부터 다시 새벽 수련이라니 나는 하나도 반갑지 않네 그려.”

항백과 경표가 붙어 앉아 너스레를 떠는데 서홍이 끼어 들었다.

“조장님께 건의를 해야겠어.”

서홍이 혼잣말처럼 했다.

“건의? 무슨 건의?”

남태혼이 물었다.

“자네는 저 두 사람에게 목숨을 맡기고 편히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겠나?”

서홍의 말에 남태혼이 다시 눈을 껌뻑거렸다.

“자기 한 몸 지키기에 버거운 실력들인데 어떻게 귀한 목숨을 맡기고 작전에 임하겠냐고?”

서홍이 항백과 경표를 힐긋거리며 큰소리로 말했다. 장안 외곽 장원에서 자신을 혼자 두고 도주한 항백 등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감정은 없었다. 그냥 시비거리로 장난을 치고 싶은 것이다.

“사실 중요한 문제야. 항주 작전도 그렇고 장안 작전도 그랬어. 지금 보니 우리가 상대한 놈들은 적의 꼬리들이야. 그런데도 가볍게 제압하기는커녕 동료를 자력으로 구출할 실력도 없으니 앞으로 적의 몸통을 만나면 어떻게 되겠어?”

서홍의 말을 항백이 진지하게 받았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고 그냥 장난이야. 왜 갑자기 진지해지고 그래? 내가 잘못했어.”

서홍이 되레 민망해져서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경표도 심각한 얼굴로 항백에 동의했다.

“아니, 항백 이 친구 말이 맞는 말이야. 항주 작전 때도 소노 그 분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어떻게 장 부전주라는 놈을 생포할 수 있었겠는가? 이번 장안 작전에도 정말 서홍이 잡혔다면 우리 힘으로 구출할 수 없었을 거야. 이건 새벽수련을 열심히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야. 뭔가 대책이 필요해.”

“그건 저도 두 분 선배 말씀에 동의해요. 수련에 게을렀던 지난 날이 후회스러워요. 전 그래서 정말 독과 암기를 가지고 다닐까 해요. 독과 암기는 그래도 어릴 때부터 만져오던 것이고 또 그나마 단기간에 익숙해질 수 있으니까요.”

당수진까지 진지하게 나섰다.

“지난날이 후회스럽기는 제가 더합니다.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묵진휘 그 친구가 생각나는군요. 그 친구만 우리 삼조에 있어도 천군만마에 비견될 텐데.”

남궁이현까지 거들고 나섰다.

“다들 왜이래? 자네들이야 한 몸 건사할 실력이라도 되지. 나는 자네들에 비해서도 형편 없으니 어찌하란 말인가?”

서홍이 거의 울상을 지었다.

“그래도 자넨 최고 수준의 절기가 있지 않는가?”

항백이 넌지시 말했다.

“무슨 절기?”

“삼십육계 말일세. 킬킬”

서홍의 물음에 항백이 답하면서 이내 남궁이현 뒤로 몸을 숨겼다.

“저 놈의 인간이 어찌 진지해지더라니. 너 이리 안 와?”

서홍이 화났다는 듯이 항백을 잡으려 했고 항백은 도망쳤다.

“그냥 확~ 독을 뿌려버려야지.”

당수진이 장난치는 항백과 서홍을 째려보며 나섰다.

“아예 독에 담가 버려. 저 인간들은 독 조금 뿌린다고 될 인간들이 아니야.”

경표가 당수진을 부추기자 당수진이 그런 경표를 싸늘한 눈초리로 바라봤다. 그렇게 삼조 집무실은 다시 떠들썩해지고 있었다.

그때 조장 두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장안 출장 보고를 마치고 온 것이다.

“모두 이리와 앉게”

“우선 삼조의 장안 작전 성과에 대한 치하가 있었네. 오늘 특별 회식비가 지급될 테니 저녁에 다들 한잔하세.”

두원의 말에 와~하는 함성이 일었다.

“그리고 우리는 곧 정주로 가야 할 듯하네. 그런데 자네들도 느꼈겠지만 흉수들의 중심에 다가설수록 위험도 커질 것이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정주 작전부터는 무림맹 고수들이 별도로 우리 삼조를 뒤에서 호위할 걸세.”

“그렇지 않아도 우리도 그 문제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고수들이 우리를 뒤에서 호위한다는 말입니까?”

항백이 두원에게 물었다. 다들 궁금한 점이었다.

“나도 아직 잘 모르겠네. 고수들이 있다면 삼조로 배치하는 방안도 말씀 드렸더니 그것보단 뒤에서 호위하는 방안이 더 좋겠다는 말씀만 계셨어. 두고 보면 알겠지.”

“그럼요. 그건 나중에 두고 보면 알겠죠. 그건 그렇고 저녁도 다 되어 가는데 바로 나가시죠?”

항백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들 그런 항백을 어이없어 바라봤다.

아직 해가 중천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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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8. 두 번째 하산 +4 17.01.07 3,645 54 10쪽
68 67. 원점元點 +2 17.01.07 3,322 52 10쪽
» 66. 전열정비戰列整備 +2 17.01.05 3,558 52 9쪽
66 65. 난주 격돌 3 +2 17.01.05 3,178 52 10쪽
65 64. 난주 격돌 2 +2 17.01.04 3,410 51 10쪽
64 63. 난주 격돌 1 +2 17.01.04 3,358 51 10쪽
63 62. 전화위복 +2 17.01.03 3,547 53 10쪽
62 61. 접촉 +2 17.01.02 3,569 53 10쪽
61 60. 포착捕捉 +2 17.01.02 3,614 55 10쪽
60 59. 작전 +2 16.12.31 3,635 56 10쪽
59 58. 출전出戰 +2 16.12.31 3,694 55 11쪽
58 57. 재회 +7 16.12.30 3,741 58 10쪽
57 56. 그리움 +2 16.12.30 3,689 53 10쪽
56 55. 회오리 +2 16.12.30 3,816 57 10쪽
55 54. 궁구窮究 +5 16.12.29 3,872 57 10쪽
54 53. 숙원宿願 +2 16.12.29 3,515 54 11쪽
53 52. 결별의 시작 +2 16.12.29 4,187 55 11쪽
52 51. 멸구滅口 +4 16.12.27 4,207 57 9쪽
51 50. 위장 +3 16.12.27 3,555 56 10쪽
50 49. 생포 +2 16.12.27 3,771 56 11쪽
49 48. 역습 +2 16.12.25 3,606 53 10쪽
48 47. 차질蹉跌 +2 16.12.25 3,746 56 12쪽
47 46. 위기 +3 16.12.25 3,611 51 12쪽
46 45. 유인誘引 +3 16.12.22 3,880 53 9쪽
45 44. 아픔 +3 16.12.22 3,608 58 11쪽
44 43. 확인 +3 16.12.22 3,748 5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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