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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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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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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9. 생포

DUMMY

장세모 부전주는 삼조 일행과 독립검수들간에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나무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재의 상황이 당황스럽기는 독립검수들보다 장세모가 더했다. 하찮은 파락호 놈들을 습격하는 것이라 쉽게 생각했다. 애초 거금을 주고 목걸이를 살 생각이 없었으니 빼앗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런데 역습을 당하고 있다.

장세모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다. 요즘 자주 미간을 찌푸리는 장세모였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충분히 유인책임을 예견할 수도 있었다.

목걸이를 노리는 곳은 자신들만이 아니었다. 이황야도 있었다. 자신들은 이황야가 목걸이를 노리고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황야 측에서는 자신들의 조직을 모르고 있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는 법이다. 이황야 측에서도 장세모 조직을 알아내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그래서 미끼를 던지고 유인을 하는 것이다. 당연했다. 예전의 장세모라면 결코 이런 유인책에 걸려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장세모는 이전의 장세모가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쉽게 적의 유인책에 빠진 자신이 너무 멍청하고 어리석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저들을 구하러 갈 것인가? 아니면 버릴 것인가?

장세모가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장세모에게는 그런 선택권이 없었다. 장세모의 등뒤 나뭇가지에 한 인영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장세모가 뒤돌아 봤다. 나타난 인영은 노인이었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거나 자신보다 조금 더 많은 것 같았다. 만면에 웃음이 어려있었다. 소노였다.

“우리도 한바탕 어울려야겠지?”

소노가 웃으며 말했다.

장세모는 노인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한 순간에 알아봤다. 하지만 자신도 숱한 고수들이 있는 조직에서 부전주의 자리에 까지 오른 사람이다. 결코 무공이 짧다 할 수 없었다.

장세모가 대답 대신 오른 주먹을 뻗어갔다. 소노가 나뭇가지를 가볍게 튕기며 날아 올라 장세모의 뒤로 떨어져 내리며 주먹으로 장세모의 뒷머리를 내려쳤다. 그렇게 높은 나무 위에서 두 노인의 격전이 이어졌다.


남궁이현이 남궁세가 가전절기인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의 절초로 상대를 몰아 부치고 있었다. 창궁무애검법은 남궁세가의 색깔을 잘 드러내는 검법이다. 글자 그대로 푸른 하늘에 끝이 없는 기상을 펼치는 호방한 검법으로 승부의 기울기가 이미 기울어진 경우에 주로 사용되었다. 상대를 압도한 상태에서 강력한 힘을 배경으로 철저히 제압해가는 초식이었기 때문이다. 강력한 기세 앞에 상대는 혼이 달아나고 넋이 빠져버렸다. 하지만 팽팽하거나 밀리는 상황에서 창궁무애검법의 호방함은 때때로 약점일 수도 있었다. 지금 남궁이현이 창궁무애검법을 시전함은 이미 승부가 기울어졌다는 의미였다.

두원과 맞서고 있는 복면인의 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입고 있던 흑의는 곳곳이 칼에 베어져 너덜거렸고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두원이 다시 공격해 들어갔다. 두원이 심장으로 찔러가는 검에 손목의 힘을 이용한 변화를 주어 복면인이 검을 들고 있는 팔을 베어갔다. 스걱~ 날카로운 검에 복면인의 팔이 검과 함께 땅으로 떨어졌다.

항백과 경표는 여전히 팽팽한 싸움을 하고 있었으나, 주위의 기세가 불리해졌음을 느낀 복면인들은 조금씩 기세가 꺾이고 있었다. 다른 상황에서의 승부였다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격전이었으리라.

서홍과 남태혼 역시 처음의 수세를 극복하면서 복면인에 대해 조금씩 우위를 점해 나가고 있었다. 주위의 유리한 상황 덕에 상대의 손발이 어지러워졌기 때문이었고, 묵진휘의 무공을 견식 한 것만으로도 둘의 무공은 부지불식간에 일정한 발전이 있었던 것이다.

당수진과 무림맹 책임무사의 싸움은 이제 막 끝을 맺고 있었다. 당수진은 가녀린 몸매에도 불구하고 역시 사천당문의 일원다웠다. 특별히 암기와 독을 이용하지 않고도 책임무사와 호흡을 맞춰 복면인을 완전 제압했다.


소노와 장세모의 대결은 이제 지상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조금씩 불리해졌던 장세모가 땅으로 내려서자 소노도 따라 내려온 탓이다.

장세모는 대단한 고수였다. 비록 정보계통에서 세월을 보내온 탓에 무력부대에 속해있진 않았지만 젊은 시절부터 상당한 무공을 갖추었고 나이 들면서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노가 더 강했다.

소노는 젊은 시절부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단독으로 강호를 종횡했다. 생각이 협俠을 추구했고 성격이 낙천적이었으며 기질이 호방했기에 친구가 많았고 그런 성격이 대부분 그러하듯 술을 좋아했다. 하지만 비슷한 부류의 무인들과 어울려 지내기는 했지만 결국 가는 길은 달랐다.

소노가 추구하는 의협이 명분보다는 실리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소노는 젊은 시절부터 일반 백성들이 곤궁한 삶을 사는 것에 안타까움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불의나 흉악한 무리로부터 일반 백성들을 보호하는 것에 자신이 무공을 수련하는 의미를 두었다. 하지만 불의와 관계없이 일반 백성들의 삶은 힘겨웠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큰 불의가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자격이 되지 않는 위정자爲政者들에 의한 정치였다.

그런 것을 깨달은 후 소노는 비분강개했지만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 즈음에 이황야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소노는 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켜줄 사람이.


장세모의 손가락이 검붉게 변하고 있었다. 장세모의 최고 절기인 조공爪攻 흑파수黑筢手였다. 흑파수는 손가락과 손톱이 검붉게 변하면서 단단한 쇠로 만든 갈퀴처럼 기능할 수 있는 절기였다. 이제까지 소노의 강력한 권각拳脚을 고려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던 장세모가 오히려 거리를 좁혀왔다.


무인들은 검을 사용하면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검기와 검강을 바탕으로 하면서 싸움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기 시작했다. 고수들일수록 힘이 닿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하수는 고수에게 접근도 하지 못한 채 일격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수들은 거리를 늘리기 위해 고심했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지면 자연 힘도 떨어지는 법. 어떤 부류는 거리보다 강력한 힘을 선호했다. 그렇게 거리와 힘이란 두 개의 흐름이 경쟁하고, 보조적으로 속도와 변화가 덧붙여졌다. 인간의 무공은 그런 경쟁과 상응相應속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장세모가 거리를 좁혀 오는 것은 거리와 속도와 변화를 포기하고 힘의 집중을 의미했다. 다른 것을 포기하고 하나에 집중한다는 것은 비장함이고 결연함이다. 그래서 근접박투는 진정성 있는 격전의 방식으로 간주되었고, 무공이 하늘에 다다른 이 시대에도 여전히 강력한 싸움의 양태로 기능했다.

소노도 장세모의 접근에 마주 접근했다. 소노 역시 권각이 주무기였던 것이다. 소노 입장에선 장세모의 접근이 내심 바라던 바였다.

장세모가 우수右手로 심장과 목덜미와 어깨를 노리고 세 번 연속 팔을 뻗었다. 마치 우수가 세 개나 있는 듯 세 번의 공격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근접 상태인지라 몸을 돌려 피하긴 어려웠다. 결국 권각으로 막는 수 밖에. 소노가 좌우 양팔을 이용해 장세모의 공격을 연속적으로 후려친 후에 오히려 발을 날려 장세모의 옆구리를 걷어 차갔다. 장세모가 팔꿈치로 소노의 발을 막으면서 다른 손으로 다시 연속적인 갈퀴질 공격을 해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일진일퇴 공방이 이어졌다. 사람의 손발이 부딪히는데 공기가 타 들어가는 듯 펑펑하는 소리가 들렸고 먼지가 회오리 바람처럼 허공 높이 말려 올라가 멀리서 보면 둘의 모습이 어스름한 구름 속에 노니는 신선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장관도 곧 끝나고 말았다. 결국 장세모가 소노의 주먹과 발차기에 관자놀이와 옆구리를 동시에 가격당한 후, 그 자리에 짚단 쓰러지듯 쓰러져버렸다.


객잔 별채에서 술자리가 벌어졌다.

소노 일행과 삼조 일행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지는 술자리였다.

“두 명의 복면인은 결국 죽었다고 합니다. 해서 소노께서 사로잡은 노인과 복면인 네 명하여 다섯 명이 지금 무림맹 항주 지부에 감금되어있습니다. 무림맹에서 그들의 호송을 위해 백호당 무인들을 이곳 항주로 파견한다고 합니다. 조사는 무림맹 본부로 가서 진행될 것 같습니다.”

두원이 소노에게 최종 보고를 했다. 항백과 경표와 싸웠던 복면인들은 죽었지만 나머지는 생포에 성공했다. 항백과 경표는 상대에 대해 압도적 우위에 있지 않았기에 생포하기 곤란했던 것이다.

“모두들 수고가 많았네. 오늘은 편히 쉬면서 한잔들 하시게. 하하”

소노가 모두의 노고를 치하했다.

“상단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요?”

항백이 소노에게 물었다.

“사로잡은 노인은 상단에서 물색한 구매자라 했으니 상단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직접적인 증거는 없는 셈이지. 상단은 이미 드러나 있는 조직이니 그대로 두면서 은밀히 감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야”

소노가 대답했고 모두들 그러는 것이 낫겠다고 여겼다.

“이번에 항형과 경형은 원 없이 기루 생활을 즐겨서 좋으시겠소. 흐흐. 부럽구려”

서홍이 항백과 경표를 보며 부러워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며칠 연속하니 고역이었소. 클클”

“자네한테 고역이었다는 느낌은 전혀 갖지 못했네만, 내 느낌이 잘못된 것인가?”

항백이 손사래를 쳤지만 경표가 옆에서 퉁을 놓았다.

“그럼 다음에는 내가 그 역할을 해도 되겠소?”

서홍이 다시 능청스레 물었다.

“어험~. 그건 그때 가서 상황을 보면서 다시 얘기합시다.”

항백의 너스레에 다들 소리 내어 웃었다.

“아니지. 다음에는 남궁이현에게도 한 번 맡겨봐야 하지 않겠나? 기루에 가면 인기도 좋을 게야”

경표가 남궁이현을 쳐다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한마디 했다.

순간 별채 안의 공기가 싸늘해졌다.

남궁이현을 제외한 모든 사람의 눈길이 눈치 없는 경표를 향했고, 경표도 순간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듯 두 눈이 초점을 잃어갔다.

“경표 선배께서는 정신을 기루에 두고 오셨나 봐요. 호호. 그 정신은 이미 쓸모 없을 듯하니 제가 새로 좋은 정신 하나 만들어 드릴게요. 좀 있다 따로 저 좀 보세요.”

당수진의 말에 경표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다른 사람들을 쳐다봤지만 모두들 경표의 눈길을 외면했다. 당사자중 하나인 남궁이현만은 경표의 눈길을 외면하지 않았으나 마주보는 그 눈빛에도 어떤 의미나 배려가 담겨 있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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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7. 재회 +7 16.12.30 3,740 5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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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 회오리 +2 16.12.30 3,815 57 10쪽
55 54. 궁구窮究 +5 16.12.29 3,872 57 10쪽
54 53. 숙원宿願 +2 16.12.29 3,514 54 11쪽
53 52. 결별의 시작 +2 16.12.29 4,186 55 11쪽
52 51. 멸구滅口 +4 16.12.27 4,207 57 9쪽
51 50. 위장 +3 16.12.27 3,555 56 10쪽
» 49. 생포 +2 16.12.27 3,771 56 11쪽
49 48. 역습 +2 16.12.25 3,605 53 10쪽
48 47. 차질蹉跌 +2 16.12.25 3,746 56 12쪽
47 46. 위기 +3 16.12.25 3,610 51 12쪽
46 45. 유인誘引 +3 16.12.22 3,880 53 9쪽
45 44. 아픔 +3 16.12.22 3,607 58 11쪽
44 43. 확인 +3 16.12.22 3,748 54 10쪽
43 42. 미끼 +3 16.12.21 3,736 5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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