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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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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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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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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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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전화위복

DUMMY

객잔 별채에 삼조원들이 모였다.

“서홍 그 친구가 안에 있습니다. 그 친구를 구해야지요.”

항백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렇습니다. 다시 들어가서 서홍을 구해야 합니다.”

경표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진정하게. 자네들 마음 모르는 것이 아니네만 이럴수록 냉정해져야 하네. 지금 우리 전력으로 그곳에 다시 들어가면 모두 죽는 길 밖에 없네. 그건 서홍이 원하는 바가 아닐 걸세”

두원이 조원들을 진정시켰다.

“섬서 지부에 지원을 요청해보면 어떻겠습니까?”

답답한 심정의 남태혼이 말했다. 사실 여기 있는 어느 누구보다도 서홍이 걱정되기는 남태혼이 더했다. 다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을 뿐이다.

“곤란하네. 저들이 흉수의 일당이라는 물증이 없는데다 장원으로 잠입한 것은 무림맹으로부터 허락 받지 않고 우리가 독단적으로 판단한 일일세. 지금 무림맹이 나선다면 오히려 무림맹의 위신과 체면이 땅에 떨어지게 되네.”

두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두원도 지금 이렇게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이 한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서홍이 죽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저 혼자서라도 다시 들어가겠습니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항백이 고집을 부렸고 경표가 따라 나서려 했다.

“잠깐만요, 선배들. 서홍 선배가 죽었대요? 아님 잡혔대요?”

당수진이 항백과 경표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수진의 말에 항백과 경표가 무슨 말이냐는 듯이 당수진을 쳐다봤다.

“아까 장원에서 상급자인듯한 무사가 하는 말 못 들었어요? 놈들이 항백 선배와 경표 선배를 포위하면서 반드시 잡아 침입자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고 했잖아요? 만일 서홍 선배가 잡혔다면 그랬겠어요?”

당수진이 침착하게 의문을 표시했다.

서홍이 잡히지 않았으니 항백과 경표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얘기일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분명히 잡히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도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항백과 경표의 흥분을 가라앉히기에는 충분한 말이었다.

“그렇다면 서홍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말인가?”

항백이 물었다.

“솔직히 그건 확신할 수 없죠. 하지만 그들의 말을 되새겨보면 그럴 가능성은 충분해요. 차분히 생각해봐요. 서홍 선배가 들어간 전각이 사람들이 거주하는 침전寢殿은 아닌 듯 해요. 집무실이죠. 그래서 서홍 선배도 그리로 들어간 거잖아요? 그리고, 누가 발각됐어요? 안으로 들어간 서홍 선배예요? 아니잖아요? 밖에 대기 중이던 항백 선배가 지붕에서 철전鐵錢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잖아요? 아니, 잠입작전을 수행하는 사람이 옷 속에 철전은 왜 넣고 다녀요? 아무튼, 아직 서홍 선배의 잠입을 그 놈들이 모르고 있을 수 있어요”

당수진이 항백의 부주의를 꾸짖으면서도, 서홍이 잡히지 않았을 가능성을 차분히 설명했다.

“어디서 주워 들은 건 많아가지고··· 글쎄 철전이 유용한 암기가 될지도 모른다면서 기어코 품에 넣더라니. 쯧쯧”

당수진의 말에 경표가 같이 항백을 꾸중하고 나섰다. 항백은 부끄러운 듯 얼굴이 달아올랐다.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는가?”

두원이 당수진에게 물었다.

“우리의 위험도 줄이고 서홍 선배가 탈출할 여건도 만들어줘야죠. 우리가 다시 가서 장원을 밖에서 공격하는 거예요. 물론 공격하는 척하는 거죠. 그리고 무사들을 밖으로 유인하는 거예요. 그 사이 서홍 선배가 스스로 탈출하길 기다려야죠.”

당수진이 삼조의 두뇌가 되어가고 있었다.


서홍은 대들보 끝 구석진 곳에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밖에서 항백과 경표 등이 도주한 후 서홍이 숨은 전각으로 두 명의 사람이 들어왔다. 두 사람이 들어오자 실내에 있던 세 명의 무사들은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은 상단의 단주와 총관이었다. 서홍도 안홍상단을 감시하면서 단주와 총관의 얼굴을 익혔었다.

“없어진 것이 없는지 확인해보게.”

단주가 총관에게 지시했다.

총관이 문서 궤의 열쇠를 풀고 안을 살폈다.

“다행이 없어진 것은 없습니다. 그 놈들이 이곳까지는 들어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 그런데 그 놈들이 누굴까? 무림맹?”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항주에서도 그 놈들이 목걸이로 유인하지 않았습니까?”

단주의 물음에 총관이 답했다.

“그렇지. 그 놈들 유인책에 걸려들어 장부전주께서 생포되신 후 자결하셨지. 괘씸한 놈들. 일단, 정주鄭州로 이 사실을 전서구로 알리게. 이 곳 종오각의 폐쇄 여부 등 향후 대책은 회會의 결정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침입자들을 잡아 그 놈들이 무림맹임을 밝혀낼 수 있었다면 무림맹에게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힐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군.”

단주가 무림맹에 대한 분노 속에 침입자를 잡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솔직히 저는 우리에 대한 질책은 없을지 걱정됩니다.”

단주의 아쉬움에 비해 총관은 걱정이 앞섰다.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걸세. 특별히 잃어버린 것도 없으니 큰 책임이야 있겠는가? 항주 대항상단의 단주와 총관도 그대로 상단을 운영하고 있지 않나? 다만, 제남의 종오각은 목걸이 분실 후 폐쇄되었으니 총관도 상단 매각 지시에 대비해 정리 준비를 해두게. 그리고 경계를 강화하고 장원 안팎을 다시 한번 수색해보게. 아직 침입자들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

단주가 총관을 안심시키면서도 여전히 침입자들을 생포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곧 둘은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간 걸 확인한 서홍은 대들보에서 내려와 밖의 기척을 살폈다.

전각 계단 밑에서 경비무사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경계를 서고 있었다. 서홍이 문서 궤의 열쇠를 풀고 다시 장부를 품속에 챙겼다. 그리고는 탈출 방법에 대해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데 밖에서 고함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저쪽에 침입자다. 도주하지 못한 놈들이 아직 남아 있다. 저 놈들을 잡아라”

“이쪽에도 놈들이 있다. 너희들은 이쪽 놈을 쫓아라.”

여기저기서 고함소리가 들렸고, 무사들은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면서도 침입자를 쫓아갔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전각 근처에는 경비 무사가 하나도 없게 되었다. 서홍은 이것이 삼조의 유인작전임을 눈치 챘다.

조용히 전각을 빠져 나온 서홍은 담장 그늘에 몸을 숨긴 후 가만히 담을 넘었다.



객잔 별채에 삼조원들이 모두 모였다.

“여기 항백과 경표가 혼자서라도 자네를 구출하겠다고 각오를 보여줬네. 난 그 깊은 우정에 감동했다네.”

남태혼이 서홍에게 항백과 경표를 추켜세웠다.

“그 깊은 우정은 필요 없으니 철전이나 떨어뜨리지 말라고 전해주게.”

서홍의 짐짓 화난 듯한 대거리에 항백의 얼굴이 다시 달아올랐다.

“그나 저나 그때 무슨 독을 뿌렸는가?”

서홍이 당수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서홍이 당수진에게 말을 놓았다. 제일 막내인 당수진의 요청이었다.

“독? 아~그거 설사약이에요. 저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여기 남궁공자께서 갑자기 독을 뿌려라 하지 않겠어요? 저는 독을 가지고 다니진 않아요. 설사약 밖에. 그래서 그걸 뿌렸지요. 호호. 정말 독 좀 가지고 다녀야겠어요. 만약을 대비해서 말이죠.

당수진이 이제 생각났다는 듯 해맑게 웃었다.

“그럼, 그게 이현의 거짓말이었단 말이야?”

서홍이 놀라 남궁이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둘이 미리 입을 맞춘 게 아니고 순간적으로 이현이 거짓말을 했다구?”

경표도 놀라 남궁이현을 쳐다봤다.

“그게 저도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그런 거짓말이 생각났습니다. 허 참~”

남궁이현이 머쓱하게 손으로 머리를 만지며 대답했고 다들 남궁이현의 답에 큰소리로 웃었다.

“앞으로는 둘이 입을 미리 맞춰. 나도 독毒이란 소리에 놀랐잖아.”

항백이 손으로 입을 톡톡 치면서 말했다. 이미 항백의 얼굴에 실수에 대한 부끄러움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말에 다시 한번 다들 큰소리로 웃었고 당수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

“아무튼 고생했네”

웃음이 잦아들자 두원이 서홍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다시 한번 격려했다.

“그렇죠. 흉수 조직의 정확한 이름은 아직 모르지만 무슨 회會라는 것. 안홍상단과 항주의 대항상단, 제남의 상단이 모두 회의 하부 조직이라는 것. 뇌옥에서 자결한 우두머리가 장부전주라는 것과 그들 모두 회 소속이라는 사실. 정주에 그 놈들 본거지가 있다는 사실 등등 이번에 확인한 사실이 무척 많습니다. 하하하”

항백이 서홍이 탈출한 후 객잔에 와서 보고한 내용을 요약했다.

“전화위복일세 그려”

경표도 거들었다.

“그럼 다음 번에는 아예 적지로 위장 침투시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세작 말입니다. 크크”

남태혼의 농담에 서홍이 두 손가락으로 남태혼의 눈을 찌르는 시늉을 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네. 확보한 장부도 분석해야 하고, 정주도 조사해야 하네. 그리고 상단과 장원 감시도 계속해야겠지. 일단 상단과 장원의 감시는 이곳 지부에 부탁하면 될 듯 하네. 우리는 무림맹으로 돌아가서 당주님과 총군사께 보고하여 후속 지시를 받기로 하고, 정주 지부에 후명신에 대한 기초조사도 요청하는 것이 좋겠네.”

두원이 향후 일정을 대략 제시했다. 일단, 장안에서의 작전은 성공리에 마무리 된 것이다.

“이번 작적은 조금 딱딱했지?”

경표가 항백에게 의뭉스럽게 물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하지만 다음 작전을 기대하자구.”

항백의 얘기에 당수진이 눈을 흘겼다. 그들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되었지만, 기루 같은 결정적인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응징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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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5. 난주 격돌 3 +2 17.01.05 3,177 52 10쪽
65 64. 난주 격돌 2 +2 17.01.04 3,409 5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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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 전화위복 +2 17.01.03 3,547 53 10쪽
62 61. 접촉 +2 17.01.02 3,568 5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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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59. 작전 +2 16.12.31 3,634 56 10쪽
59 58. 출전出戰 +2 16.12.31 3,693 55 11쪽
58 57. 재회 +7 16.12.30 3,740 58 10쪽
57 56. 그리움 +2 16.12.30 3,688 53 10쪽
56 55. 회오리 +2 16.12.30 3,815 57 10쪽
55 54. 궁구窮究 +5 16.12.29 3,871 57 10쪽
54 53. 숙원宿願 +2 16.12.29 3,514 54 11쪽
53 52. 결별의 시작 +2 16.12.29 4,186 55 11쪽
52 51. 멸구滅口 +4 16.12.27 4,207 57 9쪽
51 50. 위장 +3 16.12.27 3,554 56 10쪽
50 49. 생포 +2 16.12.27 3,770 56 11쪽
49 48. 역습 +2 16.12.25 3,605 5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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