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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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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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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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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그리움

DUMMY

수많은 종류의 난들이 일제히 꽃을 피워 향기가 사방에 진동하고 있다. 그래서 난향헌이다.

유혜연이 요즘은 교주를 대신해 난을 돌보고 있다.

호미질이 서툴러 난 줄기에 조그만 상처가 생겼다. 유혜연이 난의 상처를 치유하려고 바쁘게 흙으로 북돋우기도 하고 물을 주기도 하지만, 마음만 급할 뿐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저 바라볼 뿐이다.

유혜연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무언가를 할 줄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다만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요즘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기다림마저도 어느 순간 낯설게 변한다. 흘러가는 시간을 잡고 있어야 하는지 그냥 흘려 보내는 것이 기다림인지 알 수 없었다.

호미를 진 손만이 허허롭게 움직일 뿐이다.

멀리서 그런 유혜연을 바라보는 파파의 마음에도 적막함이 인다.



무림맹으로 갔던 소노가 남경으로 돌아왔다.

서홍과 남태혼은 무림맹에 남았다 한다. 묵진휘가 무림맹으로 오기로 했으니 남은 것이리라. 소노가 남경에서 무한으로, 무한에서 다시 항주로, 또 다시 항주에서 무한으로, 그리고 다시 남경으로 올때까지도 묵진휘는 무림맹에 도착하지 않았다.

무림맹으로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 흘러갔다.

예전 묵진휘가 앉았던 정원의 조그만 바위에 공녀 주여전이 앉아 있다. 날씨는 포근하다 못해 벌써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가?’

보지 않으니 오히려 궁금함이 커져갔다. 처음에는 묵진휘를 생각하는 자신이 스스로도 낯설고 부끄러웠으나 조금씩 익숙해져 이제는 부끄럽게 생각되진 않았다.

“너무 걱정 마세요. 아가씨”

등 뒤에서 냉보모의 목소리가 들렸고 들고 있는 쟁반에는 찻잔이 놓여 있다.

공녀가 싱긋 웃으며 냉보모에게도 눈짓으로 앉으라 말한다.

냉보모의 넘겨짚기에 조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싫지 만은 않다. 자신에게는 친구가 없다. 냉보모가 엄마이자 친구이다. 오히려 엄마이자 친구인 냉보모가 자신의 마음을 전혀 알지 못한다면 답답한 심정을 누구와 나눌 것인가?

“너무 넘겨짚지 마세요”

마음과는 다른 말이 나온다.

“호호, 누가 넘겨 짚었다고 그러세요. 아가씨 얼굴에 다 쓰여있는 걸요. 호호호”

“냉보모 호호거리며 웃는 것도 다 보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제 마음에도 봄바람이 부는가 봐요. 호호”

“너무 놀리지 말아요.”

“그럼 제게 잘 보이세요.”

둘은 모녀처럼, 자매처럼, 친구처럼 호호거리며 늦봄의 따스함을 나누었다.

“그 사람, 괜찮을까요?”

드디어 공녀의 입에서 걱정스런 마음이 묻어났다.

“걱정하지 마세요. 묵대협 무공실력을 직접 보셨잖아요? 그 정도면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정도는 아니니 마음 놓으세요”

냉보모가 공녀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마음에 농담까지 했다.

“저도 그 사람이 상당한 고수라는 건 알지만 세상에 나가보니 고수들이 너무 많은 듯해 사뭇 걱정돼요. 그 사람보다 더 강한 사람도 있을 거잖아요? 아니면 속임수도 있고, 많은 수로 덤벼들 수도 있고.”

공녀가 걱정을 쏟아내자 냉보모가 피식 웃었다. 그리움이 깊어지면 어쩔 수 없이 걱정도 많아지는 법인 모양이다.

“아무리 기인이사가 강변의 모래알처럼 많은 곳이 강호라고 해도 제가 보기에 묵대협보다 고수는 손에 꼽을 정도일 거예요. 그리고 이 넓은 강호에서 묵대협이 그런 초고수를 만날 확률은 제가 시집갈 확률보다 낮을 거예요.”

냉보모가 다시 농담으로 공녀의 마음을 안정시켰다.

“고마워요.”

공녀의 인사에 냉보모가 공녀의 손을 꼭 쥐었다.



“이 친구는 도대체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 거야?”

삼조 집무실에서 서홍이 남궁이현을 보며 말했다.

묵진휘가 오지 않음을 묻는 것이다.

“그걸 이현 이 친구가 어떻게 알겠어?”

남태혼이 대답을 대신했다.

“마침 나도 걱정하고 있던 중이었어. 우리가 기다리는걸 알면서 이렇게 늦을 친구가 아닌데 이상하군.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남궁이현도 걱정이라는 듯 되물었다. 답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되묻는 건 남궁이현의 성격이 아니었지만 남궁이현도 걱정되는 마음에 되묻고 만 것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들어보니 대단한 고수이신 듯 한데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요?”

옆에 있던 당수진이 남궁이현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대신 대답했다.

“그나저나 잡은 단서는 잃어버렸고 또 다른 사건들은 연이어 터지니 영 정신이 없군.”

항백이 머리가 아프다는 듯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항백 자네가 그렇게 머리 아플 일은 아닌 듯 하네만. 클클”

서홍이 퉁을 주듯 말했다.

항주 작전을 같이 수행하면서 서홍과 남태혼은 삼조원들과 무척 친해져 서로 친구가 되었다. 두원은 인심 좋은 큰 형님 같은 성격인지라 서홍과 남태혼에게 처음부터 격의를 두지 않았고, 항백과 경표는 활발한 성격에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는 기질이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급속히 서로 친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궁이현의 친구들이라는 점이 다른 사람들의 신뢰를 키워줬다. 남궁이현의 친구라면 무엇을 의심할 것인가?

서홍과 남태혼은 묵진휘를 기다리면서 무림맹에 눌러 앉았고 이제는 삼조 조원처럼 생활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는가? 무림맹의 일이 삼조의 일이고 삼조의 일이 곧 내 일인데 내가 어찌머리가 아프지 않겠는가?”

항백이 정색했다.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군. 무림맹의 일이 삼조의 일이고, 삼조의 일이 자네 일이고, 자네 일은 곧 기루에 가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니 머리가 아플 만도 하겠군.”

서홍이 항백을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점잖은 투로 말했다. 옆에 있던 남태혼과 경표는 연신 킥킥거렸고 남궁이현도 빙긋이 웃었다.

“이현도 웃는 걸 보니 관심이 있는 모양이네. 이번에는 자네가 기루 작전을 담당해보게.”

그렇게 킥킥거리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남태혼의 감각 낮은 농담 한마디가 보태졌다.

순간 키득거리던 경표가 합~하면서 웃던 입을 손으로 막으며 순간적으로 당수진의 눈치를 살폈다. 이미 동일한 잘못으로 당수진에게 크게 혼난 경험이 있는 경표였다. 항백도 금새 울상을 지으며 남태혼을 눈으로 나무라고 있었다. 서홍도 워낙 눈치가 빠른지라 경표가 당수진을 힐끗 쳐다보는 상황 하나로 이내 분위기를 눈치채고 얼굴에서 웃음을 지웠다.

남태혼은 당황했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다들 이런단 말인가?

“남선배까지 기루에 관심이 많으신 줄 몰랐군요. 그런 분이 아닌 줄 알았는데 제가 잘못 봤군요.”

싸늘한 당수진의 한마디에 남태혼은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올라 손사래를 치며 극구 부인했다.

“아니오. 내가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그게···저···이 친구들이 하도 기루, 기루 하길래 내 입에도 그 얘기가 전염되어버린 모양이요. 절대 나와 남궁이현 저 친구는 기루에 전혀 관심이 없소. 당소저께서 사람을 잘 보신 게요. 하늘을 두고 맹세할 수 있소”

이제야 분위기를 파악한 남태혼이 순간 기지를 발휘하여 실내에 있는 남자를 두 부류로 분리하여자신의 평안을 도모했다. 남태혼의 손짓 하나로 기루를 탐하는 한 무리가 되어버린 항백, 경표, 서홍은 남태혼을 잡아 먹을 듯이 노려보며 항의하려 했으나 당수진이 빨랐다.

“세 선배께서는 새벽 수련에도 불구하고 기력이 넘치시는 모양이군요. 제가 그 기력을 조금 줄여드리겠어요.”

세 사람은 당수진의 한마디에 대경실색했다. 당수진의 의도를 알아챈 것이다.

독과 암기로 유명한 당가에는 약의 종류도 수 없이 많았고 그 기능도 실로 다양했다.

일전 항백과 경표는 삼 일 가량 배탈이나 화장실을 들락거리면서 고생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당수진이 음식에 배탈을 일으키는 약을 탔던 것이다.

곁에서 그 고생을 똑똑히 본 서홍이 애원조로 변했다.

“나도 억울하오. 나 역시 피해자요. 원흉은 항백과 경표 이 두 사람이오. 오늘부터 이 사람들과 친구의 연緣을 끊고 갱생의 길을 가겠소. 한번만 봐 주시오”

“나 역시 피해자요. 원흉은 오직 항백 뿐이오. 나도 오늘부터 항백과 친구의 연緣을 끊고 갱생의 길을 가겠소. 부디 한번만 기회를 주시오”

서홍에 이어 경표까지 애원했다.

항백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혼자 뒤집어 쓰기에는 고통이 너무 컸다.

“아니오. 억울한 사람은 바로 나요. 나야 작전상 불가피하게 기루를 들락거렸지만 경표 저 사람은 작전이 아니라 본심에서 기루를 즐겼소. 그리고 서홍 저 친구도 그런 경표를 부러워해 자꾸 기루기루 하는 거요. 부디 당소저께서 혜안慧眼으로 앞뒤를 살펴주시오”

항백까지 애원조로 매달렸다.

고통 앞에 모든 친구의 연은 끊어지고 상황은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변해갔다. 남태혼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고 남궁이현은 빙긋이 웃고만 있었다.

그때 조장인 두원이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출동 준비해라. 우리 삼조는 섬서로 간다. 섬서로 가서 이전에 이조가 관찰했던 그 지역의 상단 하나를 밀착 감시하는 것이 임무다. 반면 이조는 항주로 가서 우리가 접촉했던 대항상단을 감시할 것이다. 상단들이 분명히 흉수의 세력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총군사님의 생각이시다. 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우리들의 주 임무다.”

두원이 임무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무림 명숙들에 대한 암살 건은 어떻게 논의되고 있습니까?”

남궁이현이 두원에게 물었다.

“마교의 소행으로 보는 의견이 다수가 되는 모양이야. 무림맹 상당 전력을 감숙 난주로 파견하는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문이다. 기다려보면 알겠지”

“조장님께서도 마교의 소행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항백이 물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우리가 찾고 있던 흉수의 세력과 연관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현재로선 증거가 없으니 그냥 감感일뿐이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마 흉수 세력이 마교의 소행으로 위장했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두원이 생각을 말했고 남궁이현도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삼조원 모두는 두원과 남궁이현의 생각에 동의했다. 하지만 무림맹의 다수 의견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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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 회오리 +2 16.12.30 3,815 5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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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3. 숙원宿願 +2 16.12.29 3,514 5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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