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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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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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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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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1.0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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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
10쪽

64. 난주 격돌 2

DUMMY

세 빈객은 직접 싸움에 나서지 않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싸움을 관망하고 있었다.

“굳이 우리가 나설 것도 없구먼 그래.”

이곳 저곳의 싸움을 훑어보던 쌍륜귀자 허탁이 클클 웃으며 말했다.

“이 놈들이 영웅대회도 개최하고 무림맹도 결성하길래 오랜 세월 힘을 축적했나 보다 여겼더니 말짱 쭉정이구먼. 킬킬”

은쾌검 진강이 맞장구를 쳤다.

“원래 무림맹이란 놈들이 모두 그래. 허울만 좋지 실속은 쥐뿔도 없는 놈들이 모인 곳이 바로 무림맹이지.”

풍우도 곡선기도 한마디 했다.

그때 그들의 뒤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동감同感이야. 크크크. 무림맹 놈들에게서 실속이라곤 찾아볼 수 없지. 크크크”

뒤에서 나는 웃음소리는 건조할 대로 건조해 도저히 물기가 있는 사람의 목에서 난 소리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소스라쳐 놀란 세 빈객이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이럴 수는 없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싸움 구경에 넋 놓고 있었다 해도 어떻게 이 장 뒤로 사람이 다가 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세 사람 모두가. 더구나 다가온 사람도 하나가 아닌 셋이나 되는 것을.

“네 놈들은 누구냐?”

허탁이 갈라진 목소리로 다급히 물었다.

“그건 무림맹 놈들이 잘하는 소리지. 그 놈들은 아무나 보고는, 네 놈은 누구냐고 묻곤 하지. 깔깔깔. 당신은 정파 나부랭이는 아닌 듯 보이는데?”

다른 사내가 말을 받았다.

“감히 마교의 안마당 격인 난주에 와서 누구냐고 묻는 네 놈들은 누구냐?”

또 다른 사내가 매우 궁금하다는 듯이 고개까지 내밀며 물었다.

“마교 놈들이로구나. 잘 됐다. 이 참에 무림맹 놈들과 네 놈들을 모두 죽여 일거양득一擧兩得이나 가져야겠구나. 그래야 노부들이 나선 보람이 있지”

어느새 냉정을 되찾은 풍우도 곡선기가 말했다. 비록 기척도 없이 등뒤에 나타나는 바람에 순간 놀라기는 했지만 이들도 한때를 풍미한 전대의 고수들이었다.

“그냥 인사하고 돌아설 사이는 아닌 듯 하니 손속을 섞기 전에 서로 통성명이나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나는 진강이라 하지. 사람들은 은쾌검으로 불러준다네. 여기 이 친구는 쌍륜귀자 허탁이라 하고 저 친구는 풍우도 곡선기라 하지.”

진강이 통성명을 제안했다. 자신들은 전대前代의 사람들이다. 상대는 장년인들로 자신들이 누군지모를 수 있었다. 그래서 상대가 자신들을 알아보고 주눅이 들기를 내심 바라는 마음에 먼저 이름을 밝힌 것이다.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야. 아직 죽지 않았었군 그래? 오래 전에 들어봤는데 말이야.”

셋 중 날카로운 검을 들고 있는 중년인이 말했다. 한데 놀리는 기색이 있을 뿐 전혀 놀라는 기색은 없었다.

“자네는 기억도 좋군. 난 들어본 적도 없는걸.”

육중한 도를 매고 있는 중년인은 한 술 더 떴다.

“인사를 받았으니 우리도 소개를 하지. 난생 처음 이렇게 단체로 소개를 주고 받으니 이것도 재미있군. 킥킥. 나는 권마존이라 하고 저 쪽은 검마존, 이 쪽은 도마존이라 한다. 마교에서는 우리를 삼마존이라 하지. 다른 이름은 없다.”

권마존이 자신들을 소개했다. 권마존의 소개에 검마존과 도마존은 쑥스러운 듯이 싱긋이 웃었다.

세 빈객은 대경실색했다. 그들도 마교의 삼마존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마교 교주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들로, 교주의 직접적인 명령 외에는 어느 누구의 명령도 따르지 않는 마교의 절대고수들.

인사가 끝나자 도마존이 도를 빼들었다. 인사를 끝냈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의미였다.

“저 놈은 내가 맡지.”

도마존이 풍우도를 쳐다보며 말했다. 같은 도刀끼리 부딪혀 보길 원하는 것이다. 자연히 검마존은 은쾌검 진강을 쳐다봤고 권마존은 허탁과 마주하게 되었다.


동하성의 온몸은 피로 적신듯했다. 개개의 상처는 그리 심하지 않았으나 워낙 상처가 많아 피로 얼룩진 것이다. 동하성은 지쳐 있었다. 공격보다 수비가 힘들고 내공도 많이 소모 되었다. 그래서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동하성은 접전 시작부터 지금까지 거의 공격을 하지 못했다. 그런 기회가 없었다. 전호가 다시 도를 내리쳤다. 동하성이 온 힘을 다해 전호의 도를 막아갔다. 동하성은 자신이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전호의 도를 막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몇 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저 놈은 지친 기색 없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도를 내리치고 있다. 과히 괴물 같은 놈이었다.

다시 몇 번의 도를 막아 냈다. 도를 막아 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심각한 상처를 입지 않았다는 것이지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 사이에도 몇 개의 상처가 생겼다.

동하성은 지칠 대로 지쳤다.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은 없었다. 자신 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이 맡고 있는 대원들도 반 이상 이미 쓰러져 있었고 나머지도 몰릴 대로 몰려있었다. 상황은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절망은 허무로 이어졌다.

전호가 다시 도를 내리쳐 왔다. 동하성은 내리쳐 오는 도를 가만히 볼 뿐 검을 들지 않았다. 검을 들어 막는 짓이 수레 바퀴 앞의 사마귀 같은 꼴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동하성이 가만히 눈을 감았다.

캉~

날카롭고 경쾌한 금속성이 울렸다. 동하성은 눈을 떠 자신의 검을 내려다 봤다. 분명히 검은 땅을 향한 채 그대로 있다. 그렇다면 그 소리는 무엇인가? 동하성이 고개를 들어 전호를 쳐다봤다. 전호는 놀란 얼굴로 딴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네 놈은 내가 상대해주마.”

가녀린 음색이었다. 동하성이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인이었다. 날씬한 몸매에 차가운 냉기가 흘러는 얼굴이었지만 미인이었다.

“네 년은 누구냐?”

전호가 놀라 물었다.

“이 땅 주인을 주인으로 받들어 모시는 사람.”

미인이 웃으며 답했다. 싸늘한 냉기가 흐르는 얼굴에 어리는 웃음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혹적이었다.

“이 땅 주인?”

전호가 머리를 약간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곳은 난주다. 난주의 주인이 누군지 몰라 묻는 게냐?”

“마교?”

전호가 아닌 동하성의 입에서 마교라는 말이 나왔다.

“네 놈은 그래도 머리가 돌아가는구나. 호호”

미녀가 동하성을 바라보며 싱긋 미소 지었다.

동하성은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제까지 싸웠던 상대가 마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도운 사람이 마교라니?

“네 놈은 누구냐?”

이번에는 동하성이 전호를 보며 물었다.

“그건 알 필요 없다. 네 년이 나타나 일을 그르치는구나.”

전호가 동하성에게 말한 후 미녀를 보며 다시 말을 계속했다.

“네 놈들이 누군지는 잡아서 족쳐보면 알 테지.”

미녀가 싸늘한 일갈과 함께 품에서 비수 두 자루를 꺼내 들더니 곧장 전호에게로 날렸다. 전호가 뒤로 두어 발짝 물러나며 도로 비수를 쳐냈다.

“이까짓 공격으로 나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감히?”

전호가 비수를 던진 미녀를 비웃으며 도를 곧추세우더니 신형을 날리려 했다. 그런데 도로 쳐냈던 비수가 다시 전호에게로 날아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수가 네 자루였다.

전호가 놀라 다시 도로 네 자루의 비수를 쳐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쳐낸 비수가 여덟 개로 변해 다시 전호에게로 날아들었다. 그렇게 날아드는 비수를 쳐내기에도 바쁜 와중에 미녀는 품에서 다시 두 자루의 비수를 꺼내 전호에게로 날렸다.

“신공神功이다. 어찌 쳐 낸 비수가 다시 날아드는가? 그것도 배수로 늘어나면서? 실로 엄청난 내공이 아니면 시전할 수 없는 신공이구나.”

동하성은 미녀의 비수匕首들이 날아 다니는 것을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불측은비 서은후의 제자 은장로였다.

크윽~

전호가 가슴, 옆구리, 다리 등 온몸에 비수를 박은 채 쓰러지고 있었다. 전호의 엄청난 신력도 은장로의 비수 앞에선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모용철은 넋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눈앞에 적이 검을 겨누고 있는데도 떨어져 나간 팔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무인에게 검을 쥐는 팔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 팔이 떨어져 나갔다. 그것은 자신의 목이 떨어져 나간 것을 보는 것과 진배없었다. 물론 다른 팔로 고된 수련 후에 예전의 실력을 되찾는 사람이 없지 않지만 그런 사람은 기인이사奇人異士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로 자신은 평범한 무인인 것이다.

“이제 그만 가거라”

영호방이 검으로 모용철의 목을 베어가며 소리쳤다.

“잠깐”

그 순간, 평범한 목소리가 들여왔다. 그런데 그 평범한 목소리가 영호방의 검을 멈춰 세웠다. 영호방이 소리 나는 쪽을 쳐다봤다. 젊고 준수한 미남자였다. 그런 평범한 목소리에 자신이 검을 멈춰 세운 게 신기했다. 영호방은 순간 미남자가 예사 고수가 아니란 것을 직감했다.

“누구냐?”

“마교 소속 금장로라 하지.”

영호방의 물음에 미남자가 순순히 대답했다.

“또 궁금한 건 없는가?”

이번에는 미남자가 영호방에게 물었고 영호방은 대꾸 없이 미남자를 바라봤다.

모용철은 어리벙벙해졌다. 미남자가 마교라고? 그렇다면 저 놈은?

모용철이 의문에 쌓여 있을 때 영호방이 빠르게 미남자를 향해 검을 찔러갔다. 실로 놀라운 속도였다.

“진작 그렇게 빨랐으면 저 무림맹 놈은 죽였겠지?”

미남자가 웃으며 섭선으로 간단히 찔러오는 검을 막더니 섭선을 펄럭였다.

모용철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미남자의 섭선 한 번 펄럭임에 영호방이 모로 쓰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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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7. 원점元點 +2 17.01.07 3,322 5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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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5. 난주 격돌 3 +2 17.01.05 3,178 52 10쪽
» 64. 난주 격돌 2 +2 17.01.04 3,410 5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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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 접촉 +2 17.01.02 3,569 5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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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 회오리 +2 16.12.30 3,815 5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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