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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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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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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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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28. 신뢰信賴

DUMMY

“대공자가 실종되었다?”

“그렇습니다. 성장로와 같이 간 두 빈객도 사라져 북경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승상이 매우 불쾌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하의 보고에 태상장로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하늘에 떠있는 달을 바라봤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천하에 대공자와 성장로, 두 빈객까지 처치할 고수나 세력은 거의 없다. 따라서 첫 번째 가능성은 대공자가 발작을 일으켜 성장로와 두 빈객을 죽이고 사라진 경우다. 성장로가 대공자의 발작을 진정시키는 약을 가지고 있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가능성은 동천과 서천의 후예가 대공자 일행을 처리한 경우다. 이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무엇일까?’

태상장로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눈에 빛이 반짝였다.

“정주에서부터 북경까지 대공자 일행이 지나간 여정旅程을 샅샅이 뒤져 흔적을 찾아라. 승상에게는 좋은 그림을 선물해 기분을 달래주도록 하고 곧 다른 사람을 통해 약을 전달한다고 전해라.”

“존명”

태상호법의 지시에 수하가 물러났다.

‘두 번째 경우라면 분명 시체 등 흔적이 있을 것이다. 만일 흔적이 없다면 첫 번째 경우겠지.’

“편장로에게서 다른 소식은 없는가?”

태상호법이 다른 수하에게 물었다.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만 편장로께서 만반의 준비를 했으니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그래야겠지. 다른 곳도 아니고 코 밑에서 실수가 있으면 안되겠지. 가급적 놈들을 살려 데려오도록 하라.”

“존명”

태상호법의 지시에 그도 존명을 외치고 자리에서 사라졌다.

‘만일 그들 중 하나라도 나타난다면 편장로의 준비만으론 어렵겠지?’

태상호법이 다시 고개를 들어 고요하게 빛나는 달을 바라본다.



“발사 준비”

횡칠수전 전주 공손숙이 다시 한번 손을 들자 백여 명의 무인들이 활에 화살을 장착했다. 이미 다섯 번의 발사가 있었고 이번이 여섯 번째였다.

전각 마당의 가운데에서 원형을 이루며 서있는 현무당원의 모습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경표는 허벅지에 두 대의 화살이 꽂혀 있었고, 두원과 제갈황의 허벅지에도 한 대씩의 화살이 꽂혀 있었다. 상체를 중심으로 화살을 퉁겨내다 보니 상대적으로 하체 쪽의 방어가 소홀했던 것이다.

흥법스님과 태연도니, 남궁식연과 남궁이현의 몸에는 아직 화살이 박혀 있진 않았으나 군데군데 핏물 자국이 선연했다. 화살을 정통으로 맞진 않았지만 스쳐간 것이 많았던 것이다.

“헉헉~ 이번 것은 자신이 없군요.”

경표가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검을 들어올렸다. 빽빽하게 날아오는 화살을 근력만으로 검을 휘둘러 막아낼 순 없었다. 내공을 힘껏 사용하여 검을 휘두르는 속도를 빨리하고 검기를 일으켜 검이 막는 넓이를 확대시켰기에 내공소모가 많았던 탓이다.

“헉헉~ 절망 속에서 희망이 피는 법이네. 포기하지 말게.”

두원이 여전히 정면을 바라본 채 경표를 위로하지만, 그 목소리에도 확신이 심겨 있지는 않은 듯했다.

“자네는 잠시 뒤로 물러서 호흡을 가다듬고 다음 번에 다시 나서게.”

남궁식연이 경표보고 뒤로 물러나 쉬라고 말한다. 조카인 남궁이현의 선배이자 친구임을 알고나니 애틋한 정이 더욱 생긴 탓이다.

“아닙니다. 아직 힘이 남아 있습니다. 여섯 번째나 일곱 번째가 무슨 의미가 다르겠습니까? 하하”

경표가 씩씩하게 웃으며 남궁식연의 호의를 거절하자 남궁식연의 입가에도 웃음이 지어졌다. 아직 충분히 여물지 않았지만 좋은 무인의 자세를 가진 젊은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더욱 애틋하고 아쉬웠다.

그 사이 남궁이현이 잠시 고개를 뒤로 돌려 당수진을 바라보자 당수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저 깊고 서늘한 눈빛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 것인가?

잠시 당수진의 눈에 아련하게 머물렀던 남궁이현의 눈길이 이내 사라진다. 남궁이현이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본 탓이다. 하지만 당수진은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의 마음을 알았다. 그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준 것이다. 그러면 된 것이다. 당수진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지만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발사”

공손숙이 들었던 손을 힘차게 내리며 소리치자 백여 발의 화살이 현무당원들을 향해 빛살처럼 날아갔다.



커다란 나뭇가지에 선 묵진휘의 눈에 전각 마당 가운데 횃불이 대낮처럼 밝혀진 채 여러 사람이 몇 사람을 포위하여 화살을 날리고 있는 장면이 들어왔다.

상황이 긴박한 것을 알고 묵진휘가 경신술을 발휘해 산을 오르면서, 특이호 및 서홍과 간격이 벌어진 탓에 혼자만 먼저 당도한 것이다.

‘저곳이군’

묵진휘가 나뭇가지를 퉁기며 다시 경신술을 발휘하자 횡칠수전 무인들이 쏘아내는 화살과 같은 속도로 묵진휘의 신형이 전각 마당을 향해 날아갔다.


“헉헉~”

다른 허벅지에 다시 한대의 화살이 더 박힌 경표가 숨을 헐떡이며 검을 땅에 박고 검에 의지해 간신히 서있다.

“크크크”

경표처럼 검에 의지해 허리를 접고 힘겹게 서있는 두원이 가래 낀 낮은 소리로 기괴한 웃음을 터뜨렸다. 울음과 웃음이 뒤섞인 묘한 소리다. 그도 다른 허벅지에 다시 한대의 화살을 더 맞았다.

그리고 이제까지 한대의 화살도 맞지 않았던 남궁식연과 흥법스님, 태연도니까지 한대씩의 화살을 맞았다. 모두 허벅지에 화살을 맞은 것과 다르게 흥법스님은 검을 잡는 어깨에 화살이 꽂혀있었고 검은 손에서 떨어져 바닥에 놓여 있었다. 곁에 있던 제갈황을 돕다 그리 된 것이다. 남궁이현만이 한대의 화살도 맞지 않고 처음 모습과 같은 자세로 태산같이 서있다.

‘저 놈이 언제 저리 강해졌지?’

남궁식연이 남궁이현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조카의 성장이 이리 기쁜 적이 있었던가?

뒤에 있던 항백은 이미 독이 퍼져 관지선의 무릎을 베고 바닥에 누워 정신을 잃고 있었고 관지선은 하염없이 항백의 머리결을 쓸고 있었다.

“아직도 투항할 생각이 없는가”

공전주가 다시 흥법스님에게 묻는다.

“그대는 어찌 같은 말을 되묻는가? 내 대답을 듣지 못했단 말인가?”

흥법스님의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지만 기개氣槪만은 여전히 추상秋霜같이 서늘하고 날카로웠다.

“준비”

공전주가 다시 한 손을 들어올리며 소리치자 무인들이 화살을 장전한다. 공전주는 화살 공격으로 모두가 죽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자신이 보기에, 아직 한대의 화살도 맞지 않고 태산처럼 우뚝 서있는 젊은 놈만 하더라도 화살 따위로 죽일 수는 없을 듯했다. 하지만 부상만으로도 충분했다. 애초 생포할 생각이었으니까.

“발~”

공전주가 다시 손을 내리며 발사를 외치려고 막 입을 열 때 갑자기 면전으로 무언가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날아왔다. 아니 사람같이 생긴 시커먼 물체가 허공에서 빛살 같은 속도로 땅에 떨어지는 모습이 먼저 시야에 들어왔었고 이내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그 모습들이 자신이 손을 내리며 발사라는 말을 마저 내뱉기도 전에 이루어 졌음을 공전주는 어렴풋이 보고 있었다.

공전주가 발사라는 말을 미쳐 다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속히 바닥을 구르며 날아오는 것을 간신히 피했고, 그것이 자신 뒤에 시립해 있던 무인의 가슴에 틀어 박혀 무인 하나가 쓰러지는 순간에야 화살이라는 것을 알았다.

“웬 놈이냐?”

땅바닥을 구르던 공전주가 신속히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새로 나타난 사내는 무림맹 놈들 앞에 태연히 서있었다.

“묵대협~”

묵진휘가 공전주의 말에 뭐라 대답도 하기 전에 뒤편에서 반가움에 겨운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수진이었던 것이다.

“아니 자네가 여기 웬일인가?”

남궁이현도 화색이 변하며 물었다.

“나는 여기 오면 안 되는가?”

묵진휘가 남궁이현을 보며 씩 웃는다.

“다음부턴 올 때 조금 일찍 와주게.”

남궁이현도 씩 웃으며 답한다. 제법 농담이 늘었다.

“묵형, 정~말 오랜 만이오. 내가 이래서 묵형을 좋아한다니까. 크헛”

“왔는가?”

경표와 두원까지 묵진휘에게 반가운 인사를 한다. 묵진휘를 보는 얼굴에 감동이 어려있다.

묵진휘가 두원과 경표에게 눈인사를 했고 남궁이현의 등 뒤에 있던 당수진과 관지선에게도 눈인사를 했다.

“보지 못한 사이에 많이 가까워진 겐가?”

묵진휘가 남궁이현 뒤의 당수진을 바라보며 한마디 하자 당수진의 얼굴이 붉어졌고 남궁이현이 헛웃음과 함께 말을 더듬거렸다.

“허허~ 다..다급한 상황에 무슨···”

말을 하는 남궁이현이 숙부 남궁식연을 살짝 바라보자 남궁식연이 한쪽 눈을 가볍게 찡그려준다.

“네 놈도 무림맹 놈들과 한패렸다?”

공전주가 단정짓던 말하더니 다시 손을 들어올렸고 발사를 외쳤다.

“조심하게.”

남궁이현이 묵진휘에게 다급하게 말한다. 처음 화살을 대하는 친구에 대한 괜한 걱정이다.

일곱 번째의 화살은 대부분 묵진휘를 겨냥해 날아왔지만 묵진휘와 현무당원들이 거의 모여있었기 때문에 딱히 누구를 겨냥했다는 의미는 없었다. 모두가 위험한 것이다.

묵진휘가 가만히 검을 들어 날아오는 화살을 향해 일직선으로 베어가자 날아오는 화살들이 마치 강물이 강 가운데 바윗돌을 만나 양쪽으로 갈라지듯 갈라진 채로 묵진휘와 현무당원들을 비켜 날아갔다. 묵진휘가 묵운외기를 일으켜 무형의 강기막을 예각銳角으로 펼친 것이다.

백여 발의 화살들이 방향을 비스듬히 꺾은 채로 모두 묵진휘와 현무당원들을 비켜 날아가자 현무당원들 뿐만 아니라 북천회의 무인들까지 모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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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6. 마지막 인사 +3 17.02.19 3,501 48 11쪽
106 105. 전략戰略 +2 17.02.17 3,226 48 11쪽
105 104. 절체절명絶體絶命 +2 17.02.15 3,162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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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2. 함정 +2 17.02.12 3,302 4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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