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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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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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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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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2.1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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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5. 전략戰略

DUMMY

“두 치 크기의 삼각 목걸이라?”

교주가 유긍연이 가져온 목합에서 두 개의 목걸이를 꺼내 들고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찾으시는 물건이 맞습니까?”

신기령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교주가 얼마나 목걸이를 중히 여기는지 알기 때문이다.

“맞는 것 같소. 측면의 미세한 돌기와 홈을 보면 분명하오. 그런데 생각해왔던 크기와 색깔이 아니군.”

“크기와 색깔이라니요?”

“내가 찾고 있던 것은 한 치 크기의 삼각목걸이였소. 색깔은 내가 갖고 있는 두 개의 목걸이도 다르니 얼마든지 다를 수 있소. 그런데 얼마 전 동창과 모종의 세력이 한 치 반 크기의 삼각목걸이를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더니 개방에서는 사각 목걸이를 찾기도 했소. 그런데 이것을 보니 두 치 크기의 삼각목걸이요. 이제는 나도 목걸이의 크기와 형태에 대해 종잡을 수 없구려.”

“그럼 앞으로 몇 개의 목걸이를 더 찾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유긍연의 물음에 교주가 머리를 매만지며 답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일정령주가 유긍연에게 되물었다. 일정령주는 성격이 급한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자신의 머리를 쓰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먼저 물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물쇠격인 사각판은 가로 세로 각 두 치 크기입니다. 본래 우리가 갖고 있는 한 치 크기의 삼각 목걸이를 기준으로 하면 상당히 많은 수의 목걸이가 있어야 사각판을 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찾은 두 치 크기의 삼각목걸이는 두 개만으로 대각선 방향으로 사각판의 절반을 채우는 크기입니다. 이제 남은 절반의 사각판을 채우면 되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한 치 크기의 삼각 목걸이 두 개입니다. 그런데 한 치 반 크기의 삼각목걸이도 나타났고 크기를 알 수 없는 사각 목걸이에 대한 소문도 떠돌고 있습니다. 물론 사각 목걸이의 크기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 그것들을 모두 모아도 나머지 절반이 채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모형을 만들어 여러 방법으로 맞추어보았습니다만 사각 목걸이의 크기가 아무리 변해도 남은 공간을 완전히 채울 순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마지막으로 남은 공간에 필요한 목걸이가 어떤 형태로 몇 개일지 알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기묘한 모양의 목걸이 단 하나일수도 있고 반 치 크기의 삼각 목걸이 여러 개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머리기 아프게 되었군요.”

유긍연의 상세한 설명에 모인 사람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이해했으나 여전히 일정령주만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한 치 반 크기의 삼각 목걸이 한 개와 사각 목걸이 하나가 이황야에게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그것을 확보한다면 남은 공간은 보다 분명해지겠군요.”

갈군청이 교주의 의사를 넌지시 묻는 것이다. 이황야에 대한 전략 방향에 대해.

“이번에 마주친 젊은이가 이황야 사람인 듯 했단 말이지?”

교주가 유긍연에게 물었다.

“물증은 없습니다. 단지 추정일 뿐입니다. 지금 시기에 동창의 비밀장원에 무단 침입할 세력은 이황야 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아닐 가능성도 있다. 내가 알기로 이황야가 야밤에 몰래 동창 비밀장원으로 수하를 들여보낼 사람은 아니다. 물론 수하가 독단적으로 저지른 일 일수도 있겠지. 하지만 동창과 연계되어 있던 무림세력일 수도 있다. 일전에 무림맹 인사를 기습하여 우리와 무림맹간의 전쟁을 발발시키려 했던 놈들도 그 놈들이지. 그 놈들이라면 목걸이에 대해 알고 있고 능히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놈들이지. 문제는 그들이 동창과 같은 편인데 동창의 비밀장원에 진입했겠는가 하는 점이다. 서로간에 반목이 생겼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겠지. 특히 그들이 장부를 가져갔다면 동창의 약점을 잡으려 하는 것 일수도 있다. 본래 약점은 같은 편인척하는 놈들이 잡는 경우가 많으니까. 물론 그것도 단정할 수는 없지.”

교주가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말했다. 교주에게 상황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 경우는 몇 없었는데 이번 경우가 아직 명쾌하지 않은 것이다.

“제가 마주친 젊은 사내는 음험하지 않았습니다. 눈빛도 맑고 무공에도 극極 상승의 현기가 흘렀습니다. 추잡한 집단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유긍연이 묵진휘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중요한 점은 그들이 목걸이보다는 동창의 비밀장부에 더욱 관심이 많다는 점입니다. 소교주님 말씀을 들어보면 그들이 소교주님과 삼마존께 위협을 느끼고 어쩔 수 없이 장부를 택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즉, 동창과 적대적인 세력입니다. 그런 의미로 이황야 세력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갈군청이 군사로서의 날카로운 머리를 과시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교주인 유긍연이 낯선 젊은이와의 비무에서 밀린 점을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유긍연이 자기 입으로 밀렸다고 했지만.

“그렇다. 그런 의미로 그들은 우리의 적이라기 보다는 제휴가 가능한 세력이라고 할 수 있지. 적의 적은 친구인 셈이니까. 동창과 이황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도록. 목걸이와 장부를 잃어버린 동창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아직 동창에서는 우리가 목걸이를 가져갔다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니 잠입한 자들을 찾고 있겠지. 그들의 뒤를 쫓다 보면 보다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다.그때 우리의 전략을 결정해도 늦지 않겠지.”

갈군청은 교주가 자신의 생각이 타당하다고 인정하자 입가에 옅은 미소가 배였고, 성격 급한 일정령주는 교주가 특유의 느긋한 기다림의 전략을 표방하자 자신도 모르게 나지막한 한숨을 뱉어냈다.

“그래 네가 겨루었다는 그 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거라.”

교주가 화제를 유긍연과 묵진휘와의 비무로 돌렸다.

“대단한 자였습니다. 나이는 저와 비슷해 보였고 약간 큰 키에 평범한 얼굴이나 눈빛이 깊고 호감이 가는 용모였습니다. 제가 비무를 제안하자 그가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검을 사용했는데 그가 사용하는 검은 우리 마교의 일반 무인이 사용하는 평범한 검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보법과 찌르기 등의 기본 검술을 사용해 상대해 봤습니다만 오랜 세월 기본기를 갈고 닦은 듯 저의 공격에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방어하다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공격으로 전환했습니다. 제가 공격을 하면서 특별히 호흡을 놓치거나 여유를 둔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공격에서 방어하는 자세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그 뒤에는 천마참을 제외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신공들을 차례로 시전했으나 결국 두푼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사용하는 무공은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으로 전체적으로 묵빛 강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는데 검을 휘두를 때마다 검에서 먹구름이 일었고 종내 먹구름 속에서 번개와 천둥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유긍연이 그날을 회상하며 제법 소상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찌 그 나이에 소교주와 대등할 수 있단 말이오?”

일정령주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로 휘저으며 말했다.

“소교주의 말씀은 사실입니다.”

검마존이 담담히 말하자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사령주들은 그래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고 일정령주는 종내 한마디를 덧붙였다.

“소교주께서 천마참을 사용하셨다면 능히 그자를 제압했겠지.”

“그렇지 않았을 것이오.”

교주가 일정령주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고 모두는 교주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긍연이가 천마참을 숨겼다면 그 자 역시 자신 최고의 절기를 숨겼을 것이다. 그 자는 그들의 후예일 것이다. 그렇다면 긍연이가 비록 천마참을 시전했어도 역시 두푼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과연 그들이 세상에 존재했었군. 파천마제의 유훈이 사실인 게야.”

뒤로 갈수록 교주의 말은 혼잣말처럼 목소리가 매우 낮아졌지만 그 자리에 모인 모두는 그 정도 소리는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경지의 사람들이었다.

“다시 나가보고 싶습니다.”

유긍연이 불쑥 교주에게 청했다. 청해을 벗어나 다시 무림으로 나가겠다는 얘기였다.

처음에는 두푼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폐관수련을 생각하기도 하였으나 동일한 차원에서 습習만 지속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님을 유긍연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학學이나 관觀이 필요하고 그 속에서 각覺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유긍연 정도의 고수가 강호로 나간다고 해서 쉽게 학學이나 관觀의 기회를 얻긴 어려울 것이다. 묵진휘와 같은 고수를 다시 만날 수도 있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였다. 어찌 하늘아래 새로운 것을 쉽게 접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목걸이는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청해에 앉아서 목걸이를 구할 순 없으니까.

“이번에는 저희들이 모시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일정령주가 다른 령주들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은 채 대뜸 나섰다.

“허허. 혹시 일정령주께서 나가시고 싶은 것이 아니시오?”

교주가 야릇한 웃음을 지우며 물었다.

“교주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어찌 숨길 수 있겠습니까? 심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강호에 그런 고수들이 있다 하니 만나보기도 싶고, 무엇보다 소교주님을 보다 가까이서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청하는 것입니다.”

“하하하핫”

일정령주가 솔직하게 말하자 교주가 웃음을 터트렸다.

“허락해 주시지요.”

“그리하도록 하시오.”

신기령주까지 나서며 청하자 교주가 허락했다.

“하지만 이황야를 동창과 같이 대해선 안된다. 그는 진심 어린 덕德으로 백성들을 대하기에, 백성들로부터 신망을 얻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종내 우리가 백성들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그것은 교敎의 큰 뜻에 어긋나는 것이다. 무림이야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백성들은 결코 힘으로 영원히 제압할 수 없다. 명심하거라.

그리고 설령 이황야가 목걸이를 보관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섣부르게 행동하지 마라.그것이 남은 목걸이의 전부라면 내가 직접 나설 것이다. 하지만 아직 다른 목걸이도 있으니 그것들이 모두 확인되기 전까지는 이황야가 보관하고 있는 목걸이를 동창에게서처럼 함부로 취하려 하지 말라는 말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유긍연과 사령주가 모두 고개를 숙이며 교주의 뜻에 따르겠다는 다짐을 했고, 그렇게 유긍연은 다시 강호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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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6. 마지막 인사 +3 17.02.19 3,501 48 11쪽
» 105. 전략戰略 +2 17.02.17 3,227 48 11쪽
105 104. 절체절명絶體絶命 +2 17.02.15 3,162 46 12쪽
104 103. 호위 +2 17.02.13 3,329 5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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