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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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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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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2.2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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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9. 숨어있는 눈

DUMMY

호위무사의 목에서 피분수가 뿜어지고 있었다. 청의 여인의 손에는 검이나 도가 들려있지 않았지만 호위무사 목의 상처는 분명 검이나 도에 의한 듯 예리한 무기에 당한 것이었다.

호위무사가 피분수를 쏟으며 쓰러지는 모습은 정오의 햇살아래 정지한 듯한 인상을 주었다. 아마 비명소리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순 침묵이 흘렀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소노가 기합성과 함께 신형을 청의 여인에게로 날렸고 적의 무복의 사내가 동시에 묵진휘에게로 신형을 날려왔기 때문이다. 이제 싸움은 두 곳으로 늘어나는가 싶더니 이내 난전이 되고 말았다.

소노가 청의 여인과의 공방 중에 곁에 있던 황의 사내까지 공격하자 황의 사내도 소노와의 싸움에 끼어들게 되었으며 흑의 무복의 사내가 한두 합 만에 수세에 몰리자 백의 사내가 묵진휘에게로 달려 들었고 그럼에도 수세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적의 사내까지 묵진휘에게 달려던 것이다.

소노와 청의 여인 및 황의 사내와의 싸움은 팽팽했다. 셋의 싸움이 얼마나 팽팽했는지 호위무사 어느 누구도 감히 그 싸움에 끼어들 수가 없었고, 한 줄기 바람이 더해진다면 팽팽하던 실이 툭~하고 끊어져 버릴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반면 묵진휘와 세 사내간의 싸움에는 그런 긴장감이 없었다. 세 사내와 묵진휘가 주거니 받거니 공수를 번갈아 하고 있었으나 묵진휘의 얼굴에 표정변화가 없는 것과 대조적으로 세 사내의 얼굴빛은 어두워지고 있었고 미간이 신경질적으로 접혀 들었다.

오의붕경五衣朋競 다섯은 소노가 일행 중 가장 고수라는 정보를 듣고 왔다. 그리고 중년 미부 하나도 대단한 고수라는 정보였지만, 적혀 있는 정보에서 파악된 소노의 무공은 오의붕경 둘이면 승산이 있었고 중년 미부는 그들 중 하나 정도만 해도 충분히 상대할 만하다는 분석을 마치고 나선 길이었다. 반면 호위 무사 외에 젊은 무인 둘이 동행하고 있다는 정보는 있었으나 그들의 무공수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마주하고 보니 젊은 무인 하나의 무공은 자신들 셋이 합공을 해도 버거웠던 것이다. 그러니 짜증이 날 수 밖에.


“지금이 기회다. 마차 안에는 공녀와 호위무인 하나 만이 있다. 우리는 곧장 마차를 공격해 공녀와 호위 무인을 제거하고 장부를 회수한다. 쳐라”

길옆 숲에는 오의붕경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복면을 한 동창 소속 고수 다섯 명이 가운데 복면인의 지시에 따라 일제히 신형을 마차 방향으로 날렸다.

“적이다. 마차를 호위하라.”

소노와 묵진휘의 격전을 손에 땀을 쥐며 구경하고 있던 호위 무인 중 하나가 길옆 숲에서 날아 오는 복면 괴한을 목격하곤 소리쳤다. 서홍도 마차로 날아 오는 적과 대적하기 위해 마차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묵진휘가 적의赤衣 사내의 목을 겨누며 맹렬히 검을 휘둘러갔다. 갑자기 백의 사내를 공격하는 듯 하더니 자신의 목으로 검이 쏘아져 들어오자 적의 사내는 대경실색해 뒤로 한 걸음 급히 물러났다. 묵진휘의 검은 적의 무인의 목을 스치듯이 비켜나갔다. 적의 사내는 마음 속으로 휴~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옆에 있던 흑의 사내가 다급히 호흡을 삼키는 소리를 들었다. 어느새 묵진휘의 검이 흑의 사내의 가슴을 베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묵진휘의 검이 애초 적의 사내의 목을 겨냥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검은 정확하고도 빠르게 흑의 사내의 가슴을 베어가려 했다. 흑의 사내는 생각지도 못하게 검이 자신에게로 날아오자 미처 움직이지 못한 채 검을 들어 날아오는 묵진휘의 검을 막으려 했으나 그마저도 찰나의 순간이 늦어지고 있었다. 흑의 사내가 막 눈을 감으려 할 때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깡~하는 금속성이 들려왔다.

자신의 가슴을 베어오던 젊은 사내의 검은 날아오는 암기를 쳐 내느라 자신의 가슴과는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었다. 살아난 것이다. 급히 흑의 사내가 신형을 뒤로 물리며 입으로 긴 한숨을 뱉었다.

묵진휘가 숲 속으로 시선을 던졌다. 암기가 날아온 방향이다. 암기는 정확하고도 빠른 속도로 자신의 가슴으로 쏘아져 왔다. 정말로 적절한 시점이었다. 암기가 날아오지 않았다면 자신의 검이 흑의 사내의 가슴을 베었을 것이다. 숲 속에 숨어 있는 눈도 그것을 알고 암기를 날린 것이다. 고수다. 지금 상대하는 다섯 인물보다 훨씬 강한 인물이다. 누굴까?

묵진휘는 일찍부터 숲 속에 대단한 고수가 포진해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오의붕경과 싸움을 하면서도 계속 숲 속을 주시하고 있었다.

숲 속의 고수는 적들과 같은 편이라면 직접 나서 도와줄 터인데 숨어만 있다. 그렇다고 이황야 사람은 분명 아니다. 자신에게 암기를 날리는 것을 보면.

묵진휘가 숲 속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는 사이 백의, 흑의, 적의의 사내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다. 무언가 전술 변화를 시도하는 중인 것이다. 그들도 숲 속에 누군가 있어

자신들을 돕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오의붕경은 숲 속 고수의 도움으로 인해 우울하고 짜증나던 마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있었다.

반면 묵진휘의 안색이 굳어지고 있었다.

자신이 앞에 있는 세 사내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소노와 공녀의 안전이다. 숲에 숨어 있는 눈이 소노를 향해 암기를 던진다면 팽팽한 결전을 펼치고 있는 소노에게는 치명적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숲 속에서 마차로 날아드는 사내들도 상당한 고수들로 보였다. 냉보모와 호위무인들이 당분간은 막겠지만 그들만으로 충분해 보이지 않았다.

[제가 소노께서 상대하고 있는 두 남녀를 공격하면 소노께서는 몸을 빼셔서 뒤편 마차를 공격하는 놈들을 막으러 가십시오.]

묵진휘가 소노에게 전음을 보냈다. 소노와 공녀의 안전 모두를 위해 자신이 오의붕경 모두를 막고 소노를 뒤편으로 보내려 하는 것이다.

[나도 마차가 신경 쓰이지만 몸을 뺄 수 없어 답답한 중이었네. 그런데 자네 혼자 이들 다섯을 모두 상대할 수 있겠는가?]

[제 걱정은 마십시오.]

묵진휘가 검을 다시 말아 쥐었다.

마침 세 사내도 검을 다시 말아 쥐면서 자신에게 다가 오고 있었다. 바라는 바다. 그들이 싸움을 회피한다면 오히려 곤란한 것은 묵진휘 쪽이었다. 세 사내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땅을 박차고 묵진휘에게 검을 휘둘러왔다. 묵진휘가 오른발로 땅을 튕기며 허공 중으로 약간 뛰어 올랐다. 그리고 뛰어 오르면서 검을 회전시켜 세 사내가 서있는 방향으로 검강을 폭사 시키곤 신형을 소노가 있는 방향으로 돌렸다.

묵진휘의 검강은 평소의 묵빛 강기가 아닌 일반적인 은백색의 강기였다.

묵진휘는 가급적 묵빛 강기를 사용하지 않으려 마음 먹었다. 자신이 묵빛 강기를 사용하면 적들도 자신을 알아 볼 것이다. 그리 되면 적들의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고 공녀의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묵진휘가 세 사내들에게 날려보낸 은백색의 강기는 많은 무인들이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색깔이었으나 굵기와 형태가 달랐다. 어린아이 손목굵기의 은백색 강기가 비수 정도의 길이로 연속해서 세 사내에게 쏘아져 갔다.

묵진휘에게로 검을 날려가던 백의, 흑의, 적의의 사내들은 묵진휘가 자신들을 향해 검강을 폭사시키면서 동시에 신형을 황의와 청의 여인에게로 날리는 것을 보았지만 우선은 쏘아져 오는 검강을 해소하거나 피하는 것이 시급하고 긴박한 과제였다. 연속적인 검강의 폭사를 보는 것은 그들로서도 드문 일이었다.

어떻게 한번의 휘두름으로 강기가 저렇게 연속적으로 폭사될 수 있는가?

자신들도 비슷한 흉내를 낼 수는 있다. 바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검을 연속해서 휘두르는 것이다. 검을 연속해서 휘두르면서 강기를 폭사시킨다면 연속해서 강기가 날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내공의 소모가 불가피할 것이다. 다수의 적들과 마지막 순간 동귀어진同歸於盡하기 위해서라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초식이다. 그런데 저 젊은 놈은 그래 놓곤 황의와 청의 여인에게로 날아가면서 다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반면 소노와 팽팽한 접전을 펼치던 황의 사내와 청의 여인은 젊은 무인이 검기가 주렁주렁 뿜어져 있는 검을 휘둘러오자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앞에 있는 늙은이를 상대하는 것도 벅찬 상황인데 백의, 흑의, 적의를 상대하던 젊은 무인이 자신들에게까지 검을 날려오고 있었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멍청한 놈들. 세 놈이 젊은 놈 하나를 어찌하지 못하고 우리까지 곤란하게 한단 말인가?”

황의 사내가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뱉으며 묵진휘의 검을 막아서려 할 때 다시 숲에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리며 날카로운 암기 하나가 묵진휘에게로 빛살처럼 쏘아져 왔다. 묵진휘가 황의 사내와 청의 여인을 공격해 들어가던 검을 멈추면서 날아오던 암기를 튕겨내곤 소노 곁으로 가볍게 내려섰다.

“고마운 분이 숲 속에 계셨군.”

청의 여인이 살짝 숲 속으로 눈길을 줬다가 다시 묵진휘에게로 시선을 보냈다.

“뒤로 가십시오.”

“그럼 부탁함세.”

묵진휘의 말에 소노가 몸을 빼 마차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고 잠시 뒤 백의, 흑의, 적의의 사내가 황의 사내 옆으로 날아 내렸다. 세 사내의 무복은 몇 군데가 찢어진 채 나풀거렸다. 묵진휘의 검강을 막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는 증표였다.

“자네는 누군가? 일개 호위무사 같진 않은데?”

백의 사내가 묵진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의 말은 처음의 까불거림이 없어졌고 어느새 진중해져 있었다. 하지만 묵진휘는 입을 여는 대신 사내들을 가만히 둘러봤다.

“아하~ 우리 인사가 먼저라는 얘기군. 하긴 우리가 찾아 왔으니 우리 인사부터 먼저 해야겠지. 우리는 오의붕경五衣朋競이라 하네. 자네도 보다시피 우리가 다섯에 옷 색깔이 모두 다르니 오의五衣고, 친구이자 경쟁자이니 붕경朋競인 게지. 개개인의 인사와 소속은 생략하지. 하하. 이제 자네 소개를 부탁함세.”

“숲 속에 숨어 있는 사람은 일행인가?”

백의가 다시 말을 했지만 묵진휘는 여전히 대답없이 되물었다.

“암기를 던진 사람? 그건 우리도 모르겠어요. 아마 짐작건대 당신 편은 아닌 듯하네요. 하지만 아직 우리도 믿지 못하는 모양이네요. 호호”

이번에는 청의 여인의 대답이었다. 웃음 속에 자조自嘲가 배어 있었다.

“자~ 이제 자네 소개를 하게.”

백의 사내가 다시 인사를 재촉했다.

“당신들은 청부를 받고 일을 하는 청부업자인 게로군. 내가 청부업자와 인사를 나눌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묵진휘가 인사를 거절했다. 상대의 흥분을 유도할 목적보단 실제 마음이 그랬다. 동창이나 동창의 청부업자에게 친절할 마음은 이제 없었다. 자신의 원수이기도 하지 않은가?

“이거 바로 청부업자가 돼버렸군. 하긴 청부업자 맞지. 하하하”

황의 사내가 호탕하게 웃었다.

“네놈이 호의好意를 악의惡意로 받는구나. 그래 그래야 죽일 맛이 나지. 고분고분한 놈을 베는 것은 기분이 썩 좋지 않거든.”

화를 낼 것 같은 백의 사내가 오히려 웃음을 흘렸다. 이들의 정신 수련 수준이 그리 낮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정신 수련의 정도와 선악善惡은 관계가 없는 것이지만.

묵진휘가 가만히 검을 앞으로 겨누었다. 소노는 이미 마차가 있는 뒤편으로 이동해 새로 나타난놈들과 손을 섞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머~ 멋있어. 저 과묵한 성격과 단단한 표정. 간만에 진정한 사내를 만난 기분이야. 호호”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는지 모르는지 청의 여인의 교소嬌小가 흘러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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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126. 현무당 특수조 +4 17.04.03 2,814 48 11쪽
126 125. 정저지와井底之蛙 +3 17.04.01 2,753 43 11쪽
125 124. 또 위기 +2 17.03.30 3,197 48 10쪽
124 123. 허정虛穽-빈 구덩이 +3 17.03.27 2,784 55 11쪽
123 122. 무인武人과 정치인政治人 +2 17.03.25 2,855 44 11쪽
122 121. 속죄贖罪 +2 17.03.23 2,771 48 11쪽
121 120. 풍정風精 +2 17.03.21 2,798 49 11쪽
120 119. 재회再會 2 +2 17.03.19 2,858 49 10쪽
119 118. 패거리 +4 17.03.17 2,953 49 10쪽
118 117. 무복武服 +3 17.03.15 3,074 47 9쪽
117 116. 승상부丞相府 +4 17.03.13 3,060 42 10쪽
116 115. 쪽지 +2 17.03.11 2,980 43 10쪽
115 114. 역할분담 +3 17.03.09 3,021 47 11쪽
114 113. 감탄고토甘呑苦吐 +3 17.03.07 2,993 43 11쪽
113 112. 눈물 +3 17.03.05 3,213 47 10쪽
112 111. 부서지는 햇살 +2 17.03.03 3,173 45 12쪽
111 110. 반성反省 +2 17.03.01 3,191 45 11쪽
» 109. 숨어있는 눈 +2 17.02.27 3,081 46 12쪽
109 108. 예상된 기습 +2 17.02.23 3,181 48 11쪽
108 107. 구사일생九死一生 +2 17.02.21 3,256 48 11쪽
107 106. 마지막 인사 +3 17.02.19 3,501 48 11쪽
106 105. 전략戰略 +2 17.02.17 3,227 48 11쪽
105 104. 절체절명絶體絶命 +2 17.02.15 3,163 46 12쪽
104 103. 호위 +2 17.02.13 3,329 5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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