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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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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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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3.1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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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15. 쪽지

DUMMY

“장강長江에서 바늘 찾기군.”

“무악산 더 깊은 곳을 수색해보자니 우리 전력으론 어림없고, 그렇다고 정주 중심가에서 네 놈이 바로 흉수렸다? 물어볼 수 도 없는 노릇이니 실로 답답하구먼.”

항백과 경표가 무림맹 정주지부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구시렁거렸다.

“하는 일 없이 매일 공짜 밥 얻어먹자니 눈칫밥 먹는 듯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네요. 정주지부도 예산이 충분해 보이지는 않던데. 휴우~”

같이 있던 당수진까지 답답한 심정이라는 듯 한 숨까지 쉬며 말했다.

“맞아!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당수진의 얘기에 관지선이 젓가락을 탁자에 탁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지만 혼잣말이라기에는 목소리가 커 같이 식사를 하던 삼조원 모두가 관지선을 바라보았다.

식사로는 늦은 시간이라 식당에는 삼조원 외에는 두세 명 정도 밖에 없었다. 삼조원들이 정주지부 무사들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조금 늦게 식사를 하기 때문이었다.

“여기 정주 지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몇 명이나 되지요?”

관지선이 뜬금없이 두원에게 물었지만 두원은 머리를 갸우뚱하면서도 대답을 했다.

“무인들이 대략 오십 여명이고 기타 업무자들이 있으니 정확하진 않지만 어림잡아 칠십 여명 가량일거요.”

“경비도 많이 들겠죠?”

경비 등과 관련해서는 두원보단 오히려 군사부에 있는 관지선이 보다 잘 알았지만 다시 두원에게 묻는 관지선이었다.

“관조장이 더 잘 알지 않소? 무림맹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은 일반 무인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니오?”

“바로 그거예요. 그 들도 굉장한 예산이 필요할 거예요. 그래서 밀염 사업도하고, 여러 곳에 상단을 운영하고 있었잖아요? 장안長安도 그랬고 항주杭州도 그랬고.”

“맞아요. 그 놈들이 본거지인 이곳에서 상단을 운영하지 않았을 리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엄청난 쌀과 부식, 생필품들을 그 상단을 통해 조달하고 있겠죠. 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소문이 나서 정주 사람 모두가 그 놈들이 숨어 있는 곳을 알고 있을 거예요.”

관지선의 얘기에 당수진까지 나서 보충설명을 늘어놓았다.

“그렇군. 당연히 그렇겠지.”

“아니 다른 두 곳에서 상단을 조사해놓고 정작 본거지인 정주에서는 상단을 조사한단 생각을 왜 못한 거지?”

두원이 탄성과 아쉬움이 뒤섞인 소리로 당수진의 얘기를 받자 경표는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으며 스스로를 책망했다.

“본거지니까 그랬던 거예요. 본거지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말 그대로 우리도 바로 본거지를 찾으려 했던 것이죠. 상단은 가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가지는 무시했던 거죠.”

관지선이 경표를 바라보며 상단을 조사한단 생각을 못한 명쾌한 사유를 설명했고 옆에서 항백이 흐뭇한 표정으로 관지선을 지켜봤다.

“정주의 상단을 조사해보면 되겠군. 어떻게 하면 좋겠소?”

두원이 관지선을 바라보며 다음 계획을 물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실질적인 조장 역할을 관지선이 수행하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었고 두원 스스로도 익숙해져 있었다.

“장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겠지만 놈들의 경계도 만만치 않을 거예요. 우리들만으로 잠입하는 것은 무리예요. 서대협도 없잖아요? 우선 밖에서 드나드는 물동량을 감시하기로 하죠. 상단이라면 타 지역으로 보내는 물동량은 분명 표국을 이용할 거예요. 하지만 정주에 있는 본거지에 조달하는 물자라면 표국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수송하겠죠. 그것을 찾는 거예요. 놈들의 세력이 크다면 당연히 물자 수송 빈도도 많을 테니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마치 오랜 시간 생각해왔던 것처럼 야무진 관지선의 답변이었다.

“하지만 그 놈들이 표국을 직접 운영할 수도 있지 않겠소? 그리고 그 표국을 통해 물자를 수송할 수도 있고?”

항백이 의문을 표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쌀과 부식 등은 황실로 상납하는 물건을 제외하면 장거리 수송을 하지 않아요. 현지에서 대부분 조달이 가능한데 굳이 표국을 이용해 원거리 수송을 할 필요가 없겠죠. 그리고 만일 표국이 쌀과 부식 같은 것을 운송한다면 그것은 바로···”

관지선이 마지막 결론을 조금 끌자 당수진이 관지선의 결론을 대신 말했다.

“바로 우리가 찾는 것이 되겠죠.”



정주 외곽의 객잔에 젊고 준수한 무인이 주렴珠簾을 걷으며 실내로 들어서자 아직 어린 티를 모두 벗지 못한 점소이가 재빠르게 달려가 창가 자리로 젊은 무인을 안내한다.

“무얼 드릴까요, 손님?”

“다른 손님이 올 것이니 그 때 같이 주문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손님”

점소이가 좀 전과 같이 재빠른 속도로 달려가면서 주방을 향해 무어라고 소리친다. 아마 다른 손님이 오면 함께 주문할 거란 내용의 자기들끼리만 사용하는 은어隱語인 모양이었다.

주은백이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지만 아직 남궁이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은백과 남궁이현은 이 곳에서 만나 함께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정주에 같이 있으면서 주은백과 남궁이현은 이삼 일에 한번씩 만나 식사를 같이 했고, 만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조금씩 쌓아갈 수 있었다. 둘이 만날 땐 간혹 당수진도 동석同席하는 경우가 있었고 그럴 때 마다 당수진이 감초 같은 역할로 무뚝뚝하기 쉬운 남자들만의 자리를 즐거운 분위기로 만들곤 했다. 당수진은 오늘도 합석할 예정이었다.

따뜻하고 화사한 봄날이라 열린 창 너머로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을 즈음, 좀 전의 점소이가 다시 주은백의 자리로 다가왔다.

주은백이 창 밖으로 향했던 시선을 돌려 점소이를 바라보자 점소이가 단단하게 접혀진 종이 쪽지를 내밀었고 주은백이 말없이 쪽지를 받아 펼쳤다.


금일 아침, 적발인 북경행 정주출발


쪽지에 적힌 내용은 몇 글자 되지 않았지만 주은백이 원하는 정보 그대로였다.

“누가 주고 갔느냐?”

“웬 중년인 입구에서 손님 계신 곳을 턱으로 가리키며 주고 갔습니다.”

점소이가 대답과 함께 자리를 떴다.

아마 상정문이리라. 비록 자신이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그들의 스승은 자신의 스승님과 친구 사이인 것이다. 스승끼리 친구라면 그들의 전인傳人인 자신과 서소저도 결코 남이라 할 수 없는 사이였다.

아침에 북경으로 떠났다면 서둘러야 했다. 남궁이현과 한가하게 식사를 할 시간이 없었다. 주은백이 쪽지를 받고 생각에 잠겨있을 때 마침 남궁이현과 당수진이 객잔으로 들어섰다.

“남궁형, 미안하게 되었소만 내가 급한 일이 있어 먼저 자리를 일어나야 하겠소. 자세한 얘기는 추후 다시 만나 합시다.”

“정주를 떠나신단 말씀이오?”

“그렇소. 내 볼일이 끝나면 다시 정주로 오겠소. 그 때 남궁형이 이곳에 있지 않으면 언제고 무한으로 찾아갈 테니 훗날을 기약합시다.”

주은백은 정주를 떠나는 이유를 남궁이현에게 말하지 않았다. 적발인과 주은백의 문제는 개인간의 일이고 적발인이 떠난다고 흉수들 모두가 떠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쉽군요. 주형이 항상 뒤에 있으니 든든하다 여겼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주대협과 이제 조금 친해졌다 생각했는데 친해지자마자 이별이군요.”

당수진까지 아쉬움을 표했다.

“너무 아쉬워 마시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 하지 않았소? 언젠가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것이오. 그때 오늘의 아쉬움까지 담아 회포懷抱를 풀어보도록 합시다.”

주은백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식사라도 하시고 가면 좋겠소만, 급한 일인 듯하니 잡지 않으리다.”

“고맙소. 남궁형은 내게는 첫 번째 친구나 다름없소. 내 어찌 남궁형을 잊겠소. 반드시 찾아 뵈리다.”

주은백이 태어나 처음 사귄 벗이라 할 수 있는 남궁이현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면서 당수진에게도 고개를 가볍게 숙여 인사를 나눈 후 곧 객잔을 나섰다.

“처음 볼 때는 무뚝뚝하고 차가워 보였지만 속마음은 무척 따뜻한 사람 같아요.”

당수진이 주은백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나도 그렇게 보았소. 주형을 보면 묵진휘 그 친구가 생각나기도 하오. 둘은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느낌이 있소.”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묵대협은 어디 계신지 모르겠네요.”

“또 불쑥 나타나겠지요. 한 친구가 갔으니 또 한 친구는 오는 게 세상 이치 아니겠소? 우리도 식사를 빨리하고 상단이나 살피러 갑시다.”

남궁이현이 주은백이 앉았던 의자에 앉으며 손짓으로 점소이를 불렀다. 좀 전 그렇게 아쉬워하던남궁이현의 모습이 아닌 딴 사람처럼 점소이에게 주문을 하는 남궁이현을 보며 당수진은 남자들에게 있어 친구란 것이 무엇인지 조금 의아스러워졌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었다.



“대공자가 별탈 없이 북경으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군.”

“성장로가 같이 갔으니 별탈은 없을 것입니다.”

태상호법의 물음에 왕장로가 대답한다.

“무림맹이 무한으로 철수했으나 쥐새끼 같은 몇 놈들이 남아 상단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종합해보니 아마 현무당 삼조라는 놈들인 것 같습니다.”

편장로가 보고했다.

“현무당 삼조라면 항주에서 장 부전주를 생포하고, 장안에서 상단 장부를 훔쳤고, 해정에선 밀염 조직까지 파헤친 놈들 아닌가? 그 놈들이 남아 상단을 조사해?”

“그렇습니다. 분명 상단을 조사해 들어오는 놈들이 있을 것이라 짐작했지만 그 놈들이 그 놈들일줄은 몰랐습니다.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이 참에 그 동안 회에 끼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습니다.”

편장로가 잘 되었다는 듯이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회의 재정 상태는 어떠한가?”

태상호법이 조금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

“그동안 모아둔 것이 있어 아직은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만, 조만간 새로운 활로活路를 개척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답하는 편장로의 얼굴에서도 웃음이 사라졌다. 태상호법 앞이라 회의 재정 압박 상태를 조금 부드럽게 표현한 것이지 사실 회의 재정은 바닥이 드러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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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8. 예상된 기습 +2 17.02.23 3,180 48 11쪽
108 107. 구사일생九死一生 +2 17.02.21 3,255 48 11쪽
107 106. 마지막 인사 +3 17.02.19 3,501 48 11쪽
106 105. 전략戰略 +2 17.02.17 3,226 48 11쪽
105 104. 절체절명絶體絶命 +2 17.02.15 3,162 46 12쪽
104 103. 호위 +2 17.02.13 3,328 5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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