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252 회
조회수 :
778,722
추천수 :
12,451
글자수 :
1,158,507

작성
17.03.17 13:17
조회
2,953
추천
49
글자
10쪽

118. 패거리

DUMMY

작은 시골 마을에 있는 객잔치곤 제법 큰 규모를 갖춘 객잔에서 여러 손님들이 늦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북경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기에서 하룻밤을 묵고 내일 북경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골마을임에도 불구하고 큰 객잔이 들어서 있는 것이다.

“오라버니, 자꾸 어딜 힐금거리세요?”

유혜연이 유긍연에게 타박을 준다. 유긍연과 유혜연 그리고 파파가 시골 객잔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인데 유긍연이 자꾸 옆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유혜연도 유긍연의 시선을 따라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적발인을 보시는 거예요?”

“그렇다. 자꾸 신경이 쓰이는구나.”

“묘한 놈이로구나. 정신은 있는데 넋은 없다고 할까? 아무튼 기분 나쁜 놈이로구나.”

파파까지 나서 적발인에 대한 인상을 말하고 있었다.

유긍연이 앉은 식탁 옆으로 몇 개의 탁자를 지나 적발인 차시천車時天 일행이 앉아 있었다. 일행은 모두 네 명이었는데 차시천과 성장로, 빈객 두 명이었다.

“일행들도 모두 날카로운 기도氣道를 숨기고 있습니다. 대단한 고수들인 듯합니다.”

“그렇구나. 가만있자 저기 두 놈은 그러고 보니 안면이 있는 놈인 듯도 하구나.”

유긍연의 얘기에 파파가 적발인 일행을 가만히 살피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누구예요?”

“이 할미보단 조금 연배가 낮지만 그래도 전대의 고수들이라 칭할 만한 놈들이다. 두 놈 모두 정사지간正邪之間의 인물들로 들리는 소식이 없어 모두 죽은 줄 알았더니 버젓이 살아있었구나. 하긴 그리 빨리 갈 놈들도 아니지. 클클. 놈들도 나를 알아본 모양이구나. 갑자기 얼굴빛이 어두워지는걸 보니. 클클”

파파가 적발인 일행으로 향한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자~ 신경쓰지 말고 식사나 하도록 하자. 파파도 어서 드십시오.”

유긍연이 화제를 돌려 식사를 재촉하면서 자신이 먼저 젓가락으로 요리 한 점을 집었다.


“저쪽에 불측은비 노파가 있소.”

“나도 좀 전에 보았소. 그 노파가 아직도 살아 있다니 놀랄 일이오.”

적발인과 같은 탁자에 앉아 있던 두 노인이 서로 돌아보며 놀라고 있었다.

“불측은비라면 마교의 전대 여고수 아닙니까? 제가 알기로 두 분보다 연배가 높은 것으로 아는데 아직도 살아 강호를 나돈단 말입니까?”

성장로가 놀라며 두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렇소. 분명 불측은비요. 옆의 젊은이들은 누군지 알 수 없으나 아마 마교의 잔당들일 테지.”

두 노인 중 체격이 훨씬 건장한 노인이 성장로에게 먼저 답했다. 비록 나이는 십여 년 이상 성장로가 어리지만 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성장로가 위였기에 하대를 할 순 없었다. 물론 성장로도 두 노인들을 함부로 다룰 순 없었다. 오래된 빈객들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충돌할 필요는 없겠지요. 비록 마교라 하나 우리와 은원恩怨도 없고, 또 불측은비 혼자 우리 넷을 감당할 수도 없으니 함부로 시비를 걸어오진 않겠지요.”

성장로가 식사를 위해 다시 젓가락을 들며 말했다.

두 노인도 불측은비를 곁눈질하던 것을 그만두고 소면으로 눈길을 돌리다 옆에 있던 적발인 차시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까부터 차시천은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소면을 한 가닥 한 가닥씩 먹고 있었다. 심마心魔가 도진 것을 회주가 직접 제조한 약을 복용시켜 억제시키고 있는 상태였다.

차시천의 상태는 세 단계를 임의로 오갔다. 심마가 심해지면 광기가 극대화되어 미친 사람이 되었으며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이지理智기 없어지고 살인과 강간 등을 거침없이 해댔다. 그 상태에서 약을 복용하면 광기는 억제되었으나 여전히 이지는 회복되지 않았다. 즉, 천치 바보와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역시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으나 대신 다른 사람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었다. 세 번째는 정상상태로 이지가 살아났으며 온순한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광기 상태의 행동을 기억하진 못했다. 간혹 광기상태에서 저지른 살인 현장에서 문득 정상 상태로 돌아 올 때도 있었는데 그땐 자신의 행동에 대해 몹시 괴로워하곤 했다.

지금은 천치 바보 상태인 것이다.

“대공자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약을 충분히 가지고 왔으니 다른 발작은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묵고 내일 오후면 북경에 도착할 것입니다.”

성장로가 두 빈객의 걱정을 덜어주면서 식사를 계속했고 성장로의 말에 두 빈객도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좋은 날씨에요. 아침 공기가 정말 신선해요.”

상큼한 봄바람 같은 유혜연의 목소리였다. 청해에서의 우울한 얼굴은 유긍연과 여행을 나서면서부터 사라졌으나 유달리 오늘 아침은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로구나. 네가 기분이 좋으니 나도 기분이 좋구나.”

“내 기분과 오라버니 기분은 다른 것인데 왜 자꾸 연결시켜요. 누가 보면 오라버니가 아니라 아빤 줄 알겠네.”

“크하하핫”

유혜연의 귀여운 놀림에 더욱 기분이 좋아진 유긍연이 호탕하게 웃는다. 이것이 유혜연의 본모습인 것이다. 한 점의 구김살도 없는 해맑음. 유긍연은 앞으로도 동생의 얼굴에 항상 웃음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리라 속으로 다짐했다. 동생을 울리는 것이 있다면 신神이라 하더라도 용서하지 않으리라고.


“벌레 소리들이 벌써 여름을 재촉하는군.”

두 빈객 중 체격이 다소 작은 노인이 산을 오르며 한마디 한다.

“그렇군. 젊었을 땐 들리지도 않던 벌레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하면 늙은 것이라더니 우리도 늙은 모양일세 그려.”

“이보게 정신차리게. 우리는 늙어도 한참 전에 늙었어 이 사람아. 벌써 송장이 되었어도 아깝지 않을 나이네 그려. 자네는 아직도 욕심이 그리 많누?”

체격이 작은 노인이 체격이 큰 노인을 타박하지만 체격이 큰 노인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꾸한다.

“그래, 나는 욕심 많이 부려 오래 살 테니 자네는 먼저 가게. 하하하”

성장로 일행은 유긍연 일행보다 앞서 객잔을 출발해 북경으로 향하는 산길을 걷고 있었다. 성장로는 티격태격하는 두 빈객의 뒤에서 묵묵히 따라오는 대공자 차시천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고 있었다.

“저 앞 공터에서 잠깐 쉬다 갈까나?”

“그러시죠. 젊은 사람도 쉬고 있는 것이 보이니 저곳이 쉼터인 듯 합니다.”

체격 작은 노인이 체격 큰 노인에게 물었으나 대답은 뒤에 있던 성장로가 대신했다. 쉬면서 차시천에게 약을 먹일 생각이었다. 지금 먹이지 않으면 다시 광기가 발휘될지도 몰랐다. 대공자의 광기가 발휘되면 말리기 어려웠고 여간 피곤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성장로 일행 네 명이 조금 더 걸어 올라가자 제법 평평한 공터가 나타났고 주위에 걸터앉을 만한 바위도 몇 개 있었다.

두 노인이 바위를 찾아 걸터앉았고 성장로가 대공자 차시천을 바위에 앉히곤 행낭에서 환丸 한알을 꺼내 차시천의 입에 넣어주려 할 때 팽~하는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리며 돌멩이 하나가 환을 쥐고 있는 성장로의 손을 노리고 날아왔다.

탕~

성장로가 어느 새 검집에서 검도 빼지 않고 검의 손잡이로 날아오는 돌멩이를 쳐냈다.

“누구냐?”

성장로가 맞은편에 앉아 있는 젊은이에게 화난 소리로 물었다.

“붉은 머리가 아픈 건가?”

성장로의 물음에 대답도 없이 젊은이가 성장로에게 되물었다.

“젊은 놈이 시건방지구나. 어른이 물었으면 먼저 대답을 해야지.”

성장로가 짐짓 화난 목소리로 타박했지만 그는 단박에 젊은이가 대공자 차시천을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호기심이 일었다. 누구길래 대공자 차시천을 안단 말인가?

“이 분을 아느냐?”

성장로가 다시 물었다.

“알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죽이면 그뿐.”

바위에 앉아 있던 젊은이가 서서히 일어서더니 성장로 앞으로 몇 발자국 걸어 나왔다.

“네 놈이 감히 상대할 분이 아니시다.”

성장로가 다시 단호한 어조로 말했지만 젊은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순간 성장로의 머리 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네 놈이 일전에 우리 대공자와 일전을 겨룬 놈이로구나.”

“그 때 못한 승부를 결정지을 참이니 당신은 비켜주면 좋겠군.”

성장로는 그제야 머리를 끄덕이며 젊은이가 태상호법이 경계해야 한다는 놈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전에 태상호법이 젊은 고수 둘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묵빛과 노을빛 강기를 각각 사용하는 젊은 고수 둘을 조심하라.’

그 놈들 중 한 놈인 것이다.

성장로가 두 빈객을 바라보자 두 빈객도 분위기를 눈치채고 각자 자신의 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 순간 바보 천치처럼 가만히 바위에 앉아 있던 대공자 차시천도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나 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자신에게 쏘아지는 따가운 살기殺氣를 느낀 것이다.

아무리 바보천치라도 일신에 익힌 무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처한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본다면 위험을 감지하는 것과 몸에 익힌 무공을 사용하는 것은 어쩌면 이지理智와는 관계없는 것인지도 몰랐다.

성장로도 검집으로 손을 가져갔다. 피할 수 없는 일전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저 놈을 죽임으로써 회의 걱정거리 하나를 덜 수 있다. 꿈에도 바라 마지않았던 큰 공을 세울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나의 임무는 대공자를 모시고 보호하는 것이다. 네 놈이 대공자를 해하려 하니 내가 어찌 조용히 물러날 수 있겠느냐? 네 놈이나 패거리를 데려 오도록 하거라. 어찌 감히 혼자서 우리 넷을 상대할 수 있단 말이냐. 하하하”

성장로가 격장지계激將之計를 쓰기 시작했다. 젊은 놈이 대단한 고수일지 모르나 아직 연륜이 부족할 것이라고 짐작한 것이다. 왜 성장로가 초로의 나이에 회의 장로 반열에 오를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순간적인 머리회전이 빠르고 승부를 결정짓는 민감한 요소를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이다.

그때 성장로의 뒤편에서 청아한 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패거리라면 여기 있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동서남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2 131. 제안提案 +2 17.04.12 2,704 50 11쪽
131 130. 과거過去 +2 17.04.11 2,700 45 10쪽
130 129. 백문이불여일견百聞以不如一見 +4 17.04.09 2,689 48 11쪽
129 128. 신뢰信賴 +5 17.04.07 2,764 45 10쪽
128 127. 투항과 저항 +3 17.04.06 2,668 48 11쪽
127 126. 현무당 특수조 +4 17.04.03 2,814 48 11쪽
126 125. 정저지와井底之蛙 +3 17.04.01 2,754 43 11쪽
125 124. 또 위기 +2 17.03.30 3,197 48 10쪽
124 123. 허정虛穽-빈 구덩이 +3 17.03.27 2,785 55 11쪽
123 122. 무인武人과 정치인政治人 +2 17.03.25 2,856 44 11쪽
122 121. 속죄贖罪 +2 17.03.23 2,772 48 11쪽
121 120. 풍정風精 +2 17.03.21 2,799 49 11쪽
120 119. 재회再會 2 +2 17.03.19 2,858 49 10쪽
» 118. 패거리 +4 17.03.17 2,954 49 10쪽
118 117. 무복武服 +3 17.03.15 3,074 47 9쪽
117 116. 승상부丞相府 +4 17.03.13 3,060 42 10쪽
116 115. 쪽지 +2 17.03.11 2,980 43 10쪽
115 114. 역할분담 +3 17.03.09 3,021 47 11쪽
114 113. 감탄고토甘呑苦吐 +3 17.03.07 2,993 43 11쪽
113 112. 눈물 +3 17.03.05 3,214 47 10쪽
112 111. 부서지는 햇살 +2 17.03.03 3,174 45 12쪽
111 110. 반성反省 +2 17.03.01 3,191 45 11쪽
110 109. 숨어있는 눈 +2 17.02.27 3,081 46 12쪽
109 108. 예상된 기습 +2 17.02.23 3,181 48 11쪽
108 107. 구사일생九死一生 +2 17.02.21 3,256 48 11쪽
107 106. 마지막 인사 +3 17.02.19 3,501 48 11쪽
106 105. 전략戰略 +2 17.02.17 3,227 48 11쪽
105 104. 절체절명絶體絶命 +2 17.02.15 3,163 46 12쪽
104 103. 호위 +2 17.02.13 3,329 54 11쪽
103 102. 함정 +2 17.02.12 3,303 4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