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252 회
조회수 :
778,691
추천수 :
12,451
글자수 :
1,158,507

작성
17.04.06 00:16
조회
2,667
추천
48
글자
11쪽

127. 투항과 저항

DUMMY

가시현과 무당진인, 음휼과 화산진인의 격돌을 시작으로 금번 현무당 특수조의 조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흥법스님과 흑죽장창, 남궁식연과 가시위학간의 격돌이 이어졌고 오의붕경의 황의사내와 제갈황, 청의 여인 추란과 태연도니가 맞붙었다.

남궁이현은 오의붕경의 적의 사내와 검을 섞었고 항백과 경표가 흑의 사내, 두원과 당수진, 관지선이 백의 사내와 어울렸다.

각각의 대결은 처음에는 그런대로 백중지세伯仲之勢를 이루고 있었으나 한쪽은 포위를 한 쪽이고 다른 한쪽은 포위를 당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라 아무래도 점차 수세에 몰리는 쪽은 현무당원들이었다.

현무당원들의 수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해졌다. 적들의 합격술이 전개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가시현과 음휼은 각각 무당 및 화산 진인과 개별적으로 싸우다가 서로 점차 거리를 좁히더니 이윽고 등을 맞댄 채 합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흑적쌍괴 본래의 위력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무당 진인을 공격하는 듯하다가 어느새 둘이 화산 진인을 공격하는 등 변칙적 합격술을 펼치기 시작하자 이내 두 진인의 마음이 평정을 잃기 시작했고 손발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오의붕경과 맞붙은 현무당원의 입장도 비슷한 처지였다. 처음에는 개별적으로 싸우던 오의붕경이 점차 모이기 시작하자 자연히 제갈황, 태연도니 그리고 현무당 삼조원들이 오의붕경의 포위망 안으로 점차 모여들기 시작했다. 원래 제갈황과 태연도니, 남궁이현은 오의붕경 한 명씩을 맞아 밀리지 않았으나 오의붕경이 모이기 시작하고, 특히 당수진과 관지선을 보호하는데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수세에 몰려가기 시작했다.

그나마 남궁식연과 흥법스님은 각기 가시위학 굴피와 흑죽장창을 맞아 대등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약한 놈을 집중 공격해 전열을 산만하게 만든다.]

오의붕경 중 적의 사내가 나머지 오의붕경에게 전음을 보내자 나머지 네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의붕경의 말이 끝나자 마자 백의 사내가 당수진을 향해 검을 찔러갔고 곧이어 흑의 사내마저 당수진을 다리를 향해 검을 찔러갔다. 남궁이현이 재빨리 검을 뻗어 수세에 몰린 당수진을 지원하려 하자 어느새 두 검은 원래부터 관지선을 목표로 삼았던 듯 방향을 바꿔 관지선을 찔러가기 시작했고, 동시에 황의와 적의 사내가 무차별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제갈황과 태연도니 등의 손을 묶어 놓은 상태에서, 관지선의 수세를 도우려고 신형을 오른쪽으로 날리는 항백을 향해 청의 여인의 비수가 날아들었다. 실로 절묘한 합격술이었다. 청의 여인의 비수를 제외한 나머지 네 사내의 모든 검은 눈속임인 허식虛式이었다.

비수는 항백의 오른 어깨에 정확하게 박혀 들었고 항백의 신음 소리가 나직하게 흘러나왔다.

“괜찮나?”

“괜찮습니다. 크윽~”

두원의 물음에 항백이 괜찮다면서 왼손으로 오른 어깨에 박힌 비수를 뽑았고 상처에선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괜찮지 않을 거야. 내공을 계속 사용하면 독이 급속하게 퍼져. 그럼 목숨을 잃는 수도 있어. 내 말 정말이야. 운기 조식으로 독이 퍼지는 것을 막는 게 좋을 거야.”

청의 여인이 담담한 표정으로 항백에게 충고하듯 말한다. 청의 여인의 눈에 깊은 적의敵意는 보이지 않았다.

“동정은 집어치워. 이러나 저러나 죽기는 매한가지야. 저놈들은 여길 살아 돌아가지 못해.”

청의 여인의 충고에 적의 사내가 못마땅하다는 듯 소리쳤지만 청의 여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러는 게 좋겠어요. 상처 부위 피부가 약간 검게 변했어요. 독이에요.”

관지선이 항백을 보며 걱정스런 얼굴로 말하자 제갈황도 거들고 나선다.

“자네는 저리 가서 운기조식으로 독이 퍼지는 걸 막게. 자네가 데려가서 도와주게.”

제갈황이 관지선을 보며 항백을 데려가 도와주라 말하자 관지선이 항백을 부축해 뒤로 천천히 물러난다. 그 사이에는 청의 여인을 나무랐던 적의 사내를 포함한 오의붕경도 가만히 항백과 관지선이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라만 볼 뿐 다른 공격은 하지 않았다. 현무당원들은 마주한 오의붕경이 비록 적이지만 그리 비열한 인물들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시 시작하도록 하지. 이대로 헤어질 수 있는 관계는 아니지 않나?”

적의赤衣 사내가 제갈황을 바라보고 말하면서 검을 다시 고쳐 잡자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검을 상대에게로 겨누기 시작했다. 공격은 적의 사내가 제갈황에게로 검을 날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현무당원들은 비록 큰 전력은 아니었다 하나 항백과 관지선이 빠짐에 따라 더욱 수세에 놓여졌다.


한편, 무당과 화산 진인의 무복은 이미 본래의 색깔은 사라지고 핏빛으로 물들었다. 흑적쌍괴의 합공이 여간 기이하고 변칙 것이 아니었기에 수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조금 더 흘러간다면 아마 두 진인은 전각의 앞마당에서 최후를 맞이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남궁식연과 흥법스님은 상대와 대등하게 어울리고 있었으나 마음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화산과 무당 진인의 수세가 점차 확연해지는데다 오의붕경을 상대하고 있는 사람들도 위급하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남궁식연은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임을 직감했다. 모두 살아 돌아가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렇다면 몇이라도 살아 돌아가 이곳을 무림맹에 알려야 한다. 자신들 특수조가 있는 힘을 다해 이곳을 맡고, 조금이라도 젊은 현무당 삼조원들을 살려 보내야 했다. 남궁식연이 흥법스님에게 전음을 보내려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여 격전 중인 사람에게 전음을 보냈다가 그 사람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결과에 이른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때 뒤에서 우렁찬 음성이 들려왔다.

“모두 검을 버려라.”

격전 중이었지만 내공이 실린 목소리가 워낙 우렁찼기에 모두는 잠시 검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봤다. 주위에는 어느새 일백 여명에 달하는 무인들이 전각 마당을 에워싸고 있었다.

“공전주孔殿主께서 이제 나타나셨구먼.”

“조금 늦었소이다.”

가시위학의 인사에 공전주라 불린 초로의 사내가 인사한다. 그는 횡칠수전의 전주 공손숙이었고 곁에는 부전주 황연송이 있었다. 황연송은 일전에 오백여 명의 무인을 이끌고 비살문을 척결했던 인물이었다.

“이런, 횡칠수전까지 나타나셨군. 이러면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되는 셈이군. 쯧쯧.”

음휼이 혀를 찼고 오의붕경도 의아해했다. 흑적쌍괴와 오의붕경은 횡칠수전까지 동원되는 줄 몰랐던 것이다.

“무림맹 놈들은 모두 검을 버리고 투항하라. 목숨은 살려주겠다.”

공손숙 전주가 흑적쌍괴의 말은 무시한 채 현무당원들에게 근엄하게 말했다. 이들을 인질로 잡아 필요할 때 사용하겠다는 것이 편장로의 계획이었다. 회의 살림을 책임지는 편장로 다운 계산공식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목숨을 살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용도가 있을 때까지다.

“네놈들에게 목숨을 구걸할 생각은 없다. 입으로만 나불대지 말고 이리 와서 나를 생포해 보거라.”

흥법 스님이 마귀를 훈계하는 사천왕같이 준엄한 목소리로 공손숙의 투항요구를 거절하면서 오히려 공손숙 전주에게 격장지계를 사용해 일대일의 싸움을 유도했다. 어떻게든 국면의 변화를 시도해보려는 것이다.

“지금 모두 투항하지 않으면 일단 절반의 목숨을 거두겠다. 그 때 다시 한번 더 묻도록 하지. 모두 준비하라~”

흥법 스님의 격장지계는 공전주에게 무용지물이었다. 오히려 공전주가 냉혹한 목소리로 현무당원들을 포위하고 있던 무인들을 둘러보며 지시를 내리자 무인들이 등에 메고 있던 활을 풀어 화살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무인들이 준비하는 활은 전쟁에서 군사軍士들이 사용하는 장거리 활과 다르게 작고 시위 줄이 훨씬 탱탱한 단거리용이었다. 웬만한 무인들은 군사들이 사용하는 장거리 활에서 발사되는 화살은 대부분 검으로 쳐낼 수 있었다. 화살이 큰 곡선 궤적을 거리며 비교적 늦은 속도로 날아오기에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거리 활의 화살은 큰 곡선 궤적을 그리지 않고 거의 직선으로 빠른 속도를 내며 날아온다. 당연히 장거리 활에 비해 화살을 쳐내기가 어려워진다. 게다가 지금처럼 일백 여명이 짧은 거리에서 동시에 화살을 집중해서 날린다면 모든 화살을 검으로 튕겨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워진다.

일백 여명의 무인들이 활을 겨냥하기 시작하자 현무당원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한두 번은 화살을 막아낼 수 있을지 모르나 부상자들도 있기 때문에 계속 화살을 막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결국 하나 둘씩 쓰러지기 시작하다가 종내 모두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미 흑적쌍괴와 오의붕경, 가시위학과 흑죽장창은 화살의 공격반경 뒤로 물러섰고 현무당원들만이 오도카니 마당 가운데 모여 있었다.

“혹시 투항을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시오? 기탄없이 말씀하시오.”

흥법 스님이 모두를 둘러보며 묻자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한 명은 없었고 오히려 두 눈에는 강렬한 불꽃들이 이글거렸다. 생의 마지막 힘을 모두 짜내어 결사항전의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혼자 외롭게 가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소? 하하”

“아미타불, 이처럼 큰 인연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저승에서는 웃으며 부드럽게 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남궁식연이 호탕하게 웃으며 모두를 둘러보자 태연도니가 합장을 하며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함께 죽는 것이 보통 큰 인연이 아님을 말하는 것이다. 현무당원들은 태연도니의 말에 모두 함께 웃었다. 평소 엄하고 차가운 태연도니가 웃으며 부드럽게 대하겠다고 하니 모두의 마음에 두려움이 사라지고 유쾌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상자와 삼조원들은 가운데로 모이시오. 그리고 특수조 분들이 그들 주위를 빙 돌아서서 날아오는 화살을 막읍시다. 모두 극락왕생을 빕니다. 아미타불.”

흥법 스님의 말에 특수조원들이 삼조원과 부상자들을 보호하면서 막아 섰지만, 두원과 남궁이현, 경표와 당수진은 가운데 있지 않고 특수조원들과 함께 바깥 원 대열에 섰다. 가운데에는 부상을 당한 두 진인과 항백 그리고 항백을 간호하고 있는 관지선만이 있었다.

“당소저는 뒤에 서시오.”

남궁이현이 당수진을 보며 자신의 등뒤로 물러서라 말하자 당수진이 남궁이현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젖는다. 싫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냥 남궁이현 옆에 있고 싶었다. 그때 갑자기 남궁이현이 당수진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등뒤로 당수진을 잡아 끌었고 얼떨결에 당수진이 남궁이현의 등뒤에 바짝 붙어 서게 되었다. 남궁이현의 등뒤에 선 당수진이 가만히 자신의 한 손을 바라봤다. 남궁이현이 한 손으로는 검을 들고 앞을 보면서도 한 손은 뒤로 돌려 여전히 당수진의 손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피를 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발사~”

공전주의 우렁찬 호령 소리에 백여 명의 무인들이 동시에 발사한 화살이 밤하늘의 어둠을 뚫고 현무당원들에게로 날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동서남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2 131. 제안提案 +2 17.04.12 2,703 50 11쪽
131 130. 과거過去 +2 17.04.11 2,699 45 10쪽
130 129. 백문이불여일견百聞以不如一見 +4 17.04.09 2,688 48 11쪽
129 128. 신뢰信賴 +5 17.04.07 2,764 45 10쪽
» 127. 투항과 저항 +3 17.04.06 2,668 48 11쪽
127 126. 현무당 특수조 +4 17.04.03 2,814 48 11쪽
126 125. 정저지와井底之蛙 +3 17.04.01 2,753 43 11쪽
125 124. 또 위기 +2 17.03.30 3,197 48 10쪽
124 123. 허정虛穽-빈 구덩이 +3 17.03.27 2,784 55 11쪽
123 122. 무인武人과 정치인政治人 +2 17.03.25 2,855 44 11쪽
122 121. 속죄贖罪 +2 17.03.23 2,771 48 11쪽
121 120. 풍정風精 +2 17.03.21 2,798 49 11쪽
120 119. 재회再會 2 +2 17.03.19 2,858 49 10쪽
119 118. 패거리 +4 17.03.17 2,953 49 10쪽
118 117. 무복武服 +3 17.03.15 3,074 47 9쪽
117 116. 승상부丞相府 +4 17.03.13 3,060 42 10쪽
116 115. 쪽지 +2 17.03.11 2,980 43 10쪽
115 114. 역할분담 +3 17.03.09 3,021 47 11쪽
114 113. 감탄고토甘呑苦吐 +3 17.03.07 2,993 43 11쪽
113 112. 눈물 +3 17.03.05 3,213 47 10쪽
112 111. 부서지는 햇살 +2 17.03.03 3,173 45 12쪽
111 110. 반성反省 +2 17.03.01 3,191 45 11쪽
110 109. 숨어있는 눈 +2 17.02.27 3,081 46 12쪽
109 108. 예상된 기습 +2 17.02.23 3,181 48 11쪽
108 107. 구사일생九死一生 +2 17.02.21 3,256 48 11쪽
107 106. 마지막 인사 +3 17.02.19 3,501 48 11쪽
106 105. 전략戰略 +2 17.02.17 3,227 48 11쪽
105 104. 절체절명絶體絶命 +2 17.02.15 3,163 46 12쪽
104 103. 호위 +2 17.02.13 3,329 54 11쪽
103 102. 함정 +2 17.02.12 3,303 4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