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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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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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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3.1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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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19. 재회再會 2

DUMMY

주은백과 성장로 일행이 대치하고 있는 곳으로 유긍연이 표홀히 날아 내린다.

“정말 저 놈과 한 패거리냐?”

성장로가 갑자기 나타난 유긍연을 보며 깜짝 놀라 물었다. 성장로는 태상호법이 조심하라고 한 두 명의 젊은이 중 다른 한 명이 나타난 것으로 짐작한 것이다.

“형씨는 가던 길을 가시오. 이것은 나와 저 붉은 머리와의 개인적인 문제요.”

주은백이 유긍연을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주은백은 유긍연을 바로 알아봤다. 장안 객잔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던 사내임을. 적발인과 비교해도 결코 못하지 않을 기도를 감추고 있던 사내임을.

“대협을 다시 만나게 되니 기쁘기 한량없소. 이 넓은 세상 천지에서 이처럼 우연히 두 번씩이나 만났다는 것은 우리들이 보통 인연이 아님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소? 말씀을 들어보니 대협께선 저기 있는 적발인과 구원舊怨이 있는 모양인데 저쪽에도 당사자 아닌 이가 있으니 그 자들은 내가 감당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라오. 다른 뜻은 전혀 없소. 다만 대협에게 호감을 느껴 하는 일일 뿐이니 괘념치 마시오.”

유긍연이 특유의 넉살로 싸움에 개입하고 있었지만 주은백에게 호기심과 호감이 있어 싸움에 개입한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유긍연의 얘기에 주은백이 무엇이라 말하려고 하는 찰나 카랑카랑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놈 오랜만이다.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라 했는데 사내놈이 약속을 어겨?”

유긍연의 뒤편에서 불쑥 불측은비 서은후가 나타나면서 주은백에게 욕지거리를 해댔다. 서은후의 등장으로 장내는 갑자기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파파께서 아시는 분입니까?”

유긍연은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며 파파 서은후를 돌아봤고,

“마교 놈이로구나.”

두 빈객 중 체격이 큰 노인이 주은백을 향해 소리를 쳤고,

“우리는 마교와 은원이 없으니 가시던 길을 가시오.”

주은백이 마교 인물이 아님을 짐작하고 있던 성장로는 불측은비 일행이 이 장소에서 그냥 떠나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서은후에게 나름 공손하게 청했고,

“아니, 파파 아니십니까?”

주은백은 놀라면서 서은후를 보고 소리쳤다.

“그래, 나다. 이 놈아. 그땐 어떻게 된 것이냐?”

서은후가 주은백에게 난주 약속을 어긴 연유를 묻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은백이 서은후에게 죄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내게 죄송할 필요는 없다. 네 놈이 미안하다고 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서은후가 말을 하면서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서은후의 뒤에서 아리따운 젊은 여인이 가만히 모습을 드러냈다. 유혜연이었다.

“주 공자님···”

유혜연이 다른 얘기는 하지 못한 채 다만 주 공자님이라고만 했다. 예전의 유혜연이었다면 당장주은백에게 달려들어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느냐고, 자신이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느냐고 묻고 또 물었을 것인데 그사이 겪은 심적 갈등은 유혜연의 입을 무겁게 만들고 혀를 굳게 만들었다. 너무 하고 싶은 얘기가, 묻고 싶은 말이 많으면 오히려 말이 되어 입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법인 모양이었다.

“유소저···”

주은백 역시 다만 유소저라고만 했다. 유혜연을 보자마자 유혜연이 그 동안 얼마나 상심했었는지 알아볼 수 있었기에 가볍고 쉬운 위로의 말을 감히 내뱉기 어려웠던 것이다.

“아니, 너도 아는 사람이냐? 아하 그러고 보니 무한에서 만났다던 그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이구나.”

유긍연이 아하 하는 탄성까지 뱉으며 놀라워했다.

“우리는 정말이지 대단한 인연이구나. 하하하하. 이렇다면 우리가 한 패거리임이 분명한 걸. 그렇지 않소? 하하하”

유긍연이 다시 박장대소拍掌大笑했다.

한편, 성장로는 눈 앞에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서로 알고 있는 사이라면 불측은비 서은후 일행이 대공자를 노리는 젊은 놈을 두고 그냥 가지는 않을 것이다. 일전一戰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대공자와 젊은 놈은 이전에도 한번 격돌해서 평수平手를 이뤘다. 그렇다면 자신과 두 빈객이 서은후와 새로 나타난 젊은 놈을 상대해야 한다는 의미였는데 두 빈객이 불측은비를 맡는다면 자신이 새로 나타난 젊은 놈을 맡아야 한다. 젊은 여인은 무공을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해볼 만 하다고 성장로는 생각했다.

“복잡한 얘기는 천천히 하도록 하자. 우선 이놈들은 누구냐? 누구길래 네 놈이 길을 막은 것이냐?”

파파가 주은백에게 물었다.

“저기 보이는 적발괴인이 바로 집안의 원수입니다.”

“집안의 원수는 고향마을의 흑도방주였고 이미 죽였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때 다 말씀드리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저 적발괴인이 흑도방주의 배후였습니다. 저 놈이 고모님을 겁탈한 장본인이었습니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대신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싸움이구나. 나머지 세 놈도 배후와 관련이 있느냐?’”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맡아도 되겠느냐?”

파파의 물음에 주은백이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적발괴인과의 일전一戰에 그들 셋이 합쳐진다고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순수하게 적발괴인과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벌이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 어머니, 고모님의 영혼을 위로하고 싶었다. 괜히 나머지 놈들로 인해 세분의 영혼을 위로하는 과정이 어떤 의미로든 오염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한편, 서은후는 적발괴인의 무공이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주은백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혹시나 하는 염려도 아니 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자신들이 맡아도 되겠냐고 물은 것이다.

“이젠 문제가 없겠지? 우린 저쪽으로 조금 움직이지?”

유긍연이 성장로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이로써 대결구도는 정리된 것이며, 적발인과 주은백의 대결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유긍연이 손으로 저쪽을 가리킨 것이다.

성장로가 두 빈객에게 급히 전음을 보냈다. 두 사람이 불측은비를 맡으라는 것이었다.

유긍연이 먼저 조금 떨어진 곳으로 움직이자 성장로와 두 빈객도 따라 움직였고 한쪽은 자연히 주은백과 적발인, 차시천만이 남게 되었다. 결국 유긍연의 제안으로 대결은 두 패로 나뉘게 된 것이다. 서은후도 유긍연 쪽으로 움직였고 유혜연도 주은백과 애틋한 시선을 한번 교환한 후 서은후의 손에 이끌려 유긍연 쪽으로 움직였다.

성장로가 검집에서 조용히 검을 뽑으며 유긍연을 바라보고 말했다.

“젊은 놈은 내가 상대해주마.”

“노파는 우리가 상대해주지.”

두 빈객 중 체격이 큰 노인이 불측은비 서은후에게 말하며 역시 발검拔劍했다.

그렇게 발검이 이루어지고 성장로와 두 빈객이 보법을 시전하려는 순간 소리 없이 몇 개의 인영이 유긍연과 서은후 뒷편에서 나타났다.

“저희들에게 맡기시지요.”

얼굴이 대추 빛처럼 붉은 일정령주였다. 유긍연을 몰래 호위하고 있던 사령주 네 명이 모두 나타난 것이다.

“나는 괜찮소.”

서은후가 사령주에게 말했다. 자신은 괜찮으니 소교주인 유긍연을 보호하라는 의미였다.

“파파께서 직접 나서신다면 저희들이 교주를 뵈올 면목이 서질 않습니다. 저희 입장을 헤아려주십시오.”

신기령주가 불측은비 서은후에게 고개를 약간 숙이며 간청하듯 말한다. 사령주가 비록 마교를 떠받치는 네 가문의 가주이며 교주에 이어 마교내 공식적인 이인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나 마교 내 최고 배분인 불측은비 서은후를 공손히 모시지 않을 수 없었다. 교주마저도 존대하고 받드는 서은후 아닌가?

“허허~ 이러시니 내가 곤란하군. 네 분 뜻에 따르리다.”

서은후가 아쉬운 듯 고마운 듯 약간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뒤로 물러나 유혜연 곁에 섰다.

“공자께서도 저희 입장을 배려해주시지요. 아니시면 아버님께 말씀드려 강호행 중지를 건의드리도록 할 것입니다.”

일정령주가 신기령주를 흉내 내어 유긍연에게 뒤로 물러설 것을 청했으나, 청하는 논거가 협박처럼 되어 곁에 있던 나머지 세 명의 령주는 미간을 약간 찡그렸지만 유긍연은 호탕하게 웃으며 일정령주의 청에 화답했다.

“알겠습니다. 뒤로 물러설 테니 그것만은 제발···”

유긍연이 간청하는 몸짓을 하며 뒤로 물러서자 일정령주의 얼굴엔 커다란 웃음이 걸렸지만 여전히 나머지 세 명의 령주는 얼굴을 약간 찡그리고 있었다.

성장로는 뭔가 일이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새로 나타난 네 명의 초로인들이 내뿜는 엄청난 기도 때문이었다. 그들은 기도를 숨김없이 개방하고 있었다. 그들이 내뿜는 개개인의 기도는 결코 대공자 차시천 못지 않았다.

‘어디서 이런 고수들이 나타난 것인가? 이들도 마교란 말인가? 그동안 우리가 마교를 너무 경시輕視하고 있었구나. ’

성장로는 때늦은 후회를 했다. 하지만 이미 일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불측은비와 새로 나타난 젊은 녀석만 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는데 대공자 차시천 같은 고수들이 무려 넷이나 가세했으니.

“내가 나서도 되겠소?”

일정령주가 나머지 세 명의 령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도록 하시구려.”

신기령주가 동의했고 성휘령주도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월광령주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침묵은 동의를 의미했다.

“고맙소.”

일정령주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차분히 소매를 걷기 시작했다. 권拳과 장掌을 주무기로 사용한다는 신호였다.

성장로는 터무니 없는 현실에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고수라지만 자신과 두 빈객을 상대로 한 사람만이 나서다니. 하지만 현실은 그러했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앞으로 나선 초로인이 내뿜는 뜨거운 기도는 자신의 살갗까지도 따끔하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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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1. 속죄贖罪 +2 17.03.23 2,772 48 11쪽
121 120. 풍정風精 +2 17.03.21 2,799 49 11쪽
» 119. 재회再會 2 +2 17.03.19 2,859 4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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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7. 무복武服 +3 17.03.15 3,074 47 9쪽
117 116. 승상부丞相府 +4 17.03.13 3,060 42 10쪽
116 115. 쪽지 +2 17.03.11 2,980 43 10쪽
115 114. 역할분담 +3 17.03.09 3,021 47 11쪽
114 113. 감탄고토甘呑苦吐 +3 17.03.07 2,993 4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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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6. 마지막 인사 +3 17.02.19 3,501 48 11쪽
106 105. 전략戰略 +2 17.02.17 3,227 4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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