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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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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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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2.1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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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02. 함정

DUMMY

“거지 새끼들 아냐? 거지 새끼들이 왜 이 깊은 산중까지 들어왔지?”

나무 위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무인 하나가 옆에 있던 무인에게 낮은 목소리로 손가락을 뻗어 전방을 가리켰다.

“거지들 맞군. 옆에 있는 신호 줄을 당기게. 누구라도 나타나면 신호 줄을 당기라 했으니 명령에 따라야지.”

옆에 있던 무인의 말에 다른 무인 하나가 가느다란 줄을 세 번 당겼다.

개방의 거지들이 무악산霧岳山 기슭을 더듬고 있었다. 정주 지부 제육지소 소속 거지 하나가 많은 사람들과 많은 물자가 무악산을 수시로 드나든다고 했기에 제육지소 몇 명의 거지가 무악산을 뒤지고 있는 것이다.

“제삼구역 제오초소로부터 신호가 왔습니다. 수상한 자들이 나타났다는 신호입니다.”

“날랜 무인 몇을 보내 그들이 누군지 확인한 후 바로 횡사수전으로 보고하라.”

경비본부 소속 무인 하나가 당직 무인에게 보고했고 당직 무인이 지시를 내렸다. 최근 상부에서 수상한 자들이 나타나면 공격하지 말고 곧바로 횡사수전으로 직접 보고하란 지시가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거지 몇 놈이 제삼구역 제오초소 부근에 나타나 주변을 뒤지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횡사수전의 부전가가 전주 탁수영에게 보고했다.

“그곳이라면 횡육수전이 있는 곳이 아니오? 그냥 두시오. 그 놈들이 곧 횡육수전 건물을 확인하겠군. 낄낄”

거지들이 나타났다는 보고에도 불구하고 횡사수전의 전주 탁수영은 오히려 뭐가 좋은지 연신 낄낄거렸다.

북천회의 주력은 정주 외곽의 무악산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세력이 한곳에 모여 있지는 않았고 넓은 무악산을 중심으로 전殿 단위로 군데군데 흩어져 있었다. 지금 개방의 거지들이 더듬고 있는 곳은 횡육수전이 자리 잡고 있는 무악산 남쪽 기슭이었다.


“저기 나무 사이로 시꺼먼 것이 마치 기왓장처럼 보입니다.”

젊은 거지 하나가 손가락을 가리키며 다른 거지들에게 말했다.

“어디 어디?”

늙은 거지 하나가 젊은 거지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맞추고 있었으나 좀체 젊은 거지가 말하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언 듯 언 듯 시꺼먼 것이 보이는구먼. 그리 가보세.”

옆에 있는 중년의 거지 하나가 젊은 거지의 말에 동감하면서 먼저 그리로 걸음을 옮겼다.

이십 여장 정도 사선으로 올라가니 나무 사이로 제법 커다란 장원의 지붕 한 채가 보였다. 장원이 자리한 곳은 계곡처럼 움푹 꺼진 분지였는데 여간해서는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런데 장원이 있다니 놀랄 일입니다.

젊은 거지가 놀란 듯이 말하자 옆에 있던 장년의 거지가 주의를 주었다.

“목소리를 낮추게. 아무튼 귀신 같이 숨어 있었구먼. 이런 곳에 숨어 있으니 찾을 수 없었지.”

“천혜의 요지구먼. 움푹 꺼져 있어 보이지도 않으면서 제법 넓기도 하구먼. 전각이 두세 채 되는군. 자, 이제 조용히 자리를 뜨세. 우리 임무는 장원을 찾는 것뿐이니”

늙은 거지가 조심조심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장원이 그들이란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수상한 장원만 조사하란 지시를 받았지 누군지 확인하란 지시는 없었네. 호기심이 많으면 죽음만 가까울 뿐일세.”

젊은 거지의 물음에 장년 거지까지 늙은 거지를 따라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개방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무악산 남측 기슭에서 수상한 장원을 발견했다는 첩보입니다.”

남궁이현이 두원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정주로 들어오면서 세 개조로 나누어졌던 삼조원들이 정주 외곽의 허름한 객잔 별채에 모두 모였다. 개방으로부터 소식을 접하고 남궁이현이 모두를 소집한 것이다.

“조금 자세히 얘기해봐.”

항백이 남궁이현에게 물었다.

“무진신개님을 통해 개방으로 부탁을 했습니다. 정주 외곽에 수상한 것으로 보이는 장원을 찾아달라고 말입니다. 그들 세력이 작지 않으니 필히 물자와 사람이 드나드는 것이 일반사람들에게 포착되었을 것이란 당소저의 추측이 있었습니다. 개방은 우리와 달리 일반 백성들로부터 정보를 얻기가 수월하니까요. 그리고 지금 연락을 받았습니다. 남측 기슭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두세 채의 전각이 있는 장원이 있다고 말입니다.”

남궁이현이 개방을 통한 배경을 덧붙였다.

“좋은 생각이었군.”

“저 밖에 누가 있겠어요?”

두원이 당수진을 보며 칭찬을 하자 당수진이 고객을 들며 자화자찬했고 항백과 경표는 에그~하는 표정이었다.

“이제 어쩔 생각인가?”

두원이 모두를 둘러보며 물었다.

“저희들 만으로 그곳을 확인하고, 공격한는 것은 무리입니다. 여기에 거주하는 백호당과 주작당에게 알려야겠죠.”

경표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자 항백이 나섰다.

“아직 수상하다는 정황만 있을 뿐 흉수 세력이라는 확증이 없지 않습니까? 확인한 후 무림맹으로 알려도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 말씀도 일지 있지만 타초경사打草驚蛇의 우를 범하면 더 큰 문제 아니에요? 괜히 우리가 확인하려 갔다가 그들이 놀라 다시 숨어버리면 또 어떻게 찾겠어요?”

당수진이 우려를 표명했다.

“수진이 말이 맞습니다. 백호당과 주작당으로 알려주고 그들이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일 우리가 확인하다가 놓치면 모든 실패의 책임이 현무당 삼조로 쏠릴 것이고 이는 곧바로 제갈청군사님의 막중한 부담이 될 것입니다. 이번 임무는 옆에서 지원하는 것이니 정보를 바로 전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관지선이 당수진의 얘기에 맞장구를 쳤고 책임이 총군사인 제갈청에게까지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에 더 이상의 반론은 없었다.



“개방 정주지부에서 사람이 찾아와 수상한 장원이 무악산 남측 기슭에 있다는 정보를 제공해주고 갔습니다.”

무림맹 정부지부장이 손호와 번량에게 개방으로부터의 정보를 전달했다.

“흉수들의 본거지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물자들이 장원이 있는 방향으로 드나들었다는 소문이 있고 아무도 그 장원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것으로 봐서 매우 수상한 장원이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정보를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부지부장이 보고 끝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답답한 상황이었는데, 마침 좋은 정보가 들어왔군요. 개방에서 이렇게 지원해줄 것이라 생각도 못했소이다 그려. 허허허”

손호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당장 무인들을 모아 그리로 가봅시다.”

번량이 지금 곧장 그리로 달려갈 듯이 일어서며 말했다.


백호당과 주작당이 무악산 남측 기슭에 닿았을 때는 점심을 먹은 뒤였지만 아직 해가 많이 남아 있었다. 소수정예로 백호당보다 개개인의 무공이 뛰어난 주작당이 앞장을 서고 백호당이 뒤에서 받치는 형세로 개방의 젊은 거지 안내를 받아 무악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현무당 삼조도 아무도 몰래 조용히 주작당과 백호당을 뒤따랐다.

“저곳입니다.”

거의 일각 정도 산을 오르기 시작한 후 개방의 젊은 거지가 깊숙한 곳에 들어앉아 있는 장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주작당은 조별로 흩어져 놈들의 도주로를 차단한다. 그리고 일조가 정문으로 들어가 놈들의 정체를 확인한다. 모두 기민하게 움직이도록.”

번량의 지시에 주작당이 조별로 흩어졌고 뒤따르던 백호당도 대隊별로 흩어지는 주작당 각조를 뒤따랐다.

주작당 일조가 장원의 정문에 이르렀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휙~하는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윽~하는 신음소리가 마치 원래부터 한 소리였던 듯 들려왔고, 주작당 일조원 하나가 바닥으로 툭~하고 쓰러졌다.

“적이다. 적의 기습이다. 모두 화살을 대비하라.”

주작당 일조의 조장이 외치는 소리가 마치 신호였던 듯 곳곳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적의 기습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

“여기도 적의 기습이다. 놀라지 마라. 적은 몇 놈 되지 않을 것이다.”

기습을 받은 조장 한 명이 소리지르며 조원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그도 적의 숫자가 정말 적은지 알지 못했다. 다만, 그럴 것이란 희망이 담긴 바람이었다.

곳곳에서 무림맹 무인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아직 적은 정확히 보이지도 않건만 화살은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나무 사이로 정확히 날아와 무림맹 무인들의 가슴과 팔 다리에 꽂히기 시작했다. 평지라면 화살 정도를 피하지 못할 무림맹 무인들이 아니었으나 보이지 않는 적이 나무 사이로 화살을 쏘아대니 오히려 나무들이 엄폐물이 되지 못하고 시야만 가릴 뿐이었다.

“나무를 등져라. 나무를 등지고 정면에서 날아오는 화살만 상대하라.”

누군가 무차별하게 쏟아지는 화살에 대한 대응책을 소리쳤고 이를 옳다 여긴 무인들이 하나 둘씩 큰 나무를 등지며 정면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쳐내기 시작하자 쓰러지는 인원이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를 등진 무인들의 등에 식은 땀이 샘솟았다. 적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고 화살은 언제 어떤 방향에서 날아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인들이 나무를 등지기 시작하자 화살도 더 이상 날아오지 않았고, 부상자의 신음소리를 제외하면 산 중에는 고요한 적막만이 흘렀다.

적막이 길어지자 무인들의 긴장도 더욱 팽팽해졌다. 적들이 사라졌을 리는 없다. 다른 공격을 준비하는 것이리라. 어떤 공격이 다가올지 모르는 상황은 두려움만을 키우고 있었다.


큭~

그 때 무인 하나의 비명소리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다시 비명이 터져 올랐다. 무인들이 등진 나무 위에서 검기가 쏘아져 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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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126. 현무당 특수조 +4 17.04.03 2,813 48 11쪽
126 125. 정저지와井底之蛙 +3 17.04.01 2,753 43 11쪽
125 124. 또 위기 +2 17.03.30 3,196 48 10쪽
124 123. 허정虛穽-빈 구덩이 +3 17.03.27 2,784 55 11쪽
123 122. 무인武人과 정치인政治人 +2 17.03.25 2,855 44 11쪽
122 121. 속죄贖罪 +2 17.03.23 2,771 48 11쪽
121 120. 풍정風精 +2 17.03.21 2,798 49 11쪽
120 119. 재회再會 2 +2 17.03.19 2,858 49 10쪽
119 118. 패거리 +4 17.03.17 2,953 49 10쪽
118 117. 무복武服 +3 17.03.15 3,073 47 9쪽
117 116. 승상부丞相府 +4 17.03.13 3,059 42 10쪽
116 115. 쪽지 +2 17.03.11 2,979 43 10쪽
115 114. 역할분담 +3 17.03.09 3,020 47 11쪽
114 113. 감탄고토甘呑苦吐 +3 17.03.07 2,993 43 11쪽
113 112. 눈물 +3 17.03.05 3,213 47 10쪽
112 111. 부서지는 햇살 +2 17.03.03 3,173 45 12쪽
111 110. 반성反省 +2 17.03.01 3,190 45 11쪽
110 109. 숨어있는 눈 +2 17.02.27 3,080 46 12쪽
109 108. 예상된 기습 +2 17.02.23 3,180 48 11쪽
108 107. 구사일생九死一生 +2 17.02.21 3,255 48 11쪽
107 106. 마지막 인사 +3 17.02.19 3,501 48 11쪽
106 105. 전략戰略 +2 17.02.17 3,226 48 11쪽
105 104. 절체절명絶體絶命 +2 17.02.15 3,162 46 12쪽
104 103. 호위 +2 17.02.13 3,328 5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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