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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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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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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3.07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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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3. 감탄고토甘呑苦吐

DUMMY

“그가 도왔는데도 오의붕경이 실패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늙은이 하나는 없앴지만 젊은 놈이 더욱 대단한 놈이라는 얘기입니다. 혼자서 오의붕경을 상대로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고 합니다.”

“그런 고수가 이황야에게 있다? 혹시 그 놈이 묵빛 강기를 사용했다던가?”

태상호법의 머리에 갑자기 사라졌던 동천과 서천의 후예가 생각났다. 음양쌍절과 목인선의 기습후 생사 불명인 상태로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동천의 후예. 대제자와의 격돌 후 역시 사라져버린 서천의 후예. 그놈들이라면 충분히 혼자서 오의붕경을 상대할 수 있으리라. 동천과 서천의 후예가 나타난 후로 회會에서는 강기의 색깔을 주의 깊게 살피라는 지령이 떨어졌었다.

“아닙니다. 강기에 특별히 색깔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

태상호법이 머리를 모로 세웠다. 이상했던 것이다. 얼마 전 무악산에서도 무림맹과 함께 나타난 젊은 놈 때문에 기습이 실패하고 빈객 셋을 잃었지 않았는가? 어디서 갑자기 젊은 고수들이 나타난단 말인가? 그들이 동천의 후예인가? 아니면 서천이나 남천의 후예인가? 그도 아니면 새로운 고수들인가?

무악산의 기습으로 인해 무림맹은 대부분의 무인을 잃고 무한으로 돌아갔다. 회에서도 비록 독립검수 이십여 명과 빈객 셋을 잃었지만 당분간 무림맹이 힘을 쓰지 못할 정도로 두들겼으니 그리 아쉬운 상황은 아니다. 문제는 새로 나타나는 젊은 고수들이다.


전쟁은 머리 숫자로 한다. 나라를 지배하는 힘도 바탕에는 머리 숫자다. 그러나 무림은 다르다. 무림을 지배하는 법칙은 머리숫자가 아니다. 절대고수다.

단 한 명의 절대고수만으로 지배가 가능한 것이 무림이다. 물론 무림에도 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절대고수가 뒷받침 되지 않는 머리 숫자는 세력화될 수 없다. 그래서 회도 아직은 회주의 절대 무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절대고수의 존재는 일반 세상과는 다른 강호의 질서를 창출한다. 절대고수는 세력과 세력에 기초한 체제를 일거에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존재들이다. 절대고수는 직선적이고 원초적인 사내의 특성으로 자기 세계를 형성한다. 인정하는 사람은 수하가 되고 반대하는 사람은 장애가 되어 제거된다. 그래서, 복선複線이 얼기설기 엮여 있고, 적敵과 아我를 구분하기 어려우며, 스스로의 힘과 재능보다는 타인의 재능과 힘을 활용하는 것이 승부를 결정짓는, 그래서 승복도 없고 끊임없는 경쟁만이 난무하는 일반세상과는 다른 질서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강호가 가지는 매력이다. 확실하고 분명한 세계. 확고한 수직적 질서가 구축되어 있는 세계. 그래서 오히려 가장 자연스러울 수 있는 세계. 그것이 무림이고 강호인 것이다. 그 매력에 호연지기를 갖춘 사내들이 목숨을 담보로 끊임없이 도산검림의 세상인 강호로 유입되고 있지 않은가?


태상호법이 손을 머리로 가져갔다. 생각에 잠길 때의 버릇이다. 태상호법 앞에 있는 사내가 이를 알고 아무 말없이 기다린다. 태상호법이 입을 열 때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다. 마교를 제외한 정파 무림에 젊은 초절정고수들이 있다는 사실은 파악되지 않았던 정보다.

수십 년 간의 지속되어온 평온한 시기에 대부분의 초절정고수들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으며,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최고수들도 뒷방으로 물러나 하늘의 부름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 그 속에서 오직 자신만이 회를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하고 고수를 유입하거나 새로운 고수를 육성하며 이십여 년 이상을 준비해왔다. 이제 자신의 앞길을 막을 고수나 세력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젊은 고수들이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자신의 일을 무위無爲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태상호법은 곧 평온을 되찾고 머리에서 손을 내렸다. 비록 새로 나타난 그들이 대단한 고수들이라 하나 회주와 그 제자들에는 미치지 못하리라. 자신도 준비한 초절정고수들이 있지 않은가? 지금 앞에 있는 사내처럼. 이정도 난관도 없이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애초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그 놈들은 어디를 가고 있는가?”

“제남을 지났다 합니다. 곧 남경에 도착할 것입니다. 기습을 하려면 서두르셔야 합니다.”

“아니다. 이미 늦었다. 그들은 그냥 보낸다.”

“그럼 동창에서 시끄러울 것입니다.”

“이쯤에서 사냥을 끝내도록 하지. 새로운 싸움이 시작될 테니까. 흐흐흐”

생각에 잠겨있던 태상호법이 평정심을 유지하는가 싶더니 어느덧 음흉하게 웃는다.

태상호법 앞에 있던 사내는 태상호법의 웃음이 그답다는 생각을 했다. 태상 호법이란 늙은 사내는 이런 사람이다. 그 속을 도저히 알 수 없다. 이런 사람과 적이 되는 것은 정말이지 피곤하고 괴로운 일일 것이다.

태상 호법 앞에 있던 사내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서 방문을 열고 나갔다.



“뭐라~ 실패 ?”

날카로운 고성高聲이 조부태감의 귀청을 찢을 듯하다.

“그렇습니다. 길吉 태위는 죽고 나머지는 돌아왔습니다. 저쪽에서도 소노라 불리는 늙은이는 죽었습니다만 젊은 무인 하나가 굉장한 고수였다고 합니다. 회에서 파견한 다섯 고수의 합격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다섯 고수가 압도 당했다 합니다.”

“그래서? 회에서는 어떤 계획이라 하던가?”

“아무 회신이 없습니다.”

“회신이 없어? 이 놈들이~”

“더 이상 회會를 믿을 수 없습니다. 장부와 목걸이가 이황야에게 들어갔다 가정하고 후속대책을 세우셔야 합니다.”

“이 놈들이~ 너무 커졌구나.”

태감이 조부태감의 얘기에도 불구하고 계속 회에 대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사실 조부태감은 이미 회의 변심을 느끼곤 무림맹도 접촉하는 등 나름의 대안을 강구해왔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넌지시 태감에게도 알렸으나 태감은 조부태감의 얘기를 곧이 듣지 않았었다.

“이황야가 목걸이를 모두 가졌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태감이 평소의 목소리로 돌아와 조부태감에게 물었다. 연륜이다. 흥분이 사건을 해결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아닐 것입니다. 처음 저희는 두 치 크기의 삼각 목걸이 두 개가 사각 자물쇠의 반을 차지하길래 두 치 크기의 삼각 목걸이 두 개만 더 있으면 된다 생각하였지만 이후 나타난 목걸이는 한 치 반 크기의 삼각 목걸이와 한 치 크기의 사각 목걸이였습니다. 저도 동일 크기의 모조품을 만들어 사각 자물쇠를 채워봤지만 그것만으로는 절대 사각 자물쇠를 채울 수 없었습니다. 분명히 이황야 측에서도 아직 목걸이를 모두 확보하진 못했을 것입니다.”

“그럼 우선 급한 것은 장부겠군.”

“그렇습니다. 현 황제께서 즉위하신 후, 이황야를 따르는 무리가 많았지만 그렇다고 대다수의 신하들이 장자長子인 현 황제의 즉위를 대놓고 반대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만일 현 황제의 집권과정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필히 막아야 합니다.”

조부태감이 현 황제 집권과정에서 동창을 주축으로 충신들을 제거하고 목걸이를 탈취한 것을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기 때문이다. 조부태감의 답변 내용을 곽태감이 알지 못하거나 짐작하지 못해서 물은 것이 아니다. 조부태감의 입을 통해 현 상황을 다시 한번 확인함으로써 위기 시에 간혹 발생하는 상황인식의 착오를 범하지 않겠다는 냉철한 태도 때문이었다.

“장부라면 그와도 관계가 있는 일이지. 우선 그를 만나봐야겠군.”

곽태감의 얼굴에 분노로 인한 붉은 기운이 사라지고 평소의 깊지만 희번덕거리는 눈빛이 되살아 났다.

조부태감은 태감이 여우 같은 늙은이처럼 보여 인간적인 존경심을 가질 수 없었으나 이미 그와는 한배를 탄 사이였다. 미우나 고우나 도우며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봄날이 좋구나. 우리가 이렇게 함께 하는 시간도 오랜만이지?”

“함께 교敎 밖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에요.”

유긍연의 질문에 유혜연이 밝은 목소리로 답한다. 옆에 있던 파파의 얼굴도 유혜연의 밝은 목소리에 따라 밝아진다.

유긍연이 교주에게 다시 강호행을 허락 받자 파파가 교주에게 자신과 유혜연의 동행을 요청했고 교주도 흔쾌히 허락했다. 우울한 유혜연의 기분을 전환할 필요가 있었고 그 역할에는 자신보다 그래도 동세대同世代인 오빠 유긍연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유긍연이라면 믿을만했다. 자신만큼이나 동생을 아끼는 오라버니니까.

사령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긍연을 뒤따르기로 했고, 지금은 유혜연과 파파가 유긍연과 동행하고 있는 것이다.

“남매가 사이 좋으니 참으로 보기 좋구나. 그 젊음도 좋구.”

파파 서은후가 주름에 미소를 담아 활짝 웃었다.

“파파도 아직 정정하세요. 시집을 가셔도 될 듯한데요? 이번 기회에 잘 찾아보세요. 하하.”

유긍연이 파파를 놀렸다. 교敎 내에서 파파 서은후에게 이런 농담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교주라도 그런 농담을 하긴 부담스러웠다. 파파가 선대 교주와 친구처럼 지낸 사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긍연은 파파에게 곧잘 농담을 건넸고 어렸을 때는 심지어 골려 먹기도 했다. 유긍연과 유혜연의 모친이 일찍 세상을 여읜 탓에 파파를 할머니처럼 따랐던 것이다.

“이 놈아~ 내 나이 팔십 줄이다. 새신랑을 어디서 찾겠느냐? 끌끌”

“연하年下도 좋데요. 호호.”

유혜연까지 농담에 가세했고 파파와 유긍연이 소리내어 웃었다. 이러려고 같이 나선 것이다.

여행은 새로운 기분을 갖게 해준다. 유혜연의 우울한 기분이 봄날의 즐거운 여행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유혜연도 두 사람이 자신의 기분을 전환시켜주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안다. 그래서 더욱 노력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라버니, 어디로 가실 생각이세요?”

“북경으로 갈 생각이다.”

“북경은 저번에 다녀 오시지 않았어요?”

“볼만한 곳이 많았는데 미쳐 다 보지 못했다. 이번에 내쳐 다 봐야겠구나.”

유긍연이 다시 북경으로 향하고 있었다.

파파와 유혜연은 유긍연에게 딴 생각이 있음을 바로 알아차렸다. 단순 유람을 위해 간 곳에 또 갈 유긍연이 아니다. 하지만 파파와 유혜연은 더 묻지 않았다. 굳이 알려주려 하지 않는 것을 묻는다고 알려줄 유긍연도 아니었고, 알려주려 하지 않는 것을 굳이 알려고 하는 파파와 유혜연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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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4. 또 위기 +2 17.03.30 3,196 48 10쪽
124 123. 허정虛穽-빈 구덩이 +3 17.03.27 2,784 55 11쪽
123 122. 무인武人과 정치인政治人 +2 17.03.25 2,855 44 11쪽
122 121. 속죄贖罪 +2 17.03.23 2,771 48 11쪽
121 120. 풍정風精 +2 17.03.21 2,798 49 11쪽
120 119. 재회再會 2 +2 17.03.19 2,858 49 10쪽
119 118. 패거리 +4 17.03.17 2,953 49 10쪽
118 117. 무복武服 +3 17.03.15 3,073 47 9쪽
117 116. 승상부丞相府 +4 17.03.13 3,059 42 10쪽
116 115. 쪽지 +2 17.03.11 2,979 43 10쪽
115 114. 역할분담 +3 17.03.09 3,020 47 11쪽
» 113. 감탄고토甘呑苦吐 +3 17.03.07 2,993 43 11쪽
113 112. 눈물 +3 17.03.05 3,213 47 10쪽
112 111. 부서지는 햇살 +2 17.03.03 3,173 45 12쪽
111 110. 반성反省 +2 17.03.01 3,190 45 11쪽
110 109. 숨어있는 눈 +2 17.02.27 3,080 46 12쪽
109 108. 예상된 기습 +2 17.02.23 3,180 48 11쪽
108 107. 구사일생九死一生 +2 17.02.21 3,255 48 11쪽
107 106. 마지막 인사 +3 17.02.19 3,500 48 11쪽
106 105. 전략戰略 +2 17.02.17 3,226 48 11쪽
105 104. 절체절명絶體絶命 +2 17.02.15 3,162 46 12쪽
104 103. 호위 +2 17.02.13 3,328 54 11쪽
103 102. 함정 +2 17.02.12 3,302 4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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