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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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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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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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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17. 무복武服

DUMMY

“마차 없이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서홍이 옆에 있는 공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습니다. 걷는 것도 아니고 말을 타고 가는 길인데요.”

공녀가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공녀 스스로 마차를 거부했다. 무림의 흉수를 찾으러 가는 길에 마차는 맞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아마 소노의 죽음으로 인해 스스로가 장작더미에 누워 곰의 쓸개를 씹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자세를 견지하고자 하는 것이리라. 공녀는 처음에는 말도 거부했었지만 냉보모와 묵진휘가 설득해 말을 타는 것으로 된 것이다.

“무림인들은 왜 말을 타지 않지요?”

“육체적 수련을 기본으로 하는 사람이 무림인입니다. 걷는 것도 좋은 수련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속도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경신술輕身術을 이용하기 때문에 굳이 말을 탈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공녀의 물음에 냉보모가 답한다.

“경신술을 사용하면 말과 같은 속도로 달릴 수 있나요?”

“수련 정도와 경신술의 종류에 따라 천양지차가 있습니다. 아마 경신술의 대가大家라면 하룻밤에 수백 리를 주파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말이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입니까?”

“무림인들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실로 하늘의 이치와 땅의 기운을 머금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무림인들이란 대단한 사람들이군요.”

“그런 만큼 위험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일반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상의 예법禮法을 거의 안중眼中에 두지 않습니다. 연장자보다는 강자强者를 존경합니다. 공녀님께서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저도 그 정도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공녀가 냉보모의 걱정을 알고 있다는 듯이 싱긋 웃으며 답한다.

묵진휘는 공녀의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지키기로 약속한 것은 어쩌면 단순히 공녀의 목숨이 아니라 공녀의 저 웃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노를 잃었다는 아픔도 공녀의 웃음이 어루만지니 한결 나아지는 듯했다.

“하하. 무복이 잘 어울리십니다. 누가 보면 영락없이 무림인으로 알 것입니다.”

궁장이나 경장차림의 공녀가 이번에는 무복을 입었고 서홍이 이를 칭찬하는 것이다.

“아직 많이 어색합니다.”

약간 어색한 표정의 공녀 시선이 묵진휘에게로 향했다.

“어색하지 않습니다. 서홍 말대로 잘 어울립니다.”

묵진휘가 잘 어울린다고 얘기하자 공녀의 얼굴에 다시 어렴풋한 웃음이 피어 올랐다. 공녀의 웃음은 언제나 활짝 피지 않고 안개가 차오르듯 잘 알지 못하게 서서히 피었다.

“무한에 들려 친구분에게 정주의 상황에 대해 듣고 가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냉보모가 묵진휘에게 물었다. 무한의 무림맹에 들러 남궁이현에게 상황을 듣고 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다.

“아마 무한에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쯤 정주에 있거나 아니면 놈들의 또 다른 본거지로 추정되는 곳에 있겠지요.”

묵진휘가 제법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남궁이현의 성격상 놈들이 있다고 생각되는 곳에 있지 아직도 의미 없이 무한에 있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그런 믿음이 있었다.



“요즘 간혹 제가 관청의 포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는 일이란 게 잠복이요, 감시니 이게 포졸이지 무림인입니까?”

경표가 다원茶園 이층 창가에 앉아, 길 건너편 대원상단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는 두원에게 투덜거렸다.

“그래서 불만인가?”

두원이 씩 웃으며 되물었다.

“뭐~ 그건 아닙니다만~”

“그럼 뭐가 불만인가?”

경표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두원이 재차 물었다.

“그러니까 말이죠. 공公과 사私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

“아니, 조組를 나눌 때마다 항백은 관조장이랑 한편이 되고 남궁이현은 당수진과 한편이 되니 그게 연애질이지 업무라고 할 수 있습니까?”

“하하. 그렇다고 그들이 업무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공사公私는 구분되어야죠.”

“그럼 내일은 바꾸도록 하지 뭐. 자네는 당수진이랑 한 조가 되게. 내가 남궁이현이랑 한 조가 될 테니.”

두원이 흔쾌히 경표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였다.

“아니 그건 아니고요.”

두원의 얘기에 경표가 두 손을 저으며 사양했다. 만일 당수진이 한편이 된다면 자신의 밥에 뭐가 들어갈지 모르는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종일 당수진의 신경질과 투정을 받아야 하리라.

“그럼 관조장과 한 조가 되게 해줄까?”

두원이 재차 제안했다.

경표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관조장이 자신과 한 조가 되는 것은 당수진과 한 조가 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관조장 역시 자신에게 살갑게 대할 리 없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에요.”

경표의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본인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그렇다고 두원의 제안을 수용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껄껄. 그게 그렇다네. 하하하”

두원은 뭐가 좋은지 호탕하게 웃었고, 경표는 시무룩한 얼굴로 길 건너 대원상단의 입구를 바라볼 뿐이었다.


“물건을 실은 수레들이 여러 대 준비 중에 있군요.”

항백과 관지선도 역시 다원 이층 창가에 앉아, 건너편 북정상단北鄭商團의 너른 마당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군요. 하지만 여기서는 무슨 물건인지 알아보기 어렵군요.”

“저기 두 대의 수레에는 가마니가 쌓여 있는 것 같지 않아요?”

“글쎄요. 관조장이 가마니라니 가마니처럼 보이기도 하는군요.”

“자꾸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지 뭔가 느낌이 수상해요. 그렇다고 무작정 수레를 따라가 볼 수도 없으니 난감하군요.”

“그럴 땐 움직여야죠.”

항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관지선의 손을 잡아 끌었다. 항백이 손을 잡자 관지선의 얼굴이 약간 붉어진 듯했으나 굳이 손을 뿌리치진 않았다.

항백은 관지선의 손을 잡은 채 다원을 내려와 북정상단 근처에 있는 국수파는 노점으로 걸어갔다. 그 때 마침 북정상단 정문을 통해 여러 대의 수레들이 나오고 있었다.

“아주머니, 국수 두 그릇 주세요.”

항백이 주인 아주머니에게 국수를 주문했다. 관지선은 항백이 갑작스럽게 국수를 주문하는 것이 의아했으나 굳이 묻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어허~ 북정상단에서 원행遠行을 가는 모양이군요.”

수레 행렬을 보면서 항백이 주인 아주머니에게 넌지시 말을 붙였다.

“멀리 가지 않아요. 갔다가 오늘이면 돌아오니까.”

주인 아주머니가 국수를 말면서 수레는 쳐다보지도 않고 말한다.

“아주머니께서 어떻게 알아요? 오늘 돌아올지 며칠 걸릴지?”

“어디 한두 번 보나요? 어디 보자~”

주인 아주머니가 잠시 국수 말던 손을 멈추곤 고개를 들어 수레 행렬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저건 분명히 오늘 돌아와요. 저런 포장에 저 정도 수레면 틀림없어요. 열흘에 한 번 꼴로 나가는 수레 행렬이에요. 자, 여기 국수 있어요. 저 수레들이 오늘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국수 값을 받지 않으리다.”

주인 아주머니의 호언장담에 항백과 관지선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면서 고개까지 끄덕였다. 자신들이 찾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

“그럼 오늘 중으로 돌아오는지 본 후 내일 와서 국수 값을 드려도 되겠네요?”

항백이 너스레를 떨었다.

“총각~, 공짜 좋아하면 옆에 있는 예쁜 아가씨가 도망 간다우~. 그래도 좋다면 국수 값은 내일 가져 오시구려.”

주인 아주머니가 항백의 너스레에 미동도 않은 채 태연히 맞대응 했다. 수십 년 장사를 하면서 항백처럼 너스레를 떠는 인간이 어디 한둘이었으랴. 쌓이고 쌓인 연륜을 하루아침에 세치 혀로 이겨먹을 순 없는 것이다.

“끙~ 그럴 순 없지요.”

항백이 황급히 국수를 그릇 채 삼키면서 주머니에서 철전을 꺼내 내밀었다.

“국수 가격은 철전 이십 냥이오. 두 그릇이니 사십 냥인데 잘못 알고 오십 냥을 주셨구먼. 여기 열 냥 있소.”

주인 아주머니가 항백이 내민 철전을 세다 열 냥이 더 온 것을 확인하곤 다시 열 냥을 항백에게 내밀었다.

“아닙니다. 예쁜 아가씨 도망가지 않도록 빌어달라고 드리는 뇌물입니다. 하하”

항백이 호탕하게 웃으며 주인 아주머니가 내미는 철전 열 냥을 사양했다.

“그건 걱정 마시오. 내가 전문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장사 수십 년에 사람 얼굴은 좀볼 줄 안다오. 관상을 보니 아가씨가 도망가진 않을 것 같소. 호호호. 대신~ 아니지, 사람 인생 미리 다 알면 재미없지. 호호호”

주인 아주머니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깔깔댔다.

“대신 뭐요? 말을 하다가 끊으면 어떡합니까?”

항백이 다시 물었으나 주인 아주머니는 연신 깔깔대기만 했다.

‘자고로 똑똑하고 예쁜 여자를 만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지. 호호’

하지만 항백이 주인 아주머니의 속마음을 알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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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122. 무인武人과 정치인政治人 +2 17.03.25 2,855 44 11쪽
122 121. 속죄贖罪 +2 17.03.23 2,771 48 11쪽
121 120. 풍정風精 +2 17.03.21 2,798 49 11쪽
120 119. 재회再會 2 +2 17.03.19 2,858 49 10쪽
119 118. 패거리 +4 17.03.17 2,953 49 10쪽
» 117. 무복武服 +3 17.03.15 3,074 47 9쪽
117 116. 승상부丞相府 +4 17.03.13 3,060 42 10쪽
116 115. 쪽지 +2 17.03.11 2,980 43 10쪽
115 114. 역할분담 +3 17.03.09 3,021 47 11쪽
114 113. 감탄고토甘呑苦吐 +3 17.03.07 2,993 43 11쪽
113 112. 눈물 +3 17.03.05 3,213 47 10쪽
112 111. 부서지는 햇살 +2 17.03.03 3,173 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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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8. 예상된 기습 +2 17.02.23 3,181 48 11쪽
108 107. 구사일생九死一生 +2 17.02.21 3,256 48 11쪽
107 106. 마지막 인사 +3 17.02.19 3,501 48 11쪽
106 105. 전략戰略 +2 17.02.17 3,226 48 11쪽
105 104. 절체절명絶體絶命 +2 17.02.15 3,162 46 12쪽
104 103. 호위 +2 17.02.13 3,328 54 11쪽
103 102. 함정 +2 17.02.12 3,303 4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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