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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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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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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4.0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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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6. 현무당 특수조

DUMMY

현무당 삼조원들이 전각 밖으로 나오자 마당 곳곳에 횃불이 대낮처럼 밝혀진 가운데 일대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스님 한 분과 도복을 반듯하게 차려 입은 도사 두 명이 적을 상대로 싸우고 있었다.

“모두 데리고 나왔소.”

제갈황이 싸우는 스님 한 분에게 소리치자 세 사람이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일행에게로 다가 왔고 적들도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아 싸움은 소강상태가 되었다.

“밤도 늦었으니 놈들을 모두 제압하기 보다는 우선 이곳을 빠져 나가는 게 어떻겠소?”

“그것보단, 적의 숫자도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으니 모두 제압하는 것이 좋겠소.”

“그렇소. 이것도 기회라면 기회이니 모두 제압하도록 합시다.”

남궁식연이 빠져 나가는 것을 제안했으나 태연도니와 하얀 도복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 화산진인 한 분이 적들을 제압하길 바랐다.

“그럼, 그러도록 합시다.”

소림의 스님 한 분이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가 여기 온 특수조의 조장 격인 인물이었다.

스님의 결정에 풀려 나온 사람들까지 모두 무기를 빼들고 적과 대치하기 시작하자 어디선가 삐~익~하는 호각소리가 들리더니 마주선 적들이 모두 뒤로 물러나 사라지고 전각 마당에는 현무당 삼조와 특수조만이 남게 되었다.

“이 놈들이 모두 퇴각하는 모양이요.”

“아닌 듯 하오. 이 놈들이 무슨 수를 쓰는 게요.”

푸른 빛깔의 도복을 입고 있던 도인 한 분이 말하자 제갈황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대답했고 모두들 제갈황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간의 행적으로 봐서 이렇듯 쉽게 퇴각할 놈들이 아니었다.

그 때 뒤편에서 메마르고 삭막한 목소리가 나직하지만 또렷하게 들려왔다.

“크크크. 머리가 나쁜 놈들이군.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으니. 크크큿”

기괴한 웃음소리와 함께 적의를 두른 창백한 얼굴에 새빨간 입술을 가진 깡마른 사내가 전각마당으로 가볍게 내려 앉았다.

“새로 온 놈들 중에는 먹을게 없군. 다 늙어가는 할망구 하나뿐이야. 아쉽군.”

특수조가 나타나기 전에 당수진과 관지선을 더듬던 흑의 사내가 적의 사내 옆으로 내려 앉으며 적의 사내의 말을 받는다.

특수조는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보이는 적은 마당에 내려선 둘 밖에 없지만 숱한 적이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눈 앞에 있는 두 명의 괴이한 사내들도 여간한 고수로 보이지 않았다.

푸른 무복의 무당 도인과 백의 무복 차림의 화산 도인 두 사람이 앞에 내려선 흑의와 적의 사내를 맞서기 위해 한 발자국 걸음을 내딛는 순간 허공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들만 재미를 보게 할 순 없지. 킬킬”

깨끗한 백의 차림의 젊은이가 현무당원들 뒤로 떨어져 내렸고 이어 적의, 흑의, 황의의 사내와 청의의 여인이 내려썼다.

“오의붕경이로구나. 아직 몸도 성치 않을 터인데 또 다치면 어쩌려고 여길 온 것이냐? 여긴 위험한 곳이네. 켈켈”

저승사자 같은 느낌의 흑의 사내가 막 현무당원 뒤편으로 내려앉은 다섯 명의 젊은이, 오의붕경의 속을 긁는다. 오의붕경이 기습을 나갔다 되레 큰 상처를 입고 돌아온 것을 비꼬는 것이다. 오의붕경 모두의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백의 청년의 목소리는 여전히 낭랑했다.

“자네들이 우리 몸을 걱정하다니, 하늘이 웃고 있을 터인데 어두워 보이지 않는군. 하하. 백문이불여일견百聞以不如一見이라. 자네들도 기회가 닿으면 그 사람과 겨뤄보게. 그럼 알 것이네.”

“마음이 무너지면 이미 칼 든 무인이랄 수 없지. 켈켈”

이번에는 시체 같은 느낌의 적의 사내, 가시현賈示炫이 오의붕경의 폐부를 찌르는 말을 뱉는다. 오의붕경의 마음 속에 일전에 격돌한 상대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고 비꼬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북천회 별검대別劍隊소속 무인들이었지만 서로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조직 분위기 탓에 서로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가시현 옆의 흑의 사내는 음휼陰恤이라 했는데 항상 가시현과 같이 움직이는 한 패로서 별검대에서 둘을 흑적쌍괴黑赤雙怪라 불렀다. 가시현과 음휼 둘 개개인의 무공은 오의붕경 개개인보다 약간의 우위에 있었지만, 오의붕경의 숫자가 많고 합격술이 뛰어난지라 오의붕경과 흑적쌍괴간에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저 놈들과 먼저 결판을 내야겠군.”

오의붕경 중 황의黃衣 사내가 눈을 부라리며 나서려 하자 청의 여인이 황의 사내 팔을 잡으며 말린다.

“저 놈들 주둥이 험한 거야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말자구. 우리야 편장로 부탁으로 온 것이니 우리 역할만 하면 되는 거야. 이 놈들 앞에서 집안 식구끼리 싸우는 것도 쪽 팔리잖아?”

“그리 남 눈치를 보니 그 모양 그 꼴인 게다, 추란鄒蘭. 이제 눈치보지 말고 오의붕경에서 빠져 우리에게로 오너라. 그 놈들 보다는 우리가 매력적이지 않느냐? 켈켈”

청의 여인의 얘기에 음휼이 청의 여인에게 음흉한 눈빛을 보내며 더욱 노골적인 시비를 건다.

“네 놈 시꺼먼 거죽이 백옥 같이 되면 생각해보지. 호호”

“이년이~”

청의 여인이 기죽지 않고 오히려 여유 있게 대응하면서 음휼의 약점을 공격하자 시종始終 음흉한 웃음을 날리던 음휼이 발끈한다. 음휼은 자신이 배운 무공특성으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피부가 까맣게 변하자 주위의 놀림을 많이 받았고, 그것이 지금까지도 마음에 사무쳐 누가 피부 얘기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현무당 삼조원과 특수조원들은 자신들을 가운데 두고 양편에 늘어선 적들이 서로간에 말싸움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불길한 예감도 커졌다. 저들이 자신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불길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우선 몸을 피하는 것이 나을듯싶소. 우리가 나누어 앞 뒤를 칠 때 삼조원들부터 이곳을 빠져나가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소?]

제갈황이 특수조원들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리하도록 합시다. 상황을 보아하니 이곳을 모두 제압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오.]

[좋소]

이번에는 스님이 제갈황의 말을 들어 몸을 빼내는데 동의했고 도사 한 사람도 동의했다. 그들도 상황이 그리 녹녹치 않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럼 내가 삼조원들에게 그리 하도록 전음을 보내겠소.]

남궁식연이 나섰다. 일대일一對一 전음傳音보다 다수에게 전음을 보내는 것이 당연히 어려웠고 특히 다수 중 특정인을 지정하여 전음을 보내기는 더욱 어려웠지만 현무당 특수조원들은 그런 방식의 전음을 사용하는데 익숙한 듯 어려움이 없었다.

남궁식연이 특수조의 결정 내용을 남궁이현을 비롯한 삼조원들에게 전음으로 보내려 할 때 다시 허공에서 묵직한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끼리 다투면 되겠는가?”

말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섭선을 흔들며 학창의를 입은 고아한 차림의 노인과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군살 하나 없이 다부진 날렵한 몸매의 노인 한 명이 다시 허공에서 현무당원들의 측면으로 내려섰다

“빈객청에서까지 나타나셨군. 이거 편장로님을 다시 봐야겠는걸. 소심하시군.”

“추란 말대로 입이 곱지 않구나. 사람은 신언서판身言書判으로 그 됨됨이를 알아 볼 수 있다 했거늘. 쯧쯧”

가시현이 나타난 노인들을 빈정대자 학창의를 입은 노인이 손에 들고 있던 섭선을 흔들며 못마땅해했다. 가시현은 편장로가 자신들로도 부족해서 오의붕경에다가 빈객청의 두 빈객까지 동원한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자신들을 믿지 못한다는 뜻으로 이해한 것이다.

“매사 만전萬全을 기한다는 뜻이라 생각해라.”

손에 검은 죽창을 든 노인이 진중한 어조로 말한다. 나무라는 기색은 없었지만 내용은 나무라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네 놈들은 무림맹에서 나온 놈들이렸다.”

학창의의 노인이 현무당원들에게 호통치듯 물었다.

“그렇소. 당신들은 누구시오?”

제갈황이 말을 받아 물었다.

“남의 집에 들어온 놈이 주인보고 누구냐고 묻다니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有分數지. 허허”

학창의의 노인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말인즉 맞는 말이었다. 그때 푸른 도복의 무당진인이 자세히 학창의 노인을 들여다보다가 한마디 한다.

“혹시 노인께서는 가시위학假詩僞學 굴피屈皮가 아니시오?”

“가시위학이라니, 어느 놈이 나더러 가시위학이라고 하더냐? 나는 굴원의 적통 후손으로 일찍이 황제의 부름을 받았으나 뜻한바 있어 강호를 주유하고 다니거늘.”

학창의의 노인이 버럭 화를 낸다. 정말 화가 난 듯 얼굴까지 붉어졌다.

학창의의 노인 별호가 가시위학假詩僞學이었던 것이다. 거짓 시와 거짓 학문이라는 뜻이 별호로 붙었으니 누구라도 좋아하긴 어려울 것이었다. 노인은 평소 시와 학문을 논하며 학사學士처럼 행동했으나, 본색은 남을 속이기를 좋아하고 흉계를 꾸미는데 뛰어나며 이간질에 특기가 있었다. 가히 스스로는 군자君子를 표방하나 속은 소인小人의 전형인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만천하 사람들이 그의 진면목을 알아버렸는데도 본인은 계속 전국시대 대시인大詩人 굴원屈原의 후손이라고 떠벌리고 다녔으니.

학창의 노인의 말에 흑적쌍괴는 대놓고 낄낄거리기 시작했고 오의붕경의 추란도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고 있었다. 심지어는 위기상황에 놓인 현무당 특수조 인물들의 얼굴에도 비웃음이 역력했으니.

“그럼 옆의 노인께선 흑죽장창黑竹長槍이시겠구려?”

이번에는 하얀 도복을 입은 화산진인이 묻듯이 말했다.

가시위학 굴피 옆에는 언제나 흑죽장창 나한열이 붙어 다녔다. 사람들은 신기해했다. 흑죽장창 나한열은 원래 학사學士 집안에서 태어난 인물로 항상 들고 있는 애병愛兵인 검은 대나무처럼 꼿꼿한 성격이었기에 굴피와 상극相剋에 가까운 인물이었으나 무슨 연유에서인지 항상 굴피 옆에 붙어 있었다.

흑죽장창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에 대신했다.

“이제 인사는 이것으로 끝내는 게 어떻겠소? 밤이 깊어 자칫하다가는 날이 새고 말겠는걸. 낄낄”

“네 놈이 날이 샌들 무슨 대수라고? 캬캬캬캬”

가시현과 음휼이 낄낄대며 음흉한 농담을 주고 받자 가시위학 굴피가 미간을 찡그렸으나 다른 대꾸는 하지 않았다. 말인즉슨 언제까지 인사만 나누고 있을 순 없었기 때문이다.

가시현이 언제 뽑았는지 모르게 검을 곧추세우며 푸른 도복의 무당 진인에게로 덤벼들자 음휼도 거의 동시에 검으로 하얀 도복의 화산 진인을 찔러갔고 혼전混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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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7. 투항과 저항 +3 17.04.06 2,667 48 11쪽
» 126. 현무당 특수조 +4 17.04.03 2,814 48 11쪽
126 125. 정저지와井底之蛙 +3 17.04.01 2,753 43 11쪽
125 124. 또 위기 +2 17.03.30 3,196 48 10쪽
124 123. 허정虛穽-빈 구덩이 +3 17.03.27 2,784 55 11쪽
123 122. 무인武人과 정치인政治人 +2 17.03.25 2,855 44 11쪽
122 121. 속죄贖罪 +2 17.03.23 2,771 48 11쪽
121 120. 풍정風精 +2 17.03.21 2,798 49 11쪽
120 119. 재회再會 2 +2 17.03.19 2,858 4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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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13. 감탄고토甘呑苦吐 +3 17.03.07 2,993 4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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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1. 부서지는 햇살 +2 17.03.03 3,173 45 12쪽
111 110. 반성反省 +2 17.03.01 3,190 4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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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8. 예상된 기습 +2 17.02.23 3,180 48 11쪽
108 107. 구사일생九死一生 +2 17.02.21 3,255 48 11쪽
107 106. 마지막 인사 +3 17.02.19 3,501 48 11쪽
106 105. 전략戰略 +2 17.02.17 3,226 48 11쪽
105 104. 절체절명絶體絶命 +2 17.02.15 3,162 46 12쪽
104 103. 호위 +2 17.02.13 3,328 5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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