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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와 아가타

혜수, 여행을 떠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여행중독자
작품등록일 :
2019.10.11 05:14
최근연재일 :
2019.11.21 22:44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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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수 :
158,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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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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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7. 나 같은 부류의 사람

DUMMY

성준과의 약속이 있는 주말이 다가오자 지수는 긴장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의 200일을 축하 하자며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기대하라고 큰소리 친걸 보니, 고급으로 모든 것을 준비 했을거야. 그래. 최대한 차려입고 나가자. 마지막 모습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기를,,,”


시간이 되자 핸드폰 메시지가 도착했다.

‘도착했어. 내려와'


언제나 만나는 대로변으로 나가보니, 역시나 고급 외제차 안에는 멋지게 차려입은 성준이 앉아 있었다.

‘멋지긴해. 근데,,,오늘 정신 제대로 차리고 보니 너무 과하다. 태생이 부자인 그들은 못 느낄수 있지만. ’


지수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색없이 차에 올라탔다.


“오늘 우리 어디 가요?”

“왜? 이렇게 차려 입고 호텔가자고 할까봐? 하하. 뮤지컬 예약해놨어.”


평소 같으면 농담으로 받아치며 웃었겠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은 그녀였다.

“그리고 나서?”

성준도 웃음을 멈추고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대답했다.

“뮤지컬 전에 갈곳이 있어. 뮤지컬은 5시 시작이야.”


#


둘이 내린 곳은 청담동에 위치한 명품샵 앞이었다.


“오빠. 여기는 왜요?”

“들어가자. 격식있게 차려 입을 수 있는 슈트부터 사게.”

“싫어. 여기 꽤 비쌀텐데, 내가 왜 이걸 받아?”


지수는 ‘자신이 화대를 받고 그와 연인 관계를 지속하는 정부’와 같은 느낌을 저버릴수 없어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받을 이유? 내가 사주고 싶으니까. 넌 그냥 받으면 되는 거야.”


자신을 강하게 쏘아보는 지수의 양쪽 어깨에 부드럽게 팔을 올리며 달래는 듯한 포즈를 취하는 그였지만, 그녀를 보는 눈빛은 명령을 내리는 하사관을 연상케 했다.


“앞으로 너는 내가 참석하는 여러 모임에 자주 동행 할거야. 그리고 지수 너의 불안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조만간 부모님께 너를 소개할거야.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가 있어.”

“문제??”


지수는 일단 그의 말을 끝까지 듣기 위해 되물었다. 성준은 지수를 위아래로 훑어본 후 말했다.


“그동안 말은 안했지만 너의 옷차림은. 흠,,, 편집숍 중저가로 조금 꾸밀줄 아는 여대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런 옷차림은 앞으로는 곤란해.”


“참내... 내가 싫다고 하면?”

“지수 너를 내가 가진 것들로 새롭게 만들어 주고 싶어. 나의 세계와 어울리게.”

“나의 세계와 어울리게? 난 그런거 바란적도 없고, 그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은 더더욱이나 바란적 없다고!”


성준은 지수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지수 너의 이런 점이 나에겐 매력적이긴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아보여. 그만하고 이제 들어가자.”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강하게 이끄는 그를 뿌리칠 수 없어 지수는 샵 안으로 이끌리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앞에서 실랑이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매장 안의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 또한 불편했다.


둘이 들어서자, 안의 스태프들은 못본 척 돌아서 있다가 입구로 돌아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어머~~ ! 어서오세요. 매일 어머니랑 오시더니 오늘은 왠일로 여자친구랑 왔네?”

“딱보고 여자친구인지 아시네요?”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얼결에 인사하는 지수였다.


“아 안녕하세요. 나지수입니다.”

“그렇게 위축될 필요 없어. 우린 이 사람들을 부리는 고객이야. 걸맞게 대해야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지수에게 성준이 온화한 미소로 지수의 귀에 속삭였다.


“어머. 예의범절이 아주 훌륭한 분이시네. 근데 너무 깍듯이 대하면 우리가 오히려 부담되요. 그럼 준비 해둔 의상 보실래요?”


준비된 옷들은 한 눈에도 알수 있는 명품들 이었다.


‘이게 다 얼마일까? 내 돈으로 사 입는 것도 아닌데, 게다가 오늘 난 이별을 계획하고 있다고! 나중에 반품은 되는 거겠지?? 미치겠네··· 지금 당장 갑자기 헤어지자고 말 할수도 없고.’


지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홀린 듯 준비된 옷들을 차례로 입어보고 있는 그녀였다. 입고 나와 성준 앞에 서면 그는 yes or no로 답했다.


‘이건 뭐,,, 영화에서나 볼 법한 여자들의 로망인 장면 그대로네. 하지만 정말 거지같은 타이밍이다···’


지수는 성준의 사회적 체면을 생각해서 그곳의 옷들을 모두 입어보기는 했지만 성준이 고른 다수의 옷을 모두 가질 생각은 없었다.

‘나중에 반품할 때 곤란하지 않게 두 벌만 사자고 하자···’


“오빠. 오늘은 두 벌로 만족할게. 나중에 또 사주면 되잖아.”


“어머~~여자친구 분이 진짜 알뜰하시다. 그런데 우리 성준씨 능력 좋아요! 호호. 여친은 아직 모르시나??”


명품샵 사장은 성준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앞으로 알아 가겠죠?! 여자친구가 워낙에 자립적이고 당차서요. 하하.”

“어디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입은 옷 너무 이쁜데~ 그대로 입고 가요. 지금 성준씨랑도 잘 어울리고.”

“네. 그럴려고 온거에요. 가자. 지수야.”


나가려던 성준은 사장에게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우리 어머니께는 당분간 비밀이에요. 제가 조만간 제대로 소개시켜 드릴 예정이거든요.”

“알지! 어머~~ 사모님 너무 좋아하시겠다. 아들이 여자에 관심이 없다고 걱정하셨는데. 이렇게 예쁜 여자 친구를 그동안 잘도 숨겨 놓고 계셨어. 그럼 나중에 또 봐요!”


밖으로 나와 차에 올라탄 지수는 성준을 향해 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런 지수보다 먼저 말을 잇는 성준이었다.


“다른 여자들은 남친이 명품 사주면 목에 매달려 좋다고 난리라는데, 지수는 나한테 그렇게 안해주네?? 하긴, 그래서 내가 더 좋아하는 거지만.”


지수의 뺨을 어루만지던 성준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이제 다음 샵으로 가볼까?”


그런 성준을 바라보는 지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생각이 복잡할수록 그에게 할 말이 사라지는 그녀였다.


결국 성준의 뜻대로 그날 지수는 명품옷과 함께 그에 맞는 구두와 핸드백까지 모두 갖게 되었다.

“커피 한잔 좋지? 커피 향이 예술인데가 있어.”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둘은 브런치에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지금 지수는 명품으로 몸을 치장하고 멋진 남자와 멋진 장소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일상은 지금 그녀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증권사 신입사원 타이틀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여행이라도 가려면 몇 달치 월급을 모아야하며, 동생과 좁은 자취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녀.


‘과연 두 모습에 타협점이 있을까? 어떤 모습이 나에게 더 잘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지금 상황에서 그냥 단순하게 서로 즐기고 받을것 받는 사이를 내가 견딜 수 있을까?...’


“오빠. 오늘 저녁식사 하면서 말하려고 했던게 있어. 그런데 지금 말해야 할 것 같아.”

“원래대로 저녁 먹고 말하자.”


오늘 평상시와 다른 그녀의 모습에 성준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싫어요. 지금 말할래.”

“그래. 그럼 지금 말해.”

“그동안 오빠와 만나는거 심각하게 생각해봤어. 처음에는 오빠의 재력이 멋지고 대단해 보였는데, 직접 그 안에 들어가려니 내가 그런 생활을 받아 들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 지금도 이 명품 옷이 나를 옥죄는 기분이야.”

“계속해.”

“그리고 오빠는 언제나 오빠 마음대로 나를 조종하려고 하잖아.나도 내 인생에 대한 계획이 있다고요!”

“그래서?”

“그러니까 우리"

“그래. 우리 헤어지자. 뮤지컬보고 저녁먹고 각자 집으로 가서 그 다음부터 영영 안 만나면 되는 거지? 이미 계획되어 있는건 다 하고 헤어지자. 됐지?”


말을 잃고 성준을 바라보는 지수에게 그는 천연덕스럽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이집 커피향은 기가 막히다니까. 향에 매료되어 자주 마시러 왔는데, 왠지 오늘은,,,커피는 커피일뿐 그 이상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네.”


둘은 더이상의 대화 없이 공연이 있는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


뮤지컬 시카고는 정말 대단했다. 록시와 벨마가 함께 춤을 추며 노래하는 부분에서는 전율이 느껴지기도 했다. 성준이 예매한 자리는 VVIP 좌석이었기에 더욱 집중할수 있었다. 배우들이 나를 위해 공연을 준비한 느낌이었다.


뮤지컬 공연이 끝나고 둘은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남산타워의 고급 레스토랑으로 갔다.

밤에 내려다보는 한강 다리와 서울 시내 화려한 불빛은 정말 아름다웠다.

잘 갖추어진 음식과 함께 와인을 마시며 야경을 바라보는 그 순간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그날 이별하는 연인이라는 상황만 뺀다면...


“이제 이 시간 이후로 지수는 나와 헤어지고 이런 생활과도 안녕일거야. 그럼 지수는 저 아래 우리가 내려다보는 거리 어딘가에서 평범한 직장인과 뚜벅이 데이트를 즐기겠지. 오늘 우리가 일상처럼 다녔던 곳들은 일생에 몇 번 가보지 못할 로망의 장소가 되고, 몇 달치 월급을 모아,,, 아니지 어쩌면 일년 동안 열심히 모아 상사 눈치보며 해외 여행을 가게 될거야. 여자들은 서른살을 앞두고 결혼에 대한 압박감을 느낀다고 하던데.. 그때 좀 산다는 남자를 만나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시작하더라도 지수는 맞벌이를 하거나 전업 주부로서 시댁에 충성을 다해야겠지. 그래도 오늘 우리가 누린 호화로운 생활을 일상처럼 즐길수는 없을거야. 만약 정말 평범한 회사원을 만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 지겠지.”


마치 누군가 써 놓은 대본을 읽어 내려가듯 평온한 얼굴로 지수를 향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한 어조로 말하는 성준이었다.


“내가 지수보다 나이가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난 그동안 다수의 사람들 특히 우리 부모님 회사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아 왔어. 집에는 전하지 못할 생존경쟁의 일터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그들이 견뎌가는 일상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말해줄 수 있는 현실이야. 분명 나와 내 친구들의 일상과는 다른 모습이지. 난 지수가 나와 같은 생활을 원한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럴 만한 능력이 있어 보였지. 그래서 나와 동등한 사람으로서 사랑하기 시작했고, 이제 나의 일상으로 지수를 옮겨 오려고 했지. 그런데 지수 넌, 나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무슨 대단한 자존심이라도 되는 것처럼 고개를 바짝 쳐들고 대들기 시작했지.

원래 나와 같은 부류에서 먼 사람들 일수록 부유한 생활을 거절하고 버둥버둥 사는 것이 대단한 자존심이나 되는 것처럼 착각들을 하더라고... 진실은 그게 아닌데. 그들은 부유한 생활에 자신이 맞지 않다는 것을, 그만한 그릇이 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야. 바닥이 들통나기 전에 미리 도망치는 것 뿐인거지. 그래도 볼품없이 도망치는 것보다는 좀 멋지게 빠져나가는 방법을 그들 스스로 터득한 결과라고 해줘야 하나?? 그래서 지수도 도망치고 싶다면 잡지 않기로 했어. 내가 너를 진짜 모습보다 너무 대단하게 평가했나보다.”


지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 창피하고 화가 났다. 성준의 말이 100% 맞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틀리다고 할 수도 없었다. 눈물이 나려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 울음을 터뜨리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재빨리 흐르는 눈물을 흠쳐내고 성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오빠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난 오빠의 그 섹스 중독에 지쳐서 떠나는거니까

! 나 나지수가 너가 오라면 오고 대라면 대는 그런 종류의 여자로 보였니? 뭐? 동등한 사람으로서 사랑을 해? 그런 놈이 니가 꼴릴때 무조건 호텔로 데리고 가?? 여자 친구가 피곤 하다는데도 몇 번씩 해대고 있니? 열심히 사는 사람들 깔보지 말어. 그들의 인생을 네가 판단할 권한은 없어!”


말을 끝내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으로 향하는 지수였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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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나 같은 부류의 사람 19.11.21 21 1 12쪽
26 26. 도망 19.11.19 26 1 15쪽
25 25. 나의 미래 19.11.15 25 1 11쪽
24 24. 도피 19.11.15 26 1 13쪽
23 23. 감정을 삼키다. 19.11.11 31 1 13쪽
22 22. 꽤나 다정한 모습 19.11.09 34 1 13쪽
21 21. 만남 19.11.09 36 1 16쪽
20 20. 행복과 불안 19.11.04 46 1 12쪽
19 19. 그와 당신 19.11.01 49 1 14쪽
18 18. 너는 이제 내꺼야 19.10.31 50 1 13쪽
17 17. 영희, 그녀 19.10.28 48 1 13쪽
16 16. 20살의 크리스마스 19.10.25 44 1 14쪽
15 15. 능력있는 사람 19.10.24 44 1 14쪽
14 14. 이성준 19.10.23 47 1 15쪽
13 13. 가족이라는 족쇄 19.10.22 55 1 17쪽
12 12. 비밀 19.10.21 54 1 15쪽
11 11. 느끼지 마! 생각하지 마! 19.10.18 60 1 14쪽
10 10. 그 남자 19.10.17 54 1 16쪽
9 9. 그 남자랑 끝내! 19.10.16 58 1 13쪽
8 8. 제 인생을 구경중이신가요? 19.10.15 64 1 13쪽
7 7. 그와의 로맨스 19.10.14 66 1 13쪽
6 6. 우리 잘해보자. 19.10.14 68 1 7쪽
5 5. 나는 누구였을까? 19.10.13 69 1 9쪽
4 4. 언니, 내가 지켜줄게. 19.10.13 75 1 10쪽
3 3. 유생(幼生) 19.10.12 77 1 10쪽
2 2. 신생(新生) 19.10.11 87 1 16쪽
1 1. 끝의 시작 +2 19.10.11 1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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