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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와 아가타

혜수, 여행을 떠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여행중독자
작품등록일 :
2019.10.11 05:14
최근연재일 :
2019.11.21 22:44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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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3
추천수 :
27
글자수 :
158,410

작성
19.10.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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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2. 신생(新生)

DUMMY

이상했다.

영혼만이 남아 있어야 할 이때에 육체에서 느껴지는 감촉들이 그대로 있었다.


‘내가 불구자가 되어 살아 있는 것인가? 결국 이 세상에서 죽을때까지 고통속에 울부짖으며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것인가?'


'싫어! 그럴수 없어!’


발버둥을 치며 깨어나보니 침대위였다. 누군가의 방에 누워있다 깨어난 것이다.

‘병원인가?’

혜수는 온몸을 서둘러 만져보았다. 다행히 느껴지는 곳마다 정상이었다.

‘그런데 병원복이 아니다.’


방안을 둘러보니 화사하게 잘 꾸며진 방이었다.

갑작스레 깨어나 흥분한 상태여서 인지 헐떡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내고 있던 그때에 누군가 문을 열었다.


“혜수야,왜그래? 악몽이라도 꾼거야?”

누군가 놀란 눈으로 혜수를 쳐다보며 물었다.


‘엄마다. 분명,,, 엄마다. 얼마전에 돌아가신 엄마다. 장례식을 위해 한국을 다녀왔었는데···??’


작년 한국에서 들려온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에 혜수는 너무 마음이 아파 연신 울었고 한국에 다녀 온 이후에도 얼마간은 멍한 눈으로 오래도록 앉아있곤 했었다.


혜수의 엄마는 넋이 나간채 자신을 바라보는 딸 옆으로 다가와 침대에 걸터 앉아 말했다.

“엄마 친구들 모임에 다녀올거야. 일어나서 끓여놓은 국이랑 밥먹고 있어. 무슨 꿈을 꿨길래 이렇게 땀을 흘렸어? 어휴,,,”


이마에 땀을 닦아주던 그녀는 가만히 딸을 쳐다보며 말했다.

“시험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어. 여태 해온것처럼 하면 되는거야.엄마가 그랬잖아. 엄마 아빠 너한테 크게 바라지 않는다고. 알았지? 참, 아빠도 친구 만나러 나가셨으니까 그렇게 알고.”


그녀는 엄마가 나간 후 침대에 앉아 닫힌 문을 오래도록 응시하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정말 자신이 과거로 돌아온 것인지 완전한 다른 타인의 모습으로 자신이 혼돈 된 것인지 알수 없어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분명 예전 자신의 모습이다.

솔직히 이제는 청소년 시절의 모습이 어땠는지 분명하게 기억되지는 않지만 앨범속 사진에서 본 예전 모습이 거울속에 비추어 졌다.


‘그럼 정확히 몇살인거지? 예전 나의 인생 그대로인건가?’


너무나도 혼란스럽지만 일단은 자신이 어떠한 상태인지 알아야 했다. 책상위에 교과서를 보니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혜수는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그전에는 인생의 목표도 그리고 대학교의 중요성이나 로망에 대한 어떤 생각이나 기대도 없었다.

그러나 서울 명문대에 진학 후, 자신감있고 어여쁜 여대생의 모습으로 새로운 삶을 누리는 언니 지수의 모습을 본 혜수는 그후 자신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그때 그녀는 ‘나중에 인생다운 인생을 살려면 공부하자.’라는 결심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성적도 오르고, in 서울 대학에 갈수 있었지.’

피식 웃음이 나다가도 혜수는 짐짓 정말 자신이 왜 이 모습으로 돌아 온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팔다리를 꼬집어 보았다.

아픔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양쪽 뺨을 있는힘껏 때려보았다.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확실히 아팠다.


‘이제 나는 무얼 해야 하는거지?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털어 놓고 도움을 청해 볼까?’

입술 사이로 어이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누가 그걸 믿어주겠니? 만약 믿어준다면 오히려 그 사람이랑 함께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거 아니겠어?’


망설이던 혜수는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 보았다.

아담하지만 네 가족이 살기 좋던 그 모습 그대로다. 이제까지 본 바로는 과거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거나 망쳐진 부분은 없어 보였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혜수는 조용히 집을 둘러보며 과거 자신의 기억이 조금은 왜곡돼 있던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담한 거실과 그녀가 특히나 좋아하던 흔들의자 그리고 화려했던 커튼.

하지만 거실을 가득 채운듯 크다고 생각했던 텔레비전은 그저 보통 크기의 오래된 티비였다.


‘모든 사람이 사실 그대로를 기억하지는 않으니,,,’


배가 고팠다. 정말 신기하게도 배가 고팠다.

‘그럼 정말 꿈이 아니라는 건가? 꿈속에서 배고파 밥을 먹었던 적은 없었는데···’


엄마가 외출 전 알려주신대로 밥을 차려 먹고는 부엌 어딘가에 있을 커피를 찾으며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혜수는 대학생이 된 후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과거의 때묻지 않은 몸으로 돌아 왔어도 커피 중독은 사람의 머릿속 아니면 정신 영역 어딘가에 보존되어 있는듯 무척이나 커피가 고팠다.


알맞게 잘 조절된 커피 맛에 흐뭇해 하며 혜수는 거실 소파에 앉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신께서 나에게 은총을 주신걸까? 다시 잘살아보라고? 아니면 불교에서 말하는 환생 뭐 그런건가? 그런데 태어나서부터가 아니라 지금 시점으로 잘못 환생한거? 아니,,, 다 이성적으로 말이 안되잖아. 그리고 분명 크게 잘못된 것 없이 순조로운 인생을 살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목적으로?,,,’


혜수는 과거로 오기 전, 그러니까 기억을 잃고 17살로 회귀하게 된 순간의 자신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답답했어. 그리고,,,그리고 슬펐어. 무엇 때문이었을까?’


혜수는 남편과 아이들 모습이 생생히 떠올라 다시 한번 놀랐다.

‘자신의 미래를 알고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건가? 이런 따분한 인생이 어디 있어?’


“너무해···”

혜수는 울상이 되어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니지,,, 내가 나의 미래를 바꾸는 선택을 한다면? 그래서 나의 미래가 그 전보다 더욱 풍요로워진다면? 그럼 내가 기억하는 남편과 아이들이 사라지는 건가?’


“그건 또 너무 잔인해···”


따르르릉~

넋을 놓고 있던 혜수는 너무 놀라 커피잔을 놓칠뻔했다. 그러다 계속 울려대는 집전화 바라보던 혜수는 이게 정말 꿈이 아닌지 확인해 보고 싶어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여,,,여보세요?”

아직 자신의 목소리에 익숙치 않은듯 헛기침을 하며 대답하는 혜수다.


“어? 끊으려고 하니까 받네. 자고 있었냐?”

“아니, 그,,,그게.”

“됐고. 다음 주말에 집으로 간다고 했었는데 못가게 되었어. 엄마 아빠한테 그렇게만 전해줘. 알았지? 끊는다.”


‘언니다···정말 과거로 돌아온건가??’

혜수는 전화기를 천천히 내려 놓았다.


혜수의 언니 지수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고 똑똑한 학생이었다. 언니는 모든 선생님들에게 칭찬받으며 전교에서 1,2등을 다투는 그야말로 부모님의 자랑스런 딸이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모두의 부러움을 받으며 증권사의 IT부서에 신입 사원으로 입사하게 되었고, 높은 연봉과 대기업 신입이라는 타이틀로 언니의 콧대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게 되었다.

그와 함께 부모님의 자식 자랑 레퍼토리도 풍성해져 갔었다.


“이 시절의 언니가 그리웠는데,,,”

혜수는 얕은 한숨을 내뱉으며 자신이 먹은 커피 잔을 씻어 놓았다.


만약 이게 꿈이 아니라면 지금 17세, 고 1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인생을 살아가야 하니, 23년전 자신이 살던 방식으로 일단은 그렇게,,,,


전날 혜수의 아빠는 골프 후 회식으로 늦은 밤 비틀거리며 들어오셨고, 엄마 또한 오랫만의 동창회에 기분좋게 취해 조금 늦은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혜수네 가족은 고등학교 수험생에게 크게 친절함을 베푸는 가족은 아니었다. 혜수는 언제나 이런 점을 불만으로 간직하며 살아왔다.


대학 진학 후 그리고 사회 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 또는, 정성어린 보살핌은 성인 이후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기본 바탕이 되어 있었다.

간혹 자수성가의 예를 보기는 하지만, 그런 이들의 성공은 많은 이들에게 자랑거리가 아닌 자격지심의 배경으로 인식되기 일쑤였던 것이다.


‘오늘은 일요일.

나는 잠에서 깨어난 상태다. 자고 일어나도 난 여전히 17살의 나혜수이다.

과거대로라면, 엄마는 전날 숙취가 아무렇지 않은듯 곱게 차려입고 교회에 가실 것이다. 난 이때 고등부를 다녔던가? 아니다. 언니만 다니고 나는 그냥 성인예배부터 다녔었지···’


과거로 온 것이라면, 시점이 주말이었던 점에 감사함을 느꼈다. 현재 모습에 적응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셈이니 말이다.


잠시 후 혜수의 엄마는 곱게 차려입은 모습으로 혜수에게 물었다.

“교회 같이 갈래?”


‘이렇게 되면 정말 과거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말 이게 가능한 일인가?’

속으로는 의구심과 추측이 난무하였지만 티를 내지 않는 그녀였다.


“아니. 나 그냥 집에 있을래요.”

“저번주에도 안갔잖아. 공부한다는 핑계로 그렇게 빠지는건 좋지 않아. 하나님 앞에 앉아서 기도하고 그래야 마음이 평안해서 공부도 잘되고 모든게 잘 풀리는 거다.”


혜수는 망설이다가 엄마를 따라 나서기로 결심했다.

당연히 공부 잘되게 해달라고 기도할 목적은 아니었다.

신께 물어보고 싶었다.


왜 갑자기 과거로의 여행을 준비하셨나요? 저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건가요? 그냥 이대로 살아가면 되는 건가요? 등등.

명쾌한 답을 얻지는 못할거라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 가서 묻기로 했다.


#

기억속의 교회는 크고 신성해 보였으며 많은 이들의 인사와 웃음소리로 활기 넘치는 곳이었다.

그러나 다시 그 나이가 되어 실제로 보았을 때에 활기참은 그저 그들의 일상으로 보이고, 신성함은 교회라는 장소에 대한 일종의 예우에 지나지 않는 걸로 보였다.


3부예배 시작을 알리는 작은 종소리가 울리고 혜수와 명자는 앞쪽 좌석의 빈자리에 앉아 예배를 준비했다.

다같이 일어나 찬송을 부르며 마음을 정결하게 한 후 기도를 올리는 그 순간을 혜수는 가장 좋아했다.

세상의 모든 죄에서 해방되어 내가 쓸만하고 정결한 인간으로 살아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수 있는 순간이었다.


예배가 진행되어 가면서 혜수는 강당 앞 정면에 걸려 있는 큰 십자가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물었다.


‘주여. 저는 왜 이곳에 있나요? 꿈이 아니라면, 제가 어찌하여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요? 40살의 정신으로 17살을 다시 살게 하신 이유를 묻고 싶습니다.’

답이 없었다. 아무 느낌도 떠오르지 않았다.


‘제가 누군가의 미래를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어 줘야 하는 건가요? 그런 사명,,,? 뭐그런 비슷한 것을 주신 건가요? 혹시 저희 언니의 미래를 위해?’

언니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자신이 과거로 왔다는 것은 헛소리 같아 보였다. 그럼 언니 본인이 과거로 회귀하면 더욱 간단하고 효과적인 일 아닌가?


이어서 설교 말씀이 이어졌다.

목사님 설교를 한단어나 문장으로 명쾌하게 요약할 수는 없었지만- 평범해 보이는 우리 모두가 죄인이 될 수 있고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모두가 회개를 통해 다시 하나님께 돌아 올 수 있도록 십자가에 못 박히신 후 부활하셨다- 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실제 살인죄를 짓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 분 또한 우리 옆에 지금 앉아 계신 모든 여러분들 처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겠지요. 옆에 분들 얼굴 한번 보시겠어요? 모두 평범하고 친절해 보이십니다. 살인과 같은 흉악한 죄를 저지르고 감옥으로 가게 된 많은 이들도 처음부터 살인자는 아니었을겁니다. 그럼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걸까요?”


혜수가 목사님의 설교를 따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순간 희미한 영상이 뇌리를 스쳐갔다.


그 영상은 점점 강렬해져 선명한 영화의 장면들처럼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

땀으로 온 몸이 흥건히 젖은 채로 심하게 떨고 있는 혜수.

그곳은 너무나도 낯설고 음산한 곳이었다. 그리고 인적이 없는 새벽.

갑자기 혜수의 온몸이 얼어 붙는 듯 싸늘하게 느껴졌다.


큰소리가 나지 않도록 입을 꼭 틀어 막은 두손 위로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이 되어 흐르고 있었다. 입을 막은 손은 피가 묻어 있었고, 그녀의 옷은 찢겨져 있었다. 누군가에게 들킬까 황급히 차로 돌아가 서둘러 시동을 켜는 그녀. 흐느끼며 주위를 살피다가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심장이 멎는 그녀다.


그녀는 예배 중인 것도 까맣게 잊은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앉아 있는 이들을 미친듯이 헤치고 중앙복도를 달려 강당 밖으로 뛰어 나갔다.

다들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쑥덕 거렸다.

그러나 목사님 설교 중이었기에 자리에 앉은 채 바라만 보았다. 이내 목사님은 분위기를 정리하며 설교를 다시 이어갔다.


밖으로 나온 혜수는 아직도 슬픔과 공포가 가라앉지 않아 숨이 헐떡거리고 손발이 마구 떨렸다.


‘미쳤나봐. 내가 왜 그런 상상을 하는거지? 내가 그럴리가 없잖아? 그건 마치 살인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난 후의 모습 같았어. 목사님 설교때문에 내 정신이 갑자기 어떻게 됐었나봐,,,’


혜수의 엄마는 따라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급하게 화장실을 갔다고 생각하거나 집에 가고싶어 그냥 나가 버렸나보다 여긴 것이 틀림없다.


혜수는 그대로 발길을 돌려 집으로 와버렸다. 걷기에 조금은 멀지만 그래도 못 걸을 거리는 아니었다. 예전에 많이 다녀본 길이라 그런지 어디로 가야할 지 이내 감을 잡고 망설임없이 움직였다.


#

집으로 돌아온 혜수는 찬물로 샤워부터 하였다.

조금 있자 엄마가 돌아왔고 많은 질문들을 해댔지만 대충 둘러대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신차려...혜수야, 마음을 다잡아야해. 이미 이렇게 과거로 와버렸으니 원래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니?

그래, 너가 많은 이들의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해 줄 수 있잖아. 이건 정말 축복이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긍정적으로,,,!’


솔직히 그녀는 그렇게 긍정적인 편이 아니었다.

모든 일에 근심과 걱정이 많아서 소심해지기 일쑤였고 그런 모습을 보며 그녀의 남편은 가엾게 또는 귀엽게 여겼었다.

그런데 매사에 긍정적이고 배려깊은 남편과 살다보니 혜수는 긍정적인 척이라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갑자기 남편 석찬이 그리워졌다. 지금 그녀에게 많은 부분이 흐리지만 남편과 아이에 대한 기억만큼은 선명했다. 그게 다행이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


딸 혜수가 예배 도중 두려움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뛰어나간 것이 명자는 내심 마음에 걸렸지만, 혜수는 어릴 때부터 조금 별난 구석이 많았기에 그런가보다 하며 넘어갔다.


명자는 교회에 다녀올때까지 티비를 보며 침대를 떠나지 않고 있는 남편을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여보, 최근에 혜수하고 이야기 나눠본 적 있어요?”

“아니. 혜수가 뭐 살가운 아이도 아니고 나랑 무슨 할 말이 있겠어?”

“그래도 그냥 이런 저런 질문도 하고, 용돈도 좀 주고 그래요.”


남편의 대꾸가 없자 명자는 대답을 재촉하듯 덧붙였다.

“서울서 대학 다니는 첫째 딸한테 가끔씩 전화는 해요?”

“지수하고는 가끔 통화하지. 참, 지수 이번주에 온다고 하지 않았어?”

“이번주가 아니라 다음주에요.그나저나 혜수 쟤 보약을 한재 해 먹여야 하나? 가끔 기가 약해지면 가위에 눌리고 이상한 행동도 하고 그러는것 같아.”

“둘째 혜수는 원래 가끔 그렇잖아. 그냥 또 그런 때가 왔나보다 해. 요즘 공부는 곧잘 한다며? 그럼 됐지 뭐.”


어릴때부터 자주 아파 신경쓰이게 했던 둘째는 말이 없는 아이었다.

혼자 생각이 많은건지 멍청한 건지 모를만치 내색도 없었다.

언니 지수는 그와 반대로 언제나 활기차고 똑똑한 딸이었다.


그래서 더 비교가 되었는지 모른다.

보색대비 효과 같이. 노랑과 파랑이 서로 더 노랗고 파랗게 보이게 되는···

명자 부부에게는 첫째 딸 지수의 색이 더 이뻐 보였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그렇다고 여겼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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