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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와 아가타

혜수,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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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독자
작품등록일 :
2019.10.11 05:14
최근연재일 :
2019.11.21 22:44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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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2
추천수 :
27
글자수 :
158,410

작성
19.10.1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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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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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 언니, 내가 지켜줄게.

DUMMY

1학년 2학기 기말고사에서 혜수는 정말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날마다 혜수에 대한 부모님과 담임 선생님의 기대감은 높아져 갔다.


‘이럴때일수록 마음을 진정시키고 더 집중해야해. 내가 무얼위해 이렇게 공부하는건지,

그리고 나의 어떤 점이 나의 발전을 막게 되었는지 이미 살면서 배웠잖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말자.’

혜수는 밤늦게 공부하는 시간마다 기분좋은 상상으로 앞날에 대한 열정을 자극시켰다.


‘이런 성적이면 서울에 있는 유명 대학은 갈수 있을거야. 하지만 정말 좋은 과에 입학가려면 더 노력해야해. 의사나 변호사,,, 이런건 너무 골치 아프고, 나중에 IT 계열로 취업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아니면 항공사 관련한 일도 좋겠어. 독일에서 여기저기 여행하며 느낀거지만 공항의 인텔리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닮고 싶었잖아. 아니야,,, 여자가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은 경영팀, 관리팀 이런데가 아닐까? 아무리 잘났었어도 결혼해서 애낳고 경단녀 되는게 일상 다반사였으니,,,아~모르겠다. 일단은 공부를 잘 해놓는게 우선이야. 집중하자.’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혜수는 이과 문과 중 한 곳으로 진로를 결정해야 했다. 과거 언니를 따라 이과를 선택했던 혜수는 나중에 많은 후회를 했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몰리는 이과에서 경쟁을 하니 내신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고, 수학이나 과학보다는 언어쪽에 재능이 있는것을 알게되는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혜수의 담임은 성적이 좋은 혜수가 이과를 선호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녀가 문과에 진학하려고 하자 많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이과쪽 과목에 흥미가 없어서요. 나중에 경영학과 가려고 생각중입니다.그래서 문과 가고 싶어요.”


담임은 의지가 확고한 혜수의 결정을 응원해 주었다. 혜수의 부모는 대학 입시 경험이 있는 언니 지수와 상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지만, 그 당시 지수는 동생의 진로에 크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고2 문과생이 된 혜수는 내신 성적을 좋게 받을 수 있었고,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 가는 모범생으로서 기분좋게 학교 생활을 해 나갈 수 있었다. 친구 관계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모범생이고 속깊어보이는 그녀를 모두가 좋아했다.


혜수는 ‘내가 과거의 삶에서도 이럴수 있었다면,,,’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러나 언제나 결론은 ‘다시 사는 인생이라 이 모든게 가능하다.’였다.


#

이제 고 3이 된 혜수는 갈수록 다가오는 자유의 시간을 갈망하며 더욱 자신을 채찍질하였다. 그 밤에도 다음 주에 있는 모의고사를 대비하여 주말에 공부를 잘 마무리하리라 생각하며 논술책을 만지작 거렸다.


그녀가 과거 대입 시험을 치른 시절에는 논술시험이 있었다. 수능과 논술 그리고 내신의 비율은 대학마다 달랐지만 수능을 정말 기똥차게 잘 보았다면 논술이나 내신은 신경쓰지 않고 대학에 입학 원서를 낼 수도 있었다. 혜수가 첫 대입 시험에 고배를 맛보았을 때에 혜수는 생각했었다.

‘누군가 나에게 논술대비에 대해 잘 설명해 주고 준비했다면,,,그렇게 바보같이 끝나진 않았을텐데.’


다시 기회를 가지게 된 혜수는 논술도 틈틈히 대비하며 내신을 다져온 터였다. 시간과 감정의 쓸데없는 소모를 아끼기 위해 혜수는 좋은 참고서로 혼자 공부하며 부족한 과목은 언니의 추천으로 알게된 개인 과외를 통해 해결했다.

‘대입 시험을 다시 치룬다는 것,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했잖아? 이번에는 실수 없도록 잘해야해!!’


스스로 되뇌이는 혜수의 손에 땀이 나 있었다.

쉽게 긴장하는 혜수이기에 무엇보다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는 순간, 손에 찬 땀이 자극제가 되어 예전 끔찍한 영상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과거로 회귀하여 교회 예배에 참석했을 때에 떠오른 영상은 이후에도 종종 혜수를 괴롭혔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그 기억을 더 자세히 떠올릴 용기가 없었다. 그저 머릿속 영상을 지우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이후 교회에 가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 기억에 스스로 침몰될 것 같아 재빨리 눈을 떴다. 그때 야참을 가지고 엄마 명자가 들어왔다.


“혜수야, 엄마가 과일 준비해 왔어. 너가 하도 한번에 많이 안먹는다고 난리쳐서 간식도 얼마나 조심스럽게 준비하는지 몰라.”

“고마워요. 근데 엄마. 과일 먹느라 집중 흐트러지기 싫으니까 그냥 쥬스로 가져다 주세요.”

“에이~ 과일 먹는 시간은 쉴 수 있지 뭘 그렇게까지 해? 너희 언니도 그렇게까지 공부하지는 않았어.”

“엄마. 그냥 쥬스로 가져다 주세요. 과일은 학교갈때 도시락으로 싸달라고 이야기 했잖아요.”

굳은 표정으로 날카롭게 말하는 혜수였다.

“그래,,,알았어. 그리고 혜수 너. 그전에는 어른 예배 곧잘 다니더니 요즘은 통 같이 가자는 말이 없더라. 일요일에 바깥 공기도 쐬고 오면서 엄마랑 점심도 먹을 겸, 같이 다녀 오자. 응? 요즘 공부때문에 스트레스 받는것 같은데 좋은 결과 달라고 기도도 열심히 하고 오면 좋잖아.”


“...........”


“이번 주말에 언니도 온다니까 다같이 교회갔다가 점심 먹고 오게. 알았지?”

망설이는 혜수에게 엄마 명자는 재빨리 말하고는 방을 나갔다.

‘그래. 예전에 나는 신앙심이 참 깊었었지. 믿음이 내 인생의 버팀목이었을 정도로.’

신앙으로 인해 가질수 있었던 평안과 행복이 떠오르자 혜수는 망설여졌다.


‘그때는 과거로 돌아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많이 힘들고 혼란스러워 그랬던 걸수도 있어. 다시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것 같아.’

짧은 호흡을 내쉬고 혜수는 다시 공부에 집중했다.


#

토요일 낮에 혜수의 언니 지수는 조금은 피곤하지만 행복한 얼굴로 집으로 왔다.


“오~우리 동생. 이제 공부 좀 한다더니 얼굴이 피었네? 고3인데 살도 안찌고? 피가 마르도록 공부하는중? 엄마말로 밤늦게까지 난리도 아니라던데?”

“그냥. 열심히 해볼려고. 나도 언니처럼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 가야지.”

“어쭈. 철들었네? 엄마, 혜수한테 무슨 일이 생긴거에요?”


명자는 흐뭇하게 두딸을 바라보았다.

“나는 뭐 항상 너네 잘 먹이고 잘 입히고, 남들한테 기죽지 않게, 그렇게 한것 밖에 더 있니? 하나님께서 이런 나의 노고를 보시고 너희한테 베풀어 주시는거지.”


“아니, 나는 왜 빼는거야? 아빠가 든든하게 돈 잘 벌어다 주니까 지수도 대학 등록금 걱정없이 잘 다니고 혜수도 원하는 문제집 사가며 잘 공부하는거지.”


“에이그~ 그걸 꼭 그렇게 자기 입으로 말해야해? 우리 딸들이 얼마나 속깊은데, 그건 알면서도 말 안하는거에요.”


“말안하면 어떻게 알아? 말을 해야 아는거지.”


“아빠, 걱정마요. 우리 가족 이렇게 살 수 있는거 다 아빠 덕분인거 알아요.”

전에는 말없이 가족의 대화를 관망하거나 기죽은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던 그녀가 이제는 달라진 모습으로 속깊은 말을 하자 혜수네 가족은 모두 놀라는 표정이었다.


“엄마, 언니 온다고 맛있는거 많이 하던데, 나 배고파. 우리 빨리 밥먹어요.”

부엌으로 향하며 혜수의 뒤로 가족 셋은 어리둥절해 하며 기분좋은 눈빛을 교환하였다.


엄마의 음식 솜씨는 언제나 훌륭했다.

“Wunderbar!”

혜수는 자기도 모르게 독일어가 튀어 나오자 놀라 입을 막았다.


“뭐? 분더 뭐시기?”

“야. 그거 독일어 아니냐? 니가 그걸 어떻게 아냐? 너네 학교 제 2 외국어 일본어잖아.”


“아,,,아니 얼마전 라디오에서 ‘훌륭해요’ 라는 단어가 각국의 언어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려주는데 독일어로 ‘분더바~’라고 하더라고. 근데 그게 흥미롭게 들려서 몇번 따라 했더니 그새 입에 붙었나봐.”


“우리 딸이 요즘 공부 머리가 트이더니 외국어도 한번만 들으면 바로 입에 착착 붙나 보다. 우하하.”

혜수의 아빠는 말수도 많아지고 공부에 열정적인 둘째의 최근 모습에 흡족해 하고 있었다.


“야. 대입 준비 공부나 열심히 해! 대학가서 교양 과목으로 얼마든지 그런거 배울 수 있으니까.”


“알아. 이제 얼마 후면 담임이랑 대학 진학에 대해 결정해야 하는데 그때 언니 의견 좀 부탁해.”


“그건 뭐,,,일단 네 생각이 중요한거고, 담임샘이랑 잘 상의해서 결정하는거지. 하긴 고등학교 담임 들은 자기 실적만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서울대 몇 명 연대 고대 몇 명. 근데 뭐,,, 나한테는 나쁘지 않았어. 연세대 합격자로 현수막 걸리는 경험. 나쁘지 않아. 큰 현수막에 나지수. 짝 적혀있으면 무지 뿌듯하다니까”


자신감 넘치는 지수의 모습에 혜수는 가끔 기가 눌리거나 짜증이 나기도 했었다. 한마디로 정말 재수없었다. 그러나 미래에 무너지는 언니의 모습, 그리고 그로 인해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가족 모두의 자괴감을 생각하니 지금 이 재수없는 모습이 영원하기를 소망하게 되었다.


‘언니, 내가 언니의 불행을 막아줄게. 대학 가고 나면 나의 미래도, 언니의 미래도 지켜줄거야···’

생각하며 혜수는 자신감 찬 지수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깊이 결심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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