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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와 아가타

혜수, 여행을 떠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여행중독자
작품등록일 :
2019.10.11 05:14
최근연재일 :
2019.11.21 22:44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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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수 :
158,410

작성
19.11.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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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 행복과 불안

DUMMY

지수는 2000년 새해의 해돋이를 보며 행복과 불안을 동시에 느꼈다.


전날밤 지수와 성준은 숙소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멋진 저녁식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와 와인을 마셨다. 성준이 따라주는 와인은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그리고 둘은 잠자리에 들었다. 이어 성준의 거친 애무가 다시 시작되었다.

지수도 이미 취기가 올라 있어 기분좋게 사랑을 나누었지만 갈수록 더해지는 그의 거친 손길에 아픔을 느꼈다.


“아, 아파 그만해.”

그런 지수의 입을 키스로 막은 그는 지수의 몸에 집착하듯 달려들었다. 그렇게 여러번 섹스를 나눈 둘은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아침 6시 30분으로 알람을 맞추어 놓았지만 전날밤의 피로감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일출 직전 겨우 일어난 둘은 침대보로 대충 몸을 가리고는 테라스로 나가 해돋이를 감상했다. 아름다웠다.

뒤에서 지수를 안은채 목 뒤를 애무하며 성준이 말했다.


“2000년 새해를 축하해! 아니지,,,새천년을 축하해. 그리고 영원히 사랑해.”


지수는 몸이 녹아 내리듯 행복했지만 그의 거친 섹스와 그에 대한 집착이 걱정스러웠다.


‘나에게만 이러는 걸까? 아니면 그 전에도 그랬던 걸까? 이런 잠자리..분명 내가 처음은 아닐텐데,,,’

하지만 지금은 일단 그의 애무를 받아 들이기로 했다. 둘은 다시 침대로 가 사랑을 나눴다.


동해를 출발해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지수는 여기저기가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성준은 조금 피곤해보였지만 기분이 좋은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한손으로는 지수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때 지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수원집이었다.

“받어. 나 조용히 있을테니까.”

성준은 지수를 향해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여보세요.”

“지수니? 너 어디야? 어디길래 엄마 아빠한테 전화도 없고. 우리 딸들 전화 기다리다가 망부석 되겠어!! 딸들 키워봐야 소용없다니까.”

“미안. 친구들이랑 여행중에 전화하기가 쉽지 않았어. 핸디도 잘 안터지고,,, 지금 서울로 가고 있어요. 도착하면 혜수랑 빨리 집으로 갈게요.”


“혜수 자취방에 있는거 맞어? 전화해보니까 안받던데?”

“그래요? 혜수도 오는 중인가보네. 어제 연락 못한거 죄송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엄마. 조금 있다 뵈어요!”


뾰로통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엄마 명자의 목소리가 처음보다 부드러웠다.

“그래. 우리 딸 지수도 새해에 더욱 건강하고 좋은 일 많이 생기길 엄마가 기도할게. 오늘내로 꼭 내려오고!”


전화를 끊은 지수에게 성준이 말했다.

“어머니의 사랑이 느껴져.”

“우리 엄마가 자식 사랑이 좀 넘치시는 편이긴 해요. 그래도 뭐, 오빠네 부모님도 마찬가지일텐데??”


“우리 부모님? 글쎄,,, 그걸 자식사랑 이라고 해야 하는지 소유욕 이라고 해야 하는지 구분이 안될때가 있지.”

“모든 부모님이 자식을 사랑하시지만 표현 방법이 달라서 그러신게 아닐까요? 그래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뭐, 그냥 그렇다고 해두는게 서로에게 좋겠지?!”


그의 애매한 대답에 의아해하는 지수의 뺨을 어루만지는 성준이었다.

“하하하. 우리 지수는 심각해지는 표정도 귀엽단 말이지. 지수랑 있으면 헤어지기 싫어서 큰일이야. 그냥 데리고 살고 싶어져.”


지수는 성준과 먼 미래까지 생각하며 만날 생각은 없었다.

“오빠...나 너무 치켜 세우지 마. 그리고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건데, 너무 앞서가는거 나 안 좋아해.”


지수의 말에 급정거로 갓길에 차를 데고는 매섭게 지수를 보는 성준이었다.


“갑자기 왜그래요? 사고나면 어쩌려고! 놀랐잖아.”

“그래. 앞날은 아무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하는 말마다 거부하는 모습 보기 좋지 않아.”

“오빠. 일방적으로 미래를 결정하고 따르라고 하는건 좀 아니지.”

“그렇구나···”


성준은 핸들 가장자리를 손톱 밑 살로 문지르듯 긁어대다 손가락으로 타다닥 소리를 내며 몇번 치더니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


다른날과 다르지 않게 2000년 1월 1일을 맞이하는 혜수는, 일어나 커피를 마셨다.

"나혜수. 2000년 새해를 축하한다!"

혼잣말을 중얼거린 혜수는 씁슬한 미소를 지었다.

언니가 올때까지 무얼할지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는 삐삐의 진동을 알아채고 확인해 보았다. 철수로부터 여러통의 호출이 도착해 있었다.


‘아,,,어제 집에 도착하면 연락한다고 했었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에게 연락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언니가 오기전 부모님 선물을 위해 외출을 결정한 혜수는 우울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 예쁘게 차려 입었다. 그때 누군가 초인종을 울렸다.


“누구세요?”

“나 철수야. 문 열어봐.”


망설이던 혜수는 문을 열었다. 철수는 급하게 들어와 혜수를 이리저리 살폈다.


“괜찮은거야? 여지껏 왜 연락이 없었어?”

“어제 들어와서 바로 자는 바람에 연락 못했어요.”


“어제 그 자식이 혹시 너 따라 다니며 괴롭힌건 아닌지, 집으로 가다가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닌지, 별생각을 다했어!”


“학준 오빠, 오빠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쁜 사람 아니에요. 그리고 어제 혼자 무사히 집에 왔으니까 걱정마요.”

“그래. 알았어. 지금 나가려던 거였어?”

“응. 수원집에 가기 전에 부모님 선물 사려고,”

“같이 가자.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쇼핑도 하자.”


어제의 감정이 아직 남아 있던 혜수는 철수와 오래 있고 싶지는 않았다.


“살 것만 사서 들어와야 해요. 언니 도착하면 바로 수원집으로 가야해서. 밖에 오래있지는 못해요.”

“언니분은 아직 안오신거지? 그럼 오실 때까지만 같이 있자. 그럼 되겠지?”


함께 쇼핑하는 철수는 어젯밤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과 학준을 향한 혜수의 마음이 혹시나 깊어지면 어쩌나 걱정스런 마음에 혜수에게 최선을 다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챈 혜수는 가벼운 미소로 화답해 주었다.


“수원집에 가면 언제 올라와? 난 언제든 대기하고 있을테니까 오면 바로 연락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혜수는 함께 하는 동안 보여준 그의 배려에 마음이 다시 풀리는 것을 느꼈다.


#


집으로 돌아온 혜수는 아직 오지 않은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지금 오는 중이야? 오늘 수원집으로 가야 하잖아.”

“차가 무지 막힌다. 제길. 나 도착하면 바로 출발하게 자취방 정리 좀 하고 수원집에 내려갈 것 챙겨 놓고 있어.”

“안그래도 이미 자취방은 치워놨어. 언니 언제쯤 도착하는데?”

“두 시간 정도 있으면 도착할 것 같아.”

“그럼 오후 4시는 되어야 도착 하는거네?”

“응.엄마 아빠한테는 내가 전화 해 놓을게.”


돌아오는 차안에서 침묵을 지키던 성준은 도착해 내리려는 지수를 잡고 물었다.

“언제 다시 돌아와?”

“아까 말했듯이 가봐야 알아요. 내가 가서 연락할게.”


성준은 지수의 허리를 잡아 몸을 밀착하고 키스를 했다. 지수는 그의 키스에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


수원으로 내려가는 동안 지수와 혜수는 서로 말없이 책을 읽거나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아이구. 우리 딸들 내려오는라 수고 했어. 배고프지? 엄마가 너네 오랫만에 온다고 맛있는거 해놓으셨다.”


부엌에서 상을 차리고 있던 엄마 명자는 볼멘 소리로 딸들을 맞이했다.

“엄마 해놓은 음식 다 식었다! 엄마는 어제부터 기다렸는데 이제서야 오면 어떻게해?”


“엄마. 혜수는 대학 신입생이고 나는 졸업을 앞둔 예비 취업생인데, 한가롭게 집에만 있으면 좋겠어? 바쁜 딸들 수고했다. 격려해주면 되는 것을.”


“그러게 말이다. 지수 니말이 맞다! 애들 배고플텐데 잔소리는 일절로 끝내고, 다같이 식탁에 앉읍시다.”

아빠 정태는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눈치였다.


식사를 하던 엄마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네 사귀는 남자 있지? 둘다 보통 사이로 사귀는게 아닌것 같은데??”

당황한 혜수는 언니 지수를 바라보았다.


“푸하하. 엄마. 당연한 말을 뭐그리 진중하게 물어봐요? 이렇게 이쁜 딸들에게 어떻게 남자가 없겠어요? 다만,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너 없인 못사네~ 이러면서 만나는 사람은 아직 없어요. 그래서 말씀 안드리는거고.”


지수는 혜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는 그런 사람있냐? 설마 대학 신입이 벌써?”


혜수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아니~ 나도 그냥 남자친구만 있어요.”


“너네. 혹시라도 깊게 사귀는 남자 있으면 바로 데리고 와야해. 여자 인생 뒤움박 팔자라고. 남자 잘못 만나면 끝장인거야.”

“아이고, 우리 마누라. 그 뒤에 니 아빠가 어쩌고 저쩌고 2절 시작 하실거면 나 밥 다 먹고 일어나면 그때 말해요.”


“우리 아빠가 뭐 어때서요?”

딸들의 이구동성에 흐믓해 하는 남편을 명자가 흘겨보며 말했다.

“으이그~모르는게 약이지. 여하튼 엄마 말 명심해!”

“우리 딸들은 똑똑해서 남자 보는 눈들이 아주 정확하게 달려있다고! 걱정마요!”


저녁 식사 후 다과를 나눈 가족은 각자 방으로 가 휴식을 취했다.

잠시 누워있던 혜수는 언니 지수의 방을 노크했다.


“언니. 지금 잠깐 이야기 할 수 있어?”

“나 많이 피곤한데. 중요한 이야기야?”

“어. 좀,,,중요해.”

“그럼 들어와.대신 짧게 말해라.”


혜수는 지수의 침대에 걸터 앉으며 물었다.

“언니. 이번 여행에서 학준 오빠 형이랑 그 친구들 어땠어?”

“니가 그게 왜 궁금한데?”

“어? 아니...그래도 언니랑 새해를 같이 맞이한 남자인데, 어떤 사람인지 동생으로서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동생. 이 언니는 알아서 하니까 니 연애나 잘하세요. 너야말로 철수씨랑 화끈한 밤 보냈냐?”

화들짝 놀란 혜수는 언니 지수의 입을 막았다.

“미쳤어 언니? 엄마 아빠 들으시면 어쩌려고.”

“야! 애좀 봐. 어땠길래 이렇게 화들짝 놀래? 설마 변태적인 섹스 광?"

“아니야. 그런거! 철수 오빠 집에 사정이 생겨서 같이 여행 못갔어. 난 그냥 집에 있었단 말이야.”


“어머! 야. 변태 섹스광보다 더 충격적이다! 대학교 1학년 남자가 엄마 아빠 때문에 여친이랑 여행을 안가는 것도 모자라서,여자 친구를 자취방에 혼자 두었다고?? 참나! 혜수야. 이야기 들어보니 딱 마마보이네. 그냥 지금이라도 깔끔하게 정리해라. 앞으로도 계속 그러면 진짜 노답이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어. 그건 그렇고, 언니는 그 남자랑 심각한 사이 아닌거지?”

“아까도 말했듯이 언니는 하고 싶은게 아~주 많은 사람이야. 뭐하러 벌써부터 누군가에게 구속된 삶을 살려고 하겠니?!”


혜수는 방으로 돌아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과거 언니는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 안지나 형부를 만나 결혼을 했다. 그리고는 이중적인 형부에게 갇혀 밖에서는 쇼윈도 부부로 행복한 척, 안에서는 폭력 남편에게 시달리는 가엾은 아내로 살아가야 했어. 그러면서 언니는 차츰 본래 자신감있고 활기찬 모습을 잃은채 초점없는 멍한 눈빛을 가지게 됐고, 그런 언니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엄마는 크게 좌절하셨고, 나는 언니에게 이혼을 권유했지. 그리고 나는 독일로 이민을 가게 되었어. 이후 언니는,,,’


이후 언니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하려 할 수록 더욱 숨어드는 기억. 무엇인가 혜수에게서 도망치는 기분이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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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나의 미래 19.11.15 26 1 11쪽
24 24. 도피 19.11.15 27 1 13쪽
23 23. 감정을 삼키다. 19.11.11 32 1 13쪽
22 22. 꽤나 다정한 모습 19.11.09 34 1 13쪽
21 21. 만남 19.11.09 37 1 16쪽
» 20. 행복과 불안 19.11.04 47 1 12쪽
19 19. 그와 당신 19.11.01 49 1 14쪽
18 18. 너는 이제 내꺼야 19.10.31 50 1 13쪽
17 17. 영희, 그녀 19.10.28 48 1 13쪽
16 16. 20살의 크리스마스 19.10.25 44 1 14쪽
15 15. 능력있는 사람 19.10.24 44 1 14쪽
14 14. 이성준 19.10.23 48 1 15쪽
13 13. 가족이라는 족쇄 19.10.22 55 1 17쪽
12 12. 비밀 19.10.21 55 1 15쪽
11 11. 느끼지 마! 생각하지 마! 19.10.18 60 1 14쪽
10 10. 그 남자 19.10.17 55 1 16쪽
9 9. 그 남자랑 끝내! 19.10.16 59 1 13쪽
8 8. 제 인생을 구경중이신가요? 19.10.15 65 1 13쪽
7 7. 그와의 로맨스 19.10.14 6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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