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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와 아가타

혜수,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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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독자
작품등록일 :
2019.10.11 05:14
최근연재일 :
2019.11.2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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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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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영희, 그녀

DUMMY

12월 30일. 혜수는 다음날 철수와 함께 떠날 여행 준비를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잠이 오지 않았다.

언니 지수는 남자친구와 이미 여행을 떠나고 없었다. 자취방에 혼자 남은 혜수는 허전함을 느끼며 철수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받지 않았다.


‘벌써 ?자나?’

시계를 보니 밤 10시였다.

‘아직 잠을 잘 시간은 아닌것 같은데,,,하긴 과거 경험으로 비추어 볼때 부모님과 함께 살면 아무래도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는 것 같아. ’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에 누웠을 때에 전화벨이 울렸다.


“혜수니? 나 철수오빠야.”

“전화 안받길래 자는줄 알았어요.”


철수는 망설이며 말을 이었다.

“혜수야. 오늘 집에 일이 생겼어. 그래서 너랑 해돋이보러 못 갈것 같아. 내가 먼저 가자고 해놓고,,,정말 미안해.”

“갑자기 무슨?”

속상한 마음을 감추고 혜수가 물었다.

“내일 잠시 만날수 있을까? 내가 자취방 근처로 갈게.”


통화를 끝낸 혜수는 평소보다 몇배 더 크게 느껴지는 자취방의 허전함을 메우기 위해 잠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에 저장해둔 영화 파일을 뒤적 거렸다.


#


다음날 만난 철수는 피곤한 기색이 뚜렷했지만 혜수를 환한 미소로 반기었다.


“다시 한번 진짜 미안. 원래 계획대로면, 우리 기차타러 출발하고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실망하긴 했는데,,, 괜찮아요. 무슨 일 있었는지 걱정되고 궁금해요. 말해줄수 있어요?”


“저번에 혜수가 나에게 왜 의사가 되고 싶었는지 물었지? 그때 나중에 말해준다고 했던것 기억나?”


혜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평소 티비나 영화에서 봤음직한 스토리를 생각해보았다.


“혹시 가족중에 누가 아프세요?”

“아프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돼. 내동생 영희말야.”

“영희씨가 왜요?”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몇년 전 동생 영희가 가족 여행에서 설명할 수 없는 일을 당했어.”

“설명할 수 없는 일??”

#


5년전 여름.

철수네 가족은 유럽으로 자유여행을 떠났다. 당시 고 2가 된 철수는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였지만, 내년에는 더 못가고 대학 입학 후에는 각자 바빠서 가족이 다함께 해외여행을 계획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부모님의 설득에 따라 나서기로 결정했다.

여동생 영희는 아직 중학생 이었기에 해외여행이 마냥 설레기만 했다.


유럽의 중심 독일을 기점으로 여행을 계획한 가족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여 차를 렌트후 독일을 둘러보았다.

철수의 부모님은 결혼 전 두분 다 여행을 즐기셨기에 이미 여러 곳을 다닌 경험이 있으셨다. 그래서인지 계획에 거침이 없고 시간 단위의 빡빡한 스케줄이 아닌 충분히 느끼고 즐기는 여행을 만들어 가셨다. 이동이 편리하게 차를 렌트한 가족은 이후 뮌헨을 거쳐 오스트리아로 넘어가기로 계획했다.

뮌헨에서 본 박물관과 궁전들. 그 안에서 여유롭게 자신의 스타일대로 자유시간을 즐기는 유럽인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꼈다. 여행지에서 바라본 그들의 생활은 진정한 일상이라기 보다 그저 허상일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의 얼굴에 흐르는 여유와 잘 갖추어진 생활의 안락함이 유럽인들의 전유물처럼 보여지자 위축감이 들기도 했다.


‘우리 나라의 청소년들은 공부에 시달리고, 대학가서는 취업에 시달리고, 취업후에는 직장 상사에 시달리고, 그리고 노후 대책을 위한 걱정에 시달린다. 어떻게 다르길래 같은 지구에서 다른 삶을 누리게 되는 걸까?’


지리적 위치와 자연의 풍요로움이 빚어낸 합작일 것이다.


“사람이 여행을 많이 다니다보면 생각도 넓어지고, 자신이 보지 못한 부분도 보게 된단다. 인생 설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지. 엄마 아빠는 너희가 앞으로 풍요로운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지혜롭게 인생을 개척하기를 바래서 이렇게 가족 여행을 계획한거고.”


유럽의 풍요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영희는 갑자기 생각난듯 손벽을치며 말했다.


“근데, 엄마.아빠. 우리 저번에 태국 여행 갔을 때에도 사람들이 친절하고 얼굴들이 다 웃고 있었는데? 내가 알기로 태국은 그렇게 잘사는 나라는 아니잖아요.”

“사람이 잘산다고 웃고 못산다고 우는건 아니야. 사람이 어떤 가치관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한거지. 한국은 절대 못사는 나라가 아닌데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그에 비해 많이 뒤쳐진단다. 그 이유가 무얼까?”

“음,,, 제 생각에는 비교의식이 너무 강한 탓 인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비교 당하고 사회에서는 돈과 권력을 얼마나 가졌는가 비교당하고.”

철수의 대답에 크게 웃으신 아빠가 말했다.

“하하. 설마 우리 아들 그동안 성적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던건 아니겠지? 친구들하고 성적 비교하면서 공부하면 마음이 힘들어지니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라. 철수 니가 생각하는 인생의 목표를 위해 공부한다고 생각해야 집중도 더 잘되고 자신감도 가질수 있단다.”

“당신은~ .철수가 아무리 생각이 깊다고한들 어떻게 자기 마음을 그렇게 냉철하게 바라보고 다스릴수 있겠어요? 그리고 비교하는게 꼭 나쁜것만은 아니에요. 그래야 발전을 하니까.”

“맞아요,아빠. 우리반 애들도 보면 서로 더 이쁘게 보일려고 노력하면 진짜로 점점 예뻐지더라구요.”

“하하하. 그래. 비교하는건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공통이야. 그걸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문제지. 비교하니까 이뻐진다? 우리 부인도 예뻐지게 내가 비교좀 해볼까?”

“당신은! 거기서 왜 내가 나와요? 영희 너 요즘 부쩍 외모에 신경쓴다 했더니 그래서였어? 학생이 공부 잘하면 되지 무슨 외모에 그렇게 신경을 써?”

“걱정마요. 아빠한테 우리 마나님 그리고 따님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절세미인이니까! 그리고 들어보니 영희에게도 합당한 이유가 있네. ”

철수 엄마 형자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남편 정태를 흘겨보았다.

“엄마. 여자는 자고로 이쁘고 봐야해요. 그 다음이 공부인거야. 난 나중에 명문대 입학하고 ‘그래, 못생겼으니 공부라도 잘해야지.’ 이런 팩폭은 듣고 싶지 않아. ‘이쁜데 공부까지 잘하네? 이기적인 유전자!’ 이런 말을 듣고 싶다고.”

“걱정마. 영희 너는 엄마 닮아서 얼굴도 하얗고 눈도 동그래서 조금만 꾸미면 미인소리 들어!”

“그럼그럼. 우리 부인과 따님이 세계 최고 미인이다!”


철수네 가족은 뮌헨에서 가까운 스위스로 다음 행선지를 정했다. 스위스의 알프스 산맥을 따라 여전히 아름답게 보존되어 있는 자연 경관 그리고 그림같은 풍경들. 산악 열차를 타고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만년설로 뒤덮인 산 정상. 그와 함께 루체른 호수는 자연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처럼 여겨졌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중 어느 곳을 갈지 의논하던 중 이탈리아를 거쳐 오스트리아를 돌아 본 후 독일로 돌아오자고 결론을 내렸다. 프랑스는 영희가 대입시험을 치르고나면 프랑스와 스페인을 묶어 유럽 여행을 다시 오기로 의견을 모았던 것이다.


숙소는 유스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다. 그곳에서 만난 배낭여행족들은 자유와 낭만이 넘쳤다. 철수는 앞으로도 여행을 자주 다니며 많은 것을 느끼고 체험하며 인생을 살아가자고 다짐했다.


물위에 세워진 천년의 도시 이탈리아 베니스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바다위에 어떻게 지어졌는지 나중에 한국에 가면 알아보리라 생각한 철수는 바포레토를 타고 베니스 사이사이를 둘러보며 생각에 잠겼다.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지만, 그 일들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목표한 대학을 가야한다. 나중에 나도 나의 가족에게 특별한 여행을 선물할 수 있는 남편, 그리고 아버지가 되자!’


시간이 여유롭지 않은 철수네는 이탈리아를 떠나 오스트리아 빈으로 갔다. 빈에 도착하여 성슈테판 대성당을 둘러볼 때에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12세기에 시작해 16세기에 완성된 성당...이러한 장소에서 예배를 드린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곳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숙연해지고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그리고 쇤부른 궁전을 둘러보니 하루가 지나갔다.


그곳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행선지를 정하려고 했지만, 근처에 숙소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은 외곽진 게스트하우스라도 일단 찾아 보기로 하였다. 여행책자와 안내지도에서 발견하여 도착한 그곳은 청결하지 못한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불운하게도 그날 묵고있는 게스트 들의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았다.

동생 영희는 무서움을 느꼈고, 엄마 형자도 침구의 위생 상태에 어찌할바를 몰라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태는 조금 눈을 붙이고 일어나 몸상태를 보고 운전을 할 수 있을것 같으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밤새 달리자고 말했다.


“뭐, 밤에 달려가면 차가 많이 없으니까 금방 도착할테고, 그곳은 유명 관광지라 숙소들 대부분 관리가 잘되어 있을테니, 그곳에 가서 쉬는것도 좋을것 같아. 당신도 여기서 자기 힘든것 같으니 그렇게 합시다. 일단 나는 눈좀 붙일게.”


아빠 정태가 잠을 자는 동안 가족들도 각자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정태가 곤하게 잠을 자고 있다가 갑작스런 소란에 놀라 깨어난 시각은 새벽 한시였다.

투수객들이 술에 취해 비틀대다 누군가 계단에서 넘어지자 함께 있던 사람들이 응급차를 부르고 소란을 부린 것이다. 늦은 시간임에도 게스트들은 여전히 술과 음악을 즐기며 잠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 있어도 어차피 굿나잇은 그른것 같으니 그냥 출발 합시다.”

철수네 가족은 다시 차에 짐을 싣고 조심히 다음 행선지로 이동을 시작했다.

“졸리면 쉼터에 차대고 쉬어 갈테니 너무 걱정마요.”

형자는 남편이 졸음 운전을 하지 않도록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음료와 주전부리도 챙겨주었다.


#


여기까지 말한 철수는 주문한 아이스티를 벌컥 벌컥 마시고 말을 이었다.

“가족 모두 차가 거의 없는 도로를 달리며 더운 여름에 에어컨없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상쾌하다고 만족스러워했어. 그런데,,,갑자기,”

철수는 잠시 멈추고 혜수의 얼굴을 보았다.


“사고가 났어.”

“어머. 사고요? 어쩌다가요? 밤길에 빨리 달리다가 사고가 났으면,,,”


“아니. 사고지점이 터널 안이어서 규정 속도가 있었어. 아버지는 그보다 더 느리게 운전하셨고. 그래서 다행히 갑자기 반대편 차선에서 넘어오는 차를 가까스로 피할수 있었어. 가족 모두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기도 했고.”


“다행이네요···그럼, 동생분은 어떻게?”

“동생 영희도 찰과상과 타박상이 심하긴 했지만 크게 다친곳은 없었어. 아니, 크게 다친데가 없다고 생각했지.”


혜수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독일에서는 다들 정신이 없어서 동생 영희의 변한 모습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어. 병원에서 깨어나 이상한 소리를 했지만 너무 놀라 그런가보다 생각하며 많이 위로하고 달래주었지.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오고도 자꾸 이상한 이야기를 하며 모든 것을 낯설어 했어.”


“어린 동생이 많이 놀랐었나봐요...혹시 머리에 충격이 가해져서 그랬던게 아닐까요? 검사는 해 봤어요?”

“응. 부모님께서 한국에 돌아와 지켜보다가 안되겠다 싶어 대학병원에 가서 종합검진도 하고 뇌파 검사도 하고 했는데,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어.”

“그렇구나...그럼 동생분 지금도?”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는데, 아직도 가끔 헛소리를 하고 감정조절을 못할 때가 있어. 어제처럼 영희가 소란을 피우면 가족 모두 비상사태가 되지.”


“어떻게해요...동생분 너무 안됐어요. 이야기들어보니 밝고 명랑한 아이였던것 같은데.”

철수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사고 전 동생의 모습을 떠올리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집 분위기메이커였지. 난 언제나 무뚝뚝하고 재미없었거든···”

그렇게 말하는 철수는 허무해 보이기도 슬퍼 보이기도 하였다.


“가족 모두 마음 고생이 크겠어요···오빠 마음 이해해요. 말해주기 쉽지 않았을텐데 이야기해줘서 고마워요.”

조금은 비장해보이는 모습으로 철수가 말했다.

“‘누구도 밝히지 못하는 병명을 내가 의사가 되어 알아낼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여행 후 더 열심히 공부해서 의과에 지원하게 된거야.”

“아. 그렇구나···”


그러나 의아한 혜수였다.

‘몸에 이상이 없으면 정신적인 문제일수 있을텐데···’

철수에게 직접적으로 묻는다면 상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녀는 차츰 물어보기로 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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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너는 이제 내꺼야 19.10.31 4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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