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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와 아가타

혜수,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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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독자
작품등록일 :
2019.10.11 05:14
최근연재일 :
2019.11.21 22:4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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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8,410

작성
19.10.12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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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 유생(幼生)

DUMMY

다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TV 프로그램이나 심리 테스트 또는 재미로 하는 설문조사에서나 볼 것 같은 질문이다.

그러나 혜수에게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고,

월요일 아침 학교에 등교하며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묻게되는 질문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는 혜수를 보며 엄마는 매우 놀라워했다.

지각할까 걱정되어 출근 길에 차로 데려다 주곤 했던 아빠는 흐믓하게 미소지으며 학교 잘 다녀오라고 토닥여 주었다.


‘그래,,,내가 아침잠이 많았었지. 그래서 학교다닐때 많이 힘들었어. 사회 생활 할때도 그랬고. 언제부터 아침에 일찍 일어 났을까?’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어린이집,유치원 다니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때부터 혜수는 자신을 깨우며 한숨 짓던 부모의 모습을 떠올릴 때가 많았었다.

‘이제서야 제대로 된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게 되는 건가?’


학교는 기억속 모습 그대로였다.

재미도 기대도 없이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

그러나 고등학교 치고는 교단이 깔끔하고 자연 친화적으로 잘 꾸며져 있어 새로운 눈으로 재조명한 고등학교 풍경은 혜수로부터 기억보다는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것 같았다.


‘가만있자,,,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 몇반이었지?’


기억나지가 않았다. 큰일이었다.

때지어 학교 건물로 향하는 아이들 중에서 누가 같은 반 친구일지 가늠하기도 힘들었다. 아무 생각없이 학교로 향하던 발걸음이 학교 건물 앞에서 멈추어지자 생각을 정리하느라 더이상 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건물 위아래와 사방을 조심스런 눈으로 훓어보는 혜수의 어깨를 누군가 툭쳤다.


“야. 뭐하냐?”

친구 태연이었다.


태연은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친구였지만 딱히 아주 친하지도 그렇다고 어색하지도 않은 친구였다.

그러다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비슷한 지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더 친해진 친구였다.

태연은 얼굴이 거의 변하지 않은 편이라 단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어?어,,, 태연아. 그냥 오늘은 월요병이 좀 심해서 그런지 모든게 다 낯설게 느껴지네···”

“뭐래? 아직 잠이 덜깨서 멍한거 아니고?”

“그런가? 하하 그런것 같기도 하고. 오늘은 기분이 좀 그러네.”


태연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다 태연이 오른쪽으로 꺾어지자 혜수도 함께 따랐다.


“야, 넌 왼쪽이잖아. 1학년 1반 됐다고 왠지 잘하는반에 간것 같아 기분 좋다고 한지가 엇그제 같은데,,, 왜? 이제서야 나랑 떨어진게 아쉬워? ”

“하하.그 그러게, ‘너랑 같은 반이면 좋겠다’하고 요즘 생각했거든. 나중에 보자.”

어색한 웃음으로 뒤돌아 반으로 향하는 혜수를 보며 태연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1학년 1반.

교실 앞에 선 혜수는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이 40살 아줌마인 내가 고등학교 공부를 다시 할 수 있을까? 그때 난 친구들과 무얼하며 놀았더라?’

놀랍도록 공부 내용도 친구들과의 추억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정말 색깔없는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구나···’


교실에 들어서자 교실안 빼곡히 붙어있던 그 의자들과 시끌벅적하던 아이들, 모두가 그대로 있었다.


‘내 자리가 어디었더라...난 키가 큰편이어서 앞쪽에 앉지는 않았던것 같은데···’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들던 터라 아무도 혜수가 교실 뒷문으로 들어와 멍하니 서있는 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뒤쪽 책걸상에 수업 전 조용히 앉아 책을 들여다 보고 있는 소녀가 보이자 혜수는 은근 그 옆에 앉아 보았다.


“안녕..?”

혜수가 인사를 하자 천천히 고개를 돌린 소녀는 관심없다는듯 시무룩한 대답을 던졌다.

“너 자리 여기 아니거든.”

“자리 옮겨도 되면 나 그냥 여기 앉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리 친하지 않았고, 공부에 열중하는 조용한 성격이라 평소와 다른 자신에 대해 크게 관심 갖지 않을 것 같아 혜수는 그냥 그 자리에 눌러 안기로 내심 결심한 것이다.


“좋을대로. 근데 너 짝이 서운해 하지 않겠니?”

그 소녀가 눈짓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한 소녀가 혜수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지? 서운해 한다는건 나랑 친했다는건데,,, 전혀 기억나지 않는 얼굴이야. 이름도 모르겠고··.'


“어, 그냥 오늘 하루는 이렇게 앉았다가 다시 원래대로 앉던지 할게. 근데,,, 너 짝도 자리 바꾸는거 괜찮아 해야 할텐데,,,?”

“나 짝 없잖아. 다들 나랑 앉고 싶어 하지 않아서. 새삼스레 나 놀리고 싶은거면 그냥 꺼져줄래?”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소녀는 다시 공부에 집중한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 시절에도 왕따가 있긴 했지,,, 근데 저 아이는 서운하면 나한테 와서 <왜그러냐? 너 자리 여기다. 같이 와서 앉자> 이야기하지 않고 왜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만 보고 있지?

이름을 알면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어 볼텐데,,,저 아이가 먼저 말걸어주면 좋으련만.’


원래 자기 짝이었다는 소녀에게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 소녀는 쳐다만 보고 와서 말을 걸지 않은 혜수에게 약간은 실망한 듯 고개를 돌려 칠판을 응시하였다.

수업종이 치고 선생님이 들어 오셨다.


수업 시간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영어가 첫 수업이었던 것도 행운이었고 성인이 된 후 인생에 있어서 학창 시절의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지를 직접 경험한 후 다시 공부를 하니 진지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예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네. 훗.’

쉬는 시간에 혜수에게는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친한 친구라는 소녀의 이름과 왜 얼굴을 기억할 수 없는지 알아내는것.


“안녕. 주말 잘 지냈어?”

그 소녀는 이상한 눈빛으로 혜수를 바라보았다.


“혜수 너,,,나한테 화난거 아니었어?”

“어? 내가 왜? 난 그냥 오늘 저 자리는 어떤가 앉아본것 뿐인데?”

“화난거 감출 필요는 없어.

지난 금요일 학원 마친 뒤에 내가 너랑 사귀다 헤어진 승현 오빠랑 수업 끝나고 떡볶이 먹고 집에 돌아가던 중에 너랑 마주쳤잖아.

너가 어이없어 하는 표정 짓는거 보고 너가 화났겠다 생각했어.”


사실 혜수는 예쁘장한 얼굴로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편이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혜수 좋다고 하던 남자들이 꽤 되었지만 이름을 하나씩 기억하지는 못했다.

아마도 이 친구랑은 친해 지려다 이런 일로 인해 멀어지고 기억에서도 멀어진 듯 하였다.


“뭐,,,난 그런거 신경 안쓰는데?

난 너가 친구인 나에게 숨기고 그런 행동을 했다는게 화가 날뿐이었지.

지금 나에게는 너가 그 오빠와 사귀던 어찌하든 큰 관심 없어.”


그대로 뒤돌아 자리로 온 혜수는 차라리 홀가분했다.

이는 분명 그녀의 인생에 있어 그리 큰 사건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공부에 더욱 열중하고 학원가 분식집 연애와 같은 허접한 기억은 만들지 않을 변명이 생겼으니 말이다.


다음 수업의 책을 펴고 예습을 하는 혜수에게 옆자리 소녀가 말했다.


“난 너희가 오래 못갈거라 생각했었어. 지현이는 너무 발랄하고 너는 너무 신중하고,,,지현이가 너를 재미없어 하게 되거나 너가 지현이를 무모하다 생각하게 되어 서로 뒤돌아 서게 될거라 생각했거든.”

“반 친구들에게 관심 없는듯 고개를 숙이고 있더니 곁눈질로 다 보고 있었니? 앞으로 그런 눈길 사양할게.”


이번 생의 고등학교 시절에 혜수는 정말 공부에 열중하고 싶었다.

과거 고등학교 중반인 2학년부터 어설프게 공부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이미 늦은 시기였기에 자신이 원하는 충분한 결과를 얻지 못했었다.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공부하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싶은 혜수였다.

다행이 옆자리 친구도 더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모든 수업을 마치고 다시 자율학습으로 공부를 계속 하다가 초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귀가하는 생활이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지겹고 의미없고 따분한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위하여 집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즐거웠다.


아이들이나 신랑의 일상을 챙겨주느라 자신의 일은 남는 시간에만 이어갈수 있던 엄마 그리고 아내로서의 삶에서

진정한 나혜수로서의 삶으로 복귀한 기분은 자유로움과 기대감으로 충만하였다.


다시 돌아간 고등학교의 첫날을 무사히 끝마친 후 가벼워진 마음으로 혜수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장애물을 아주 가뿐히 뛰어넘고 관객을 향해 손을 흔드는 곡예사처럼 자랑과 안도감을 실은 미소로 집 초인종을 눌렀다.


#

“엄마.나!"

문을 열어주는 엄마는 딸의 밝은 표정에 조금은 놀란듯 기대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학교에서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어, 엄마. 나 이제 정말 공부 열심히 할 수 있을거 같아. 모범적인 학생이 어떤건지 보여줄테니 기대해요.”


명자는 기쁘기도 당황스럽기도 했다.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는 딸을 위로하고 격려해주느라 정작 자신의 기분은 우울감으로 물들어야 했었는데, 갑작스런 딸의 경쾌함과 열정이 너무 낯설었던 것이다.


“엄마. 나 배고파요. 방학전에 시험 잘 봐야해서 오늘부터 밤늦게까지 공부할 거에요. 저녁 식사후에는 거실에서 텔레비전 시청하지 말아주시구요, 밥도 너무 많이 먹으면 졸려서 공부에 좋지 않으니 조금씩 자주 먹을게요.”


멍하니 딸을 바라보는 명자를 가볍게 안아주는 혜수였다.

“엄마. 엄마 마음 이해해요. 놀라셨겠지만, 좋게 변화하기 위한 과정이니까 아무말 없이 받아 주세요. 나 씻고 나올게.”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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