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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와 아가타

혜수,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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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독자
작품등록일 :
2019.10.11 05:14
최근연재일 :
2019.11.21 22:44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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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수 :
158,410

작성
19.10.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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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는 누구였을까?

DUMMY

일요일 아침 혜수네 가족은 다함께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했다. 아침 식사 후 차례로 씻고 각자 정갈하게 차려입고는 아빠의 차를 타고 교회로 향했다.


엄마는 자신이 처음 이 교회를 다닐때만 해도 그리 큰 교회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차츰 신자가 늘어나고 젊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이제는 수원에서 알아주는 대형 교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차가지고 오면 이렇게 차 댈데가 없어서 난리라니까. 그냥 버스타고 올걸 그랬지 뭐야.”


“이이는, 다 차려입고 날도 초여름이라 더운데 무슨 버스를 타요. 우리 먼저 내려서 들어가 있을테니까 주차하고 일층 예배당으로 와요. 저번처럼 이층에서 어딨냐고 찾지말고. 일층이에요. 일층!”

“알았어. 들어가 있어.”


#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몇몇 사람이 명자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냈다. 그녀는 첫째 딸 지수를 은근 자랑하고자 평소보다 더욱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하였다. 담임 목사님이 보이자 명자는 곧바로 달려가 딸들을 소개하고 기도를 부탁했다.


“이렇게 신앙이 좋으신 어머님이 계신데, 딸들이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하하. 첫째 따님은 서울에서 학교 다닌다고 들었는데 잘 다니고 있지요?”


“네, 잘 다니고 있어요. 연세대가 집에서 멀어서 학교 근처에서 하숙하고 있는데 학교 공부에 취업 준비에 바빠서 못 내려오다가 어제 오랫만에 왔어요. 그래서 얼른 교회 데리고 나왔죠.”

“잘 하셨습니다. 예배동안 은혜 많이 받고 가십시오.”


혜수와 언니, 엄마가 들어와 중간 즈음에 자리잡고 앉은 얼마 후, 혜수의 아빠는 주차가 너무 힘들었다고 불만을 늘어 놓으며 옆으로 와 앉았다.

잠시 후 예배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모두 일어나 찬송가를 불렀다. 진중한 마음으로 찬송가를 부르고는 두눈을 감고 혜수는 기도를 올렸다.


‘주님, 이 세상의 유일한 신이시여. 지금 이 순간이 저에게 주신 축복이라면 다시 살아가는 인생을 잘 완성해 갈수 있는 지혜를 허락하시고, 그저 한낱 꿈속에 있는 것이라면 빨리 깨어 날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모두 자리에 앉아 목사님의 설교를 듣지 전에 혜수는 주보에 있는 오늘의 설교 주제를 살펴보았다.


‘자녀를 향한 사랑과 참교육'


혜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온전한 10대에서 듣는다면 꽤나 고리타분하고 '병맛' 이란 말이 나올법한 설교 제목이었다. 그러나 두 딸을 둔 40살의 혜수에게는 절실하고 꼭 챙겨 들어야 하는 설교인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자식들이 부모 말씀에 순종하고, 공부 잘하고, 문제없이 모두의 칭찬을 받으며 자랄수 있을까?


그야말로 모든 부모가 수억을 들여서라도 가지고 싶은 한 가지일 것이다. 자녀를 키워본 그녀의 입장에서, 그리고 유독 힘들게 했던 첫째 예서를 생각하면 자식복을 최고로 꼽을수 밖에 없었다.


목사님의 설교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녀였고, 또는 지금 이 순간도 자녀입니다. 세상 살만큼 살았다 하시는 어르신들, 어르신들도 아직도 자녀이십니다. 어허 목사님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부모님 모두 돌아가신지가 언제더라?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여기 계신 어르신들 그리고 자녀를 두고 계신 부모님들은 <자녀>라는 단어를 들으면 내가 낳은 자녀들을 떠올리시겠지요.

하지만 ‘자녀'라는 단어를 들을 때에 우리는 <나는 하나님의 자녀다> 라는 생각을 먼저 할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혜수는 예전 기억속 남편과 아이들을 생각했다. 자상하고 언제나 아내 편에서 문제를 해결해 주는 신랑을 주위에서는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둘째 딸 또한, 일명 엄친딸의 면모를 보여주며 부모에게 순종적이고 어릴때부터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줄 아는 그런 딸이었다.


그러나 어디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던가?? 석찬과 항상 하던 이야기처럼

<신께서는 인생에 모든것을 허락하지도, 완벽함을 주지도 않으신다.>


혜수네 가족에게는 첫째가 그랬다. 첫째 예서를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서 한숨부터 나오기 일쑤였다. 그렇게 거칠고 까칠한 성격의 언니, 그로 인해 속상해 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 둘째는 어린 나이에도 배려심 깊고 참을성있게 자란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딸 두명을 키우며 혜수와 석찬은 많은 지혜와 인내를 필요로 했었다.

‘하나님께서는 전인류를 자녀로 두셨으니 골치 꽤나 아프시겠습니다.’

설교를 듣던 중 혜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애가 오늘은 왜 이렇게 피식 웃어? 목사님 설교중에 그렇게 웃는거 아니야.”

엄마 명자가 혜수를 툭치며 말했다.

혜수는 고개를 끄덕여 알았다는 표시를 보이고는 설교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자, 그럼 하나님의 자녀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우선,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분은 ‘부모말씀에 순종' 어떤분은 ‘공부 잘하기' 어떤 분은 ‘돈 많이 벌고 부모 용돈 두둑히 주기', 뭐 여러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까요.”


잠시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 본 후에 목사님은 짐짓 진중하게 설교를 이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서 해야 할 것 중 가장 우선은 ‘사랑과 공경,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순종'입니다. 여러분 앞으로 여러분 자녀들에게 가르치실 때에도 이 세가지를 꼭 마음에 두도록 가르치신다면 이 자녀는 절대 나쁜 길로 들어서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녀로서는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한다. 부모로부터 형제자매로부터 사랑이 잘 채워진다면 우리는 가족 외 타인에 대한 사랑도 올바르게 실현해 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잘 채워지지 않으면, 사회 생활에서도 부부 생활에서도 엇나가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녀의 남편 석찬은 혜수에게 올바른 사랑을 주었고 그녀는 그로 인해 남편에게 순종하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 첫째에게 나는 제대로 된 사랑을 주지 못했던가? 그래서 그 아이가 사랑을 받아들이지도 주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 걸까? 나는 예서나 예나 모두에게 같은 사랑을 준것 같은데, 유독 첫째는 왜? 오히려 둘째보다 더 많은 사랑을 준 것 같은데?’


첫째 예서가 처음부터 그렇게 까칠했던 것은 아니었다. 독일로 이민 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도가 더 심해진 것이다. 한국에서도 그런 면이 있었지만 감당 안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민 후 사춘기로 접어든 얼마 전부터 급격하게 심해져 갔다.


‘주여, 딸 예서, 예나와 신랑 정석찬을 위해 기도합니다. 예서는 건강하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인생을 바라보게 하시고, 예나는 가족으로 인해 생기는 마음의 응어리를 잘 풀어갈 수 있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우리 신랑 정석찬···’


기도를 멈추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이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난 어느 세상에 속해 있는 사람인가? 난 누구인가? 나란 존재가 실제로 있긴 한걸까?’


눈을 감고 그대로 멍한 생각으로 있던 그녀에게 다시 머릿 속 무언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

어둡고 조용한 시간.

조심스레 차고로 진입하는 차 한대.

문을 열고 내리는 그녀는 다름 아닌 혜수였다. 상기된 표정으로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불이 꺼져있는 집의 창들을 확인 한 후 현관으로 향하고 있다. 핸드백에서 집열쇠를 찾는 손이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순간 카메라 앵글이 옮겨가 듯 영상에 비추는 인물이 바뀌었다.


창문 커튼 사이로 살며시 아래를 내려다보며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누군가가 그녀를 보고 있다!!


희미한 영상이 맑아지는 순간


첫째 딸 예서와 눈이 마주친다.


“아~~~악!”


벌떡 일어나 비명을 지르는 그녀를 예배당 안 모두가 쳐다보았다. 그 자리에 얼음처럼 굳어 서있던 혜수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고는 길게 앉아 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중앙 복도를 통해 황급히 밖으로 뛰어 나갔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끝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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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도망 19.11.19 25 1 15쪽
25 25. 나의 미래 19.11.15 25 1 11쪽
24 24. 도피 19.11.15 26 1 13쪽
23 23. 감정을 삼키다. 19.11.11 31 1 13쪽
22 22. 꽤나 다정한 모습 19.11.09 34 1 13쪽
21 21. 만남 19.11.09 36 1 16쪽
20 20. 행복과 불안 19.11.04 46 1 12쪽
19 19. 그와 당신 19.11.01 48 1 14쪽
18 18. 너는 이제 내꺼야 19.10.31 49 1 13쪽
17 17. 영희, 그녀 19.10.28 48 1 13쪽
16 16. 20살의 크리스마스 19.10.25 43 1 14쪽
15 15. 능력있는 사람 19.10.24 43 1 14쪽
14 14. 이성준 19.10.23 47 1 15쪽
13 13. 가족이라는 족쇄 19.10.22 55 1 17쪽
12 12. 비밀 19.10.21 54 1 15쪽
11 11. 느끼지 마! 생각하지 마! 19.10.18 59 1 14쪽
10 10. 그 남자 19.10.17 54 1 16쪽
9 9. 그 남자랑 끝내! 19.10.16 58 1 13쪽
8 8. 제 인생을 구경중이신가요? 19.10.15 64 1 13쪽
7 7. 그와의 로맨스 19.10.14 65 1 13쪽
6 6. 우리 잘해보자. 19.10.14 67 1 7쪽
» 5. 나는 누구였을까? 19.10.13 69 1 9쪽
4 4. 언니, 내가 지켜줄게. 19.10.13 75 1 10쪽
3 3. 유생(幼生) 19.10.12 77 1 10쪽
2 2. 신생(新生) 19.10.11 86 1 16쪽
1 1. 끝의 시작 +2 19.10.11 13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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