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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와 아가타

혜수, 여행을 떠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여행중독자
작품등록일 :
2019.10.11 05:14
최근연재일 :
2019.11.21 22:44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444
추천수 :
27
글자수 :
158,410

작성
19.10.14 20:53
조회
67
추천
1
글자
7쪽

6. 우리 잘해보자.

DUMMY

혜수네 가족이 집으로 돌아 왔을 때에 혜수는 아직 집에 없었다.


“아니 애가 어디를 간거야? 갑자기 예배중에 그런 소란을 부리고 어디로 사라졌어? 당신 뭐 짐작가는거 없어?”

“어휴~나도 지금 정신 사나워 죽겠는데 왜 당신이 더 호들갑이에요? 애를 찾을 생각을 먼저 해야지. 아빠란 사람이 사람들한테 창피하다고 화를 더 내고 있으니, 그게 말이 되요??”

“오랜만에 가족 다같이 가서 이게 뭔 꼴이야?”

불만 가득한 표정과 몸짓으로 소파에 앉는 그였다.


언니 지수가 서울로 올라가고 어둑해지는 시간이 되서야 혜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예상과 달리 집안은 아무렇지 않은듯 고요했다.


“설교 듣다 깜빡 졸았는데 악몽을 꾸었어요. 나도 모르게 소리를 너무 크게 질러서,,,다들 놀라셨죠? 미안해요. 다시 들어가기 창피해서 집으로 오다가 학교 친구 만나서 같이 있다 왔어요. 이제 저 방에 가서 좀 쉴게요.”

고요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혜수는 넉살좋게 웃으며 대충 둘러대고는 재빨리 방으로 갔다.


방으로 들어온 혜수는 문을 닫자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눈물이 흘렀다.

‘나는 저주 받은 인생이었어.’


지금까지의 기억을 종합해 보면, 그녀는 살인죄를 지었고, 그 후 집으로 돌아온 엄마의 모습을 큰 딸 예서가 창문을 통해 보고 있었다.

‘예서는,,, 모두 알고 있던 걸까?’


머리를 마구 흔들어 대는 혜수였다.

‘지금 나는 끔찍한 현실을 도피하고자 혼자 상상속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는 걸까? 상상이 현실인 듯 착각하며 과거의 인생을 다시 사는 걸까?’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무리봐도 상상이라 하기엔 너무 정교하고 현실적이었다. 모든 것이 일상 생활과 같다.


‘정말로 내가 다른 세상으로 오게 된 거라면 기억속 나는 더이상 내가 아니다.

죄를 저지르던 나는 진짜 내가 아니다.

그런 엄마를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던 딸도 더이상 나의 딸이 아니다. 나에겐 아직 기회가 있다.

나는 지금 고등학생 나혜수다!!’


혜수는 결심한듯 눈물을 닦고 기운차게 일어나 책상으로 가 앉았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그녀는 언뜻보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수험생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괴기하게 빛나고 있었다.


#

대입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언니와 같은 대학의 경영학과로 진학한 혜수는 스스로가 참으로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자매가 함께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부모는 혜수와 언니 지수가 함께 지낼 만한 자취방을 구해 주었다.

언니와 지낼 자취방은 학교에서 조금 떨어져 외곽에 있지만 건물 관리도 잘 되어 있고, 내부도 깔끔했다.


‘나는 지금 진짜 삶을 살고 있는거야. 예전이 꿈이었고, 지금은 현실이야.’

혜수는 과거 가까스로 in 서울에 있는 대학을 합격하여 수원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을 힘들게 다니던 때를 떠올리며 이번 생에서의 첫 성과를 다시 한번 자축했다.


이제 그녀에게 또다른 과제가 있었으니, 언니 지수가 그 사람 같지도 않던 남자를 만나 결혼의 올가미에 빠지지 않도록 옆에서 지켜보는 것.


‘언니는 대학 졸업 후에 곧 형부를 만나게 된다. 자신감에 가득차 생기 넘치던 언니가 우주 최강 소심쟁이로 변하게 만든 그 남자.’

그에게서 언니를 떼 놓는 것이 혜수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었다.


#

예전 혜수가 대학을 다닐 시절에만 해도 대학가 청춘들의 로망이 살아 있었다. 지금 다시 대학생이 된 혜수는 철모르고 지나간 대학시절 보다 모든 면에서 더 풍부하게 경험해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우선 집도 멀고, 성격이 소심해서 하지 못했던 동아리 활동을 하자. 그리고 훈남 훈녀가 몰려있는 이 곳에서 연애도 실컷 해야지!’


어느 동아리가 좋을지 둘러보던 혜수는 댄스 동아리가 생각났다.

‘그래. 춤추는 남자. 오~ 멋지다. 나중에 춤 배우고 싶었는데 나이들어 배우는 춤은 느끼한 재즈나 뽕짝이 다였잖아. 지금 나에겐 대학 동아리의 댄스가 딱이다.’


댄스 동아리 방을 찾아가기 위해 옷을 고르던 혜수는 청바지에 셔츠를 입은 자신을 보다가 혼자 중얼댔다.

“나혜수. 이번에는 조금 더 이쁘게 하고 다닐 수 있잖아?! 미모를 뽐내며 살아보자고!”


#

좀더 상큼하게 동아리 방을 방문하자 예쁘게 치장한 혜수에게 모두 관심을 보이며 이런 저런 질문을 해댔다.

특히나 한 남자 선배는 혜수에게 많은 친절을 베풀었다. 큰 체격은 아니지만 뚜렷한 생김새와 자상함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혜수는 댄스 동아리에 걸맞는 터프하고 근육질의 남자를 기대했기에 그의 외모가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동아리 활동에서 나를 도와주고 재미있게 대화할 수 있는 남자.친구. 하나쯤은 필요하니까.’


그의 이름은 철수였다. 김철수.

웃지 않으려던 혜수는 풀네임을 듣는 순간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 미안해요. 근데 부모님께서 정말 가장 노멀한 이름을 좋아하셨나봐요. 교과서에서 많이 보던 이름이라 낯설지 않네요.”

“하하. 여동생 이름은 영희에요. 김영희. 교과서대로 모범적으로 살것 같아 그렇게 지으셨데요.”

“아~ 정말 부모님 뜻대로 잘 자라신것 같네요.”

“신입생에게 들을 말은 아닌것 같지만, 그래도 뭐 잘 자란것 같다니 기분이 좋네요.하하"


철수는 혜수에게 동아리의 이런 저런 스케줄이며 얼마나 자주 모이는지 등등의 정보를 알려주며 동아리에 얽힌 즐거운 추억도 말해주었다.

덕분에 혜수는 편안한 마음으로 동아리 방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그때 한 여자가 오더니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혜수를 향해 윙크를 했다.

“안녕~ 우리 댄스 동아리에 관심 있다고? 신입생? 무슨과? 이름은?”

혜수는 진한 화장에 약간은 하이톤의 그녀에게서 약간의 경계심을 느꼈다.

“댄스 동아리에 관심 있어 온건 맞구요. 경영학과 신입생 나혜수입니다.”

“어. 그래. 반가워. 경영학과 여학생이 댄스에 왠 관심?”

“야. 이진영. 댄스는 모두에게 열린 문화야. 그게 우리 모토잖아. 신입생 군기 너무 잡으시는데? 너 처음 동아리 왔을때를 생각해라.”

철수는 자신의 어깨에 둘러진 여자의 팔을 쳐내며 조금은 사납게 말했다.

“어머. 우리 철수 작업 중인데 이 누나가 방해한거? 야, 철수가 너 상당히 맘에 드나보다.프훗.”

“눈치쳈으면 자리좀 비켜 주시지?”

여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철수를 흘기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미안.재는 나랑 친한 과 동기인데, 서로 장난을 자주 주고 받기는 해.”


“참, 선배는 무슨과에요?저희 쪽 건물에서는 만난 적이 없는것 같아서요”

“아.내가 자기 소개도 제대로 안하고 동아리 이야기만 했네.”

“난 의예과 2학년 김철수야.”


‘춤추는 의대생? 나쁘지 않은데?’ 속으로 생각하며 혜수는 미소를 지었다.

“저보다 더 댄스랑 안어울리는 과에 다니시는 선배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혜수가 웃으며 악수를 청하자 철수는 기분좋게 응했다.

“그래. 우리 앞으로 잘해 보자.하하"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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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우리 잘해보자. 19.10.14 6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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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언니, 내가 지켜줄게. 19.10.13 75 1 10쪽
3 3. 유생(幼生) 19.10.12 77 1 10쪽
2 2. 신생(新生) 19.10.11 87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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