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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와 아가타

혜수,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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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독자
작품등록일 :
2019.10.11 05:14
최근연재일 :
2019.11.21 22:44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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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수 :
158,410

작성
19.10.2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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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3. 가족이라는 족쇄

DUMMY

지수는 남자친구 명수와 커피숍에 앉아 있었다.


“오빠. 오빠는 내가 오빠한테 헤어지자고 하면 어떨것 같아?”

지수의 질문에 화들짝 놀란 그는 마시던 음료를 내뱉고는 기침을 해댔다.


“뭐?쿨럭 쿨럭.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쿨럭”

“아~ 진짜. 입주위좀 닦어. 진정하시고!”

“너 진심으로 물어보는건 아니지?”

“걱정마. 아직 헤어질 생각 없으니까.”

“그럼 왜 묻는데?”

“어제 내 동생이 그만 만나자고 말했던 남자가 동생을 길에서 성추행 했거든. 절대 못놔준다고 미친 지랄을 하고.”

“얼마나 사귀었는데?”

“동생말로는 사귄것도 아니래. 그냥 그놈이 ‘좋아한다. 만나보자.’ 하니까 물러터진 내 동생이 어울려 다닌 것 뿐이었는데, 그 놈은 사귀었다 차인거로 생각한거지.”


“너 동생 너랑 같은 학교 경영대 아니었어?”

“어. 맞어. 오빠도 경영대인데,,, 내가 만난 오빠네 학교 친구들은 미친놈 없어 보였는데. 하긴, 학교가 무슨 상관이겠어? 내 동생이 재수없던 거지.”

“내 친구중에 동생이 연대 경영학과 1학년인 애가 있거든. 걔네 아빠가 큰 회사 회장님이셔. 그래서 사업체가 여럿이라 아들 둘 경영 수업 시킨다고,,, 여하튼, 그래서 원래는 우리 학교 다른 과로 입학했는데, 동생이 다시 시험봐서 연대로 갔다고 들었어.”

“그래? 잘됐다. 그 미친놈 다신 그렇게 못하게 아주 악소문을 팍 퍼뜨려서 매장시켜 버릴거야!”

“그놈 이름이 뭔데?”

“이학준.”

“가만 있어봐, 어디에 적어놔야지. 까먹지 않게. 근데 내 친구가 많이 바빠서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어. 참고해라.”

“응. 이제 곧 방학이니까 일단 방학 안에 만날 수 있으면 돼. 그러고나서 개강하자마자 빠방! 집중 사격을 하는거지.아주, 끝장을 내주겠어!”


“하여튼. 우리 지수 무섭다니까. 나니까 너 감당하는거다. 너는 어디 도망갈 생각 안하는게 좋아. 어차피 너 오래 감당할 사람 쉽지 않으니까.”

“으이그~우리 서방님. 내가 도망갈까 그렇게 겁나요? 그럼 앞으로도 쭈~욱 이 누나 말 잘 들어요!”

“넵! 알겠습니다!”


#

그 날 이후로 철수는 더욱 자주 혜수에게 신경을 써주었다. 본과 진학 전에 확실한 연인 관계를 만들고 싶기도 하고, 바빠진 이후에 자주 못보더라도 서로를 이해할수 있기를 바래서였다.


혜수 역시 그날 이후 마음이 불안해 질때면 철수를 찾게 되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지금 살고 있는 이 세계에 자신의 존재가 확고 하다고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느덧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었다.


“우리 그동안 바빠서 학교 주변에서만 데이트했는데, 이번에 새로운 장소에서 데이트 어때?”

“좋아요.”

“남친이랑 가려고 친구들이랑 안갔던 그런데 혹시 있어?”

“음,,,대학로 소극장에서 연말에 재미있는 콘서트 많이 하던데요. 연인을 위한 콘서트장! 대학로 아니더라도 우리 학교에서도 연말 가수 콘서트 있는거 같았는데?”

“그래. 콘서트장 좋겠다! 많이 늦긴 했지만 빨리 알아봐야겠는걸?"

상기된 철수의 모습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 혜수였다.

“그럼 이승환 콘서트 어때? 내가 가수 이승환씨를 무지 좋아하거든.”

“응. 나도 좋아요.”


#


혜수는 그동안 여자 동기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것이 이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내년 새학기가 시작되면, 학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함께 다니는 여자 친구가 필요했다.


‘이제 2학년부터는 남자 동기들은 하나 둘 군대를 가게 될텐데...친한 여자 동기를 사귀어 놓은게 좋지 않을까?’


혜수는 이런 저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긴 했지만, 그들과 좀 더 친하게 다가설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연말 과 파티가 마련되었다.


#


“자자. 오늘 이렇게 우리가 모인 것은 다름아니라,,, 방학전에 마지막으로 신나게 놀아보자는 거죠~~!! 하하하.”

이에 맞춰 남학생들은 신나게 환호를 해댔다.


“그리고 모인 김에 개강 후 들어올 우리 후배들. 우리 아기들에게 어떤 환영식을 해줄까도 한번 의논해 보려고 합니다. 적극 참여 부탁드리구요. 그럼 이만 꼰대는 물러가고, 술파티 시작합니다!”

“환영식에는 무조건 술이지!”

“얌마! 니 몸은 술반 물 반일거다.”

“군기 팍 들어가게 이 형님이 나서야하지 않겠니?”


다들 한 마디씩 해가며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테이블마다 분위기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즐거운 얼굴이었다.

혜수는 조금 긴장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학준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마 오지 않을거라는 소식을 듣고 참석을 한 것이지만, 그래도 혹시 마주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고민했던 그녀였다.


“왜? 학준 오빠 왔을까봐?”


그런 혜수를 보던 여자 동기가 날이 선 질문을 했다. 혜수는 그녀의 이름이 가물거렸다.


‘이 아이는 여자 동기들과 많이 다녔지. 그래서 남자들과 친한 나랑 말할 기회가 거의 없었고.근데 왠지 적대감이 묻어나는 말투인데?’

혜수가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녀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푸하핫. 그 얼빠진 얼굴은 뭐니? 우리 동기들 서로 쉬쉬해서 그렇지 대부분 알고 있어. 너랑 학준오빠 일.”

“......”

“우리 남자 동기분들이 너를 향한 무한 배려가 넘치잖아. 덕분에 알면서도 모른척 해야 하는 여자 동기들은 답답하지만.”


함께 앉아 있던 남자 동기들은 그녀를 말렸다.

“야! 이수진! 놀자고 온 자리에서 싸우냐? 오늘 왜 쌈닭 모드야? 벌써 취했어?”


조금 멀리 앉아있던 다른 친구들은 힐끗 쳐다보며 끼어들지말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혜수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알고 있다면 그에 대해 말 안하는게 예의가 아닌가 싶어. 제대로 알고 있는 건지, 있지도 않은 일 덧붙여 혼자 소설을 써놓고는 알고 있다고 착각 하는건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난 그에 대해 별로 듣고 싶지는 않네. 그런 자질구레한 소문에 희희낙락 하고 싶지도 않고. 그리고 나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이런 자리 말고, 둘만있는 사적인 시간과 공간에서 해야하지 않았을까? 우리 둘이 여기있는 친구들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해.”


혜수는 말을 마친 후 동기들을 향해 조금 겸연 쩍은듯 웃었다.


“미안. 애들아. 그리고 고마워. 그동안 알고 있으면서 모른척 넘어가줘서. 오늘은 내가 책임지고 분위기 업! 시킨다! 나도 술 잘 마신다는걸 보여줄게!”

“어? 진짜? 그동안 술자리에서 뒤로 빼기만 했던 니가? 오~ 오늘 청순한 우리 혜수 무너지는 모습을 드디어 보는가? 하하"

“자! 술잔 드시고. 우리의 청춘을 위하여! 사랑하는 경영대 99학번을 위하여!!”


혜수는 최대한 크고 경쾌하게 외쳤다.

다함께 “위하여~!”를 크게 외치며 원샷을 나누었다.


혜수를 당황시켰던 수진은 자리를 뜨고 없었다. 혜수는 더이상 그녀에게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의 건재함을 그들 사이에서 입증이라도 하듯 혜수는 웃고 떠들며 취하도록 마셨다. 그녀의 삐삐에 계속 진동이 있었지만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다른 날보다 더 쾌활하게 그리고 배려깊게 남자 동기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여자 동기들에게도 상냥한 웃음으로 대했다.


철수는 혜수와 연락이 되지 않자 불안하고 초조했다.

‘저번처럼 또 안좋을 일이 생기기라도 한거면 어쩌지? 혜수와 친한 친구 한명이라도 알아둘 걸. 맞다. 혜수언니는 알고 있지 않을까? 혜수의 언니 전화번호를 내가 알고 있던가?’


핸드폰의 전화번호부를 뒤적였지만 없었다. 그는 친구중 경영학부에 인맥이 있는 누군가를 떠올려 보았다.


‘그래. 현철이. 현철이가 인문대 애들이랑 많이 친했지.’

바로 전화를 걸어보는 그였다.


“어. 현철아.나 철수인데"

“왠일이냐? 연락 잘 안하는 놈이.”

“너 우리 학교 경영학과에 아는 친구나 선후배 있니?”

“그건 갑자기 왜?”

“일단 빨리 생각해봐.”

“있긴 한데,,,뭐 급하게 물어보려고 그런거면, 오늘은 좀 힘들텐데. 그놈 호프집에서 신나게 놀고 있어서 전화 못받을거야.”

“호프집?”

“어. 그 놈이 1학년이거든. 1학년때야 뭐 술먹고 노는게 일이잖아. 오늘은 과 동기들 다같이 파티있다고 써클에 못와서 죄송하다고 아까 연락왔거든.”

“그 호프집이 어딘데?”

“어? 글쎄,,, 장소까진 모르겠는데.”

“한번 알아봐줘.”

“수상하네? 그걸 왜 알아봐야 하는데? 아~ 맞다. 너 경영학과 애랑 사귀지? 여친이랑 연락이 안되냐?”

“잔말말고 알아봐줘. 연락 기다릴테니까.”

“하하. 누군지 대단한데? 우리 철수 애간장을 다 태우고? 알았다. 내가 알아보고 문자할게.”


철수가 친구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 2층 동생 방에서 나와 일층 부엌으로 향하던 형자가 외출복을 입고 앉아 있는 아들을 보고 물었다.


“왜 그러고 있어?”

“어? 아니에요. 영희는 좀 괜찮아요?”

“응. 괜찮아.”


형자는 아들 옆으로 앉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영희가 그렇게 되기 전에는 참 밝고 명랑했는데,,, 엄마는 아직도 지금의 내 딸이 낯설어. 영희가 엄마를 타인 쳐다보듯 볼때마다 너무 슬프다."


철수는 그런 엄마의 어깨를 안으며 다독거렸다.

“엄마. 만약 누군가 그런 상황에 있다면 엄마뿐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거에요. 그러니 자책하지 마세요. 이 아들 김철수가 엄마옆에 있잖아요!”


눈물을 흘리다 고개를 들어 아들을 바라보는 형자는 미소를 머금고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우리 아들. 엄마가 항상 고맙고 사랑해.”

순간 철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엄마, 나 잠시 전화.”

“여보세요.”

“어. 나 현절인데, 학교 앞 주막 ‘정’ 알지? 거기로 갔다는데 확실치는 않아.”

“그래. 고맙다. 조만간 보자.”


전화를 끊은 철수는 궁금해하는 엄마를 향해 말했다.


“엄마. 지금 애들이랑 만나기로 한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것 같아요. 저 좀 다녀올게요.”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되도록 빨리 와. 아빠도 출장가고 없는 상황에서 엄마 혼자 있다가 영희 또 이상해지면 엄마 감당안되니까.”

“응. 그럴게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주세요.”


혜수가 있다는 주막으로 향하는 철수는 버스에 앉아 불안한 눈빛으로 창밖을 보았다.


#


과거에도 지금도 혜수는 그 날처럼 많은 술을 마셔 본 적이 없었다.

작정하고 동기들의 술잔을 거침없이 받아주는 혜수가 신기한 남자 동기생들은 호기심으로 더 혜수에게 다가 와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진한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여자 동기들과 친해보려고 온 자리인데, 또 이렇게 되버렸다. 점점 머리가 아파온다.’


혜수는 이제 곧 자신이 이성적으로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없게 될것을 감지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뭐야~ 오늘은 빼지 않고 끝까지 간다며?!”

“야! 이 정도 받아줬으면 됐지! 이쯤에서 놔줘야 니네도 매너남 되는거다. 오늘 즐거웠다. 이 누님은 이만 간다!”


아쉬워하는 친구들 사이를 헤집고 나가던 혜수는 수진을 보고 그 옆에 멈추어 앉았다.


“너, 이름이 이수진. 맞지? 아까는 니가 너무 무례하게 들이대는 바람에 내가 화가 났었거든. 나 오늘 사실은 여자 동기들이랑 친해지고 싶어서 왔었는데...이게 뭐야...”


조금씩 비틀대며 이야기하는 혜수를 그녀는 어이없게 쳐다보았다.


“남자들이랑 즐겁게 술 마시고 여자 동기들한테 술주정 부리시겠다?”

“너! 넌 왜 나한테 그렇게 꼬여있니?”

“야~ 둘 다 그러지 마. 혜수 너는 그동안 우리랑 말도 잘 안섞더니 이제 와서 수진이한테 시비니? 수진이 너도 우리랑 이야기하러 왔다는데 비꼬아 말할 것까진 없잖아”


함께 앉아 있던 친구들이 둘 사이를 말렸다.

“나혜수. 너 나 따라 나와.”


#


밖으로 나와 찬공기를 쐬자 혜수는 다시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걸을수 있지? 저기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좀 사자.”


수진은 혜수와 음료를 사들고 근처 공터의 벤치에 앉았다. 그리 좋은 장소는 아니었지만 술집이 밀집되어 있는 공간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분위기와 신선한 공기 만으로 둘에게는 최적의 장소였다.


혜수는 음료를 시원하게 들이키고 진지한 표정의 수진에게 웃으며 물었다.


“나. 정말 궁금해서 그래. 내가 너한테 뭐 실수한것 있었니?”

“실수? 글쎄,,, 정확히는 나에게 한 실수는 없지.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큰 실수를 한 것. 그걸 내가 곁에서 보고 있던게 실수지.”

“소중히 여기는 사람?”

“이학준.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야.”


혜수는 많이 놀랐다. 아니,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실수투성이고 외톨이인 그를??


놀란 눈을 한 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혜수를 보던 수진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 너 놀라는 얼굴은 진짜 못봐주겠어. 설마 학준 오빠가 이런 얼굴을 보고도 널 그렇게 좋아하는거니? 그런거면 나 진짜 학준오빠 눈을 의심해야 겠는데?”


그렇게 말하는 수진의 얼굴에 허전함과 원망이 보였다.


“학교에서 둘이 친해보이지 않았는데,,,?”

“학준 오빠가 학교에서 누구랑은 친하니? 학교에 큰 애착이 없었어. 그나마 너랑 다니면서 웃는 얼굴 본거지.”

“그럼 둘이 어떻게 아는 사이인데?”

“고등학교 선후배. 학준선배 고등학교 졸업하고 서울대 합격해서 재미있게 잘 다니고 있었어.”

“서울대?”

“어. 대한민국 일등 대학 서울대 말야.”

“그런데? 갑자기 우리 학교는 왜?”

“학준선배네 집 부자인거는 알지? 설마 그것도 눈치 못채는 바보는 아니겠지?”

“그냥,,,잘 사는것 같아 보였어. 평소 집에 관해서는 서로 말을 안해서. 부유한가보다. 그 정도로만 생각했지.”

“그냥 잘 사는게 아니라. 부모님 두 분 다 규모가 상당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계셔. 그쪽 바닥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들이지.”

“그렇구나,,, 근데 집이 부자인게 우리 학교로 와야하는 이유는 아닌것 같은데?”

"그정도 이유도 모른채 학준 오빠와 연인인척 행세를 다고 다녔다니,,,학준 오빠가 불쌍하기까지 하다."


혜수는 수진을 힐끗 째려보았지만 그에 대해 어떤 말도 덧붙이고 싶지 않아 침묵했다.

“경영학과. 말 그대로 회사 경영에 대한 거잖아. 집안 명령으로 서울대 입학 후 경영학과로 전과를 했는데, 거기에는 평소 사이가 안 좋은 형이 다니고 있었거든.”

“아. 저번 MT때에 형 이야기 했던 것 같기도 해.”

“두 형제가 사이가 안 좋아.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까지는 나도 알지 못하지만, 학준 오빠가 어느날 갑자기 대학 시험을 다시 보겠다고 한거야. 학준 오빠는 계속 집을 떠나 대전으로 가서 과학을 연구하고 싶어했거든. 부모님 사업과는 별개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오빠네 부모님은 학준 오빠의 결정에 반대부터 하셨어. 반대에 못이겨 경영학과 공부를 하더라도 형과 같은 학교에 머무르기는 싫다면서, 타협점으로 우리 학교의 경영학과로 진학한거지.”

“그럼 나보다 2살이 많은건데. 나한테 저번에 1살 많다고 했는데?”

“빠른 생월이라서 학교 입학 자체를 1살 빨리 했었거든.”

“아.그렇구나. 근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학준 오빠에 대해 잘 아는거야?”

“내가 고등학교 내내 오빠 짝사랑했어. 오빠가 진짜 똑똑하거든. 그리고 그 집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우리 집이랑 친해서 어릴적부터 가끔 봤는데. 학준오빠,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그동안 부모님 기대에 부응하기위해 공부만 하느라 연애를 못해봐서 감정표현에 서툴러서 그렇지. 정말 좋은 사람이야.”


“진짜,,,난 몰랐어."

“그래. 너가 보기에 학준 선배가 무섭기도 하고 이상해 보였을 수 있다는거 알아. 그래서 너한테 말해주고 싶었어. 우리 학준 오빠 너무 이상하게 보지 말라고. 그러니까 자꾸 피하지만 말고 만나서 이야기해봐. 나 학준 오빠가 누구 그렇게 좋아하는거 처음봐. 언제나 누구에게나 차가웠는데··· 너를 보는 눈빛은 참 따뜻하더라.”


혜수를 향해 피식 웃어주는 수진은 정말 학준과 혜수가 잘되기를 바라는 눈빛이었다. 그때 수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엄마. 이제 일어났어요. 걱정마요. 택시타고 빨리 갈게요."


전화를 끊은 수진은 어안이 벙벙한 혜수에게 인사를 하고 뒤돌아갔다.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수진의 말을 되새기던 혜수는 학준에게 연민의 감정이 느껴졌다.

가족과 돈독하지 못한채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야 하는 삶.

평생 가족이라는 족쇄를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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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도피 19.11.15 2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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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꽤나 다정한 모습 19.11.09 34 1 13쪽
21 21. 만남 19.11.09 36 1 16쪽
20 20. 행복과 불안 19.11.04 46 1 12쪽
19 19. 그와 당신 19.11.01 48 1 14쪽
18 18. 너는 이제 내꺼야 19.10.31 49 1 13쪽
17 17. 영희, 그녀 19.10.28 48 1 13쪽
16 16. 20살의 크리스마스 19.10.25 43 1 14쪽
15 15. 능력있는 사람 19.10.24 43 1 14쪽
14 14. 이성준 19.10.23 47 1 15쪽
» 13. 가족이라는 족쇄 19.10.22 55 1 17쪽
12 12. 비밀 19.10.21 54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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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그와의 로맨스 19.10.14 65 1 13쪽
6 6. 우리 잘해보자. 19.10.14 67 1 7쪽
5 5. 나는 누구였을까? 19.10.13 68 1 9쪽
4 4. 언니, 내가 지켜줄게. 19.10.13 7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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