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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와 아가타

혜수, 여행을 떠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여행중독자
작품등록일 :
2019.10.11 05:14
최근연재일 :
2019.11.21 22:44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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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수 :
158,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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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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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5. 나의 미래

DUMMY

학준을 멀리하려면?,,, 일단 혜수는 현정의 곁에 있기로 했다. 이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게 만든 스스로를 자책하며 다시는 그와 엮이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혜수였다.


‘철수 오빠랑 상의를 해볼까? 아니야,,,저번에 거짓말 한것까지 들통이 나게 되잖아. 학준 오빠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볼까? 왜 그랬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혜수였다.

‘아무리 친해졌다고 해도, 물어볼 용기가 안나.’


주말 수원에서 과외를 마치고 쉬고 있는 혜수는 머릿속이 복잡해 꿈쩍도 하기 싫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 혜수의 방문을 열고 엄마가 들어왔다.


“오랜만에 내려온 우리 딸 얼굴이 영~ 안좋아보여. 무슨 일 있니?”

“아니. 그냥 피곤해서 그렇지 뭐.”

“내일 교회갈래? 너 요즘 교회 안다니지?”

“싫어.”

“왜 싫어? 마음이 무거울 때는 교회가서 기도하면 풀리고 그러는 거야.”

“엄마. 인간의 심리는 이런 저런 이유로 스스로가 지어내는 허상의 산물인 경우가 종종 있어요. 엄마가 교회에 가서 기도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이렇게 했으니 잘 되겠지,,,스스로 희망을 품으며 위로하는 것일 뿐,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구요.”

“얘는~ 신앙이라는게 어디 그런 이론으로 설명이 된다니? 엄마도 살면서 이런저런 힘든거 생길때마다 얼~마나 기도를 했다고. 지금까지도 그렇고.”

가만히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던 혜수는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

“나중에...나중에 갈게요.”

“으이그~ 남편이나 딸이나 아주 내말 안듣기는 매한가지야. 엄마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요!”


엄마가 방을 나가자 방문을 멍하니 바라보는 혜수였다.


‘내가 처음 깨어 났을 때에, 엄마가 나간 후 닫힌 방문을 한참이나 응시하고 있었지. 벌써 아주 오래전 일이 되어 버렸네.’


그렇게 앉아 있던 혜수는 ‘방문을 열면 다른 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헛된 망상이 떠올랐다.


‘내가 갑자기 여기로 이동해 온것도 설명할 수 없듯이, 다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 날수도 있는거잖아?’


그녀는 벌떡 일어나 방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엄마가 보였다. 엄마는 혜수를 향해 말했다.

“왜? 마음이 변했어? 엄마랑 같이 갈래?”

“아니.”


문을 닫고 들어와 다시 침대에 누웠다.

‘일단 자자···’


#


문제집을 펼쳐 시험 범위를 확인하던 영희는 다시 문제집을 덮고는 멍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내가 독어독문과로 대학 진학을 하고 독일 유학을 간다면, 난 예전 살던 독일을 만날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었다. 이제는 예전 기억 속의 삶이 흐려져 가고 있었다.

영희는 혜수를 떠올렸다.

‘우리 엄마. 지금은 나의 과외 선생님이자 철수 오빠의 애인.’


고개를 힘껏 내젓는 영희였다.

“안돼. 만약 엄마가 철수 오빠랑 잘되면 내 계획은 모두 망가져.”


처음 영희가 혜수를 만났을 때에 그녀는 기억속의 엄마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름이 같았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혜수로부터 ‘그녀에게도 일어난 알수 없는 일’ 에 대해 듣고난 후, 주의깊게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기억속 엄마 나혜수의 앳된 얼굴을 찾을 수 있었다.


엄마는 젊었을 때에 자신의 미모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고는 했는데, 그런 그녀의 말이 헛된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거 엄마를 직접 만난 예서는 그녀의 미모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독일로 가자! 그리고 그녀에게 남아 있을 우리 가족과의 추억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빠 석찬. 그를 만나도록 해야한다. 그래야 내가 살았던 미래가 변하지 않는다.’


예서는 아직 그녀가 어떻게 이 곳으로, 이 시간으로 왔는지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곳으로 오기전 자신의 인생에 대한 기억도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자신의 머릿속 기억들이 허상인지 실제인지’ 알고 싶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모든 것이 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자신은 지금 이상한 꿈 속에서 헤매다가 현실로 돌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혜수 그녀 또한 전에는 만난적이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아빠 석찬도. 동생 예나도.


그러나 만약이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지켜야 했다.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 미래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철수 오빠에게는 미안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헤어지지 않는다면 내가 헤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혜수 그녀에게, 아니지, 엄마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고 함께 아빠 석찬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엄마와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알겠지?! 우리가 살던 그때의 기억도 모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린 분명 화목한 가정이었다고···”

나즈막히 속삭이는 영희는 노크 소리에 흠칫 놀랐다.


“영희야. 저녁먹자.”

“네. 내려 갈게요. 엄마.”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자신을 엄마라 불러주는 영희를 보며 만족스러워 하는 지금의 엄마였다.


“난 예서인걸까? 영희인걸까?...”


힘없이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간 영희는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마쳤다.


#


혜수는 학교로 향하기 전에 현정과 미리 통화를 하여 시간을 맞추어 강의실로 들어갔다.

학준으로부터의 연락을 은근히 피해가며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혜수이지만 전공 수업이 있는 날은 어쩔수 없는 노릇이었다.


강의실로 들어서자 학준이 혜수에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했다.

“바빴어? 연락이 통 없어서 무슨 일인가 했어.”

“저,,,저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뭇대는 그녀를 현정이 큰소리로 불렀다.

“혜수야. 여기야.”


혜수는 빠르게 발길을 옮겨 그녀 옆자리에 앉았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혜수를 현정이 진정시켰다.

“너 너무 티난다. 그냥 평소처럼 행동해. 그래야 자연스럽게 멀어지지.”


강의가 끝나고 학준이 혜수에게 왔다.

“내가 알기로 혜수 너 오늘 더이상 강의 없는거 같은데, 나랑 영화 보자.”

어쩔줄 몰라하는 혜수를 막고 대신 대답하는 현정이었다.

“미안요, 혜수는 나랑 선약이 있어요.”


그런 현정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학준은 혜수를 의식하고는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수진이는 잘 지내지? 여행 가고 싶다고 갑자기 휴학하는 모습이 멋져 보이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거든.”

“글쎄요,,, 누구 덕분에 계획에도 없던 여행을 떠났긴 했지만, 그럭저럭 힐링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상처가 깊기는 해도 강한 아이니까 곧 나아서 오겠죠?! 그럴려면 누군가가 학교에서 좀 떠나줘야 마음 편하게 돌아올 수 있을 텐데... 그쵸?”


현정은 학준을 강한 눈빛으로 쏘아 보고는 혜수를 데리고 강의실을 나갔다.


강의실을 나와 건물 밖으로 나온 현정은 갑자기 마구 웃어대기 시작했다.

혜수는 당황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래?”

“푸하하. 너도 봤지? 저 어벙벙한 표정? 저걸 수연이가 봤어야 했는데! 그리고 너도 놀라는 표정이 참 가관이다. 수진이가 너 놀란 얼굴이 자기는 너무 웃긴데 남자들은 귀여워 한다고 했는데 진짜 그러네.”

“그게 그렇게 웃을 일이니? 나는 심각한데.”

“야~ 심각할게 뭐있어? 수진이도 여행 후 돌아오면 진정되어 있을거고, 그러면 학준 오빠는 군대가고 없으니 불편한 관계 다 정리 되겠지.”

“그래도 난···”

“매사에 너무 진지한 것도 병이야. 그냥 가볍게 생각해!”


혜수는 여전히 웃고 있는 현정을 보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내가 쓸데없이 심각한 걸까? 아니면 얘가 상황파악 못하고 천진한 걸까?’

“우리 떡볶이 먹으러 나갈래? 요 앞에 맛난 분식집 내가 아는데.”

“응...그러지 뭐,”


#



지수는 업무에 익숙해지면서 타 부서 동료들과도 안면을 익혀갔다. 그녀의 밝은 성격과 눈에 띄는 미모에 대부분의 남자 동료들은 호의와 친절을 베풀었다.


그 중에서도 해외투자부는 언제나 정신없이 바빴다. 박민수라는 존재로 인해 가끔씩 그쪽 부서 사람들을 눈여겨 보기도 했지만, 그들은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이 항상 바빠 보였다.

입사 동기와의 회식으로 피로도 풀고 상사 욕으로 화도 푸는 시간이 지수에게는 꿀같은 시간이기도 했다. 업무 시간에 눈코뜰 새 없이 바쁜 해외 투자부 신입들은 회식 자리에서도 활기가 넘쳤다.


“우리 부서의 전설 박민수 팀장님 있잖아. 나이가 이제 32인데 승진도 빠르게 한거고, 지금은 책 집필중이라고 하더라. 지정 고객 명단이 장난이 아니래.”


지수는 마시던 맥주잔을 놓고는 기다렸다는듯 반박했다.

“그럼 뭐하냐? 인성이 개떡인데. 재수가 하늘을 찌르던데?”

“뭐? 절대 아니야. 그게 카리스마 있게 행동하시다 보니 잘난 체 한다고 보일 수 있는데 사람들 엄청 잘 챙겨줘.”

“그럼 성차별주의자인가보네. 여자만 무시하는 남성 우월주의자.”

“지수 너. 박팀장님한테 꾸지람 들었냐?”

“ 너가 너무 까분거 아니고? 너 남자들한테 아무렇게나 대할 때 종종 있잖아.”


박팀장의 편을 드는 동기들이 못마땅한 지수였다.


“뭐래? 내가 언제?? 걍 쿨하게 모두 친구처럼 대해 준거지.”

“그러니까. 그게 쿨~해 보일지 싸가지 없어 보일지는 받아 들이는 사람에게 달린 거라고. 우리 동기들한테도 우리가 나이 많은데 항상 말 놓잖아.”

“아~ 존댓말 깍듯이 안해서 그동안 삐져 있으셨군요. 아이고, 연세 많으신 분 몰라뵈서 죄송했습니다. 앞으로 연세 많으신 분들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허리를 연신 90도로 숙여 보이는 지수였다.


“이런 너를 누가 감당하냐. 시집 가긴 글렀어. 여자는 아무리 예뻐도 나이 많아지면 끝장인데 말야.”

“당신들이나 걱정 하시와요.”

맥주를 들이키던 지수는 핸드폰이 울리자 밖으로 나갔다.

“여보세요.”

“지금 어디야? 아직 회사니?”

“지금 회사 앞에서 회식중. 왜요?”

“지금 만나자. 내가 데리러 갈게.”

“오랜만에 입사 동기들 회식이라서 끝까지 있으려고 했는데"

“회사 근처인것 같으니까, 내가 회사 앞으로 갈게. 30분이면 돼.”

그렇게 말한 후 전화를 끊는 성준이었다. 지수는 회식 자리를 정리하고 불만 가득한 얼굴로 성준에게 향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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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도망 19.11.19 26 1 15쪽
» 25. 나의 미래 19.11.15 26 1 11쪽
24 24. 도피 19.11.15 27 1 13쪽
23 23. 감정을 삼키다. 19.11.11 31 1 13쪽
22 22. 꽤나 다정한 모습 19.11.09 34 1 13쪽
21 21. 만남 19.11.09 36 1 16쪽
20 20. 행복과 불안 19.11.04 46 1 12쪽
19 19. 그와 당신 19.11.01 49 1 14쪽
18 18. 너는 이제 내꺼야 19.10.31 50 1 13쪽
17 17. 영희, 그녀 19.10.28 48 1 13쪽
16 16. 20살의 크리스마스 19.10.25 44 1 14쪽
15 15. 능력있는 사람 19.10.24 44 1 14쪽
14 14. 이성준 19.10.23 48 1 15쪽
13 13. 가족이라는 족쇄 19.10.22 55 1 17쪽
12 12. 비밀 19.10.21 54 1 15쪽
11 11. 느끼지 마! 생각하지 마! 19.10.18 60 1 14쪽
10 10. 그 남자 19.10.17 54 1 16쪽
9 9. 그 남자랑 끝내! 19.10.16 5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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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언니, 내가 지켜줄게. 19.10.13 7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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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신생(新生) 19.10.11 87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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