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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거지의 서재

시메트리[생각을 읽는 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역전거지
작품등록일 :
2016.03.15 16:14
최근연재일 :
2019.01.31 15:15
연재수 :
3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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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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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24
글자수 :
3,079,228

작성
19.01.0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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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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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7쪽

[외전]심정용(2)

DUMMY

다음날 아침, 직장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심학수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사장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해고라니요!!”


-그렇게 됐네, 미안허이.....


“갑자기 왜 이러시는겁니까? 제가 이 나이에 일을 관두면 어디가서 뭘 한다고...”


-그러게 이 사람아! 왜 강세훈이를 건드려서 이 사단을 내나!!


“강세훈....이요? 그놈 때문인겁니까?”


-말조심하게! 그놈이라니! 배운건 없어도 생각은 있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리 세상물정이 어두워서야.... 자네, 지금 청와대 경호원 중에 한성검도회 출신이 몇 명인지는 아나? 한성검도회가 로비하는 국회의원은 또 몇 명이고? 나라고 자네 같이 성실한 직원을 해고하는게 좋은줄 알아? 자네를 안 자르면 당장 우리회사가 세무조사를 받게 생겼단 말일세! 대체 왜 강세훈을 건드린게야!


“죄송합니다. 하지만 놈들이 제 아들을....”


-나도 뭔 일인지는 대충 들어서 알고 있네. 심학수 자네, 그냥 조금만 참으면 안되겠는가? 막말로, 세계대회야 다음 기회에 나가면 될게 아닌가?


“그렇다고해서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참으라는겁니까? 내 아들이 당한건 명백한 편파판정이었고, 분명한 승부조작이었습니다!”


-왜 나한테 성질인가!? 난 자네가 걱정돼서 하는 소리일세! 암튼, 이제 자네와 우리회사는 아무 연관도 없다는걸 알아줬으면 좋겠군.


“사장님! 사장님!”


매몰차게 끊긴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한숨을 짓는 심학수,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던 정용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빠...회사 짤렸어요?”

“응? 아, 그게.... 걱정하지마라, 이 애비가 너 하나 못먹여살리겠냐?”

“아빠, 나 이제 그냥 공부나 할래. 내 주제에 검은 무슨..”

“그게 무슨 약한 소리냐!? 내가 널 그렇게 키웠어?”

“....”


말없이 편지봉투 하나를 아버지에게 내미는 정용, 그 봉투 겉면에는 ‘대한검도협회’라는 글자와 함께 오늘 날짜의 소인이 박혀있었다.


“이게 대체 뭐길래? 어디보자... 귀하의 경기장 질서문란 행위와 고의적 부정행위로 인해 대한검도의 품위와 명예가 심각히 실추된바, 본 징계위원회는 귀하의 단.급 및 칭호를 모두 박탈하고 검도에 관한 일체의 자격 및 회원자격을 없애기로 결정... 이, 이게 무슨 개소리야!!”

“나...이제 검사 아니래 아빠...”

“말도 안되는 소리! 정용아, 걱정말거라. 이 아빠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넌 일단 학교부터 가거라.”

“아빠...”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정용에게 소리를 지른 심학수는 전날 강세훈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참! 그쪽에서 먼저 전쟁을 선포했으니 선공은 내가 먼저 해도 되겠죠? 집에가서 잘 대비하고 계십시오.’


“이 새끼가 감히....오냐, 어디 한번 끝까지 해보자.”


협회에서 날아온 문서를 갈기갈기 찢으며 각오를 다지는 심학수, 하지만 세상 일은 그가 생각한것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강성일보, 로비.


심학수는 김기자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김기자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대체 왜 안된다는겁니까!? 설마 이정도일이 기삿거리도 안된다는건 아니겠죠?”

“그건 아닙니다. 다만...”


세계대회 예선에서 벌어진 승부조작과 그 이후에 벌어진 검사자격 박탈, 충분히 기삿거리가 되고도 남을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기삿거리가 되느냐 안되느냐가 아니었다.


“써봤자 소용 없을겁니다. 언론보다는 경찰을 찾아가보시는게...”

“이미 갔다왔습니다. 하지만 일단 가있으라는 말만 하고 신고서도 받질 않더군요.”

“역시...벌써 경찰에까지 손을 쓴 모양이군요.”

“네? 경찰에 손을 쓰다뇨?”

“모르셨습니까? 부산 경찰청 청장이 한성검도회 출신입니다. 이 나라의 군과 경은 한성검도회가 모조리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그럴수가.... 김기자님! 그 말이 맞다면 이제 길은 하나뿐입니다! 김기자님이 기사만 써주시면..”

“죄송합니다. 저도 이걸 어떻게든 기사로 쓰고싶지만...”

“전 대통령의 비리도 밝혀내시지 않았습니까? 김기자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내 아들 정용이, 열두 살 때부터 지금까지 검 하나만 보고 살아온 아이입니다. 그 아이에게서 어떻게 검을 뺏을 수 있겠습니까?”

“그게...”

“엄마없이 키웠어도 전혀 삐뚤지 않고 올바르게 자라준, 아주 기특한 아이입니다. 기자님, 제발 제 아들의 억울함을...”

“죄송합니다. 저도 꼭 이걸 기사로 내고 싶습니다. 하지만....데스크에서 절대 통과시키지 않을겁니다. 저희 강성일보 사장님과 강세훈이 막역한 사이인지라..”

“이, 이 신문사 사장과 막역한 사이라고요? 그 인간이?”

“그 사람 인맥이 워낙 넓어서.... 도움이 못돼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이만..”

“기자님! 기자님!!”


경찰에 이어 언론까지 외면하는 억울함에 분통을 터뜨리는 심학수, 그런 그를 등지고 로비를 나선 김기자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미안합니다. 나도 어떻게든 하고 싶지만...”

“김기자, 무슨 일인가?”

“사, 사장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다 김기자와 마주친 강성일보 사장 이양준은 그와 같이 앉아있던 심학수를 보며 물었다.


“저 인간이 누구길래 우리 회사 로비에서 만나는거지?”

“그것이...”

“빨리 말하게! 안 그래도 저번 일 때문에 자네에 대한 심기가 매우 좋지 않으니 말이야!”

“그게....한성검도회에 심정용이라는 검사가 있었는데...”


김기자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은 이양준은 큭! 하고 웃으며 말했다.


“크크! 강세훈도 이제 한물 갔나보군. 저런 버러지 같은 것들이 달려드는 꼴이라니....아무래도 전화 한통 해줘야겠어. 표정이 참으로 가관이겠군. 크하하하핫!”







한성검도회 총본관.


이양준의 전화를 받은 강세훈은 치밀어오르는 화를 간신히 억누르며 말했다.


“하하하! 내가 쩔쩔매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 큰일을 진행하다가 생긴 작은 해프닝이니, 너무 염려하지는 말게.”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게나. 그 심학수라는 사람, 꽤나 끈질겨보이던데 긴장 좀 해야겠어? 하하하하!


“...나중에 통화하지.”


전화를 끊은 강세훈은 분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양준, 네가 감히 날 비웃어? 그 개새끼들 때문에 꼴이 아주.... 광수야, 제자들 좀 모아야겠다.”

“제자들을요? 어딜 가시려고...”


강세훈은 비릿한 웃음과 함께 말했다.


“어디긴, 아무것도 모르는 하룻강아지 집이지. 아무것도 모르고 사람에게 달려드는 개새끼들에겐 매만한 약이 없으니까.”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심학수의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망할 놈들, 그깟 검도회 회장 놈이 뭐가 무섭다고...”


하루종일 경찰, 변호사, 기자 등등의 사람들을 만난 심학수의 입에선 절망섞인 한숨이 흘러나왔다.

누굴 찾아가도 소용없었다. 그나마 몇몇 변호사들은 심학수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듯 했지만, 그가 가진 돈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매몰차게 고개를 저으며 사무실에서 내쫓아버렸다.


공권력, 언론, 변호사, 그 누구도 그와 심정용을 도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왜 참지 않냐고 핀잔이나 안들으면 다행이었다.


“정용이 얼굴을 어떻게 볼지가 더 걱정이군. 아침에 그리 큰 소리를 쳤는데...”


자신은 세상에게 굽신거리고 살았지만 아들만큼은 그리 살지 않길 바랬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가 자라던 시절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해방도 되고 전쟁도 끝났지만, 여전히 1981년의 대한민국은 가진자들이 득세하고 권력있는 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이었던 것이다.


“정용아, 아빠 왔다....”

“이제야 오시는군.”

“너, 너는....”


집안에 있는 강세훈을 보며 표정을 굳힌 심학수는 그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야 이 새꺄! 네가 왜 우리집에 있어!!”

“왜긴, 당신 아들이 문을 열어줬으니 있지. 검사자격 회복과 관련해서 잠깐 얘기 좀 하자고 했더니 바로 열어주던데?”

“정용이가?”

“아빠....”

“정용아!!!”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눈을 돌린 심학수의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아들은 체격이 우람한 사내들 사이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게다가 어딜 어떻게 맞은건지 온통 멍투성이인 아들의 얼굴, 아버지의 눈이 뒤집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망나니 같은 놈들아!! 내 아들에게 무슨 짓을 한거야!!!!”

“거참 시끄럽네. 얘들아, 좀 조용히 시켜라.”

“네! 사부님!”

“놔 이 새끼들아!! 놔!!”


제자들을 시켜 심학수를 강제로 무릎꿇린 강세훈은 그 앞에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내 경고를 무시했더군. 덕분에 지금 내 꼴이 얼마나 우습게 된줄 알아?”

“내 아들이 뭘 어쨌다고 이러는거냐!!? 우리 정용이가 뭘 잘못했다고!!”

“잘못이야 했지. 아~주 큰 잘못을 말이야.”


강세훈은 시퍼렇게 멍든 심정용의 얼굴을 한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감히 내 아들을 누르고 세계대회를 나가는 꿈을 꾼게 그 잘못이지. 안그러니? 정용아?”

“내 아들에게서 손떼!!!”

“꼴에 아버지라고 발악하기는... 그래, 하루종일 돌아다닌 소감이 어떻습니까? 이 지역 경찰들, 강성일보 사장, 그리고 대한 검도회, 법조인들... 당신 편을 들어준 사람이 누가 있었지?”

“....”

“남들은 이미 다~알고 있는데 왜 너희 부자만 모르는지 모르겠군. 아니면 자존심 때문에 모르는척 하는건가? 이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아. 조선시대에도 그랬고, 일제 강점기 때도 그랬고, 새마을운동이 한창인 지금 시대도 마찬가지지.”

“아, 알겠어....그러니 내 아들이나 놔줘...아니, 놔주십시오.”


결국 모든걸 포기하고 고개를 푹 숙이는 심학수, 그러자 강세훈은 키득거리며 말했다.


“크크큭!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런데 말이야....고개를 숙이는게 좀 늦었어.”

“그게 무슨...”

“네 아들모습을 보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사정했다면 마음이 조금은 달라졌을거야. 하지만 네놈은 굴복보다 분노를 먼저 표출했지. 너 같은 놈들은 이미 숱하게 겪어봐서 아주 잘 알아. 물론 처음엔 개한테 물린 셈 치자느니, 혹은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느니 하는 찌질한 변명들을 늘어놓으며 참고 살아가겠지. 하지만 시간이 흘러 몇 년, 혹은 몇십년이 지난 다음에는 그새 힘의 차이를 잊어버리고 다시 덤벼들게 뻔해. 볼때마다 생각이 날 수 밖에 없는...아니지, 안보 일때마다 생각이 날 수 밖에 없는 큰 상처를 남겨줘야 다시는 기어오를 수 없을거야.”

“대체 뭘 하려고...”

“그 새끼 꽉 잡아!”


제자들이 심정용의 몸을 붙잡자 비릿한 웃음을 지은 강세훈은 코르크가 꽃혀있는 송곳을 주머니에서 꺼내며 말했다.


“몇년전에 아주 재미있는 일본영화를 본적이 있었지. 제목이 자토이치였나? 눈이 안보이는 맹인 검사가 주인공인 영화였는데 꽤나 재미있더군.”

“설마..아, 안돼!!! 그만둬! 강세훈!!!”

“아빠....아아아아아아악!!!”

“안돼!!!!!!!”

날카로운 송곳에 두 눈을 찔린 정용의 비명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퍼졌다.







다음날, 부산병원.


병원의 원장 신한명은 초췌한 얼굴의 심학수를 보며 면목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어떻게든 눈을 살려보려했지만 상처가 너무 깊어서....”

“다시는...앞을 못보는겁니까?”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런 말씀드리기 좀 그렇지만....경찰에 연락을 하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상처를 보니 단순히 송곳에 찔린 정도라 아니라 아예 두 눈을 후벼파놨던데요?”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말해봤자 아무 소용없을겁니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죠....”


원장실을 나와 다시 병실로 돌아온 심학수는 아들의 눈두덩이에 감겨있는 두툼한 붕대를 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정용아...미안하다...이 아비가 못나서....흐윽! 흑!”

“아버지... 전 괜찮아요....”

“정용아....”


눈시울을 붉히며 아들을 끌어안는 심학수, 그의 마음속에는 어떠한 결심하나가 굳건하게 세워지고 있었다.





며칠 후, 잠시 밖에 나갔다온 심학수는 지팡이 하나를 아들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정용아, 이제 집에 가자.”

“벌써 퇴원해요?”

“병원에 더 있어봐야 안보이는 눈깔이 보이는것도 아니고, 이 아비는 더 이상 입원비 낼 돈이 없구나.”

“네...그렇겠죠...”


자신 때문에 직장이 잘린 아버지에게 아무런 할말이 없던 정용은 지팡이를 짚으며 일어났다.


“그럼, 난 시장 좀 들렀다 갈테니 넌 먼저 집에 가있거라.”

“네? 아버지, 전 눈이...”

“지팡이까지 있는데 집까지 못갈 이유가 뭐가 있다고? 잔말말고 먼저 가거라!”

“하지만...”


단호한 아버지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병원밖으로 나선 심정용, 하지만 두 눈이 보이지 않는 그에게 바깥세상은 엄청난 공포였다.


‘아버지는 왜 날 이렇게....’


정용은 맞은편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릴때마다 발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그들의 발에 지팡이가 걸릴까봐 두려웠고, 정확히 어디로 걸어가는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어딘가에서 차소리가 날때마다 온몸의 털을 쭈삣세우며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모든 사물이 어둠속으로 모습을 감춰버린 세상, 정용이 새로 맞이한 세상은 그런것이었다.


“어? 정용아, 두 눈에 그게 뭐야?”

“이 목소리는..선화?”

“응, 나야. 요 며칠 보이지도 않더니 갑자기 눈에 붕대라니.... 무슨 일 있어요?”

“뭐야? 갑자기 왠 존댓말?”

“응? 그게.... 하, 하하...내가 갑자기 네가 존경스럽나봐. 근데 그 눈은 어떻게 된거야?”

“나...이제 안보여 선화야.”

“뭐? 왜!!? 무슨 일이 있었던건데!!!”

“나중에...아주 나중에 얘기해줄게.”

“어떻게 이런 일이...”


두 눈을 붕대로 가린 정용의 얼굴을 보며 울먹거리던 선화는 정용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일단 집에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고마워, 선화야.”

“고맙긴 뭘, 당연한걸 가지고.... 조심해서 걸어, 오늘 비가와서 많이 미끄러우니까.”


병원에서 퇴원한 첫날, 정용은 선화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날 부터였다.


“아버지, 저한테 대체 왜 이러세요...”

“혼자 학교도 못가겠다는거냐?”

“아버지 어차피 일도 없으신데 같이 가주면...”

“시끄럽다! 내가 그리 시간이 남아도는줄 알아! 그리고, 일이 없으니까 얼른 일을 구하러 돌아다녀야 우리 둘이 먹고살거 아니냐!!”

“아버지....”

“닥치고 얼른 학교나 가거라! 이 아비는 바빠서 못데려다주니까!”

“....”


아버지에게 내쫓기다시피 하며 집밖으로 나온 정용은 지팡이로 땅을 더듬으며 선화의 집 문을 두드렸다.


“선화? 먼저 학교 갔는데?”

“선화가 먼저 갔다고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연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눈이 안보이는 자신을 매몰차게 밖으로 내모는 아버지부터 먼저 학교에 가버린 선화까지.... 정용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나간 기분을 느끼며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약 3개월 후, 손으로 옷장을 더듬으며 뭔가를 찾던 정용은 아버지를 소리쳐 불렀다.


“아버지! 내 양말 못봤어요?”

“옷장서랍에 없어?”

“없으니까 하는말이잖아요! 또 빨아놓고 안 개놓은거 아니에요?”

“그럴 리가...아이고! 이게 아직도 빨랫줄에 널려있었네. 자! 얼른 신고 학교가!”

“마르지도 않은 양말을 주면 어떻게 해요!”

“아비가 힘들게 빨아줬으면 감사합니다~ 하고 신고갈일이지! 어디서 투정이야 투정이!”

“당연히 빨아줘야하는거 아니에요? 자식이 장님인데?”

“뭐? 이놈의 자식이 그냥!”

“헤헤! 전 학교갔다 오겠습니다~”


항상 같은 곳에 놓여진 신발을 능숙하게 신더니 지팡이를 짚으며 나가는 심정용, 그런 아들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있던 심학수는 눈시울을 붉히며 중얼거렸다.


“녀석, 저리도 씩씩하게 살아주니....여보, 이제 우리 정용이가 다 컸나봐. 기특한 녀석...”


TV위에 놓인 빛바랜 가족사진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심학수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이제 우리 아들의 명예를 찾아줘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하늘에서 지켜봐줘 여보, 우리아들에게 몹쓸 짓 한 그놈들...모두 벌 받게 해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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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외전]심정용(6) 19.01.04 192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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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 [외전]심정용(4) 19.01.04 174 0 16쪽
376 [외전]심정용(3) 19.01.04 178 1 16쪽
» [외전]심정용(2) 19.01.04 182 1 17쪽
374 [외전]심정용(1) 19.01.04 248 2 16쪽
373 에필로그 18.12.05 373 4 14쪽
372 에필로그 18.12.05 322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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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최후의 결전 18.11.23 265 3 17쪽
369 최후의 결전 18.11.23 242 3 17쪽
368 최후의 결전 +1 18.11.16 244 5 16쪽
367 최후의 결전 18.11.16 224 2 15쪽
366 최후의 결전 18.11.09 260 3 16쪽
365 최후의 결전 18.11.09 224 2 15쪽
364 최후의 결전 18.11.06 260 5 15쪽
363 최후의 결전 +2 18.11.01 259 4 16쪽
362 최후의 결전 18.10.31 240 4 15쪽
361 최후의 결전 18.10.26 242 4 16쪽
360 최후의 결전 18.10.23 244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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