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우카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영주는 복수를 원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우카카
작품등록일 :
2023.04.02 05:39
최근연재일 :
2023.06.25 06: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90,875
추천수 :
1,821
글자수 :
218,850

작성
23.04.22 13:00
조회
2,540
추천
53
글자
18쪽

23화

DUMMY

데미안의 안광이 순간 서슬 퍼렇게 빛났다.


와자작.


곧, 협탁이 반으로 쪼개지며 일렁이는 마나가 주먹의 흔적을 남겼다.


“허억!?”


협박을 하러 온 건 베델이었지만.

오히려 베델이 협박을 당하게 됐다.


베델의 얼굴에 경악과 함께 공포가 깃들었다.

당연했다.

데미안의 마나 피스트.

그것은 데미안이 완숙한 마나 유저의 경지에 들어섰다는 방증이었으니까.


협박을 해야 하는 건, 베델이 아닌 데미안이었다.

데미안이 살기를 피어올리며 베델을 압박했다.


"자네도 혹시 고든 자작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

"....예에!?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예전부터 조금 의문이었지. 어떻게 이웃 영지들이 사들인 카를로스의 채권이 자네 손에 있는지 말이지. 자네가 그걸 비싸게 사들였을 거 같진 않고.”

“그, 그건. 제가 우연히. 우연한 기회에....”


변명 같지도 않은 소리다.

영지 전체가 담보로 잡힌 채권.

그것은 고든 자작가를 비롯한 주위 남작령이 들고 있어야 했다.

애초에 일개 상인에 불과한 베델이 들고 있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주위 영지의 묵인.

또는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을 터.


데미안은 씨익 웃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화사해질 수 없었다.

비록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 눈은 겨울밤의 푸른 달보다 더욱 차가웠으니까.


"아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혹시나 고든 자작과 하나라도 엮여있다면 진작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차라리 흑마법사에게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게 될 테니까."

"....!"


그렇지 않아도 홀쭉해진 베델의 얼굴이 더욱 홀쭉해졌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


녀석의 눈에 일순간, 분노가 깃들었다.

자포자기.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모양새다.


이건 안 좋다.

뒤가 없는 놈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이제 채찍질은 여기까지다.

지금부터는 당근을 줘야할 때.


“베델 상단주.”

“...예, 소영주님.”

“자네가 할당량에 집착하는 게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네. 자네, 흑마법사들과 계약을 맺었다지.”

“........맞습니다.”


베델 상단주가 순순히 긍정했다.


“내가 흑마법사들 문제는 깔끔하게 처리해주지.”

“헉!?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흑마법사들은 흑의 마탑을 뒷배경으로 두고 있습니다. 혹여나 잘못 그들을 건드리면 뒷감당은 어찌....”

“이 사람아. 뒷감당을 하는 건 나지 자네가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내가 혹여나 잘못되면, 오히려 자네가 손해는 아닐 텐데.”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영주님께서 혹여나 잘못될까봐 걱정돼서 드리는 말씀이었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데미안은 보았다.

베델의 입 끝에 순간 감출 수 없는 미소가 일순 감돈 것을.

녀석.

역시 역적의 상이다.

그것도 등 뒤에서 비수를 찔러도 수십 번은 찌를 역적의 상.

데미안이 잘못되기를 오히려 바라고 있는 게 눈에 선했다.


“어찌했든. 흑마법사들 문제는 내가 처리할 테니, 더 이상 할당량이라든가, 작업중단이라든가 그런 건 걱정하지 말라 그 말이야.”

“....흑마법사 문제를 해결해줄 테니, 할당량 1할은 그대로 유지시켜주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그래도 내가 흑마법사 문제를 잘 해결해주면 나쁜 거래는 아닐텐데.”

“.....”


베델의 얼굴에 순간 여러 감정이 감돌았다.

아마 지독한 수싸움을 하고 있겠지.

그리고 곧 본인이 손해볼 것은 없다고 여겼는지, 환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허! 감사합니다, 소영주님. 역시 대인은 대인이시군요.”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는 겐가.”

“예, 소영주님. 사실 저는 소영주님을 믿고 있었습니다. 헤헤헤.”


여러 계산이 끝난 후 만족스러웠는지.

녀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그대로 뒷걸음치며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얼굴을 보아하니, 당분간 죽는다는 소리는 안 할 게 분명했다.

오히려 일을 그르쳐 카를로스 영지가 흑마법사의 견제를 받기를 원할 수도 있겠지.

어쨌든.

베델 상단주의 소동이 너무나 쉽게 정리되었다.

순간, 그레고리 집사장의 얼굴에 순수한 경악의 감정이 떠올랐다.


"대단하십니다. 저 영악한 녀석을 이렇게나 잘 다루시다니."

"기본이지."


데미안은 피식 웃었다.

예전 같으면 베델 상단주에게 질질 끌려다녔겠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슬슬 두 번째 패를 깔 때가 왔군.”

“두 번째 패 말입니까?”

“그래. 이 영지에 숨어있는 쥐새끼들을 색출해야 할 때가 왔군.”


데미안의 선언에 그레고리 집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운을 빕니다.”


그레고리 집사장이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이미 판이 커지고 있었다.




***



베델 상단주.

데미안에게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지 몰라도 그는 사실 꽤나 유능한 상인이었다.

아니, 그 실력만으로는 북부 최고라 할 수 있었다.


비천한 보부상에서 시작하여, 수년만에 자신의 상단을 거느렸고.

또한 북부의 여러 영주들과 안면을 트고 수많은 거래를 성사시켰다.

현재 북부 각 지역마다 여러 분타가 존재했고, 또한 주기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느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욕심이 많았다.

북부는 교역이 많지 않은 오지였고, 전통적으로 상업이 발달한 중앙대륙의 대상으로 거듭나길 원했다.


그런 그에게 있어 블랙 다이아몬드는 신분 상승의 기회였다.

하지만.

그의 욕심은 너무 과했다.

성장만 추구한 결과.

너무 위험한 거래를 텄다.

바로 흑마법사라는 존재들이 엮어버렸다.


'젠장할. 어쩐지 블랙 다이아몬드를 너무 비싼 값에 예비 낙찰을 받더라니, 설마 흑마법사들일 줄이야.'


끔찍했다.

높이 나는 새가 더욱 낮은 곳으로 추락하는 법이라던가.

그때부터 베델의 추락은 시작되었다.


블랙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일은 이제 재력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추락은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데미안 소영주가 남긴 말.

흑마법사와의 거래는 자신이 책임진다는 그 한 마디에 베델은 내심 기쁜 마음을 참지 못했다.


‘이제 괜찮아. 소영주가 만약 이번 일에 끼게 되면, 난 조용히 빠져나올 수 있어. 할당량이고 뭐고 간에 소영주가 흑마법사와의 사이에서 불화가 생기면 난 조용히 빠져나오면 돼. 아니, 어부지리로 광산을 내것으로 만들지도 모르지. 크하하하핫!’


들뜬 마음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뚜벅.

뚜벅.


영주성에서 나온 베델이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할당량의 이양.

그것을 빨리 흑마법사에게 말해야 했다.


그의 빨라진 걸음은 광장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그 광장의 가로수 길에서 가장 큰 건물 앞에 섰다.

현판이 보였다.

베델 상단 카를로스 분점.

이곳 광장은 카를로스 영지 중 가장 유입 인구가 많고 지대가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다.


상단의 분점은 고급 대리석으로 마감된 전형적인 고급 상가였다.

무려 5층이나 되는 상단 건물은 카를로스 영지에서 큰 그림을 그리던 베델의 자금이 총투입된 완성품이었다.


“허억. 헉. 허억.”


그 앞에 서자,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주저앉고 싶지만 지체할 시간도 없다.


“어서 들어가자. 들어가서 일을 마무리 지어야지.”


거친 숨을 푹 내쉬며 상단 건물의 문을 열었다.


끼이익.


곧 점장이 마중나왔다.


“오셨습니까, 상단주님.”

“그래 별일 없었나?”

“예. 물론입니다.”

“그분들은?”

“여전히 지하실에 계십니다.”

“그래. 바로 가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베델은 서둘러 안으로 들었다.

이제 모든 게 끝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베델은 몰랐다.

너무나 황급히 흑마법사를 만나려고 했기에, 자신을 쫓아오는 세 명의 인영이 있다는 사실을.


모든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세 인영의 안광이 빛났다.

그 중의 한 명.

데미안이 상단 건물을 가리키며 피식 웃었다.


“저기로군.”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주군.”

"흐음. 소영주님. 저희가 그 동안 위치파악을 못한 것도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요. 흑마법사들이 설마 광장 한 복판에 자리를 잡고 있었을 줄이야. 의외로군요."

"등잔 밑이 어둡다던데, 참나. 대담도 해라. 흑마법사들을 발밑에 두고 업무를 처리할 정도면 베델 놈도 강심장은 강심장이라니까."


하긴.

그 정도 담은 돼야 일개 상인이 한 영지를 꿀꺽 삼킬 생각을 했겠지.

데미안은 조용히 일이 진행되기를 기다렸다.

그때.

그레고리 집사장이 조금은 걱정 어린 어투로 물었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그.... 흑마법사 녀석들의 손속은 마법사 중에서도 꽤나 잔혹하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거기다가 괴팍함과 음침함은 타에 추종을 불허한다고 하던데...."

"흐음."


그레고리 집사장의 염려.

당연했다.


마탑은 제국과 성국과 함께 세상을 떠받치는 세 계의 권력 중 하나다.


물론, 흑의 마탑이 마탑에서 주류는 아니다.

그들이 적의 마탑을 위시한 마탑 공동체에 편입된 것은 불과 백년도 되지 않았다.


"마탑과 엮여서 좋은 꼴을 본 영지는 하나도 없을 겁니다. 특히나 제국이 속한 중앙대륙이 아닌, 북부 대륙은 더욱 그렇구요."

"그래. 일반적인 경우라면 마탑과 거래를 트는 건 어리석은 행위지. 우리처럼 힘이 없고, 황가와 연줄이 없으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레고리 집사장이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만약 흑의 마탑의 마법사들이 무리할 만큼 블랙 다이아몬드의 가격을 후려친다면.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정도의 수량을 요구한다면.

힘이 없는 카를로스 남작령으로서는 그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카를로스 남작령이 속한 알티스 왕국은 북부의 연합 왕국 중 약소국.

비록 정교분리를 넘어, 정마분리의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마탑의 영향력은 작지 않다.


"베델 상단주는 무능한 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유능하기에 저희 영지를 노리는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렀죠. 하지만 그런 그도 흑의 마탑의 마법사들에게는 꼼짝도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걱정이 없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의외로 당사자인 데미안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너무나 여유로웠다.

마치, 마탑을 상대로. 그것도 흑마법사를 상대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집사장님. 저는 주군을 믿습니다. 주군께서 지금까지 불가능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베이런이 데미안의 편에서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했다.

하지만 집사장은 동의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베이런 경.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예. 범인은 그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주군께서는 지금까지 불가능을 가능케 하셨으니까요. 분명 무슨 수가 있으실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주군?"


베이런이 과도하다싶을 정도로 반짝이는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을 애써 회피하며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는 바는 알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평소처럼 날 믿고 따르도록."

"....예."


그레고리 집사장이 데미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는 몰랐다.

마탑을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는 이성은 그대로였지만, 데미안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


지금 집사장에게 데미안이란 존재는 그러했다.




***



"허억. 헉. 허억."


화려한 건물에 들어선 베델은 점장의 인사를 뒤로하고, 곧장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리고 마주쳤다.

가장 두려운 존재.

베델을 시궁창으로 던져버린 존재가.


곧 그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왔는가.”


음침한 목소리.

바로 흑마법사의 것이었다.

베델이 황급히 조아렸다.


“계셨습니까.”

“그래. 전에 하던 얘기를 계속하지. 그래서 블랙 다이아몬드의 공급을 결국 맞출 수 없다 했던가.”


음침한 목소리가 어둠속에서 풍겨왔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우우우우웅.


검은 로브를 두른 흑마법사의 머리 위로 흑빛의 증류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흑마법.

바로 사령을 다루고 저주와 죽음을 부르는 근본적인 어둠이다.


그리고 그 기류를 마주한 순간, 베델은 온몸이 굳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저렇게 자신의 마나를 외부로 구현하여 기류화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최소한 3서클의 마법사만이 가능했으니까.


3서클 마법사.

일반적인 마탑의 마법사가 이십여 년 이상을 수련하고 연구해야 닿을 수 있는 실질적인 종착점.


흑의 마탑의 실세라는 방증이다.

그런 자가 지금 베델의 눈앞에만 벌써 셋이다.


긴장됐다.

그 기세에 베델은 소영주 앞에서 했던 것보다 더욱 바짝 엎드렸다.


“사, 살려주십시오.”

“사소한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는 네 녀석을 살려줄 이유따윈 없는데 말이지.”

“대, 대신 제가 더욱 큰 건을 물어왔습니다. 약조했던 공급량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블랙 다이아몬드입니다.”

“무슨 소리지?”


순간.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던 흑마법사의 안광에 이채가 서렸다.


“히익!”

"놀라지만 말고 설명해 보도록."

"그, 그것이 말입니다. 저는 어차피 이 영지의 마름일 뿐입니다. 그것도 생산되는 블랙 다이아몬드의 1할밖에 가져가지 못하는.... 하지만 이 영지의 주인은 다릅니다."

"데미안 소영주라 했던가? 그 망나니에 불과하다는....."

"예. 그 애송이 녀석이 어찌 알았는지 제가 공급하기로 한 계약을 승계받길 원하더군요. 그게 무슨 말인지 아시지요?"


그 순간.

흑마법사의 수장으로 보이는 이의 입이 사악 찢어졌다.


"잘만 하면 이 영지의 블랙 다이아몬드를 흑의 마탑이 독점적으로 가져갈 수 있겠군."


물론, '헐값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면 만남을 주선할까요?"

"그래. 훌륭하다, 베델. 이걸로 네 죄는 탕감되었다. 어서 그 어리석은 소영주와의 만남을 주선하거라."


그 말이 떨어지자, 베델을 부복하여 고개를 숙인 자세로 희죽 웃었다.

그들의 관심이 이제 자신에게서부터 빌어먹을 소영주로 옮겨간 것을 확인했다.


"판을 짜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그럴 필요 없네."


지하실의 입구.

그곳에서 인기척과 함께 목소리가 들렸다.


데미안이었다.



***



"여, 여긴 어떻게!?"

"바보같이 쫓아오는 줄도 모르고 뻘뻘뻘 이곳으로 기어들어가더군."

"이익! 소영주님. 절 미행하시다니요. 그리고 아무리 소영주님이라도 흑의 마탑의 귀인 분들을 이리 대하시면 안 되는 겁니다. 이렇게 무턱대고 찾아오시다니! 무례하십니다!"


베델이 안절부절 못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흑마법사들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 중요한 건 데미안 소영주가 아니었다.

흑의 마탑의 흑마법사들.

마탑에서 마탑주로부터 정당한 권한을 위임 받고, 그의 권위를 행사할 수 있는 실력자.

그들이 바로 이 눈앞의 마법사들이었다.


"호오....재미있군."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흑의 마탑의 마법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들은 모두 여섯.

마치 육망성의 꼭지처럼 그들은 하나의 협탑을 주위로 하여 앉았다.

베델이 준비한 듯, 휘황찬란한 엔티크 의자에 황제처럼 위용을 자랑했다.

그 중 한 명이 오만한 자태를 내뿜으며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물었다.


"호오. 자네가 바로 이 영지의 주인인가?"

"'자네'? 날 두고 하는 말인가."

"끌끌끌. 그래, 그래. 자네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를 수 있겠군. 자존심은 잠시 내려놓고 우리의 뒷배인 흑의 마탑을 생각해보게나. 우리가 얼마나 대단...."


데미안은 녀석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콰앙!


데미안이 그대로 진각을 밟았다.


우르르르르.


비록 마나를 실진 않았지만, 지하실이 잠시 나마 지진이라도 있는 듯 흔들렸다.

충분히 위협이 되었는지, 내내 침착과 여유를 유지하던 흑마법사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데미안이 낮은 목소리로 위협했다.


"아가리 닥치고 내 말 들어."

"....!"


벙찐 표정이 된 여섯 흑마법사들.

그들의 놀란 가슴 따윈 알 바 아니다.

데미안이 묻고 싶은 것.

단 하나.


"최근에 존슨가에 아동 실종 사건이 있었다고 하더군. 혹시 네 녀석들이 관련되어 있는가?"


차가운 눈빛.

수가 틀리면 당장이라도 물어 뜯을 것만 같은 사자와도 같은 기세였다.

곧 서로 눈빛을 교환하던 흑마법사들이 어깨를 으쓱였다.


"허허허. 겨우 천민 하나 가지고 우리에게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겐가?"

"정말 어리긴, 어리군. 허허허."

"어차피 차고 넘치는 게 그런 천한 아이들이건만. 우리에게 먼저 상납을 해도 모자를 판에. 허허허."


그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몇 가지 실험을 위해 우리가 몇몇 아이의 신병을 확보하긴 했지. 그런데, 어차피 그 녀석들은 병들고 돈이 없는 빈민들이..."


끝까지 들을 필요도 없었다.

데미안의 안광이 빛났다.


스릉.


데미안의 손이 재빨리 허리춤으로 향했다.

이윽고.


서걱!


말을 잇던 흑마법사의 목이 잘렸다.

조용히 상황을 주시하던 베델이 화들짝 놀라며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 미친!"


흑마법사의 목을 베다니.

그것도 흑의 마탑 소속의 마법사를!

이 따위 지방의 작은 영주가 감당할 일이 아니었다.

상대는 마탑이다.

정당한 재판권을 가진 일국의 왕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게 마탑의 마법사이건만.

재판도 없이 목을 베다니.

당황을 넘어 황당할 지경.


'마, 망했다. 망했어!'


이 영지는 물론이거니와, 이 장소에 있었던 베델조차 무사하지 못할 일이었다.

심지어 그 옆에 선 베이런과 그레고리 집사장도 눈에 띌 만큼 동요했다.

하지만.


"오늘 너희는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할 것이다."


데미안만이 무표정한 얼굴로 사자처럼 으르렁거렸다.


"모두 흩어져!"


흑마법사가 외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영주는 복수를 원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4월 24일 화요일 예약글 오류가 있었습니다. 23.04.25 145 0 -
공지 연재시간이 평일 18시로 변경됩니다. 23.04.14 2,023 0 -
34 1212 +3 23.06.25 396 3 1쪽
33 31화 +7 23.06.22 559 9 2쪽
32 25화 +2 23.06.19 660 11 8쪽
31 24화 +2 23.06.19 707 11 15쪽
30 30화 +3 23.04.28 1,957 48 15쪽
29 29화 +1 23.04.27 1,772 44 13쪽
28 28화 23.04.26 1,976 53 16쪽
27 27화 +2 23.04.25 2,067 49 15쪽
26 26화 23.04.24 2,355 49 16쪽
25 25화 23.04.23 2,478 59 15쪽
24 24화 23.04.23 2,534 56 15쪽
» 23화 +2 23.04.22 2,541 53 18쪽
22 22화 +3 23.04.22 2,620 53 15쪽
21 21화 +1 23.04.21 2,683 54 17쪽
20 20화 +3 23.04.20 2,735 52 18쪽
19 19화 23.04.19 2,652 57 11쪽
18 18화 23.04.18 2,677 57 13쪽
17 17화 23.04.17 2,756 54 15쪽
16 16화 +4 23.04.16 2,873 59 15쪽
15 15화 +1 23.04.15 2,899 61 15쪽
14 14화 +3 23.04.14 2,915 56 16쪽
13 13화 23.04.13 2,998 62 15쪽
12 12화 23.04.12 3,048 65 13쪽
11 11화 +2 23.04.11 3,092 66 14쪽
10 10화 +5 23.04.10 3,138 62 16쪽
9 9화 +4 23.04.09 3,087 64 14쪽
8 8화 +2 23.04.08 3,294 58 16쪽
7 7화 +2 23.04.07 3,392 7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