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우카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영주는 복수를 원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우카카
작품등록일 :
2023.04.02 05:39
최근연재일 :
2023.06.25 06: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90,879
추천수 :
1,821
글자수 :
218,850

작성
23.04.20 08:10
조회
2,735
추천
52
글자
18쪽

20화

DUMMY

"오랜만이군, 데이비스 경."

"예, 참으로 오랜만이십니다. 소영주님."


데이비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데미안은 웃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

너무나 공교로웠으니까.


영주성을 지켜야 할 데이비스.

그가 이곳에 올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특별한 음모를 꾸미지 않는 한.


그리고 데미안은 그 음모가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알 것만 같았다.

데미안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인가. 설마 식수에도 꽤나 재미있는 짓을 한 것에 대해 사과라도 하러 왔나?"

“호오!? 식수요?”

“왜, 몰랐나?”

“글쎄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 뭐, 에릭 녀석이 몸에 좋은 약을 넣어놓는다고 하긴 했던거 같은데 말이죠. 껄껄껄.”


데이비스가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데오니를 향해 눈짓했다.


“그나저나, 데오니. 넌 어찌할 테냐.”

“예!?”

“네 덕분에 소영주님을 추적할 수 있었는데 말이지. 이쯤되면 네 녀석도 제대로 줄을 서야하지 않겠나?”

“....!”


데오니 오십인장.

데미안과 병사들의 체력 훈련을 담당했고, 지금은 이름만 조언자이지 감시의 역을 맞고 파견된 데이비스의 사람.

데이비스의 부름에 멀찌감치 뒤에 서있던 그가 화들짝 놀랐다.


‘그런 게 된 건가.’


데이비스가 갑작스럽게 이곳에 찾아온 이유.

그리고 어떻게 찾아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내부의 간자.

당연하겠지만, 저 녀석이었다.


“데오니 오십인대장, 당신이었수!?”

“빌어먹을 자식이! 네 녀석도 이 사단에 연관된 거냐!?”


스르릉.


병사들이 하나둘 씩 이를 갈며 검을 꺼냈다.

특히나 푸른 하늘의 저주에 당했던 병사들의 눈에는 불똥이 튀었다.

그들의 증오서린 눈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데이비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훌륭하군, 데오니. 자네 덕분에 대의를 이룰 수 있었어. 흔적을 잘 남겼더군. 후후. 이쪽으로 오게.”

“옙!”


데이비스 기사단장과 데미안을 번갈아 바라보던 그가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아니, 뛰었다.

검을 뽑아든 병사들.

그들의 살기가 자신에게 향할 수 있었으니까.


자신의 옆에 선 데이비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데오니를 두둔했다.


"고생했군."

"아, 아닙니다요. 단장님."

"허허허. 네 도움이 컸어. 이제 남은 건 거사를 치루는 것이지. "

“거사, 말입니까?”

“허허. 자네 내가 이곳에 왜 왔다고 생각하나.”

“설마....!?”


데오니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래. 오늘이 바로 카를로스의 주인이 바뀔 날일세.”

“추,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훌륭하군, 훌륭해. 그리고 그것을 위해 선제되어야 할 일이 하나 있지.”


충격적인 선언.

그리고 데이비스의 검이 은은한 마나를 머금으며 재빠르게 움직였다.


스릉.


날카로운 검성과 함께.


푸욱!


데이비스의 마나 소드가 눈앞의 적을 찔러 들어갔다.


“커윽!”


비명성이 터졌다.


데미안이 아니었다.

상대는 데오니.

데이비스가 발검과 동시에 바로 앞에 섰던 데오니를 찌른 것이다.


"커억! 컥!"


단발마 비명과 함께 데오니가 피를 한 웅큼 토한다.

비틀거리던 그의 신위가 결국 중심을 잃었다.


털썩.


차가운 동굴바닥에 쳐박힌 데오니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파르르 떨었다.

그는 데이비스의 사람.

갑자기 데이비스가 자신을 해할 것이라는 상상은 추호도 하지 못했다.

작렬하는 고통 이전에 거대한 의문이 들었다.


"어, 어째서. 왜!? 쿨럭!"

"고맙다. 고마워. 네 녀석만큼 도움이 되는 녀석은 없었지. 그런데 말이야."


데이비스가 천천히 말을 줄이며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여기서 예상치 못한 몬스터의 난입에 오십인대가 모두 전멸해야 하는데, 네 녀석도 같은 오십인대가 아닌가. 목격자가 있으면 곤란하지 않냐 이 말이야."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쿨럭."

“걱정 말게나. 여기 있는 오십인대도 곧장 네 녀석의 뒤를 따를 테니까! 크하하하하!”


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개, 개자식. 큭!”


그 말을 마지막으로 데오니의 숨이 멈췄다.

허무한 죽음이었다.


“.....!”


병사들이 혼란에 휩싸였다.

그 잔혹한 손속에 오십인의 병사는 말문을 잊었다.


반란.

그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선영주는 병석에 누웠고, 유일한 후계자가 이곳에서 죽는다면.

이 영지를 차지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이가 바로 데이비스 기사단장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영지의 최강자.

유일한 마나 유저를 막을 수 있는 강자는 지금 이 동굴에 아무도 없음을.


마나 유저.

홀로 수십의 병사를 쓰러트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닌 검사.

심지어 그런 데이비스 기사단장은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철그덕.

철그덕.


곧 그의 뒤로 네 명의 인영이 합세했다.

종기사였다.

그 중에 한 명을 바라보며 그레인이 치를 떨었다.


"스콰이어 에릭!"


그레인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스콰이어 에릭.

데이비스의 수석 종기사이자, 카를로스 영지의 보급관.

그리고 독이 든 수통을 건낸 범인이었다.

그 애송이 예비 기사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레인. 그냥 독으로 뒤졌으면 참 해피엔딩일 텐데, 말이지.”

“이런 치사한!”

“치사할 게 있나. 모두 다 줄을 잘못 선 네 녀석 탓 아니겠어?”


그들은 내내 여유로웠다.

겨우 다섯밖에 안 되는 그들이었지만, 그런 그들의 느긋한 태도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마나 유저 앞에서는 무려 오십의 병사가 아니라, 겨우 오십의 병사들일 뿐이다.


심지어 소수의 고참 병사를 제외하면 모조리 신참 병사들이 전부다.

절대 마나유저를 포함한 기사 다섯을 상대할 수 없는 전력.

그것이 객관적인 판단이다.


우우우우우웅.


데이비스의 마나 소드가 형형한 빛을 발하며 어두운 동굴 안을 밝힌다.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데이비스가 선언했다.


“이제 모두 죽으시게나. 애들아, 쳐랏!”


그 말과 함께.


우우우우우웅.


데이비스의 검이 푸른 섬광을 내뿜었다.


“이것이 바로, 이 영지의 유일한 마나 유저의 힘! 이제 그만, 귀찮게 하지 말고 죽어라, 소영주. 크하하하하핫!”


마나 소드.

강철조차 베어버리는 힘.

그것이 데미안을 향해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갔다.

이윽고.

가공할 만한 검격이 위에서 아래로 사선으로 그어졌다.


파앗!


사선 내려치기.

그의 가문의 비전 기술로서, 마나를 머금은 그 검격은 소리보다 빠르다고 알려졌다.

일반적인 병사는 물론이거니와 기사조차 막을 수 없는 검격.

이 검격을 막은 기사 하나는 오른팔이 골절되어 한동안 요양까지 해야 했다.

그 검격이 데미안을 향했다.


‘성공이다!’


데이비스는 자신했다.


기사 데이비스.

그는 4살부터 검에 재능을 인정받았고.

8살부터 숙련병들과 함께 훈련을 받았으며.

12살부터는 당시 카를로스 영지의 최고 기사였던 아버지의 종기사가 되어 아비의 검을 사사 받았다.


그는 언제나 카를로스 영지의 최고 기사였다.

그리고 마나 유저가 된 지금. 그는 이제 북부 제일검을 노리는 촉망받는 북부의 유망주였다.


그의 검은 절대 평생 놀고먹은 소영주가 막아낼 수 없는 것.

오늘 그는 데미안 소영주를 죽이고 이 영지의 진정한 주인이 될 터였다.

더 이상 가신이 아닌 이 영지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그의 자신만만한 검이 소영주의 어깨부터 사선으로 그어졌다.

아니, 그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카앙!


검이 살을 가르는 섬뜩한 소리가 아니었다.

강철과 강철이 서로 만나 반발하는 소리.

순간, 불똥이 튀며 그의 검이 멈췄다.


이윽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마, 말도 안 돼. 내, 내 검을 막아?”


그의 검이 소영주의 롱소드에 막혔다.

놀랄 만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강렬하게 존재감을 내뿜는 기운.

익숙했다.

그것은 그가 수십 년을 갈고 닦아 완성한 마나 소드와 그대로 꼭 닮아있었다.


“마나 소드?”


멍한 얼굴로 데이비스가 되물었다.

그 멍청한 표정에 데미안은 피식 웃었다.


“이 영지에서 마나 유저가 네 녀석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나?”


데미안의 말에 일순 동굴 안이 침묵에 감돌았다.

그리고 그 순간, 베이런이 외쳤다.


“주군께서도 저 배신자와 같은 마나 유저다! 주군께서 반역자를 직접 상대하신다! 병사들은 모두 뭉쳐라! 우리는 종기사들을 상대한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데미안의 마나 소드를 빼어든 순간. 오십인대의 사기와 기세가 폭발했다.

이번 원정을 통해 쌓아놓은 데미안의 통솔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



“으아아아아아아악!”


데이비스가 발악하며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다.


후웅!


그의 마나 소드가 아슬아슬하게 데미안을 스쳤다.


“빠, 빠르다!”


순간, 병사들이 공포에 젖었다.

특히나 고참 병사들의 눈엔 근원적은 두려움이 가득했다.


마나 소드.

그것은 그럴 만한 위용이 있었으니까.


데미안이 훌륭한 지도력과 함께 넓은 포용력과 뛰어난 판단력을 지닌 건 알고 있었다.

심지어 데이비스의 그것과 꼭 같은 마나 소드를 구현한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전략조차 깨어부실 수 있는 힘.

그것이 데이비스에게 있었다.

그는 숙련된 기사였고, 수십 년 간 사선을 넘나든 경험이 있었으니까.


“마나 유저라고 같은 마나 유저라고 생각하느냐!”


데이비스가 외쳤다.

그의 외침에 병사들은 동감했다.


경험.

그것은 어린 데미안이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데미안의 생각은 달랐다.


'수십 년을 전장에서 굴렀다. 몬스터 몇 마리나 잡으며 평온하게 산 기사 따윈 아무것도 아니지.'


후웅!

훙!


다시금 얼굴을 스치는 검격을 바라보며 데미안은 데이비스의 검을 평가했다.


‘어리석군.’


데이비스의 도깨비처럼 일그러진 얼굴.

그는 데미안이 자신과 같은 마나 유저인 것을 깨닫고서부터 평점심을 잃었다.


감정이 담긴 검은 때론 폭발적인 힘을 지니는 법이었지만, 지금 데이비스의 것은 아니었다.

바보 같을 정도로 동선은 단순했고.

또한 마나의 균형과 효율 따위는 생각지도 않았다.


‘내가 저 따위 검을 두려워했었단 말인가.’


한숨이 절로 나왔다.


회귀 전.

배신자 데이비스는 언제나 두려운 상대였다.

마나 유저로 거듭나면서부터 그 탐욕스러운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두려웠다.

무능했던 어린 데미안은 언제 데이비스의 마수가 자신의 목을 조일지.

위태로운 카를로스 남작령을 지킬 유일한 마나 유저가 이곳을 버리고 떠날지.

그것이 항상 두려웠다.


하지만.

회귀 후 마주치는 데이비스의 검.

전혀 두렵지 않았다.


후웅!


감정에 휩싸여 마나 소드의 구현조차 흔들리는 데이비스의 검.

마왕 원정군 말단 기사의 반만도 못하는 실력이다.


한심했다.

그를 두려워했던 과거의 자신이.

그리고 지금 겨우 저 알량한 실력만을 믿고 덤비는 데이비스가 모두 다.


후웅!


검을 휘두를 때마다, 강풍이 몰아친다.

위협적인 마나 소드가 연격으로 이어진다.


데이비스의 검술의 근원은 이복동생 제이슨과 같은 리히테나워계의 강검.

근접전에서 완력에 근원을 둔 북부인의 성정에 걸맞은 검술이다.

방어보다는 공격을.

회피보다는 격전을 중시하는 이 비전은 마나를 머금으며 더욱 강력해졌다.


“크아압!”


이마에 핏줄이 터질 것처럼 도드라진 데이비스가 기함성을 내지렀다.


후웅!


내려치기.


후웅!


이어지는 끊어치기.


파앙!


그리고 찌르기.


파공음이 동굴 안에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며 데미안은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그의 실력을 정확히 가늠했다.

하나 같이 일반 기사들조차 견뎌낼 수 없는 강검.

과연 스스로 자긍심을 가질 만했다.


“크하하하하!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수 있겠나, 애송이 녀석아!”


데이비스가 승리감에 젖어 외쳤다.

처음에 자신의 강검을 막아냈을 때는 깜짝 놀랐다.

이후 회피에 연연하는 데미안의 면모를 지켜보며 다시금 자신감을 되찾았다.


데미안이 그 멍청한 모습을 바라보며 희죽 웃으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슬슬, 실력 발휘를 해볼까!?’


반격이 시작되었다.

데미안의 자신의 롱소드를 사선으로 올려쳤다.


카앙!


강한 반발력과 함께 데이비스의 사선내려치기를 막아냈다.

마나 소드와 마나 소드가 부딪히며 귀가 저릿할 정도의 충격파가 전해졌다.


“음!?”


순간, 데이비스의 눈이 커졌다.

놀라긴 아직 이르다.


캉!

카앙!

캉!


이어지는 연격을 모조리 막아냈다.

마나 소드가 아니다.

강철검.

여타 다른 병사들의 검과 다를 바 없는 마나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은 순수한 강철검으로만 마나 소드를 막아낸 것이다.

데이비스의 넋이 나갔다.


“어째서!? 어떻게!”


데미안의 검.

마나 소드는 분명한데, 그 기류가 크지 않았다.


우우우우웅.


일렁이는 마나의 양.

데이비스의 것의 절반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데이비스의 검은 너무나 쉽게 가로막혔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이를 앙다물며, 더욱 강한 마나를 구현했다.


우우우우우우웅.


데이비스의 전신에서 마나의 증기가 피어오른다.

그 힘으로 다시금 내려쳤다.


카앙!

캉!

카앙!

캉!


이어지는 검격은 데미안의 털끝 한 상하게 하지 못했다.

이내 그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으아아아아아악!”


데이비스가 절규했다.

이상했다.

같은 마나 소드이고, 그의 검이 더욱 강한 기세를 내뿜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데미안이 사용하는 검술은 마치 격전을 허용하지 않을 것처럼 물 흐르듯이 그의 검의 힘을 흐렸다.


‘말이 되나?’


순간 데이비스는 데미안의 검술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설마 패링!?”


넋을 잃은 데이비스가 나직였다.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패링(Parrying).

막기나 회피와는 차원이 다른, 타인의 검격을 밀쳐내는 고급 기술이다.

보통은 검을 든 반대손에 방패나 망고슈 따위를 들어 상대의 검격을 흘리는 것인데, 데미안은 그저 주무기인 롱소드 하나 만으로 그것을 해내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기예.

말도 안 되는 숙련도.


평범한 기사가 10년 이상을 매일 같이 훈련해야 겨우 어설프게나마 따라할 수 있다.

심지어 마나 유저의 검을 상대하는 패링 따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상대의 기량을 아득히 초월해야 가까스로 가능하려나.


데이비스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어떻게! 어떻게 평생 검 한 번 잡지 않은 녀석이 그런 기예를!”

“멍청하긴. 패링 따위에 놀라다니. 애초에 내가 어떻게 마나 소드를 구현하는지부터 궁금해 해야지.”

“닥쳣!”


데이비스가 아는 데미안 소영주는 무능력한 상관.

그렇기에 그런 그를 재끼고 카를로스의 주인이 될 생각을 품었다.

그런데 데미안이 자신보다 더 뛰어난 기량을 지녔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을 바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지지부진한 전투가 계속되는 순간.


우우우웅.


그의 검에 맺힌 마나의 기류가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허억. 헉. 허억!”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두 다리는 후들거리고, 검을 든 손은 기력을 잃고 검조차 쥐기 힘들었다.


마나 탈진 현상.

부족한 경지에 무리하게 마나를 끌어 쓴 탓이다.

데이비스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제 끝났나?”


털썩.


데미안은 숨이 차기는커녕, 처음과 같은 얼굴로 주저앉은 데이비스를 내려보았다.

차가운 눈동자.

그리고 언제든지 다시 검을 휘둘러도 괜찮을 것만 같이 지친 기색은 하나 없다.

말도 안 되는 광경.


그리고 곧 깨달았다.

데미안은 검을 휘두르지 못한 것이 아닌 휘두르지 않은 것이란 사실을.

그리고, 패링으로 자신의 검을 막기만 한 것은 그저 자신을 농락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이이이이익!”


울분에 찬 데이비스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검을 다시 잡으려난 찰나.


“거기까지다.”


그 말과 함께.


스릉!


데미안의 검격이 폭발적인 마나를 내뿜으며, 푸른빛으로 일렁였다.


마나 소드.

데이비스의 불투명한 빛깔의 마나 소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선명하고 강렬한 빛깔.

그것은 데이비스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런 힘을. 어째서 그런 힘을. 왜 그런 힘을 숨긴 것이냐. 어째서! 어째서!!!!”

“드러내지 못한 게 아니라, 드러내지 않은 거다, 애송이. 네 녀석의 검 따위를 막는데는 그저 강철검 하나로 충분했으니까.”

“이이익!”


데이비스의 안구가 충혈되며 빨갛게 물들었다.

마나 탈진을 뛰어넘어 마나 중독.

과도한 감정의 흔들림.

그리고 과도한 마나의 발현.


데이비스가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검을 다시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데미안의 검이 데이비스의 목을 향해 수평으로 그어졌다.


이윽고.


서걱!


섬뜩한 소리와 함께.


휘리릭!


데이비스의 일그러진 얼굴이 공중으로 날랐다.


“스승님!”


하늘로 떠오른 데이비스의 목을 보며, 종기사들이 기겁했다.

데이비스의 죽음.

그것은 그들 입장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더욱 믿을 수 없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어딜 한눈을!”


그 말과 함께 베이런의 검이 스콰이어 에릭을 향했다.

순간, 집중력이 흩어진 그가 화들짝 놀랐다.


“크억!”


스콰이어 에릭.

종기사들 중에 가장 뛰어난 기량을 지녔던 에릭.

그의 가슴에 끔찍할 정도의 자상이 남겨졌다.

이윽고.


후드득.


털썩.


내장과 피를 한웅큼 쏟아내며 쓰러졌다.

모두의 시선에 데미안에서부터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옮겨갔다.

베이런.

애송이 서생이라 평가받던 그가, 영지 최고의 종기사를 이긴 것이다.

그레인이 넋이 나간 듯 그것을 바라보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군.”


그 누구보다 경험이 많기에 그는 이번 전투가 얼마나 불리한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죽음까지 각오했다.

하지만 실제로 죽은 것은 그들의 적이었다.


이 모든 상황의 주인공.

데미안만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그 말과 함께 나머지 세 종기사가 전의를 잃었다.


철그렁.


곧 그들이 검을 내려놓았다.


“하, 항복하겠습니다.”

“사, 살려만 주십시오.”


털썩.


무릎을 꿇었다.


사상자는 0명.

완벽한 승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9 보고파아
    작성일
    23.04.20 13:26
    No. 1

    내기로 롱락한뒤 검으로 농락하시지. 떡밥 하나가 아깝잖아요.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취서생
    작성일
    23.04.20 13:53
    No. 2

    데미안이 쓸데없이 싸움을 길게 가져가는 동안 남은 3명의 종기사들은 그냥 구경하고 있었나봐요. 베이런과 에릭은 적당히 싸우고 있었더라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1 우카카
    작성일
    23.04.20 15:57
    No. 3

    글자수가 8천이 넘어가는 관계로 생략했습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영주는 복수를 원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4월 24일 화요일 예약글 오류가 있었습니다. 23.04.25 145 0 -
공지 연재시간이 평일 18시로 변경됩니다. 23.04.14 2,023 0 -
34 1212 +3 23.06.25 396 3 1쪽
33 31화 +7 23.06.22 559 9 2쪽
32 25화 +2 23.06.19 660 11 8쪽
31 24화 +2 23.06.19 707 11 15쪽
30 30화 +3 23.04.28 1,957 48 15쪽
29 29화 +1 23.04.27 1,772 44 13쪽
28 28화 23.04.26 1,976 53 16쪽
27 27화 +2 23.04.25 2,067 49 15쪽
26 26화 23.04.24 2,355 49 16쪽
25 25화 23.04.23 2,478 59 15쪽
24 24화 23.04.23 2,534 56 15쪽
23 23화 +2 23.04.22 2,541 53 18쪽
22 22화 +3 23.04.22 2,620 53 15쪽
21 21화 +1 23.04.21 2,683 54 17쪽
» 20화 +3 23.04.20 2,736 52 18쪽
19 19화 23.04.19 2,653 57 11쪽
18 18화 23.04.18 2,677 57 13쪽
17 17화 23.04.17 2,756 54 15쪽
16 16화 +4 23.04.16 2,873 59 15쪽
15 15화 +1 23.04.15 2,899 61 15쪽
14 14화 +3 23.04.14 2,916 56 16쪽
13 13화 23.04.13 2,998 62 15쪽
12 12화 23.04.12 3,048 65 13쪽
11 11화 +2 23.04.11 3,092 66 14쪽
10 10화 +5 23.04.10 3,138 62 16쪽
9 9화 +4 23.04.09 3,088 64 14쪽
8 8화 +2 23.04.08 3,294 58 16쪽
7 7화 +2 23.04.07 3,392 7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