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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카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영주는 복수를 원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우카카
작품등록일 :
2023.04.02 05:39
최근연재일 :
2023.06.25 06:0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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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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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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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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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0화

DUMMY

사십.

삼십구.

삼십팔.

삼십칠.


점차 줄어드는 수하들의 숫자를 지켜보며 제이슨은 이를 갈았다.


‘소, 소영주가. 그 멍청하고 아둔한 소영주가 저렇게 강해졌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제이슨.

그는 한때 경비대장으로 복무했고, 선대 영주와 데미안 소영주와도 안면이 있었다.

먼 발치에서 발아본 데미안 소영주.

무능했고, 무식했으며, 또한 게을렀다.


경비대장으로 복무할 때. 데미안이 검을 잡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뿐이랴.

일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일개 훈련생과의 대련에서 장렬히 패배한 사건은 북부 일대에 큰 파문을 일었다.


훈련병에게도 패하는 후계자라니.

다른 곳도 아니고, 이곳은 북부다.

강자를 따르는 북부 기사의 전통을 생각하면 너무나 부끄러운 일.


분명 소영주의 그릇과 실력은 그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제이슨은 데미안의 실력을 지켜보며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서걱.

서걱


"끄악!"


점차 다가오는 비명성.

눈앞의 부하도 목이 달아났다.

남은 숫자는 이제 겨우 스물.

부하를 앞세워 뒤에 물러섰지만, 그것도 한계에 봉착했다.


‘어, 어떻게 해야 하지. 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냔 말이다!’


손발이 덜덜 떨렸고, 오줌이라도 지릴 것만 같았다.

무언가 해야 했다.

하지만 감히 나설 실력도 담력도 없었다.

그저 줄어가는 수하들의 숫자만 확인하며 절망할 뿐.


제이슨이 애가 닳아 통밥을 굴렸다.

그리고 떠올린 전략.

방법은 몇 개 추릴 수 있었다.


첫 번째. 이대로 수하들을 버리고 도주하는 것. 하지만 이곳은 북부지대고 도망칠 곳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도주한다면 고기방패가 되어야 할 부하들도 일시에 도주할 터. 그러면 가장 좋은 제일의 타겟은 제이슨이 분명했다.


두 번째는 간단했다. 지금이라도 수하들과 합심해서 소영주를 시해하는 것. 그리고 그 목을 이웃 영지인 고든 자작에게 바치고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다.


하지만 둘 다 요원한 일이었다.

애초에 데미안 소영주의 실력으로 보건데, 그 어떤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찰나.


데미안의 검격이 뚝 멈췄다.


“....!?”


순간, 머릿속에 물음표가 껌뻑였다.

그것은 제이슨만이 아니었다.


“소, 소영주님?”


베이런.

여동생에게 부축받고 가까스로 서 있던 소년의 눈에도 의문이 떠올랐다.

그런 그를 향해 데미안이 자신의 검을 던졌다.


피잉!


촤르르르르.


데미안의 롱소드.

방금 전까지 혈겁을 일으켰던 피 묻은 그것이 흙 바닥을 구르며 발치에 차였다.


데미안이 검을 버리자, 왈패들의 얼굴에 생존의 욕망이 피어올랐다.

순간.

단도를 꺼내들며 맨손의 데미안을 향해 덤벼들 생각인지, 살기가 피어올랐다.

반대로 그레고리 집사장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언성을 높였다.


“무슨 짓이십니까, 소영주님! 검을 버리시다니요. 어서 제 검을 받으시지요.”

“아니. 지금부터 이 전장을 내 것이 아니다.”

“그게 무슨!?”


데미안은 눈은 그레고리 집사장을 향하지 않았다.

베이런.

상처 입은 한 마리의 야수를 향했다.

데미안이 조언했다.

아니, 명령했다.


“검을 들어라, 소년. 눈앞의 적은 네 것이니. 자신의 원수는 자신이 목숨을 걸고 건곤일척을 하거라. 그것이 북부 전사의 숙명이니, 나 카를로스의 소영주 데미안은 너에게 네 복수를 마무리 짓기를 명한다.”


북부 전사의 숙명.

은혜는 더 큰 은혜로. 원한은 더더욱 큰 복수로 갚는 것.

그것이 바로 북부의 기사도다.


데미안이 복수의 열망에 타오르는 것도 어쩌면 북부인의 기질 때문일지 모른다.

그것이 바로 북부의 전통이자 사내의 덕목.


그 말에 의외의 인물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제이슨이었다.

그는 북부인이었기에 데미안의 말을 이해했다.


"명예 결투를 말하시는 겝니까?"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예 결투.

그것은 중앙 대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북부만의 복수전을 뜻한다.

당사자 외에는 그 어떤 자도 간섭할 수 없으며, 한 명과 한 명의 검사가 신분과 실력을 떠나 건곤일척의 승부를 겨루는 행위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명예 결투는 그 어떤 자의 방해도 없어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지금은 북부에서도 거의 사장된 결투 형태. 데미안이 그 숨겨진 카드를 꺼냈다.


"크흐흐. 크하하하하! 정말이십니까? 크하하하핫!"


제이슨이 하늘이 떠나가라 웃음을 터트렸다.


베이런. 일개 소년에 불과한 빈약한 서생이다.

심치어 치명상에 가까운 찰과상과 자상은 그렇지 않아도 큰 격차를 더욱 벌려놨다.

무시무시한 데미안의 난입이 없다면 그야 말로 식은 죽 먹기.


'거져먹기군. 겨우 저 따위 소년과 검으로 승부를 내면 내 필승이다!'


제이슨이 조심히 물었다.


“소, 소영주님. 그렇다면 제가 이긴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너의 목숨은 내가 취할 것이 아니다. 먼저 빚을 받아야 할 자는 바로, 눈 앞의 소년이지. 만약 네가 이긴다면 결과에 승복하고 네 녀석을 방면해주지.”

“마, 맞습니다! 정녕 맞는 말씀이십니다!”


제이슨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데미안의 비위를 맞추었다.


‘사, 살았다! 저 무시무시한 소영주가 검을 버렸어. 거기다가 내 목숨도 보장해준 것과 다름이 없는 거야.’


이유가 어찌했든, 이것은 기회였다.


살아날 수 있는 기회.

당장 저 허약한 소년을 처리하고 도주의 기회를 노린다면.

아니, 그 전에 승리의 결과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의 목숨을 구명해달라고 한다면.

들어줄 수밖에 없는 신성한 승부다.


제이슨의 눈에 생기가 샘 솟았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그의 생기보다 더욱 큰 살기와 오기가 일렁이고 있다는 것을.


바로 미래의 검성, 베이런이었다.




***




복수.

그 단어에 베이런의 죽은 눈에 활기가 띄었다.

그리고 두 눈동자에 독기가 가득 찼다.


그 순간.

데미안은 회귀 전의 베이런을 겹쳐볼 수 있었다.


독기의 베이런.

검성 베이런이란 별명보다 독기의 베이런이란 말이 그에게는 더욱 걸맞았다.

비록 나이와 경험을 그때보다 떨어질지 몰라도 지금의 베이런은 데미안이 알던 외팔 베이런과 꼭 같았다.


스릉.


베이런이 검을 들었다.

그 순간 응축된 살기가 피어올랐다.

평생 공부만 한 손이 정녕 맞는지, 본능적으로 정확한 파지법으로 검을 잡았다.

그 순간.

방해꾼이 있었다.


“너, 너무하세요! 소영주님!”


베이런을 부축했던 소녀가 두 주먹을 불끈 지고 빼액 소리를 질렀다.

병색이 완연하다고 하나 백금발의 앙증맞은 이목구비가 어둠속에서도 꽃을 피웠다.

그런 그녀의 말에 데미안이 물었다.


“넌?”

“여기 탈진해서 쓰러진 베이런의 동생, 엘리스라고 하옵니다.”


오물이 가득한 골목길 어귀이지만, 오직 그녀만이 달빛 아래 찬란하다.

제이슨이 엘리스를 어째서 그리 원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녀가 월광을 맞으며 치마를 양손으로 들며 인사했다.


귀족가의 예법.

겉보고 따라하는 수준이 아닌, 정확한 각도와 발재간이다.

베이런과 엘리스의 신분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지.

데미안이 되물었다.


“뭐가 너무하다는 거지?”

“카를로스 가문의 정당한 계승자시여. 지금 저희 오라버니 베이런은 검을 들 수 있는 상태가 아니예요, 아니, 애초에 검을 한 번도 든 적 없는 서생출신인데 전직 경비대장을 상대하라니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부디 다시 검을 잡으시고, 정의를 실현하시기를 청합니다.”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베이런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으니까.


엘리스가 간절히 베이런의 손을 맞잡았다.


"오라버니!"


어여쁜 동생.

베이런의 삶의 원동력.

그녀가 우수에 젖은 눈으로 베이런을 응시하며 양 어깨를 흔들었다.

정신을 차리라는 듯 애원했다.


“됐어. 이제 그만하자. 북부인의 명예고, 뭐고 간에 무슨 곁투고 부슨 복수야! 이제 소영주님께서 저 놈들을 벌해주시면 되는 거잖아. 내일 영지재판에 넘기면 그동안 지은 극악한 죄와 함께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놈이야!”


엘리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의 바람대로 이대로 물러나는 것도 괜찮다.

만약 이전의 소문같은 소영주면 몰라도, 눈앞의 데미안은 언뜻 보기에도 걸물 중의 걸물이었다.

공명정대하고 용맹했으며, 전사 중의 전사다.

그가 제이슨을 어찌 처리할지는 분명해보였다.


아마 내일 아침이 되기도 전에.

여기 있는 왈패들의 대부분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게 분명했다.


하지만.

정말 그게 정의구현일까?

정말 그걸로 괜찮은 걸까?


그의 마음속에 무언가 알 수 없는 분노가 불길처럼 타올랐다.


자신을 모욕하고.

더 나아가 여동생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려 했고.

자신의 인생을 뒤틀어 버리려했던 녀석.

아니, 이미 베이런이 알고 있는 몇몇 여인은 흐르는 돈 강에 몸을 투신한 경우도 있었다.


그들의 복수.

아니 그들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베이런의 복수는 온전히 그의 것이었다.

비록 이 눈앞의 고귀한 존재조차 범접할 수 없는 그런 복수.


잠시 고민하던 베이런은 결국 주먹을 움켜쥐었다.


스릉.


비틀거리며 애써 검을 잡은 베이런은 데미안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소영주님. 쿨럭. 이, 이아이가 아직 소영주님께서 베푸신 은혜가 얼마나 큰지를 몰라 소영주님께 실언을 한 겁니다. 부디 용서하시길, 쿨럭. 컥.”


거친 숨을 내쉬며 토혈하던 베이런은 곧 건방진 여동생을 변호했다.


“이해한다. 하지만 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 어찌하겠는가. 네 녀석이 검을 들면 복수의 기회를 주지. 거부한다면 내가 저 녀석을 처리할 터.”

“받아들이겠습니다. 저도 북부의 사내입니다. 저 간악한 제이슨에게 북부의 명예 결투를 신청합니다.”


베이런이 가까스로 검을 들고 선언했다.


이제 둘의 결투에 끼어들 수 있는 제3자는 없다.

심지어 이 영지의 주인인 데미안조차도.

그것을 지켜본 제이슨은 씨익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어줍잖은 흥정을 내뱉었다.


“만약 제가 이기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요, 소영주님.”

“살고 싶은가.”

“예. 빌어먹을 정도로 살고 싶습니다요.”

“복수는 이제 베이런의 것. 내것이 아니다. 만약 베이런을 쓰러트린다면 너 또한 무사히 이 영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겠지. 어떤가. 받아들일 텐가?”

“후후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요. 이렇게 제 목숨을 구할 기회를 주시다니, 으흐흐흐흐.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 녀석은 검 한번 안 잡아본 애송이 문관 지망생 녀석입니다. 서생이란 말입니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만약 네 녀석이 이긴다면 고이 보내주지. 그것이 그 누구고 침범할 수 없는 명예 결투의 신성한 의무이자 권리이니.”

“감사합니다, 흐흐. 아주 감사드립니다요, 나으리.”


예상도 못한 조건.

제이슨의 얼굴에 생존에 대한 거대한 욕망이 어른거렸다.



***



엉성한 자세.

지금까지 제대로 된 검 한번 잡은 적 없는 초심자의 모습이다.


그것에 제이슨은 쾌재를 불렀다.

잠시나마 긴장했던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크하하하하! 내 20년간 검을 잡으면서 네놈 같은 초보자는 처음 보는군. 당장 네 녀석을 반으로 갈라주마.”


그 말과 함께 제이슨이 검을 치켜들고, 골목의 끝으로 돌진했다.


두두두두두두두!


마치 마상 기사의 돌진처럼.

육중한 육신이 그대로 모든 것을 짓밟아버릴 것만 같다.


순간, 데미안과 집사장의 얼굴이 이채를 띤다.


‘나쁘지 않군.’

'제이슨이 이 정도였단 말인가. 과연.'


제이슨의 돌진을 지켜본 데미안의 솔직한 평가.

변경 영지에서 썩을 만한 실력은 아니다.


기사급.

검을 제대로 배웠고 그 깊이도 나쁘지 않다.

아마 다른 영지에서라면, 그 인성이 어땠든 간에 중히 쓰일 만한 실력.

병사들 사이에서 수위를 다툴 만한 재능이다.


역시.

이런 작은 영지의 뒷거리라도 그것을 발아래에 둘 만한 그런 자격은 있었다.


소영주의 얼굴이 변한 것을 지켜보며.

제이슨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실력을 인정해주었다 생각했다.

훌륭한 일격으로 승부를 마무리지으면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가 외쳤다.


“죽어-라-앗!”


그의 돌진이 끝의 끝에 닿았다.

목표는 베이런.

이제 처음 검을 잡고 엉성한 자세를 한 소년이자, 이제 곧 진창에 내장을 쏟아낼 불쌍한 소년이다.


후웅!


그런 소년을 반으로 가를 듯.

매서운 검격이 위에서 아래로 향했다.


단순한 내려치기가 아니다.


돌진할 때의 운동에너지가 점층된 일격. 무려 잭 헤임 지역의 리히테나워 유파 검술이다.


리히테나워 유파의 검술.

격투술과 검술이 접목된 접목시킨 것으로서 압도적인 힘으로 적을 찍어누른다.

특히나 지금 제이슨이 쓰는 내려치기는 폼탁(Vom Tag)이라 불리는 검술로서 힘으로 적을 찍어뉴르는 것.

곰 같은 체형의 제이슨이 가장 자신할 만한 스킬이다.

부상을 입은 체격 작은 베이런이 막아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덩치는 곰 같지만 머리는 여유같이 영리한 수법이다.

방탕하지만은 단숨에 한 영지의 경비대장을 차지할 수 있게 해준 검술. 그것이 베이런을 향했다.


후우웅!


실제로 거친 바람과 함께 그의 검이 베이런의 작은 육신을 수직으로 가르려는 찰나.


"아아!"


베이런의 여동생은 질끈 눈을 감았다.

그녀는 베이런의 죽음을 직감했다.

모두가 베이런의 패배를 점치 순간.


부-우우욱!


북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후두둑.


내장이 길거리에 흩뿌려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들리는 비명성과 경악성.


“으, 으악!”

"젠장! 일격이다!"


순간 결투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몸이 굳었다.

모두의 예상대로 승부는 일검에 끝났다.


뚜벅.

뚜벅.


데미안은 천천히 걸어갔다.

베이런의 이름 모를 동생을 향해서.


“이봐, 건방진 소녀씨.”

“흑. 흐윽.”


데미안이 소녀를 불렀지만, 그녀는 양손으로 눈을 가린 채 눈물을 삼켰다.

그녀도 귀가 있었고 비명성을 들을 수 있었다.

주르륵 흐르는 눈물이 얼굴을 모두 적셨다.


“너, 너무해요. 너무해! 우리 오빠가 죽었다구요. 흐윽.”

“무슨 헛소리야. 잘 보라고. 네 오빠가 동생을 위해 이긴 모습을.”

“...예!?”


그 말과 함께 소녀는 두 눈을 떴다.

그리고 보았다.


“아, 아아!”


반으로 갈라진 육중한 시신.

그것은 그녀의 소중한 오빠가 아니었다.

언제나 고아원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음담패설과 함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던 사내.

그 끔찍한 남자가 고깃덩이가 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시신 위에 한 남자가 있었다.

매일 같이 얼굴을 보아온 세상 심각한 얼굴을 했던 소년이 진정한 북부의 전사가 되어 서 있었다.


“오, 오빠!”

“.....”


여동생의 부름에도 베이런은 우뚝 선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여동생을 끌어안기는커녕.

그의 시선은 여전히 자신이 든 롱소드를 향했다.


기묘한 눈빛.

그것은 살인을 경험한 자의 공포나 경이가 아니었다.

마치 사랑에 빠진 듯한 표정.

그것은 베이런이 양손으로 잡은 롱소드를 향해 있었다.


‘역시 누가 검에 미친 새끼가 아닐까봐. 완전 사랑에 빠진 남자의 표정이잖아.’


역시 예상했던 대로다.

데미안이 숨소리마저 골목 끝에서 들릴 정도의 고요.

그 한가운데서 데미안이 선언했다.


“승자는 베이런! 패자는 제이슨인지 뭔지 할튼간 저기 반으로 갈라진 쓰레기 자식이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이 날.

회귀 전의 과거와 달리 훨씬 이른 시점에 외팔의 베이런이 검사로 거듭났다.

아니, 이젠 양팔이 온전한 독검의 베이런이 탄생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사실 하나.

길거리에서 반으로 쪼개져 객사한 제이슨이 원래의 역사보다 훨씬 일찍 죽었다는 사실이다.


'제이슨이 죽었구만. 그것도 무명의 신출내기 검사에게 말이지.'


데미안은 해사한 웃음을 지었다.

단순히 악인의 죽음이 기꺼웠기 때문이 아니었다.

데미안을 알고 있었다.

제이슨이 누구의 비호를 받고 이렇게 뒷골목의 왕으로 군림하는지.


그것은 바로 기사장 데이비스.

제이슨의 이복형제이자 영지의 군권을 쥔 자였다.


‘이제 그 녀석이 이제 어떻게 나올까.’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막 뒤를 돌아 사라지려는 그때.


"잠깐!"


어디선가 데미안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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