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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카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영주는 복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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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카카
작품등록일 :
2023.04.02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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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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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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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2화

DUMMY

“카를로스의 주인인 내가 검을 익힌 게 죄가 되나?”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카를로스의 주인이라면 기사 중의 기사가 됨이 바람직한 일이지요.”


북부는 전사를 원한다.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 강인한 전사.

선대 영주 또한 영주이기 전에 한 명의 기사로 명성을 떨치지 않았던가.


하지만.


“소영주님께선 검 한번 제대로 익힌 적 없지 않습니까.”


하루아침에 사람이 변했다.

정확히 외관은 그대로이지만, 내면의 모든 면이.


그래 그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지만.

때론 작은 계기 하나가 인생을 송두리째 변모시키는 법이니까.


‘그러나 검의 영역은 다르지.’


데미안의 손은 검을 몰랐다,

굳은살은커녕 여인의 손처럼 부드러웠고.

카를로스 가문의 비기조차 완전히 익히지 못했다.


‘그렇다면 소영주님의 수준은 스콰이어는커녕 일반 병사보다 못한 수준인 게 정상이다.’


분명 그것이 정상일 터인데.

전날 밤.

그레고리는 데미안의 검을 보았다.


기사수업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했던 소영주이건만.

그날 데미안은 이미 어엿한 한 명의 검사였다.


달빛을 머금은 검이 붉은 선을 그리며 일렁였고.

그 칼날의 끝이 지나갈 때마다.

스물에 가까운 왈패들이 도륙 났다.

그것도 손속은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그 행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 영지의 주인된 소영주 입장에서 그들은 절대 용서하지 못할 악적이었으니까.


그러나 그것을 직접 실행하는 능력은 또 다른 문제다.

그날 그레고리가 본 데미안의 검술은 이미 완숙한 경지에 이른 노인의 것.

심지어 은은한 마나가 칼끝에 걸렸으니, 그레고리는 두 눈으로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집사장은 굳은 얼굴로 재촉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정녕 제가 알던 소영주님이 맞습니까?”


그레고리는 진지했다.

그는 카를로스 가문에 충심을 바친 자.

실제로 회귀 전에 카를로스 가문을 위해 목숨을 던지기도 한 충신이었다.


집사장의 눈에 짙게 깔린 의심과 의혹.


후우.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나.

긴 날숨을 내쉰 데미안은 곧 결심을 굳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집사장이다.

비록 그가 회귀 전에 자신을 위한 충심이 아닌.

카를로스 가문에 대한 충심으로 초개와 같이 몸을 던졌다지만.

은인은 은인이다.

대충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데미안 또한 처음과 달리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의심스럽고 당황스럽겠지. 망나니에 불과했던 내가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됐으면.”

“예. 저는 솔직히 도플갱어나, 흑마술의 하나로 생각했습니다. 최근 영지에 정체 모를 흑마법사 한 명이 몰래 들어왔다는 소식도 있었으니까요.”

“그래. 그리고 그게 사실이 아니란 건 이미 알 테고.”


그레고리 집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그레고리 집사장도 모종의 조사를 걸쳐 확인했다.

지금 이 눈앞의 소년은 그가 알던 소영주인 건 확실했다.

문제는 그렇기에 더 믿을 수 없다는 것이지.


“소영주님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지금 와서 왜 이렇게 변하신 겁니까. 이미 이 영지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몰락하고 있습니다. 왜 하실 수 있다면 진작 이렇게 변하지 않으신 겁니까.”


그레고리 집사장의 목소리에 감정이 실렸다.

그리고 그레고리의 감정은 더욱 격렬해졌다.


“왜 늙은 이 사람이 희망이란 걸 품게 만드시는 겁니까!”


그레고리 집사장이 지금 원하는 건 설명이었다.

데미안의 이 뜻밖의 면모의 계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목적은 무엇인지.

앞으로 카를로스 영지를 어떻게 할 건지.


그리고 희망을 품어도 되는 것인지!


어젯밤.

데미안이 존슨 가의 향락가를 향한 날.

그레고리는 오랜만에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


‘또 다시 망나니로 돌아가신 것인가.’


베델 상단의 마수를 물리치고.

날뛰던 문신들을 일순에 소탕한 것을 지켜보며 다시 한 번 희망을 품었지만.

그 희망만큼 다시 한 번 더욱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


예전 같은 순간의 변덕.

비쩍 골은 소년과 미색이 고은 소녀 한 명과의 어이없는 내기는 점입가경이었다.


하지만 그 내기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 아이. 재능이 상당하더군요.”

“그래. 베이런이 전직 경비대장 녀석을 해치운 건 우연이 아니지.”

“하지만 출신이 천합니다. 기사들이 반발할 겁니다.”

“반발? 후후후.”


데미안은 순간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돌변했다.

순간 얼굴을 굳힌 데미안은 진지한 얼굴로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내 이름은 데미안 폰 카를로스. 이 영지의 정당한 주인이지. 내가 이 영지에서 하지 못할 일이 있는가?”

“...아닙니다.”

“그러하면 내 권위가 그들보다 아래에 있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내 검이 약한가?”

“...그 누구보다 강하십니다.”


그 말을 끝으로 데미안은 자신의 힘을 드러냈다.


우우우우웅.


체내의 마나와 대기의 마나가 함께 공명하며 소용돌이친다.

이것이 바로 데미안이 익힌 검술의 힘.

회귀 전 황제가 그토록 가지고 싶어 했던 무의 극의.

만약 데미안이 온전한 신체 능력을 지녔었다면, 무극의 경지에 이르렀을 비의다.


물론 온전치는 않았다.

아직 데미안의 육신은 무르익지 못했고.

이제 막 자그마한 마나 코어를 형성했을 뿐이지만.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평균을 아득히 상회한다.

한 명의 영주로서. 그리고 한 명의 기사로서도.


비록 마나 유저의 초입에 들어섰을 뿐이지만.

데미안은 이제 막 약관에 들어설 나이니까.


스물이 되지도 않은 나이에 자신의 체내에 마나를 담는 자는 많지 않았다.


굳어있던 얼굴의 집사장의 두 눈이 커지고, 곧 얼이 빠진 듯 쩍하니 입을 벌린다.


“언제. 도대체 언제 그런 경지에 이르신 겁니까.”

“당황스럽고, 의심스러운 것 안다. 그만큼 이전에 나에게 실망했기에 또 한 번 희망을 품기에 많이 지쳤겠지.”


하지만.


“이제는 기대해도 좋다. 네 기대에 부응하마. 이제 내 목표는 하나다. 영지의 부흥. 그리고 카를로스 영지를 물어뜯으려는 승냥이들에게 내 검을 쑤셔 넣어주는 것이지.”


광오한 선포.

스물도 되지 않은 소년이 뱉기에는 너무나 오만한 야심.


그러나 그레고리는 자신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떨림을 느꼈다.


“자네가 충성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선대 영주님. 내 아버님과 카를로스 가문인 것은 안다. 하지만 기다려라. 내 자네의 충심이 내게 향할 수 있도록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테니. 그 결과를 증명할 테니.”


예전의 데미안이 아니다.

철부지 망나니에 겁 많던 소년은 이제 그레고리 앞에 없었다.

그의 앞에 선 것은 당당한 군주.


그것도 회귀 전에는 수천의 용병단을 이끌고.

황제의 오른편에 섰던 용병왕 벨크였다.



*****




해가 중천에 뜰 무렵.

특유의 붉은 등 때문에 낮보다 밤이 더 활기찬 존슨가에 오랜만에 인파가 몰렸다.


휘잉!

휭!


처형식.

죄인의 목을 베는 집행인의 참수검이 춤을 추듯 공기를 가른다.


그곳에 사지가 포박된 채, 무릎이 꿇린 일련의 무리가 있었다.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그들은 당장이라도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그저 저희는 전직 경비대장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그랬습니다!”

“저흰 그저 푼돈이나 좀 벌자고 한 것이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존슨 가에서 왕처럼 군림하던 자들은 왈패들뿐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제이슨의 세력을 용인해온 치안대 또한 같은 한 패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망해가는 영지라도 이 정도까지 썩기는 쉽지 않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저희는 영지 기사님의 심복들입니다. 이러시면 안 되는 겁니다!”


그들의 뒷배는 무려 영지에 다섯밖에 없는 기사들이었다.


가신이라 불린 그들이 버티고 서있었기에 이토록 월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


병약하고 나약한 소영주를 대신해 북방의 경계를 지키는 기사들.

기사들의 권세는 하늘을 찔렀고.

그 휘하 병사들조차 자신의 구역에서는 마치 왕과 같은 권세를 누렸다.


그리고 더욱 황당한 건.

병사들 사이에 꿇린 한 노년의 남성이었다.


“저, 저는 그저 영주님의 명을 받들어 고아원을 성심성의껏 운영했을 뿐입니다!”


존슨 가에 위치한 영주 직할 고아원.

그곳의 원장 또한 죄인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뻔뻔한 면상을 바라보며 데미안이 되물었다.


“성심성의껏?”

“예. 정말 제 영혼을 갈아 넣어 진심을 다해 아이들을 보살폈습니다, 소영주님!”


이거 양심을 어디다 박아 넣었는지.

헛웃음이 절러 나온다.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모습이 꽤나 애처로웠지만.

전후 사정을 다 아는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가증스러운 게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데미안의 눈이 사자처럼 안광이 빛났다.


“그 진심이란 게, 여자아이들은 홍등가에 팔아치우고. 남자아이들은 노예로 팔아치운 것이냐!?”

“예....!? 그, 그걸 어찌!?”


캐면 캘수록 아주, 고구마같이 주렁주렁이었다.


단순히 베이런을 수하로 받아들이기 위해 나선 발걸음이었건만.

전수조사를 통해 파악된 현실은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대규모 인신매매.

그것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영주성 안마당에서.


예전에 회귀 전에는 왜 이것을 몰랐을까.

이놈의 영지는 썩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리고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이 대대적인 스캔들의 끈을 좇아 올라가다보니, 전직 경비대장을 거쳐.

영지의 다섯밖에 없는 기사까지 연이 닿았다.


물론 기사들은 그저 수하들의 잘못을 묵인한 것뿐이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죄의 심도가 이토록 깊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지금이라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 옆을 지키던 집사장이 호통쳤다.


“닥쳐라! 감히 죄인 주제에 무슨 변명이란 말이냐. 오늘 소영주님께서는 네놈들의 악죄를 처단하고, 영지의 기강을 다질 것이다!”

“히이익!”

“제, 제발!”

“으아아아아아악!”


구름같이 몰려든 인파가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데미안이 손짓을 하고.


스르릉.


집행인의 칼날이 다섯 병사들의 목을 갈랐다.


푸확!

뎅그렁!


존슨 가를 주름잡던 병사들.

거기에 고아원의 아이들을 사창가로 팔아치우던 고아원장까지.


모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것을 시작으로.

이윽고 터져나온 함성.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카를로스 영지 백성들의 함성소리가 높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처형장의 인근.

불 꺼진 홍등가에서는 여러 여인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있었다.


“아아....”

“흑, 흐윽.”

“저 개자식들. 나쁜 새끼들. 흑.”

“됐어. 이제 다 끝났어.”

“그래. 이제 된 거야. 소영주님께서 모두의 복수를 해주신 거야.”


존슨 가의 고아원.

그곳에서 팔려오듯 홍등가에 자리 잡은 여인들은 오늘.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



처형식이 있은 후.

이른 저녁.

영주성내 기사전용 연병장에서는 때 아닌, 고성이 터져 나왔다.


“뭣!? 그놈들이 죽었다고? 누구한테! 누가 우리 애들을 죽였다는 거냐!”

“그, 그것이 소영주님께서 직접 재판을...”

“재판!? 그 망나니 녀석이 무슨 재판이란 말이냐! 겨우 천한 놈들 따위 때문에 병사들을 죽이는 영주가 어딨어!”


콰앙!


카를로스 영지의 치안과 병권을 책임지는 기사는 노성과 함께 발을 굴렀다.


“히익!”


소식을 전한 병사는 그들의 진노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이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다.

병사를 지휘하는 자는 공식적으로 데미안 소영주이지만,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믿는 자는 많지 않았다.

이미 기사들은 데이비스의 휘하에 있었고, 병사들은 이미 사병화되어 데이비스의 명에만 움직였다.

심지어.


'제이슨이라니. 감히 내 동생을 그런 식으로 처리해?'


말도 안 된다.

데이비스가 제이슨과 같은 핏줄임을 아는 자는 극히 드물었지만, 그것 따윈 알 바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단 하나.

바로 그의 동생이 무슨 짓을 했던 간에 비참하게 삶을 마감했다는 사실.


'내 건방진 소영주의 콧등을 눌러주리라. 예정된 시간보다 더 빨리 움직일 수고 있겠어.'


한 영지의 기사가 그의 주인에게 품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문제 삼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데이비스.

그는 이 영지의 실질적인 지배자이자 군권을 쥔 자였으니까.


쿠웅.

쿠웅.


그가 황급히 소영주를 알현하러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오히려 그를 먼저 찾아온 자가 있었다.


"여기 있었군, 데이비스. 날 찾았다고 들었네만?"


데미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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