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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카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영주는 복수를 원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우카카
작품등록일 :
2023.04.02 05:39
최근연재일 :
2023.06.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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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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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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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8화

DUMMY

집사장은 오랜만에 서류에 파묻혀 업무에 집중했다.

일견 버틀러라는 직종을 잘 모르는 자들은 집사를 시중과 동일 선상에 놓기 십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집사는 자신의 주인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참모이자, 영지의 대소사를 아우르는 최정점의 관리직.

실제로는 행정과 재정에 관해서 두루 영향력을 끼치는 상급자란 소리다.

그런 의미에서 그레고리는 꽤나 훌륭한 집사장이었다.

그는 웬만한 행정 업무는 영주를 대신할 수 있을 식견이 있었고, 수십 년을 선대 영주를 보필한 경험이 있었다.

거기에 베델 상단주로 말미암아 일시적으로 마비된 행정, 재정 업무를 매끄럽게 운용할 능력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그는 카를로스 영지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없었다.


데미안이 제 정신을 차리고, 업무 전선에 복귀한 후.

그레고리는 예전에 그러했던 대로 활기 있게 밀려 있던 업무를 빠른 속도로 처리했다.


팔랑.

팔랑.


재정부와 행정부의 가신들이 기안한 문서를 모두 결재했을 때 즈음.


끼이익.


집사장실의 문이 열렸다.

노크 하나 없이 이곳에 들어올 인물은 단 한 명.

데미안뿐이었다.


“오셨습니까, 소영주님.”


황급히 그레고리 집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요즘 많이 바빠보이는군.”

“덕분입니다. 그동안 행정부와 재정부 녀석들이 뺏어간 업무를 다시 찾아왔으니, 바쁠 수밖예요.”

“내가 괜히 업무만 던져준 것 같구만. 앞으로 1년 녹봉을 내기로 행정부와 재정부의 모든 권한을 집사부에 이관했으니 말이야.”

“얼마 전까진 잔심부름만 하는 게 끝이었는데, 이제 권한과 책임까지 늘어나버렸군요.”

“그래. 그래서 싫은가?”

“.....”


말과 다르게 그레고리는 그리 싫은 내색을 찾기 힘들었다.

당연했다.


기안한 서류를 결재하는 권한.

번거로운 일일 수 있겠지만, 그만큼 집사장이 거느린 집사부 집단의 권력이 커지는 행위다.

데미안이 그 권력을 집사부에 이양한 이유.

간단했다.


“이제 집사장이 완전히 영지내의 대소사를 모두 책임지는 거야. 내 대리인이란 소리지.”

“예. 책임이 막중합니다.”


그레고리가 피곤함을 떨쳐내려 미간을 손가락으로 짚은 후 씨익 웃었다.

기꺼웠다.

데미안의 공백 동안 엉망이 된 영지의 여러 권력의 추.

그것을 한곳으로 모으는 작업이 필요했다.

영주의 손발이라 할 수 있는 집사부의 강화는 곧 데미안의 권력이 강해지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그레고리 집사장은 회귀 전에 데미안을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던졌다.

그 보상임과 동시에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아군이라는 소리다.


문제는.....


“문제는 기사 녀석들입니다.”


그레고리가 진지한 얼굴로 토로했다.

데미안도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비스 녀석이 기사단장이던가?”

“예. 3대째 카를로스 남작령의 기사로서 봉토를 받아 섬기고 있습니다. 문제는 요즘들어 북부 마물 토벌에 꽤나 소극적인 것 같다는 점입니다.”

“그래. 그리고 내가 알기로 사적으로 병사들을 유용한다고 알고 있는데, 맞나?”

“..... 역시 알고 계셨습니까?"


그레고리가 순간, 깜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떴다.

무례한 데이비스가 기사의 본분을 잊고 병력을 사적으로 빼돌린다는 사실.

영지의 일이라면 빠삭한 집사장도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것을 데미안이 단번에 알아채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내 그레고리는 동그랗게 뜬 눈을 한 채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훌륭하시군요."


영지의 모든 일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데미안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런 상세한 내용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던 모양이다.

그레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참담하지만, 그렇습니다.”


집사장이 주먹을 불끈 쥐며 이를 갈았다.


병권.

그것은 한 지방의 영주가 영주일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이자 힘의 근원이었다.

그 병권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자신의 의무를 방관하는 행위. 분명 대역죄에 참수형이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그런 데이비스를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명분은 충분한데, 문제는 내 병부에 내 직속수하가 아무도 없다는 것인가?"

"예. 솔직히 말하면 데이비스 녀석이 소영주님의 직속수하이지만, 이미 녀석은 병부를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만약 기사들이 딴 마음을 품는다면, 그것을 제지할 기사와 병사들이 얼마나 될지......"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당연했다.

이 영지의 주인 앞에서 반란이란 말을 쉽게 입에 담을 순 없으니까.


그 불쾌한 얘기를 데미안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 영지가 무너졌을 때, 데이비스 녀석은 반란을 일삼았지. 심지어 내 편을 들었던 기사들을 가장 먼저 척살했고.'


데이비스 기사장.

이 영지의 병권을 쥐고 있는 그는 반란의 씨앗이다.


"내 부덕이다."


데미안이 자신의 잘못을 다시금 뼈아프게 인정했다.

그 모습에 그레고리는 다시 한번 놀랐다.


"인정하시는 것입니까?"

"물론이지. 내가 개판이라 그렇게 된 건데, 인정 안 할 것도 뭐가 있나."

"허어. 정녕. 정녕 달라지셨군요."


그레고리가 다시 한번 감탄했다.

자신의 실책과 과거를 언급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니.

고집을 내세우지 않고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은 성군의 많은 자질 중 하나였다.


잠시 감격에 겨워 몸을 떨던 그레고리가 정신을 되찾았다.

그가 강렬한 눈빛을 보이며 멀었다.


"그래서 하명하실 것이 있습니까?"

"그럼 우선, 자네와 함께 잃어버린 군권을 되찾으러 가야겠군. 녀석의 약점을 노려야겠어."

"훌륭하신 생각이십니다. 그러면, 기사 단련장으로 가시면 됩니다. 모시겠습니다."


그레고리가 서류를 내팽겨치고 먼저 발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런 그레고리를 만류하며 데미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아니지. 그레고리."

"예!?"

"녀석의 약점은 병부가 위치한 연병장이 아니지."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사창가로 가지. 그곳이 바로 녀석의 약점이다."


데미안의 말에 순간 그레고리는 얼굴을 와락 구겼다.

사창가.

그곳은 얼마 전까지 데미안이 매일같이 드나들던 타락한 장소였다.



***



늦은 밤.


“오빠! 여기야, 여기!”

“오늘 물 좋아요! 신입이 왔다구요!”

“꺄르르르.”


정오에 진창을 가득 채웠던 악취가 채 가시기도 전.

존슨가는 코가 아릴 정도의 분내와 함께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홍등의 불이 하나둘씩 피어오르고.

거리의 주점은 하나둘씩 문을 열었다.


어둠이 조금씩 자리를 차지하는 골목의 한 구석.

그곳에 여러 인파가 몰려있었다.

그 가운데 유독 덩치가 다른 소년들의 배는 될 만한 중년인이 있었다,

바로 이 골목의 주인.

폭군 제이슨이었다.

산적 같은 머스타시 수염의 제이슨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한 소년을 구석으로 몰았다.


“베이런. 네 녀석. 오늘도 이렇게 어물쩡 넘어갈 생각이냐고.”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다. 네 녀석에게 진 빚은 반드시 갚을 테니.”

“크하하하! 네 녀석이 빚을 갚아!? 어림없는 소리지. 그 말만 지금 4달이나 넘은 거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군.”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제이슨은 자신의 애병을 바닥에 처박았다.


쿠웅!


웬만한 소년보다 더 큰 모닝스타가 제이슨의 완력에 힘입어 돌바닥을 뚫고, 진동했다.

주위에 가만히 도열한 패거리들은 조용히 전율했다.

매일같이 보는 완력이라지만. 볼때마다 경탄할 수밖에 없다.


긴장감이 감도는 와중에 베이런이라 불린 소년은 겁에 질리기보다, 가만히 제이슨을 노려보았다.

그것은 혐오였다.

마치 길거리의 더러운 들개를 봤을 때의 그런 혐오의 시선.


‘이, 이게!?’


기가 죽기는커녕, 오히려 도발적인 그 기세에 제이슨은 순간 열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그는 예전부터 이 눈앞의 소년이 마음에 안 들었다.


제이슨은 이 거리의 주인이었다.

정확히는 이 거리 사창가의 주인.


카를로스 영지가 카를로스 가문의 것이라지만, 이 거리만은 그가 영주 부럽지 않은 권력을 누렸다.


그의 말 한 마디에 이곳 여자들은 가랑이를 벌렸고.

남자들은 실실거리며 자신의 발아래 조아렸다.


전직 경비대장이라는 출신.

이전부터 구역의 치안을 담당했었기에 이곳 속사정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결과 은퇴와 동시에 경비대라는 연줄을 동원하여 이 골목의 주먹패를 모조리 쓸어버렸고.

그 공백을 이용하여 그는 쉽사리 이 골목을 장악할 수 있었다.


그는 왕이었다.

이 거리의 왕.

모든 이들이 감히 얼굴을 마주치지 못하는 폭군.


하지만 이놈만은 예외였다.

감히 고아원 출신 주제에 이 눈앞의 애송이 녀석은 언제나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았다.

심지어 두려워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건방진 자식.’


그는 내내 그것이 못마땅했다.

그러던 찰나.

이 재수 없는 소년, 베이런의 약점을 잡을 기회가 생겼다.

갑작스레 병을 얻은 여동생.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는 녀석이 하나뿐인 혈육은 자기 목숨보다 아낀다.


베이런이 아무리 날을 세우고, 똑똑한 척 다 해도 동생의 병앞에서는 무력했다.

제이슨은 병을 치료할 방도를 찾던 녀석에게 쓰레기 같은 약초를 비싼 값에 팔아 치웠고.

그걸로 또 막대한 빚을 지게 만들었다.


지금이야 좀도둑질로 이자나 겨우 갚고 있겠지만, 어차피 고리대금은 이미 원금을 아득히 초월했다.

일개 고아원 소년 따위가 갚을 수준이 아니었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이 오늘에 이른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제이슨은 두 가지 점에서 만족했다.


하나는 막대한 빚을 핑계로 이 고개 뻣뻣한 녀석을 자신의 발아래 둘 수 있다는 것과.

나머지 하나는 의외로 미색이 고운 이 재수 없는 녀석의 동생을 오늘 밤, 자신의 몸 아래 둘 기회를 얻었다는 걸.


“흐흐흐흐흐흐.”


음욕이 가득찬 눈빛.

제이슨은 이제 때가 무르익었다고 확신했다.


이미 제이슨이 이 거리를 휘어잡고서 부터는 고아원도 주먹 왈패와 홍등가의 여인들을 공급하는 주요 루트였다.


저 어린 아이 하나 취한다 해서 뭐라고 할 자는 이제 이 거리에 남지 않았다.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제이슨은 자신의 왈패들을 앞세웠다.


“그러니까 예전부터 말했잖아. 네 녀석의 그 쓸모없는 동생년 따위는 그만 포기하고 빚부터 갚으라고. 아직 외모가 팔팔할 때, 가게에 팔아버리면 이자는 탕감할 수 있다니까! 그리고 팔아버리기 전에 오늘 내가 잠시 시음식을 갖는 거지.”


제이슨의 방탕한 웃음.

소년은 더욱 짙은 살기를 내뿜었다.


“동생을 모욕하지 마라. 네 녀석 같은 쓰레기가 함부로 입에 올린 아이가 아니다!”


비록 검 한번 잡아 본적 없는 소년이지만, 그 기운은 매섭기 그지없었다.

거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의 고성을 내지르며 베이런은 왈패를 뚫고 제이슨을 향해 달려들었다.


“헉!”


순간 제이슨은 당황했다.

비록 최근에는 게으름을 피웠다지만.

그는 이 거리의 치안을 담당했던 경비대장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병사들 사이에서 수위권에 들 정도의 무력을 자랑했고. 지금도 웬만한 장정들에 뒤지지 않는 체격이었다.


그런데 순간.

베이런의 움직임을 두 눈으로 쫓지 못했다.


퍽!


베이런의 맨주먹이 제이슨의 복무에 가격했다.

순간. 아찔한 충격이 몰아쳤다.

이게 정말 이제 갓 소년티를 벗어난 아이의 힘인가.

괴물이나 다름없다.

만약 주먹이 아니라 그 손에 단검이라도 들려있었다면, 그대로 끔살이다.

순간 제이슨의 얼굴이 괴물처럼 일그러졌다.

그것이 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다.


“이, 이게, 감히! 주제에 자존심만 살아서! 모두 뭐해! 밟아 버려! 오늘은 아주 다리를 분질러 버리라고! 그리고 이놈 동생 녀석을 여기로 끌고와! 오늘 내 이자로 그 년을 품어버릴 테니까.”

“크아아아아악! 죽인다! 죽여버린다!”


베이런이 발악하듯 발버둥 쳤지만.

중과부적이다.


이미 십여 명의 왈패들은 베이런을 완전히 포위했고.

순식간에 베이런의 양손과 양발이 묶였다.

이제 베이런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끄아아아아악!”


절규어린 비명과 함께 내내 발버둥쳤다.

왈패들의 이마에 땀이 주르륵 흐른다.


“제, 젠장. 뭔놈의 힘이!”

“괜히 힘쓰게 하지 말라고!”


소년에 불과한 베이런의 발악에 순간 겁을 먹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둣.

왈패들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


“이게, 죽었어. 새끼가!”

“야! 다들 조져버려!”

“다시는 대장님한테 못 달려들게 아예 한쪽 팔을 잘라버리라고!”


그 말이 시작이었다.


퍼억!

퍽!

퍼억!


소년은 인상 사나운 덩치들에게 둘러쌓여 말 그대로 피떡이 되도록 쳐맞았다.

베이런은 당장이라도 의식의 끈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아찔한 통증과 함께.

시야가 점차 희미해져간다.

그럼에도 소년의 두 눈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의식은 멀어져가지만, 그 살기만은 진득해졌다.


“크윽. 아, 안 돼. 동생. 내 동생만은....”


그는 절규했다.

힘겨운 고아원 생활을 버텨낼 수 있었던 건 그의 어깨가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동생.

부모는 진즉에 몬스터에 잃었고, 남은 것은 어린 혈육뿐이다.

그녀만을 지켜주기 위해 발버둥치며 살아왔는데.

그 지켜야할 동생은 병에 허덕였고, 이 쓰레기 같은 놈들의 손에 이끌려 험한 꼴을 볼 것만 같다.


고아원장에게 탄원을 해보고.

존슨 가의 치안을 책임지는 병사들을 향해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그 녀석들은 한패였다.

심지어 고아원장까지 모두 다.


베이런은 얼마 전.

고아원장과 제이슨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것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아주 귀여운 여자 아이 하나가 시설로 들어왔습니다. 미색이 고아보이니 나중에 비싸게 사주시지요.

-알았네, 알았어. 대신 내가 미리 조금 손을....

-하하. 알겠습니다요, 나으리. 대신 이 비밀은 꼭 지켜주십시오. 여기 시설 운용자금은 영주님의 지갑에서 나오는지라.

-날 뭘로 보는가. 내가 전직 치안대장 출신이야. 그 점을 잊은 건 아니겠지. 내 명령 하나면 여기 치안대나 병사들은 설설 기어. 우리 사업이 번창하면 번창할수록 걔들 지갑도 두둑해지고.

-암요. 헤헤. 세상에 이런 노다지가 어디 있나 싶습니다.


잊고 싶은 기억.

이 말도 안 되는 범죄를 눈앞에서 목도했지만.

베이런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력감과 함께 머리 끝까지 분노가 치밀었다.


‘젠장. 이 영지는 썩었어. 도대체 이 영지의 주인은 뭘 하고 있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동앗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영주성을 찾아가려 했지만.

문전박대였다.


절망.

칠흑보다 더욱 어두운 절망이 그의 전신을 짓눌렀다.

그리고 먼발치에서 절대 일어나면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오, 오빠!”

“레, 레이나. 너가 어떻게 여길.”


걷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창백한 소녀.

고아원에서 얌전히 있어야 할 그의 여동생이 이 험한 곳까지 끌려온 것이다.

그것을 지켜보던 제이슨의 얼굴에 음욕이 피어올랐다.


“크하하하! 고아원이라고 안전할 줄 알았냐. 어차피 이 거리는 내가 왕이라고. 내가 그 모자란 영주놈보다 더 이곳의 주인에 걸맞은 놈이라고! 크하하하하하!”

“아, 안 돼.”


주르륵.


그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어미와 아비가 몬스터에게서 눈앞에서 갈갈이 찢겨질 때조차 흘리지 않았던 눈물.

그 참고 참았던 인고의 증거가 한 번에 터져 나왔다.


“우냐!? 울어!? 크하하하하! 이 독종 놈이 드디어 우는구나! 크하하하하하!”


쓰레기 같은 놈들에게 동생이 이끌려다가는 모습.

그것을 지켜보며 베이런은 난생 처음 기도했다.


‘신이 있다면 지금 나타나줘라. 지금 네가 나타나준다면, 내 평생 내 몸과 마음을 바치마. 제발! 신이시여! 제발!’


신 따위는 믿지도 않았던 베이런조차 신을 찾게 할 만한 절망.


데미안이 회귀하기 전.

그때에는 신이 그의 처절한 기도를 무시했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늦은 시각.

이 거리의 규칙을 아는 자들이라면 얼씬도 거리지 않을 골목 어귀에 두 인영이 그림자를 드리웠다.


“뭐야. 이건 또 뭔 개지랄들이야.”

“흐음. 이놈들 어떻게 처리할까요, 소영주님?”


때 마침. 밤거리를 지나던 데미안이 두 눈을 번쩍였다.


이거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다.

그것도 적시에.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저 녀석 뭔가 얼굴이 익숙한데?'


눈 앞의 소년.

뭔가 낯이 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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