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우카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영주는 복수를 원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우카카
작품등록일 :
2023.04.02 05:39
최근연재일 :
2023.06.25 06: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90,878
추천수 :
1,821
글자수 :
218,850

작성
23.04.19 08:30
조회
2,652
추천
57
글자
11쪽

19화

DUMMY

“크웩!”

“캬악!”


그레이 고블린들이 어둠을 뚫고 일시에 튀어나온다.

방패병들이 좌와 우의 측면을 가로막고. 그 사이 가운데를 데미안과 베이런이 섰다.

이면방패대형(二面防牌隊形).

양 측면과 정후면을 창으로 무장한 방패병이 보호하며 천천히 전진하는 수법.

특히나 배수의 진을 친 막다른 곳에서 방비하고 있는 적들을 칠 때에 유효한 전법이다.


‘원래 전장에서는 사면방패대형이 정석이지만, 여긴 좁은 동굴 안. 측면의 보호는 불필요하지.’


그래서 선택한 전략.

생각 이상으로 유효했다.


“크르륵!”

“케엑!”


겨우 오십의 병사.

전장에서는 큰 역할을 하기 힘든 소수다.

심지어 여기는 적진의 한 가운데라고 할 수 있지만, 병사들은 진형 안에서 완벽한 방어를 이어나갔다.


서걱!


데미안이 선두에서 고블린 한 마리를 썰었다.

굳이 마나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기초훈련을 통해 단련된 탄탄한 근육이 탄력적으로 반응했다.

오크를 썰 때와는 다른 고양감이 전신에 감돌았다.

데미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양손의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벌써 열 마리 이상을 상대했는데, 양손의 완력은 그대로였고.

아직 체력은 8할 이상이 활력적으로 용솟음쳤다.


'훌륭하군.'


과거, 용병대에 투신했을 때.

평생을 괴롭혔던 것이 바로 체력이었다.

불완전한 마나 코어.

그리고 외팔이에 한쪽 발을 절었다.

전장에서 전력을 다하기 힘든 조건.

데미안이 용병대의 대장이되고, 용병왕이 될 수 있었던 것. 그 이유는 특유의 생존감각과 경험. 그리고 지식 덕분이었지, 실력 때문은 아니었다.


황제가 데미안에게 용병왕의 이름을 하사한 것은 단순한 무력 때문이 아니었다.

데미안이 초급이나마 마나 유저가 된 것은 마왕 원정의 끝말미 즈음이었으니까.

어쨌든 휘귀전의 데미안은 통솔력과 경험을 빼면 시체였다는 소리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마나 코어는 온전했고, 또 양손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었다.

그 어떤 동작이든 데미안이 원하는 대로 그대로 반응했고, 또한 상상 이상의 위력을 냈다.


'이 정도면 용병 10년 차때 무력 수준인데 말이지.'


마나를 배제하고서도 데미안은 이미 베테랑 용병 이상의 기량을 내보였다.

마나를 사용한다면 그 이상도 생각할 수 있을 정도.


"키에에엑!"


생각을 갈무리할 때, 다시금 그레이 고블린이 튀어나왔다.

동굴의 천장.

숨겨진 공간에서 데미안을 노린 급습이었다.


걱정할 거 없다.

이미 마나 유저의 특유의 감각이 그레이 고블린의 위치를 파악했으니까.


곧장 데미안은 오른손은 롱소드의 그립을 쥐었고, 나머지 왼손으로는 크로스 가드를 받쳐들며 공중으로 검을 찔렀다.


푸욱!


"끼에엑!"


후두둑.


고블린의 내장이 하늘에서 비처럼내린다.

완벽한 반격이었다.


마지막 일격으로 처리한 고블린은 벌써 열 마리째다.

나머지 병사들도 중간중간 방패병들 사이로 검을 찔렀다.

처음에는 창을 든 병사들이 있었지만, 그것은 이미 해체해서 등뒤에 넣은 뒤였다.


평야의 전투에서라면 방패와 장창이 집단전에서 가장 효율적이라지만,


"키이익!"


고블린들의 시체가 점차 주위로 쌓여나갔다.

어느 정도 숫자가 줄어들자 여유가 생겼다.

데미안이 십인대장 그레인에게 물었다.


“현 피해상황은?”

“피해는 전무합니다.”

“좋았어!”


데미안이 지시한 대로 완성한 진형.

완벽했다.

방어에 치중되어 피해는 적었고.

대형의 선두에 있는 데미안과 베이런이 모든 전과를 올리는 중.


서걱!


일도양단(一刀兩斷)의 괴력이 발휘되며 그레이 고블린이 그대로 고기조각이 되었다.

피맛을 본 베이런이 신이 나서 고성을 내질렀다.


“크하하하핫! 대단하십니다, 주군! 주군의 전략은 정말 완벽하십니다!”


마치 이 진형과 전략을 자신이 짠 것마냥, 베이런은 신이 나서 검을 휘둘렀다.

그만큼 압도적인 승리였다.


적들의 수효는 이제 열도 남지 않았다.

전투가 막바지로 치닫는 순간.

마지막까지도 전투의 양상은 데미안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캬아악!”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그레이 고블린 네 마리

그 목표는 창병과 방패병이 아니었다.

바로, 횃불병.

오직 횃불만을 지키기 위해 서 있던 신참병사였다.


“으악!?”


예상치 못한 급습에 횃불병이 당황하는 찰나.

그 옆을 지키고 섰던 고참병이 외쳤다.


“횃불병을 지켜라!”

“소영주님께서 지시한 대로 방패병들은 진형을 바꾼다!”

“옙!”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샤샤샥!


이면방패대형(二面防牌隊形)으로 뭉쳐있던 병사들이 순식간에 산개한다.

그들이 지킬 것인 이제 진형이 아니다.

바로 횃불병.

동굴 안 어둠에 익숙지 못한 인간들이 앞을 보려면 무조건 지켜야 하는 첫 번째 방어물이다.


차앙!

창!

차앙!


곧 방패병들이 고블린의 급습을 막았고.


푹!

푸욱!


창병들이 반격을 시작했다.


“끼에엑!”


일시에 횃불병을 향해 행해진 고블린들의 기습은 너무나 쉽게 방패병에게 막혔다.

이제 남은 고블린들의 숫자는 채 다섯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남은 몇 마리도.


푸와악!


데미안의 검격이 춤을 췄고.


털썩.


한낯 고깃덩이로 변했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노병 그레인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 허허. 말도 안 되는 상황이군.”


완승.

그것도 압도적인 승리였다.


하지만 안심하긴 아직 일렀다.

고블린들은 영악한 몬스터.

함정 따위를 설치하여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많았다.

또는 이런 전투에서 생존한 뒤, 인간에 대한 더욱 강한 적개심으로 민가를 약탈하는 몬스터로 성장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까지 잡은 고블린의 숫자는?"

"예순 여섯됩니다."

"공략 전에 파악한 숫자랑 엇비슷하군. 아마 내부에 임신 중인 고블린과 새끼들이 있을 테지. 안쪽으로 들어간다. 지금 확실히 처리해야 나중에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겠지."

"훌륭하신 판단이십니다."


그레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데미안의 앞에 섰다.

데미안의 말은 정확했다.

자라날 새싹은 미리미리 즈려밟아놓는 게 현명하다.

귀찮다고, 그대로 나두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기 십상.

그레인의 경험 상, 살아남은 고블린들은 때때로 엘리트 몬스터로 진화해서 수백의 군대를 거느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 사실을 어찌 아시는지, 참 대단하시구나.'


노병의 완숙과 철두철미를 동시에 지닌 데미안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레인은 감탄사를 터트렸다.


하지만 놀라긴 아직 일렀다.

이미 그레인이 다가오기도 전, 데미안은 다음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역시!"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따라오는 병사들을 향해 손바닥을 보였다.

그것은 접근금지의 신호.

곧 병사들의 걸음이 멈췄다.


"무슨 일이십니까?"

"함정이군."

"함정이요?"


그레인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요!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만!?"


그레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노병 그레인은 십인대장으로서 수많은 몬스터 토벌에 참여했다.

고블린의 함정을 발견한 적도 다수였고, 그때마다 함정 해체는 그의 몫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에는 고블린의 함정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자네라면 자세히 보면 알아차릴 수 있을 테지. 여기 이 종유석의 옆면이 부자연스럽게 깨져있지 않나?"

"예,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게 어째서 함정인지."

"그리고 이 깨진 종유석의 아래로 고블린의 머리카락을 이어붙인 흔적이 보이는군.

아마 이 머리카락이 끊어지면 뒤에서 산성액이 쏟아지는 구조겠지."

"음!?"


순간 그레인이 두 눈을 좁히며 안력을 돋구었다.

잠시 뒤.


"헉!?"


깜짝 놀랐다.

소영주님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인간의 모발보다 훨씬 가는 작은 실 같은 것이 횃불에 반짝였다.


"횃불을 들고 이곳을 통과하면..."

"그래. 모발이 불에 타서 끊어지겠지. 그리고 깨진 종유석 옆으로 보면 고블린들이 오고간 흔적이 있어. 아마, 이곳을 지나가지 않고 옆으로만 통행했겠지. 과연, 그레이 고블린. 영악한 녀석들이야."


순간, 그레인은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병사들이 다가와 물었다.


"십인대장님. 사실입니까?"

"세상에나. 고블린들이 그런 지능적인 수법을 쓴다구요?"

"아니, 도대체 소영주님은 어떻게 이 함정을 찾으신 겁니까?"

"웬만한 눈썰미로도 찾을 수 없을 텐데. 아니, 십인대장님이 못 찾는 함정도 세상에 있습니까?"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레인은 멍하니 함정을 파악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번만큼은 그도 너무나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담이 서늘했다.


'만약 이대로 여길 지났으면, 전투의 막바지에 병사 여럿이 크게 다칠 뻔했어.'


그레이 고블린은 지능이 워낙 뛰어나서 암컷과 새끼가 거주하는 방에 함정을 설치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그 함정은 의외로 인간 기술자의 손재주를 뛰어넘는 경우가 흔했는데, 바로 지금같은 경우다.


"이제 보니, 정말입니다. 너무 정교하게 만들어진 함정이라 저조차도 자세히 보아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그러면 해체를 하도록 하지."

"예, 그러면 제가...."

"아니. 내가 하겠네. 이런 건 전문가가 하는 게 제일 좋지."

"저, 전문가요? 소영주님이 전문가란 말씀이십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만 데미안은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가능하게 할 만한 능력이 있었다.


곧 어디서 꺼냈는지, 행랑에서 해체도구를 꺼냈다.

꽤나 전문적인 도구.

그레인도 쩍하니 입을 벌릴 지경이다.


철컥.

드르르르륵.

철커덕. 철컥.


능숙한 손놀림으로 데미안은 이어진 모발을 그대로 끊지 않고, 역순으로 함정을 해체했다.

함정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있어야지 가능한 일.


"....!?"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끝났군."

"벌써 말입니까?"

"그래."


정말이었다.

설치된 함정은 동굴 천장의 숨겨진 공간에서 산성액이 떨어지는 방식이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보지."

"아, 예. 예! 알겠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졌다는 듯, 그레인이 헛웃음을 키며 데미안을 쫓았다.

이윽고.


"오오오오오오오!"


병사들의 함정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 퍼졌다.

숨어 있는 몬스터를 끌어들일 수 있는 괴성이었지만, 그것을 탓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눈앞에 산처럼 쌓여있는 것.

그것은 고블린 암컷도 아니요 새끼도 아니었다.


황금.

그것도 베델 녀석에게 진 채무 따위는 단번에 갚아버릴 만큼의 엄청난 양의 황금이었다.


"무슨 황금고블린도 아니고, 말이지."


데미안은 씨익 웃었다.

모든 것이 예상 가능했던 원정.

이것만큼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그때.


뚜벅.

뚜벅.


동굴의 반대편.

그 입구 쪽에서 제3자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고블린인가?”


병사 하나가 물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발자국 소리.

바로 기사가 사용하는 그리브(Greave)가 암반을 두드리며 다가오는 소리였다.


곧 어둠 속에서 불청객이 나타났다.

그가 입을 열었다.


“축하드립니다, 소영주님. 이거, 참 대단한 일을 해내셨군요.”

"여기서 자내를 볼 줄이야."


그는 기사단장 데이비스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영주는 복수를 원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4월 24일 화요일 예약글 오류가 있었습니다. 23.04.25 145 0 -
공지 연재시간이 평일 18시로 변경됩니다. 23.04.14 2,023 0 -
34 1212 +3 23.06.25 396 3 1쪽
33 31화 +7 23.06.22 559 9 2쪽
32 25화 +2 23.06.19 660 11 8쪽
31 24화 +2 23.06.19 707 11 15쪽
30 30화 +3 23.04.28 1,957 48 15쪽
29 29화 +1 23.04.27 1,772 44 13쪽
28 28화 23.04.26 1,976 53 16쪽
27 27화 +2 23.04.25 2,067 49 15쪽
26 26화 23.04.24 2,355 49 16쪽
25 25화 23.04.23 2,478 59 15쪽
24 24화 23.04.23 2,534 56 15쪽
23 23화 +2 23.04.22 2,541 53 18쪽
22 22화 +3 23.04.22 2,620 53 15쪽
21 21화 +1 23.04.21 2,683 54 17쪽
20 20화 +3 23.04.20 2,735 52 18쪽
» 19화 23.04.19 2,653 57 11쪽
18 18화 23.04.18 2,677 57 13쪽
17 17화 23.04.17 2,756 54 15쪽
16 16화 +4 23.04.16 2,873 59 15쪽
15 15화 +1 23.04.15 2,899 61 15쪽
14 14화 +3 23.04.14 2,916 56 16쪽
13 13화 23.04.13 2,998 62 15쪽
12 12화 23.04.12 3,048 65 13쪽
11 11화 +2 23.04.11 3,092 66 14쪽
10 10화 +5 23.04.10 3,138 62 16쪽
9 9화 +4 23.04.09 3,088 64 14쪽
8 8화 +2 23.04.08 3,294 58 16쪽
7 7화 +2 23.04.07 3,392 7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