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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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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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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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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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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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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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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죽어서야 웃기다 (3)

DUMMY

16화


안타깝게도 미녀 누님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갑자기 예리한 척 하며 그녀에게 캐물었지만, 미세한 떨림조차도 발견하지 못했다.


잠시 하지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미녀 누님은 생글생글 웃던 표정에서, 이제는 아주 빵 터질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운 님 정말 예리하시네요. 근데 어쩌죠. 능력이 구십오 개인 건 그냥 우연인데요. 인간에게 유용할 법한 능력들을 모두 골라 넣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아... 그러시구나...”

“그리고 하지운 님이 생각하시기에 반드시 있어야 할 능력이라는 것도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하지만 ‘불 마법’, ‘얼음 마법’에 ‘바람 마법’까지 있는데, ‘번개 마법’이 없는 게 이상하잖아요.”

“하지운 님, 게임처럼 이해하라고 그 곳이 완전한 게임 속 세상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오해하시면 안돼요. 마법 쓰는 사람이 간간이 있는 그냥 사람 사는 세상이랍니다. 게임 속 필수 요소들이 전부 갖춰진 세상이 아니란 얘기에요.”

“아... 네...”

“그리고 어떤 능력들은 ‘그분’께서 허락하지 않으신 것들도 있고요. 너무 욕심을 부리시면 ‘그분’께서 불편해하실수도 있어요.”

“아뇨! 제가 어찌! ‘그분’을 불편하시게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제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도 아니고... 통촉하여 주세요!”

“하지운 님의 진심이 느껴지네요. ‘그분’께서도 이해해 주실 거예요. 궁금하실 수도 있죠. 그만 진정하시고 다시 목록을 살펴보아요.”


‘빌어먹을, 궁금한 건 하나도 해결 못하고, 오히려 운영도 안 한다는 지옥에 개시 손님으로 갈 뻔했네.’


하지운은 다시 목록을 시험공부라도 하듯이 정독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녀를 통해서 뭔가를 캐내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오히려 말 한마디 잘못했다 대역죄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무기술은 완전히 제끼고, 마법은 불 아니면 얼음을 킵해 두자. 다른 거 보다가 성에 안 차면 두 마법 중에 하나를 최종적으로 고르는 걸로 하고.’


“하지운 님, 각각의 능력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보실 수 있어요. 네, 그렇게 특정 능력을 주시하시고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요?”


‘어, 진짜 뭐가 더 뜨네. 근데 그닥 자세해 보이지는 않는데...’


“어머, 정말 잘하셨어요. 금방 배우시네요.”


미녀 누님이 지나치게 기뻐하며 기특하다는 듯 하지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누님! 그동안 제가 속으로 했던 모든 불손한 언행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비록 방금 죽었지만... 당장 또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그는 저승 미녀에게 한 번이라도 더 칭찬받고 싶어서 정성을 다해 목록을 읽기 시작했다.


‘일단 그림자 조종, 마력을 사용하며 타인의 그림자를 속박해서 조종한다고. 경험치가 낮을 때는 한 명만 조종할 수 있다고... 패스! 초반에 다구리 맞으면 답도 없겠네.’

‘식물 조종, 아마존이면 모를까 사막이나 남극에 떨어지면 순식간에 뒈지겠는데... 그런 곳에서 풀 한 포기 겨우 찾아서 조종하는 나나... 조종당하는 풀이나... 눈물의 똥꼬쇼가 볼만하겠군.’

‘공중 부양... 사이코메트리... 소음 공격... 패스... 근데 다른 걸 다 떠나서 사이코메트리가 언제부터 전투 기술이야?’

‘신체 변형! 이건 귀하다! 드래곤 같은 걸로 변신하면! 잠깐, 자신의 체중을 넘는 놈으로는 안 된다고...’


하지운은 자신의 멸치 같은 팔다리를 내려다봤다.


‘패스...’

‘염동력! 멀리 있는 물체를 들 수는 있는데, 자신의 근력 이상은 못 든다고... 패스...’

‘투시... 마력을 사용해서 상대의 맨몸을 볼 수 있다... 타인의 콤플렉스를 알아내서 협박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유용하다...라고?’


투시!

목록에 있는 기술 중 추가 설명에 유용하다는 표현이 있는 유일한 기술이었다.

그는 순간 웃음을 참느라 숨넘어갈 뻔했다.


‘이런 쓰레기에 영업 멘트까지 붙여 놨네. 유용하긴 뭐가 유용해! 남의 거시기나 훔쳐보는 기술을 가지고. 방금 죽은 놈이 마법이 난무하는 세상으로 가게 생겼는데, 이런 걸 고른다고? 정말 그런 놈이 있다면 도대체 얼마나 변태 새끼인 거야?’


마지막 구십오 번째 능력을 본 하지운은 벙찐 마음에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저게 능력인가? ‘순금 10kg’... 하긴 재력도 능력이긴 하니까...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일 수도 있겠네. 어딜 가든 금이 안 통하는 세상은 없을 테니까.’


거르고 거른 결과 남은 능력은 마법 두 개와 능력 강탈이었다.

능력 강탈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살해한 생명체의 능력 중 가장 좋은 것 하나를 강탈할 수 있는 능력이다.

최대 스무 개까지 차지할 수 있다고 적혀 있는데 얼핏 보면 엄청나게 매력적인 능력으로 보였다.


‘솔직히... 이게 제일 탐이 나긴 하는데...’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니 단점도 계속 떠오른다.

우선 능력 자체가 누굴 직접 죽여야지만 발동된다.

만약 몬스터 같은 것들이 없는 동네면 능력 발동을 위한 방법이 살인밖에 안 남는다.


‘미친, 스무 개 다 채우고 나면 필연적으로 연쇄 살인마가 되는 거잖아.’


거기다 몬스터면 모를까 사람을 죽이면 어떤 능력을 강탈할지 전혀 짐작도 할 수 없다.


‘기업 경영 능력을 뺐겠다고 대기업 임원을 개고생해서 납치해 죽였다 치자. 아니, 그 양반이 가장 잘하는 것이 꼭 경영이라는 법이 있나? 요리일 수도 있고, 뜨개질일 수도 있고, 심지어 방중술일 수도 있잖아. 이건 그냥 복불복이네. 거기다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해?’

‘아니, 생각해 보니까 반대 상황도 답 없긴 마찬가지네. 몬스터가 있는 세상이라 치자. 동네 중삐리도 못 이기는 내가 몬스터는 죽일 수 있고? 거기다 능력을 스무 개나 흡수해 놓고 어느 세월에 다 마스터해.’


흡수한 능력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능력만 잔뜩 모아 놓은 잡캐가 될 것이 뻔했다.

하지운의 눈에 다음 인생까지 처망하는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정확하게 한 시간을 더 고민했다. 선택 장애의 진수를 보여 준 시간이었다.


“죄송합니다, 누님. 이제 골랐어요.”

“정말 신중한 분이시네요! 다음으로 머릿속으로 ‘상태창’과 ‘수납장’을 떠올려 보세요.”


‘미친, 상태창에 인벤토리까지 다 있네. 게임 그 자체네. 근데 이거 투명 터치스크린인가?’


“만지실 필요 없어요. 생각만으로 완전한 작동이 가능해요. 그리고 수납장 안에 백 일 치 식량으로 호밀빵 육백 개와 물 이백 리터를 넣어 뒀어요. 처음 적응 기간 동안 굶지 마시라고 드리는 거예요.”

“배려심이 미모만큼 대단하세요. 잘 먹을게요, 누님.”


이제 이 아름다운 누님과 헤어질 시간이 된 듯하다.

하지운의 가슴에 바윗덩어리가 쏟아지는 듯했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신 그녀를 못 본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근데 넌 어떻게 골라도 꼭 너 같은 걸 골랐냐?”

“네?”


갑자기 변한 그녀의 말투에 순간 벙찐 하지운은 그녀의 얼굴을 보다가 공포에 질려 굳어 버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사라지고 눈알이 전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러고는 아무런 말도 없이 소름 끼치는 웃음만 지은 채 가만히 서서 그를 응시했다.


가위에 눌린 듯 전신이 마비된 상태에서 혓바닥까지 마비된 듯 벌어진 입에서는 공기 새는 소리만 흘러나왔다.

하지운의 머릿속은 공포에 완전히 잠식된 듯 아무런 사고를 이어갈 수 없었고, 눈과 코, 입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쏟아져 나왔다.


방광과 괄약근까지 고장 나려는 순간 하지운은 속으로 괴성을 지르며 마비를 풀어냈다.

정확하게는 그녀가 풀어 줬다.

그녀의 눈알도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하지운은 그녀의 멱살을 붙잡고,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그녀의 코앞에 들이댔다.

그리고 목이 터져라 소리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너 대체 뭐야? 내가 또 뭘 잘못했냐? 내가 속으로 너 욕한 거? 넌 대놓고 나 조롱 안 했냐? 방금 죽은 사람더러 웃기게 죽었다고 상을 준다고 하질 않나. 아무리 마귀라지만 미쳤냐? 뭔 삶을 준다느니 능력을 준다느니 하더니 갑자기 왜 노려보고 지랄이야?”


그 순간 그녀가 갑자기 하지운을 끌어안고는 그의 귀에 속삭였다.

놀란 하지운이 머리를 들어 올리려 했지만, 그녀가 손으로 뒤통수를 꽉 누르는 바람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지운아, 이제 시간이 다 됐어. 우선 겁준 건 미안해. 많이 무서웠지? 하지만 방금 느낀 공포 절대 잊지 마. 네가 그곳에 가서 어떤 힘을 얻고, 어떤 존재가 되던 절대 힘에 취하지도 말고, 너 자신이 누구였는지 절대 잊지 마. 네가 얻는 힘이 절대 네 것이 아냐. 잠시 빌려 쓰는 거야. 원래 이렇게까지 말해 주면 안 돼. 제발 내 말 꼭 기억해. 그리고 이런 끔찍한 것에 참가시켜서 미안해. 너는 원래 대상자가 될 수도 없는데... 하지만 네가 갑자기 그렇게 죽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 내 욕심 때문에... 정말 미안해! 제발 살아서 돌아와 줘! 내가 제대로 용서를 빌 수 있게...”


그녀의 말이 끝나자 하지운은 그녀를 밀어내고 절규하듯이 외쳤다.


“너도 죽었어? 왜 죽었어? 너 맞지? 너 임.”

“그만! 잘 가...”


순간 그녀와 화려했던 집은 사라지고, 모든 것이 암흑에 뒤덮였다. 동시에 하지운의 의식도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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