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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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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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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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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0,354

작성
23.06.18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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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9쪽

정착 (5)

DUMMY

21화


‘잘 됐다! 어차피 이 몸뚱어리에 얼마나 적응했는지 확인해야 했는데 네 놈들한테 해보면 되겠네. 아, 물론! 저 처자가 잘 됐다는 것은 아니고...’


그대로 뛰쳐나가서 성범죄자 일당을 도륙하려는 순간 또다시 하지운의 발목이 거꾸로 돌아갔다.

그만 시간 끌고 강을 건너자는 로저 놈의 무언의 항의로 보였다.

순간 하지운의 분노가 폭발했다.


‘씨발, 개새끼야! 난 너 같은 새끼랑 달라! 아무리 네놈 영혼이 섞인다고 해도 난 너처럼은 안 변해! 그만 찌그러져 있어! 찌꺼기 주제에 나대고 지랄이야!’


생각과 동시에 하지운의 눈알이 희번덕거리며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망을 보던 두 놈이 대경실색하면서 주위를 빠르게 둘러봤다.

그러다 한 놈이 싸한 느낌에 고개를 위로 든 순간 거대한 무엇인가가 보였다.

그놈은 그걸 보고 잠시 후, 웬 시커먼 강의 건너편에서 돌아가신 할머니가 손짓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운은 뛰어내리다가 갑자기 드는 생각에 오른팔의 힘을 최대한 뺐다.

밑에서 어리버리하게 올려다보고 있던 놈의 면상에 팔꿈치로 톡치는 느낌으로 한 대 치고 스치듯이 지나갔다.


‘다행이다. 승질대로 그대로 후렸으면 목이 뽑혀 나가서 저놈 옷이나 내 옷이나 피범벅이 될 뻔했어.’


동료가 목뼈가 가루가 되어서 뒤통수가 등에 붙은 상태로 엎어지자, 나머지 한 놈이 허리에 찬 검을 뽑으면서 입을 크게 벌렸다.


‘어우, 놀래라! 이 새끼 눈, 코, 입이 무슨 수챗구멍만 하네.’


소리를 질러 제 상관에게 경고하려면 입만 벌려도 되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눈에서 눈알이 빠져나올 것처럼 크게 떠져 있었다.

하지운은 놈의 입에 벌레가 들어갈까 걱정되어 입을 꽉 잡아 줬다. 그리고 왼쪽으로 그대로 돌려 버렸다.

살살 돌린 것 같았는데 목이 뒤로 돌아가서 고정되어 버렸다.


‘아우, 씨. 조금만 더 힘줬으면 한 바퀴 돌아와서 다시 마주 볼 뻔했네.’


쓰러지는 놈의 허리춤에서 반쯤 뽑힌 검을 뽑아 들었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어, 넌 웬 놈이냐?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러느냐?”


하지운은 성범죄 수범에게 다가가 검으로 그놈의 볼을 톡톡 치면서 물었다.


“누구신데?”

“이 천한 버러지 같은 놈아! 이 몸은...”


짜증이 치밀어서 다 듣지도 않고 검을 치켜들었다가 다시 슬그머니 내린 하지운이었다.


“야, 몸 뒤로 빼고 옆으로 앉아. 빨리 움직여. 머리만 잘라서 강물에 던져 버리기 전에.”


놈의 얼굴을 보니 하얗게 질린 것이 입으로든 밑으로든 뭔가를 뿜어내기 직전 같아 보였다.

아무래도 검을 치켜들 때 살기가 좀 새어 나온 모양이다.


“몸에 걸친 거 다 벗어서 저기 뒈져 있는 병신들 옆으로 던져. 빨리해! 눈알 뽑을까? 너 눈알 많아?”


반역자에 도망자 처지인 하지운으로서는 이렇게 얻는 옷 한 벌, 검 한 자루가 금송아지처럼 보였다.

그런 귀한 획득물에 토사물이나 배설물이 묻는다면 가슴이 미어질 듯한 고통을 느낄 것 같았다.


“넌 이거라도 걸쳐라. 그거 걸치고 좀 떨어져서 앉아 있거라.”


죽은 졸개 두 놈 중 한 놈의 망토를 벗겨 모진 일을 겪고 있던 처자에게 건네줬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면서도 망토를 받으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강간 수괴 쪽을 쳐다보자 홀딱 벗은 사내놈이 바닥에 쭈그려 앉아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하지운은 놈의 양 무릎을 검으로 툭툭 쳐서 좌우로 벌리게 했다.

놈의 양물이 한겨울 얼음물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마냥 쪼그라들어 있었다.


“너는 뭔 자신감으로 이 야밤에 처자지도 않고 기어 나와서 이 지랄이냐? 너 쟤 이름은 아냐?”

“모, 모릅니다.”

“하아... 저 바닥 좀 봐라. 저기 피 있잖아, 이 벌레 새끼야! 쟤 처음이었나 봐... 그런데 처음을 너 같은 이름도 모르는 새끼랑... 너네 집구석은 아직도 초야권 쓰냐?”

“아, 안 씁니다.”

“야, 근데 너 아까 자기소개 하다가 말았지. 궁금하다. 하던 거 계속해 봐.”

“저는 모튼 영주의 아들인 리처드라 하옵니다.”

“너 같은 게 이름은 리처드냐?”

“......?”

“모튼이라면 바로 이곳 아니냐? 앨커스터의 모든 영주들에게 폐하의 소집령이 내려져 있을 터인데 너는 어찌 이곳에 있느냐?”


놈이 화들짝 놀라서 급하게 무릎을 꿇고 턱을 덜덜 떨면서 대답했다.


“내, 내일 아침에 제가 부친을 대신해 출발하려 했나이다.”


‘험프리 개새끼! 역시 사전에 영주들을 소집해 뒀구나!’


“이미 폐하의 본대가 콘체스터를 치고 있을 것인데, 너희는 무엇을 하다가 이렇게 늦은 것이냐? 소식을 듣지 못 했느냐?”

“아니옵니다. 이미 들었사옵니다. 다만 저의 아비가 병이 깊어 준비가 빠르지 못했나이다. 결코 저희의 충성심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옵니다.”


‘들었어? 부지런하게들 움직이시네. 그런데 이 새끼는 애비가 아픈데 출정 전날에 이 지랄을 하고 있냐...’


“준비가 늦었다는 놈이 이 시간에 뭐 하는 짓이냐?”

“그, 그게 첫 출정이라 긴장이 되어... 긴장만 풀고 들어가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려 했나이다.”

“네놈 말을 들어 보니 폐하에 대한 충성심은 있는 놈이구나.”

“물론입니다. 이번에 콘체스터에 가면 꼭 드레이시 놈들을 도륙하여 제 충성심을 증명할 것입니다.”

“폐하의 충성스러운 신하라도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법. 달게 받겠느냐?”

“하, 하오나, 저 년은 저희 가문의 영지에 딸린 천한 년이옵니다. 벌이라니요. 그런 법은 없사옵니다.”


‘넌 여러모로 좀 고통스럽게 죽어야겠다.’


“야, 일어서. 어, 저 여자애 보면서. 똑바로 서, 새끼야!”


망토를 둘러쓰고 있던 처자는 어느새 반쯤 찢어져 바닥에 팽개쳐져 있던 옷가지를 주워서 걸치고 있었다.

옷이 흘러내릴까봐 치맛단을 찢어서 몸에 끈처럼 감아 묶고 있었다.

처자가 어느 정도 복장을 정리하자 하지운은 형을 집행했다.


“쟤가 오늘 처음이었는데 기념품이라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도와줄 거지?”

“제, 제가요?”

“물론 너지. 너 말고 누가 있어?”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지운은 부드럽게 리처드의 양물을 잘랐다.

절단면이 깨끗한 것이 로저의 검술을 완벽하게 구현해 낸 것 같았다.


‘아아, 내가 죽어서 이계에서 소드마스터가 됐구나! 전직 장르 소설 작가로서 감개가 무량하다!’


“끄아아아악!”


리처드 놈이 주저앉아 자신의 양물을 주우려 하는 순간 하지운의 검이 잘린 양물에 푹 박혔다.

동시에 하지운의 발이 리처드의 왼뺨에 밀착했다.

놈은 코와 입에서 피를 뿜으며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이거... 필요한가?”


처자에게 리처드의 양물을 내밀었다.

처자가 질겁하며 연신 손사래를 쳤다.


“나리, 감사하오나 정말 필요 없사옵니다.”


‘혹시나 하고 물어봤어. 하긴 이딴 게 필요하겠냐.’


하지운은 리처드의 양물을 바닥에 팽개친 후 발을 들었다.

그러자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처자가 벌떡 일어나 다급히 외쳤다.


“나리, 정말 죄송하옵니다. 제 마음이 바뀌었사옵니다. 그것... 제가 꼭 갖고 싶사옵니다.”


하지운은 들었던 발을 내리고 한 걸음 물러나 주었다.

그녀가 비틀거리며 다가와 리처드의 양물 앞에 서서 발을 들어올렸다.


“신발도 신지 않은 네 발로 되겠냐? 이걸 써라.”


짱돌을 하나 들어서 건네주었다.

그녀는 공손히 짱돌을 받은 후 그 흉물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런 후 정성스럽게 돌로 찍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이 피와 살점으로 범벅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눈물을 쏟아 내 버렸다.


오열하는 그녀를 뒤로 하고 하지운은 쓰러져 있던 리처드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처박혀 있던 놈이 피를 질질 흘리며 일어났다.


“끼야아아아악!”


겨우 일어난 놈이 괴성을 지르면서 달려들었다.

검을 들어 가볍게 그어 버린 후 오른발을 뒤로 빼면서 좌측으로 반 바퀴 돌았다.


그가 서 있던 공간에 리처드의 목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지나갔다.

목을 감싸 쥐고 조금 더 비틀거리며 걷던 놈은 곧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조용해졌다.

놈의 위아래에서 쏟아져 나온 피로 금세 붉은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리처드의 피투성이 시체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하지운은 몸을 돌려 졸개들의 시체로 향했다.

시체들이 걸치고 있던 것들을 벗겨서 대충 털었다.

그러고는 수납장을 떠올리며 하나씩 허공에 던져 넣었다.


리처드 놈이 던져 놓은 것들도 주우려 돌아서니 어느새 그녀가 리처드 놈의 옷가지들을 주어서 양손에 들고 있었다.

하지운과 눈이 마주치자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내밀었다.

방금 전까지 엎드려 울던 이와 동일인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생존 본능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영리하고... 무엇보다 깡다구가 있는 아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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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복구 (4) 23.06.18 197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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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정착 (6) 23.06.18 211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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