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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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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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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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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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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죽어서야 웃기다 (2)

DUMMY

15화


“네? 축하요?”


‘축하? 내가 뒈진 게 축하씩이나 할 일이었어? 필기시험 합격한 날 걸레 밟고 미끄러져, 뒤통수 깨져 저승 온 게 반길 일이야? 지금 내가 이상한 거야? 여기가 이상한 거야? 여기 왜 이래?’


그래도 더럽게 소심한 하지운은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 했다.


“사망하시는 과정에서 ‘그분’을 빵 터지게 하셨기 때문에 다른 분들과는 달리 특전을 받으시게 되셨습니다.”

“아아... 그분이 보고 계셨구나... 심지어 빵 터지셨네요... 많이 재미있으셨나 봐요? 상도 주시고...”


‘아니, 내가 죽는 과정이 그렇게 웃겼다는 거야? 상 받을 정도로? 여기 저승 맞아? 지옥 아냐? 이것들 인성이 왜 이 모양이야?’


그래도 특전이라는 말이 귀에 맴돌아 화를 내지도 못하고 있었다.

소심하고 겁 많은 성격에, 계산까지 빨라 슬슬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해지는 상황인데도 꾹 참고 속으로만 욕을 하고 있었다.


“매일 수없이 많은 분들이 사망하시지만 요 근래 하지운 님만큼 큰 웃음 주신 분이 없었습니다.”

“하하하, 제가 참 큰일 했네요.”


‘아니, 이 여자가 보자 보자 하니까! 예쁘면 다야? 왜 이렇게 경우가 없어? 가정교육을 인강으로 받았어?’


“그래서 ‘그분’께서는 하지운 님에게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새, 새로운 삶이라고요? 혹시 환생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하지운 님께서 생각하시는 환생이 맞아요.”


‘... 가정 교육을 엄청 잘 받으신 양갓집 규수시로군. 아름다운 외모에 고결한 인성까지.’


“제가 뭐라고 그런 엄청난 특권을 누리는 건가요? 이건 말도 안 됩니다.”


물론 겸양의 뜻으로 한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겸양의 뜻만 담아서 말한 것도 아니었다.

비록 경력이 오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하지운은 장르 소설 작가였다.

당연하게도 환생물을 써 봤다.

그래서 환생물을 쓸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을 잊지 않고 있었다.


‘목숨을 하나 공짜로 준다는데 나야 땡큐지. 그런데 내가 환생씩이나 할 자격이 있나? 내가 뭐 한 게 있지? 죽을 때 웃긴 거? 저승이 일하는 게 설마 그 정도로 엉망이야?’


하지운이 생각하기에 대한민국에서 환생자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웃겼다.


‘우리나라에 힘들게 살다 죽었거나,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이 없다는 게 아니야. 아니, 그래도 우리나라가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내전 중인 국가들에 비비는 게 말이 돼? 환생을 해도 그쪽 애들이 먼저 해야지! 어린 나이에 지뢰 밟고 죽은 애들이 몇인데! 우리나라까지 순서가 오겠어!’


그런데 순서가 온 데다가, 심지어 그 대상자가 하지운 본인이라서 머릿속이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운 님, 저승에서 선택하는 기준이 이승과 같을 수는 없어요. 자격은 저승에서 정하는 거랍니다.”

“하지만 왜 하필 저죠?”

“글쎄요. 그것까지는 제가 알 수 없죠.”

“제가 환생을 포기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아아! 새로운 인생보다 영원한 안식을 원하시는군요. 실례가 많았네요. 그럼 바로 소멸 처리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름다운 누님!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누님은 내내 생글생글 웃고 있지만, 겸양의 시간조차 허용하지 않는 단호하기가 칼같은 누님이었다.


‘미친,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야? 준다는데 덥석 받아야지! 내 입장에서 소멸보다 더 최악이 있어? 나 같은 게 뭐라고... 저승에서 날 상대로 수작을 부릴 거라 걱정하다니... 아니, 그리고 수작을 부리겠다면 저항이 가능해? 저승인데? 선택지가 소멸밖에 없구만... 괜한 소리를 했네...’


“누님께서 말씀하신 새로운 삶이라는 거 최선을 다해서 한 번 제대로 살아 보겠습니다.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어머, 하지운 님! 정말 적극적이시네요. 진취적인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누님께서 좋으시다면 저도 좋습니다. 어쩜 이렇게 목소리까지 고우실까.’


“하지만 새로운 삶을 사시려면 시험을 거치셔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다른 소멸되신 분들에 비해 너무 큰 특권을 누리시게 되는 거니까요.”


‘그럼 그렇지... 공짜가 어딨냐...’


“아, 뭐 그렇긴 하죠. 하지만 전 죽기 바로 전까지도 수험생이었는데요. 또다시 시험이라뇨? 무슨 시험을 쳐야 하는 거죠?”

“하지운 님이 생각하시는 시험과는 좀 다릅니다. 그리고 이 시험 또한 또 다른 삶이기도 하죠.”

“또 다른 삶이요?”

“네, 좀 험한 곳에 가셔서 부여받은 임무를 전부 완수하시고 살아서 돌아오시면 됩니다. 하지운 님이 어려서부터 즐겨하신 게임을 생각하시면 되요. 이해하기가 참 쉽죠?”

“험하다고요? 저... 얼마나 험한데요?”

“뭐, 그냥 맨손으로 가시는 것도 아니고 살 만하실 거예요.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거든요. 사람 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잖아요.”


‘뭐여! 이 기집애가 진짜!’


아까와는 달리 점점 꼴 뵈기 싫어지는 미녀가 소파에서 일어나 더럽게 큰 TV 앞에 섰다.

그녀가 바라보자 화면이 켜졌고, 밝아진 화면에는 화면에 비해 작아 보이는 글씨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뭐라 쓰여 있는 거야?’


하지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TV 앞으로 다가갔다.


‘불 마법, 물 마법, 얼음 마법... 이거 뭐야? 마법이 있는 세상이야? 게임을 생각하면 된다더니 진짜 게임 속 세상이잖아!’


“하지운 님께서는 우선 제 설명을 들으신 후, 이 목록의 능력 중 하나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선택하신 능력을 사용해서 스스로를 지키시고 임무를 완수하시면 돼요. 한번 선택하시면 돌이키실 수 없으니 신중하게 읽어 보세요.”


‘많기도 하다. 한 백 개 정도 되는 거 같은데 꼴랑 하나만 선택하라니 참... 정이 없네. 저승씩이나 돼서... 쪼잔하게시리... 그런데 저기서 하나만 고르려니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지네.’


하지운의 가장 큰 단점은 소심한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을 지치다 못해 미치게 하는 지독한 선택 장애야말로 그의 단점의 백미다.


“대부분의 능력은 반복해서 사용하실수록 더 강해진답니다. 그 중에는 경험치 시스템이 적용되는 능력도 있어요.”


‘완전히 게임이네. 그런데 시험을 굳이 왜 이런 방식으로 하지? 그냥 선행이나 봉사활동을 시키고 지켜봐도 되잖아. 목록에 순 싸움기술 천지인데... 원래 저승의 윗분들 취향이 격투 액션인가?’


“그리고 목록에 있는 능력 중에 마법 계열은 선택하셨다고 바로 사용하실 수는 없어요.”


‘엥?’


“해당 마법을 구성하는 원소에 대한 감응력만 높여 드린 채 보내 드리는 거죠. 그 곳에서 느끼고, 사용하시는 것은 오로지 하지운 님의 능력과 노력에 달린 겁니다.”


‘뭐야? 9서클 마법서 같은 거 없는 거야? 하나하나 스스로 개발해서 만들라는 거잖아.’


“하지만 무기술들은 선택하시는 순간 바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해당 무기를 비교적 능숙하게 사용하실 수 있도록 몸에 능력이 강제로 주입되는 거죠. 물론 거기서 더 강해지는 것은 온전히 하지운 님 노력에 달린 거고요.”


‘주입식... 편리하네! 절대 고르지 말아야겠네! 편하게 익힌 기술이 게임 후반까지 쓸모 있는 경우가 거의 없지. 이건 그 곳에서도 마찬가지겠지. 비교적 능숙하게라니... 도대체 누구랑 비교한 거야? 어디 도적단 졸개 수준이면 저 능력들은 다 쓰레기일 수도 있겠는데.’


하지운은 미녀 누나의 설명을 듣고 마음을 진정시킨 후, 목록을 하나하나 차분하게 보기 시작했다.


‘검술, 궁술, 도술, 도끼술, 봉술, 부채술... 미친, 무기술만 서른 개가 넘네. 그런데 절반은 장난으로 적어 놓은 거 아냐? 부채술은 뭐지? 설마 조선 시대 양반들이 하던 그거? 쌍절곤이랑 채찍도 있네... 이것들 익혀서 정말 거기서 생존이 가능한 거야?’


옆으로 움직이면서 목록을 훑어보니 마법, 무기술 그리고 초능력 비스무리한 잡다한 능력 순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야! 별의별 게 다 있네. 근데 이렇게 쓸데없는 걸 잔뜩 집어넣어 놓느니, 정말 괜찮은 거 서른 개 정도만 남기고 다 없애는 게 낫지 않나?’


“저기... 누님!”

“네, 말씀하세요. 하지운 님.”

“제가 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네요.”

“그게 뭐죠?”

“쓸데없는 능력이 이렇게 잔뜩 있는데, 왜 이런 장르에선 반드시 있어야 할 능력들이 없죠? 그리고 무엇보다 능력 개수가 구십오 개가 뭡니까? 열 개, 스무 개, 백 개도 아니고.”

“개수가 구십오 개인 게 문제가 되나요?”

“문제가 될 건 당연히 없지만, 꼭 제가 오기 전에 다섯 명이 먼저 와서 능력 하나씩 골라간 것 같잖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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