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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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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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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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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시련 (1)

DUMMY

41화


군대에서 전역할 때의 자신도 이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삼사의 설레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하지운의 향수를 자극했다.

이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왜인지 똥을 뿌리고 싶은 것이 하지운의 속 깊은 마음이었다.


“네놈들과의 즐거운 여정도 여기까지구나. 아쉽지 않느냐?”

“물론입니다, 각하! 더 이상 각하를 모실 수 없다는 서글픈 마음에 눈물이 앞을 가리옵니다!”

“각하! 꼭 가문을 일으키시고, 거버스 그 늙은 당나귀 같은 놈의 멱을 따십시오! 저희가 멀리서나마 진심을 다해 응원하겠사옵니다!”

“로저 드레이시! 만만세!”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자 일이삼사는 정성을 다해 하지운의 앞길에 행복만 가득하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만 자신들을 사지 멀쩡하게 놓아주기만을 간절히 소망했다.


“어서 헤어지고 싶어 안달이구나. 섭섭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아니옵니다! 정말 슬퍼하고 있사옵니다! 저희의 눈을 보소서! 저희 눈물이 증거이옵니다!”


하지운이 자꾸 말을 걸면서 보내 주지를 않자, 정말로 일이삼사의 눈에서 맑고 투명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안 때리고 보내 주기로 약속했잖아! 이 변태 같은 악마 놈아! 이제 그만 보내 줘! 집에 가고 싶어!’

‘섭섭하기는 개뿔! 일 초도 더 보고 싶지 않으니 제발 놓아줘! 이 끔찍한 악마야!’


일이삼사의 애절한 눈빛을 보면서, 하지운도 슬슬 본론을 말하고 어서 보내 줘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일이삼사 모두 참을성의 한계치까지 다다른 것이 여실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냥은 보내 줄 수 없다. 내 앞에서 네놈들 목숨을 담보로 맹세해야 할 것들이 있다. 네놈들도 예상한 것 아니었냐? 내내 살인멸구를 당할까 봐 두려워서 울어댔던 것 아니냐.”

“......”

“무, 물론이옵니다... 각하... 하명하소서. 신명을 다해 따르겠나이다!”

“일단 네놈들이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할 것들이 있다. 나는 인간들이 하는 맹세 따위를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네놈들이 감히 내 명을 거스르지 못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네놈들의 맹세를 듣고 놓아주려는 것이다. 죽이는 것이 훨씬 편함에도 말이다.”

“맞습니다! 저희 따위가 감히 공의 명을 거스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옵니다! 공의 절륜한 무용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것이 저희가 아니옵니까? 저희 따위 때문에 공의 귀한 손을 더럽히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옵니다! 믿어 주소서!”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은 절대 잊어서도 아니 되고, 허락 없이 발설해서도 안 되는 중차대한 것들이니라. 그러니 입 닥치고 듣기만 하여라.”

“네! 각...하...”


하지운의 살벌한 눈빛에 일이삼사는 땅바닥에 몸을 던져 고개를 처박고, 최선을 다해 경청할 자세를 취했다.


“일단 나는 죽음에 임박하여 악마와 계약하였다. 내 영혼을 담보로 생명을 연장한 것이다.”

“으헉! 으흑!”

“아흐으윽!”

“으흐으으흑!”


일이삼사 모두 새어 나오는 비명을 억지로 참느라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


“내가 요상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지 않느냐? 허공에서 갑자기 무기가 튀어나오는 상황 같은 거 말이지.”

“저, 저희는... 무슨 말씀이온지...”

“아무것도 본 것이 없사옵니다...”

“맞습니다! 기억나지 않습니다!”

“닥치고 그냥 들어.”

“......”

“나 말고도 악마와 계약한 후 죽음 직전에서 살아 돌아온 자들이 여럿 있다. 몇 달 전 탤머스주에서 시체가 날뛴다는 소문은 네놈들도 들었을 거 아니냐?”

“헉! 그럼 그것도...”


‘사’의 경솔한 입방정에 일이삼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노려봤다.

‘사’가 다급히 입을 막고 땅에 머리를 처박았다.

‘일’이 덜덜 떨리는 입술을 움직여 하지운의 물음에 답을 했다.


“드, 들어 보았나이다.”

“그 일 또한 나와 같은 부류의 종자가 한 짓이다. 평범한 인간이 어찌 시체를 조종할 수 있겠느냐. 그놈 또한 악마와 계약한 놈이 맞다. 우리들은 서로를 느낄 수 있지.”

“......”

“네놈들에게 이 말을 해 주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네놈들에게는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네놈들 주군 말이다. 이름이... 뭐였지? ‘피가 났어 난 몰라’였나? 뭐 그런 이름이었는데...”

“네? 피, 피어스 몰빌이옵니다.”


‘저런... 한국어가 튀어나왔군... 이건 조심해야겠다.’


“뭐 어쨌든... 그놈도 부활했다.”

“... 네?!!”

“네놈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면 어찌 될까? 한마디씩 해 보거라. 제 놈이 죽는 걸 지켜본 수하가 살아 돌아왔는데, 피어스인가 뭔가가 무슨 생각을 할까? 한 놈도 아니고 네 놈이나 되는 수하가 돌아왔는데 그놈의 심정이 어떠할까?”

“......”

“어찌 대답들이 없느냐? 네놈들 모두 눈치는 빠른 놈들이 아니냐? 그 바람에 너무 울어대서 문제지. 아니면 그놈이 살아 있다는 내 말이 거짓인 듯싶으냐?”

“가, 각하의 말씀을 어찌 의심하겠나이까? 단지 너무 믿기지 않는 말씀이라...”

“그거야 뭐, 오늘이라도 가서 확인하면 될 일이지. 대신 오늘이 네놈들 뒈지는 날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하긴... 너희들이 죽지, 내가 죽냐.”

“......”

“네놈들이 들키지 않고 몰래 확인할 수 있다면 해 보거라. 확신이 들어야 명을 더 잘 수행하겠지.”

“아, 아닙니다... 어느 분 말씀인데... 저희가 굳이...”

“뭐, 됐고. 일단 저기 들어가서 잠시 숨어 살거라. 네놈들 수준에 안 죽고 버틸 장소가 저곳밖에 없더라.”


하지운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곳을 바라보니 거대하고 아름다운 킬리산맥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가, 각하... 킬리산맥 내에도 살아남은 괴물 잔당들이 돌아다닐 수가...”

“아, 그건 걱정 마. 내가 어릴 적에 심심해서 운동 삼아 쫓아다니면서 다 죽였어. 새끼들까지.”

“아... 그러셨군요... 공께서 그런 은혜를 베푸신지도 모르고... 저희 주 놈들은 아직도 산속 깊이는 들어가질 못하고...”

“저런.”

“......”

“어쨌든 네놈들이 걱정하는 것은 이미 다 해결했으니, 안심하고 들어가 처박혀 있거라. 그러다가 세 가지 조건이 완성되면 기어 나와서, 나와 함께 지내며 겪은 일들을 마음껏 씨불이고 다녀라. 물론 그러다가 무슨 일을 당하든 그건 네놈들 소관이다.”

“세, 세 가지 말입니까?”

“그래. 첫째 네놈들 주군 피어스 어쩌고가 죽을 것. 둘째 서부 변경 지역을 내가 다시 평정할 것. 셋째 거버스가 뒈질 것.”

“......”

“그렇게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보지 마라. 내가 미덥지 않은 것이냐? 섭섭해서 죽여 버리고 싶어지는구나.”

“아닙니다! 공의 승승장구를 확신하옵니다!”

“한 달도 걸리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 느긋하게 산속 생활을 즐기다... 내려오면 될 것 같아 마음이 참 편안하옵니다!”

“한 달은 무슨! 로저 공의 아름다운 무예라면 일주일이면 족할 것입니다! 저희는 맹세코 각하의 권능을 의심하지 않았사옵니다! 믿어 주소서!”

“그렇게 빨리는... 그래도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니 경들은 안심하라. 이 조건들이 충족되면, 그놈들도 네놈들 따위의 입을 막겠다고 전력을 분산시킬 정신은 없을 것이다.”

“......”

“그리고 이건... 원래 보여 줄 생각이 없던 것인데... 경들이 불안해하니 한번 보여 주려 한다. 나의 능력을 보고 나의 승리를 확신하라!”

“예? 뭐를...”


순간 하지운의 잘려 나간 왼팔이 순식간에 다시 자라났다.

‘신체 재생’ 능력을 흡수한 지 이십삼 일 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능력 발동을 해 본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악!”

“신이시여! 살려 주소서! 신이시여! 여기 악마가 있나이다!”

“악마님... 흐흑... 살려 주세요... 저는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흐흑...”

“우웨에에에엑!”

“......”


살짝 상처를 받은 하지운이었다.

최초 공개한 능력인데 이런 리액션들이라니.


“가라.”

“네??”

“가. 보내 줄 때.”

“아아! 감사하옵니다! 각하! 감사하옵니다!”

“악마님!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사옵니다!”

“악마님이 시키신 대로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희를 잊어 주소서!”

“우욱! 감...사... 우웨에엑!”


네 놈이 부리나케 도망간 자리에는 길고 긴 흔적이 남아 있었다.

네 가닥의 물줄기가 끝도 없이 이어졌는데, 도무지 끊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과연 돼지 피를 먹은 놈들이구나! 보잘것없는 것들이 번식력만 끝내준다더니... 오줌발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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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시련 (2) 23.07.14 17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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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복구 (15) 23.07.12 172 1 9쪽
40 복구 (14) 23.07.07 177 2 10쪽
39 복구 (13) 23.07.06 169 3 9쪽
38 복구 (12) 23.07.04 171 2 9쪽
37 복구 (11) 23.07.03 174 2 9쪽
36 복구 (10) 23.07.01 177 3 11쪽
35 복구 (9) 23.06.29 175 2 9쪽
34 복구 (8) 23.06.27 184 3 10쪽
33 복구 (7) 23.06.27 185 4 9쪽
32 복구 (6) 23.06.22 187 3 9쪽
31 복구 (5) 23.06.18 189 3 9쪽
30 복구 (4) 23.06.18 199 3 9쪽
29 복구 (3) 23.06.18 192 4 9쪽
28 복구 (2) 23.06.18 201 3 9쪽
27 복구 (1) 23.06.18 214 4 9쪽
26 정착 (9) 23.06.18 212 3 9쪽
25 정착 (8) 23.06.18 207 3 9쪽
24 정착 (7) 23.06.18 211 3 9쪽
23 정착 (6) 23.06.18 213 3 9쪽
22 정착 (5) 23.06.18 222 4 9쪽
21 정착 (4) 23.06.18 232 4 9쪽
20 정착 (3) 23.06.18 241 4 9쪽
19 정착 (2) 23.06.18 246 5 9쪽
18 정착 (1) 23.06.18 27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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