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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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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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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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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30화


동포의 회심의 기습 공격이 실패하는 것을 보면서, 하지운에게서 가장 근접한 도마뱀머리가 급하게 몸을 던졌다.

동포의 죽음은 안타까웠지만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먼저 죽은 동포들의 시신을 밟고 뛰어올라 침략자를 등 뒤에서 덮쳤다.

아니 덮치려 했다.


“아니, 이 븅신 뭐해? 몸 개그 한 거야?”


동포의 시신을 밟는 순간 발이 쭉 미끄러지면서, 안타깝게도 침략자 놈의 발 앞에 대자로 처박혀 버리고 말았다.


“이런 니미! 그러고 보니까 나도 어제 이렇게 죽은 거잖아... 이 새끼가 남의 트라우마를 건드네.”


아픈 상처를 후벼판 놈을 걷어차 버린 후, 하지운은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도마뱀머리들을 둘러봤다.


어느새 포위망이 그를 기준으로 이십 보 정도 후퇴해 있었다.

처음에는 십 보 안쪽까지 들어와 그를 둘러싸고 물어뜯으려 하던 놈들이 지금은 다들 공포에 질린 기색이 되어 함부로 다가오지를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과 하지운 사이의 공간에는 수를 가늠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시체들이 박살이 난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이것도 놈들이 중간중간 부지런히 치우고 남은 것들이다.


시체에서 나온 피 때문에 바닥은 완전히 진창이 되어 있다.

그 위로 신장이 족히 이 미터는 되어 보이는 덩치들이 발광을 하면서 날뛰다, 피와 살점을 뿌리며 차례로 쓰러져서 시체의 동산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 시체에 묻은 피와 기름기 있는 살점 그리고 진흙 때문에 도저히 신속한 접근을 할 수가 없었다.

방금 동포 하나가 자신의 육신을 희생해서 경고해 주기까지 했다.


‘한 천 마리는 넘게 죽인 거 같은데... 아직도 많이 남았네. 뭐 체력적으로는 문제없는 거 같으니까, 나도 땅바닥이나 조심해야겠다. 발차기 잘못하다가 방금 자빠진 놈 꼴 날라.’


도마뱀머리들이 겁을 먹고 우물쭈물하는 동안, 하지운은 망치를 시체 더미 옆에 세워 두고 여유 있게 몸을 풀었다.

목도 돌리고, 오른쪽 어깨도 돌리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무릎 관절도 풀어 줬다.


‘이 새끼들이! 이 정도 했으면 다시 덤벼들어야지! 뭐 하는 거야? 내가 기다리다 지쳐서 잠들 때까지 버티겠다는 거야? 아니면 나더러 시체 더미 안에서 나오라는 무언의 시위 같은 건가?’


지금 그가 딛고 있는 장소가 방어하기에 최적의 공간이 되었는데, 굳이 자신이 먼저 움직여서 지리적인 이점을 내주고 싶지 않았다.

악취가 진동을 하고 있다는 점만 빼면 더할 나위 없는 장소였다.


‘이것들이 덤벼들든 아니면 도망을 치든 뭐라도 하게 하려면, 뭔가 화끈한 걸 보여 주기는 해야겠네. 이제 슬슬 보여 줘야지. 자 다들 보고 졸라게 놀라라!’


드디어 처음으로 흡수한 능력 ‘신체 재생’을 사용했다.

이곳에 와서 강탈한 능력들 중에 유일하게 인간으로서 쓸 가치가 있는 그의 소중한 첫 번째 능력을 사용한 것이다.


‘이런 씨발! 당장 멈춰!’


스스로에게 고함을 치며 발동이 시작된 능력을 강제로 멈춰 버렸다.

알고 한 짓은 아니었지만, 그의 의지가 능력의 발동을 강제로 찍어 누른 느낌이었다.

다행히 능력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전에 틀어막았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몸에 닥친 충격이 적지 않았다.

당장 목구멍으로 치솟는 피를 입을 꽉 다문 채 뱉지 않고 도로 삼켰다.

지금 그의 눈앞에 천 마리는 족히 넘는 괴물들이 그가 지치기만을 눈이 빠져라 지켜보고 있다.

현재 급격하게 나빠진 몸 상태로 피라도 한 사발 토했다가는 사기충천한 괴물들의 쓰나미에 쓸려 갈 수도 있다.


‘니기미! 설명을 읽어 보고 능력을 쓸 걸! 아오 병신! 이게 젠장, 체력을 끌어다가 신체를 재생하는 거잖아! 아니 근데 팔 하나 재생하는 데 무슨 체력을 몸에 마비가 올 정도로 빼가! 왼팔 다 재생하도록 놔뒀으면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했잖아! 아오 속 울렁거려! 미치겠네!’


천 마리가 넘는 괴물들 앞에서 능력 사용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교훈을 얻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괴물들이 조금만 더 용감했다면 하지운이 부활 하루 만에 이곳에서 뒈질 수도 있는 시간이었지만 말이다.


‘일단 천천히 심호흡하면서 몸을 진정시켜 보자. 회복력이 좋은 몸이니 조금만 시간 끌면서 버티다 보면 어느 정도 돌아올 거다. 빌어먹을, 갖고 놀면서 패던 놈들을... 이제는 눈치를 봐야 하다니...’


갑자기 도마뱀머리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눈빛들이 뭐랄까 교활해졌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방금 전까지의 겁에 질린 모습들이 아니었다.

뭔가 서로 눈빛들을 주고받는데 점점 기세등등해지는 분위기였다.


‘이 새끼들께서 왜 이러시지? 쫌만 더 쉬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왜들 들썩거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던 하지운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망치를 든 오른손 손등으로 입술을 훔쳤다.


‘아 씨발! 피...’


입을 꽉 다물고 있었지만, 입꼬리의 틈으로 한 줄기 흘러내리는 것까지는 막지 못한 모양이다.


‘하아 세상 쉬운 게 없다. 이게 무슨 멍청한 실수냐. 다 이긴 싸움을... 첫 싸움에 교훈은 엄청 얻었네. 이젠 나도 죽기 살기다.’


괴물들이 이미 시체 더미 앞까지 접근해 왔다.

지금 엉망이 된 몸 상태로 하나하나 망치로 다 때려죽이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체력이 그때까지 남아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하지운은 미련 없이 망치를 ‘수납장’으로 던져 넣었다.


하지운이 갑자기 피를 흘리는 바람에 신명이 났던 도마뱀머리들이었다.

그런데 침략자 놈이 갑자기 저항을 포기했는지 휘두르던 몽둥이까지 치워 버렸다.

다들 입이 귀에 걸린 채 시체 더미를 밟고 뛰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하지운이 무릎을 굽히고 몸을 숙였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쇠말뚝이 달린 사슬이 쥐어져 있었다.

하지운은 사슬을 꺼내자마자 머리 위로 힘차게 들어올리고는 온 힘을 다해 회전시켰다.

그의 머리 위에서 고속으로 회전하는 사슬이 순간 그의 우산이 되어 주었다.

비처럼 덮쳐 오던 도마뱀머리들은 머리통 몸통 할 것 없이 전신이 갈려 나갔다.


‘여유 부리기에는 몸이 너무 상했다. 더 이상 안 까분다. 얼른 쫓아가서 다 죽여 버린다!’


사슬을 회전시키면서 차츰 길게 길게 잡았다.

하지운이 다친 줄 알고 밀고 들어오던 도마뱀머리들은 피할 새도 없이 대갈통이 터져 나갔다.

피하려 해도 뒤에서 밀고 들어오는 동료들 덕에 회전하는 쇠뭉치에 머리통을 들이밀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수백 놈이 저항도 못해 보고 상반신이 갈려 버린 채 골로 가버렸다.

뒤에서 밀던 놈들도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었는지 앞에 있던 동료를 밀치는 짓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어 버렸다.

하지운이 시체의 참호 밖으로 피범벅이 된 쇠말뚝을 까딱거리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처음 이천이 넘었던 도마뱀머리의 수가 고작 육백도 안될 만큼 쪼그라들었다.

천오백이 넘는 괴물들을 고작 한 시간 만에 쓸어버린 것이다.


괴물들도 이제는 완전히 질려 버려 슬슬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지운은 그들을 살려서 보내 줄 마음이 벼룩의 오줌만큼도 없었다.


‘당장 누워 쉬고 싶다. 내가 맘 편히 쉬려면 니들이 다 죽어겠야지. 니들이 물속에서 밤새도록 섬 주변을 알짱거릴 텐데... 그딴 식으로 어그로 끌면 내가 잠이 깊이 들겠냐?’


하지운은 숙면을 위해서라도, 섬 위에 있는 것 중에 인간 아닌 것은 모두 죽여 버리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곰머리의 피를 처먹은 놈이 나름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진심으로 살기를 뿜어냈다.

가벼운 마음으로 망치를 휘두를 때와는 천양지차였다.

진짜 니들 전부 다 찢어 죽이겠다는 마음으로 눈깔을 부라렸다.

알래스카 불곰이 먹이를 놓치고 개빡쳐서 지랄 발광하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주춤주춤 물러서던 도마뱀머리 중 몇이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아 버렸다.

하지운이 어슬렁거리면서 다가가 머리통을 걷어차 버렸다.

폭탄이 터진 듯 쇄골 윗부분이 박살나 주변의 괴물들에게 뿌려졌다.

수백이나 되는 괴물들이 얼어붙어서 도망조차 치지 못하고 있었다.


섬 가장자리까지 물러나 있던 놈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늪으로 한쪽 다리를 집어넣었다.


“어딜 가? 이 쉐키야!”


하반신을 전부 물에 집어넣고, 상체만 물에 담그면 살 수 있었던 가련한 괴물의 옆통수에 쇠말뚝이 처박혔다.

하지운이 쇠사슬을 당겨 쇠물뚝을 회수하는 순간 그나마 용감한 놈들이 달려들었다.


“그래! 도망치지 말고 들어와!”


사슬을 놔 버린 하지운은 한 걸음 물러나며 수납장에서 망치를 도로 꺼냈다.

그러고는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괴물들의 머리에 망치를 후려갈겼다.

승질대로 휘두르는 바람에 도마뱀머리의 대갈통만 깨진 게 아니라 가슴팍까지 주저앉았다.

뒤를 따르던 놈들이 기겁을 하면서 몸을 돌리자 하지운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뒤통수를 부숴 버렸다.


“도망가지 마! 어차피 니들 씨를 말리기 전까진 늪에서 안 나갈 거야! 나랑 같이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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