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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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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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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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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27화


그 애가 틀어준 노래를 다 듣고 가시형의 ‘Fields of Gold’를 틀었다.


‘뭔가 기후대가 좀 안 맞는 노래지만... 사람이 아닌 마귀가 되어 가다가, 다시 사람으로 되돌아오는 기분이 드는군...’


기분이 너무 처지는 것 같아 노래를 바꿨다.

‘Welcome to the Jungle’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후대가 딱 맞네.’


일이삼사가 열심히 노를 젓는 동안 하지운은 단순히 관광을 즐기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베이스캠프를 차릴 적당한 공간을 찾고 있었다.

다리가 푹푹 빠지지 않는, 딛고 설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그런 장소를 찾고 있었다.


‘못 찾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나무를 베어서 수상 주택 비스무리한 것을 만들면 되겠지. 그런데 이 새끼들 계속 관찰만 하고 덤비지를 않네. 나 때문인가?’


일이삼사는 모르고 있지만, 그들이 탄 뗏목을 중심으로 반경 백 미터 이내에 천 마리가 넘는 도마뱀머리 괴물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저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 뿌연 초록빛 물속에 발 디딜 틈 없이 모여들고 있는데 이상하게 덤빌 생각을 안 한다.


‘로저도 이 놈들과는 싸워본 적이 없네. 뭘 아는 게 있어야지. 그냥 덤비면 일단 죽이고 보자.’


출발하기 전에 일이삼사에게 아점을 먹여 놓아서, 하지운의 생각에 반나절은 족히 더 부려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저어 본다는 놈들치고 아주 잘하는구나. 네 놈들을 살려 두기를 잘했다. 네 놈들이 우수한 놈들일 거라 내 처음부터 한 눈에 알아보았다.”

“각하, 감사하옵니다. 개와 돼지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겠사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네 놈들도 뗏목 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원치 않을 터.”


하지운의 말에 상상을 했는지 일이삼사의 표정이 더욱 공포에 질린 듯해 보였다.

벨라스터주 토박이들에게 대습지의 괴물을 가지고 협박하는 상황이 하지운 스스로도 웃기기는 했다.


‘가만 둬도 알아서 잘하는데 그만 갈궈야겠다. 이 새끼들만큼 저 물속에 있는 것들을 잘 알고, 무서워하는 놈들이 어디 있다고.’


도마뱀머리를 가진 괴물 래서투스는 대습지 내에서만 서식하는 종이다.

따라서 겁도 없이 습지로 들어가지만 않으면, 살면서 만나볼 기회가 거의 없는 비교적 얌전한 괴물이다.


하지만 어디에나 돌연변이는 있는 법.

한 십년에 두세 번 정도.

잊을 만하면 몇 마리가 습지 밖으로 기어 나와 지랄을 한다.

그때마다 이곳 영주들은 눈물의 똥꼬쇼를 벌인다.


대습지 근처에는 서부의 콘체스터주와 어네스퍼드주, 북부의 벨라스터주와 폰틸랜드주 총 네 개의 주가 있다.

서부와 북부는 킬리산맥을 기준으로 나뉘는데 별 의미는 없다.

‘변경 주’들을 설립하던 초창기에 명령 체계 때문에 나눈 것이 삼백 년이 다 되어 가도록 그대로 남아 있는 것뿐이다.


콘체스터주나 폰틸랜드주는 각각 서부와 북부의 숲과도 접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곳의 영주들은 무력을 키우는데 제약이 없다.

숲에서 끊임없이 기어 나오는 괴물들과 지지고 볶고 하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 괴물들을 잡아 피를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강력한 사병 집단을 별 문제없이 유지해 왔다.

딱히 애로 사항이라고 한다면 그저 수시로 칼질하면서 사느라 사는 게 피곤하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 사이에 낀 어네스퍼드주와 벨라스터주는 사정이 아주 다르다.


처음 신체 강화술을 접하고, 신이 나서 자신들의 주를 청소하고 다닐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자기 주 내의 오지들을 다 밀어 버리고 나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괴물들의 씨가 말라 버려서 사병을 육성하고 유지할 명분과 수단이 소멸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대습지가 있다.

브리갠트 왕국의 주 서너 개 정도가 합쳐진 것과 맞먹는 거대한 미개척지다.

그 곳에도 피를 짜낼 괴물들은 넘쳤다.


그래서 그 두 개 주의 영주들은 가진 병력들을 모두 모아서 밀어 넣어 봤다.

끝이 보이지 않는 울창한 수중 숲과, 끈적거리는 진흙으로 범벅이 된 수없이 많은 호수들의 집합체 속으로.


병력의 구 할을 늪 속에 담가 놓고 일 할도 못되는 생존자들이 도망쳐 나왔다.

도망쳐 나온 생존자들도 더 이상 전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가 없었다.

PTSD라는 용어조차 없는 세계에 전쟁 후유증을 겪는 백여 명의 장정들이 쏟아진 것이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기만 해도 바닥을 구르는 이들을 겨우 어르고 달래서 알아낸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갑자기 물속에서 수천 마리의 녹색 피를 가진 괴물들이 솟구쳐 올랐다는 것과, 배 위로 올라온 놈들을 아무리 죽여도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다.

머리를 완전히 부숴 버리거나 목을 자르지 않으면 끊임없이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팔다리가 잘려서 뒹굴던 놈이 상대하던 전사가 잠시 등 돌린 사이에 금세 멀쩡해져서, 돌아서 있던 전사의 뒤통수를 물어뜯어 버렸다고 한다.

그 장면은 목격자들을 미치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늪지에서 잘 죽지도 않는 괴물들과 드잡이질을 하던 전사들은 얼마 버티지 못 하고 괴물들의 밥이 되어 갔다.

그리고 겨우 살아 돌아온 자들도 더 이상 무기를 들 수가 없게 되었다.


두 개 주의 지배층들의 무력이 단숨에 공중분해 된 것이다.

그들이 다시 군사력을 회복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인접한 주의 권력자들에게 도움을 구걸하는 것 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북부의 먼틸리나 로먼트. 그리고 로저의 가문 등등이었지.’


성정이 평화로운 녹색 괴물들이 가끔 물 밖으로 나와서 굳이 찾아오는 짓만 안 했어도, 이 동네 사람들이 그런 굴욕을 장시간 동안 겪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아무 상관없는 하지운조차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얘들 역사를 보면 눈물 없이는... 심지어 선왕 스티븐은 이 두 개 주의 ‘변경 주’ 특권까지 박탈하려 했었지... 하는 일 없다고... 이 동네 새끼들이 가슴에 쌓인 게 많을 만해.’


변경 주들을 제외한 다른 주에서 전사들을 육성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가문의 인재들을 변경의 영주들에게 보내서 전사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변경에서 괴물을 사 오는 것이다.


자식들을 다른 가문에 보내면서 빈손으로 보내는 냉혈한은 없다.

그 정도로 돈이 아까우면 그냥 싸구려 용병들을 몇 명 고용하면 된다.

대신에 주변의 다른 가문에 시비 거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 쪽에서 분쟁을 결투로 해결하자고 나오면 찾아가서 싹싹 빌어야 된다.

왜냐하면 결투 재판에서 패한 자에 대한 형벌이 지구의 중세 유럽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아니지. 여기가 더 살벌하지. 거기는 눈알 뽑거나... 거... 세를 하거나... 같은 신체를 일부 훼손하는 거지만 여기는 종합해서 이것저것 다하니까...’


주변의 이웃보다 더 잘나가기 위해서가 아닌, 이웃들에게 밥 취급을 안 당하기 위해서 각지의 귀족들은 변경 영주들에게 거액의 사례비와 함께 자식들을 보냈다.


피붙이들을 보내는 것이 불안한 자들은 직접 괴물을 사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들은 소머리, 돼지머리등을 달고 있는 괴물이다.

오일장에서 사오는 소와 돼지가 아니다.


변경까지 가서 사는 게 문제가 아니다.

구매 비용은 걱정거리 축에도 못 낀다.

구매하고 난 후의 일이 진짜 문제다.

도대체 어떻게 제압해서 끌고 온단 말이며, 끌고 와서는 어디에 둔다는 말인가.

방에서 재우겠는가. 축사에다가 묶어 두겠는가.


‘물론 끌고 오자마자 도축해서 대기하고 있던 애들이 원샷 때려 버리면 되긴 하지. 그 애들이 모두 로저 드레이시 같은 괴물이 아니라서 문제지. 로저 이 미친놈은 경악하는 제 아비 앞에서 곰 염통을 들고 그대로 원샷 때린 진정한 용자였으니까.’


보통 괴물의 가슴에 죽지 않을 정도로 흠집을 내어 그곳으로 피를 짜내서 아이에게 먹인다.

몇 번에 걸쳐 나눠서 먹이는데, 그래야 로저 같지 않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이것도 괴물들이 생명력이 질기고 회복력이 좋으니까 가능한 짓이다.


‘그런데 웃기는 것이 이 짓도 횟수 제한이 있더란 말이지. 한 열 번 정도 반복하면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말이야. 일인일닭 같은 건가? 일 인분 만큼의 피를 뽑고 나면, 더 이상은 마력 같은 것이 담긴 피가 나오지를 않는다... 이건 너무 인위적인 설정이잖아. 강해지고 싶으면 계속 괴물을 잡아라! 뭐 이런 건가?’


결국 이 모든 행위를 위해서는 먼저 자식들을 변경에 보내 전사로 만들어서 그들에게 구매 행위를 전담시켜야 하다.

동시에 저택에 엄청나게 튼튼한 감옥도 만들어야 한다.

결론은 어떻게든 변경의 영주들은 돈을 벌고, 그 외의 귀족들은 돈이 줄줄 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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