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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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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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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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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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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정착 (6)

DUMMY

22화


그녀에게서 옷을 받아 수납장에 집어넣었다.

허공에서 옷이 사라졌지만 그녀는 움찔하기만 할 뿐 결코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래서 하지운도 안쓰럽다는 표정을 더는 짓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강한 의지를 지닌 여인임을 느꼈기에, 결코 동정심 따위를 보여서 그녀를 모독하고 싶지 않았다.


“돌아갈 가족은 있느냐?”

“오라비가 하나 있었사온데... 죽었습니다...”


하지운은 짚이는 것이 있어 더 표정 관리가 안 되었다.

리처드 놈의 시체를 검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네 오라비가 오늘 죽었느냐?”

“네... 나리...”


‘목을 긋지 말고 팔다리를 썰어 버릴 걸...’


돌로 놈의 머리도 칠 수 있게 해 줄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따라오너라.”


더는 시간을 끌 수 없어 두 졸개 놈의 머리끄덩이를 한 손으로 틀어쥐고 강가로 질질 끌고 갔다.

강가에 이르러 두 놈의 시체를 조심스럽게 물에 집어넣었다.


“하나 더 가져올 동안 너는 여기서 기다리거라.”

“네, 나리.”

다시 언덕 위로 올라가 시체가 있던 건너편 중턱으로 내려갔다.


‘시체가... 없다!’


피 웅덩이는 그대로 있었다.

웅덩이에서부터 피 묻은 손으로 땅을 짚은 흔적이 있었다.

발자국이 언덕 아래로 찍혀 있었다.

피 묻은 발로 발자국을 낸 흔적은 있는데 발자국 주변에 손에서 떨어진 핏방울로 추정되는 것 외에는 다른 흔적이 없었다.

그나마도 발자국을 따라 조금 더 살펴보니 핏자국 자체가 더 이상 보이지를 않았다.


‘죽은 것은 확실한데, 제 발로 일어나 달아났다... 거기다... 상처까지 아물었다...’


죽은 것이 확실하다고 단정 짓는 이유는 하지운이 환생 전 저승에서 선택한 능력 때문이다.


하지운이 선택한 능력은 ‘능력 강탈’이다.

방금 전 놈을 죽이고 분명 놈의 능력인 ‘강간 시 팔다리 제압 방법’을 강탈했다.

앞서 죽인 두 놈에게서도 ‘아부’와 ‘곁눈질로 훔쳐보기’를 강탈했었다.

물론 셋 다 흡수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삭제 처리 하긴 했지만.


‘예상했던 거잖아... 놀랄 필요 없지. 이제 진짜 졸라게 달려 보자.’


그대로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강가에서 기다리던 여인은 하지운이 빈손으로 날듯이 뛰어 내려오자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표정이 비장하게 바뀌었다.

당장 강물에 뛰어들기라도 할 기세였다.


‘야, 표정 좀 풀어. 너 버리고 안 가.’


하지운은 여인 앞에서 급하게 멈춰 선 후 다짜고짜 여인을 안고 뛰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널 좀 안고 뛰어야겠다. 내 목에 팔을 감아라. 놓치면 네 온몸이 박살날 것이다. 네가 아무리 내 목을 졸라도 내가 숨 막혀 죽을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니 죽을힘을 다해 매달려라.”

“네, 나리.”


한 팔로 그녀의 몸을 꽉 안고 뛰던 하지운은 혹시나 그녀가 자신의 팔 힘에 눌려 죽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숨은 잘 쉬어 지느냐?”


하지운의 목에 팔을 감은 채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여인은 엄청난 속도에 눈을 뜰 엄두도 못 내고 입만 덜덜 떨면서 겨우 말을 이었다.


“나리, 저는 당장 죽어도 좋으니 제발 제 걱정은 마시고 어서 몸을 피하시어요.”


‘잘 버티네. 내 정신력이 이 애의 반만 되었어도 로저 놈에게 휘둘리는 일은 없었을 텐데.’


여인을 안고 얼마 뛰지도 않은 것 같은데 멀리 다리가 보였다.

하지운의 생각에 이 여인을 안고 통나무를 밟으며 강을 건너는 짓은 지나치게 미친 짓거리로 여겨졌다.

그래서 그 아이디어는 이미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 버렸다.


다리 옆에 경비병들의 숙소로 쓰이는 오두막집들이 보였다.

아직 어두컴컴한 새벽이라 경비병 둘만 다리 난간에 기대어 쭈그리고 앉아 졸고 있었다.


‘미안한데 너희 둘은 죽어 줘야겠다.’


족히 백 미터는 넘어 보이는 나무다리를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건너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몰래 지나가다가 다리 중간쯤에 있을 때 놈들이 깨어나 고함이라도 치면 완전 골 때리는 상황이 될 듯했다.


하지운은 자고 있던 놈들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발을 들어 완전히 재워 주려는데, 가까이서 놈들의 면상을 보니 가관이었다.

두 놈 다 얼마나 깊은 수면에 빠져 있는지 아래턱부터 가슴팍까지 침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여... 여보... 옹, 거... 기이는 안... 돼... 앵.”


두 놈 중 우측에 자빠져 자는 놈은 얼굴도 앳된 것이 신혼인 모양이었다.


“끼기기기기기긱.”


좌측 놈은 이를 가는데 저 정도면 임플란트도 없는 세상에 늙어서 고생 좀 해야 할 것 같다.


‘운이 좋은 놈들이구나. 네 놈들이 내 마음 속의 부처를 끄집어낸 모양이다. 열반에 들고 싶지 않으면 계속 그렇게 자라.’


그러고는 여인을 내려놓고 몸을 숙인 채 천천히 다리를 건넜다.

다리가 끝나 갈 때쯤 다시 그녀를 안아 들었다.

다리 반대편에서 보초를 서던 놈들도 잠들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코까지 골면서 자고 있는데 굳이 죽일 필요는 없어 보였다.


‘왕실 직영지의 경비 수준 보소. 험프리 놈이나 졸개 놈들이나. 아! 이놈들이 그래서 맘 편히 처자는구나!’


다리를 건너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이 다리를 관할하는 상위 영주의 흉을 보는 하지운이었다.

그러다 떠오른 생각에 대놓고 처자는 경비병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저 놈들을 감독할 상급자들이 죄다 콘체스터에 들어가 있겠구나. 쟤들 입장에서는 완전 휴가네. 드레이시 가문 출신이 도망을 쳐도 서쪽 숲으로 들어가지 굳이 적들의 본거지로 나올 리가 없으니... 세상 맘 편하겠네.’


다리를 건너자마자 좌우로 언덕이 보였다.

애초에 언덕을 깎아서 길을 내고 그 끝에 다리를 놓았다.

다리만 건너면 숨어들 곳 천지다.

그래서 이곳 벨라스터주를 목적지로 삼은 것이다.

이 언덕을 따라 쭉 북상하면 킬리산맥이 나온다.

킬리산맥에만 들어가도 더 이상 추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브리갠트 대부분이 평야와 구릉지로 이루어져 있다.

변경 지역도 대부분이 거대한 숲으로 덮여 있어 산맥이라 할 정도로 큰 산들이 없다.

변경의 삼림 지대를 지나 고원 지대까지 가야 거대한 산들을 볼 수 있다.

킬리산맥이 브리갠트 왕국 내에서는 유일한 고지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산에서 무언가를 추적하는데 익숙한 놈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킬리산맥의 건너편은 어네스퍼드주다.

그곳에는 쉰 개가 넘는 드레이시 가문의 장원이 있다.

로저 놈은 어릴 때부터 킬리산맥을 자신의 놀이터처럼 여겨 왔다.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육체를 가지고 태어난 로저는 험한 곳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놀이였다.

괴물 피를 먹기 직전에는 피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야 한다는 말을 듣고, 알아서 훈련을 한답시고 산맥을 몇 바퀴씩 돌기도 했었다.


즉 브리갠트 전체를 뒤져도 킬리산맥에 대해서 로저만큼 많이 알고 익숙한 자가 없다는 말이다.

그곳으로 작정하고 하지운이 숨어들면 쫓는 것은 불가능하다 할 수 있다.


‘잠깐! 험프리나 거버스나 두 놈 다 로저가 숨이 붙어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아예 안 한 건가? 추격도 없고, 예상 도주로는 경비가 개판이고.’


하지운의 생각에 험프리 놈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

로저가 살아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 근방을 전부 제 놈 졸개들로 도배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


‘하긴 팔이 잘리고 검을 네 자루나 처맞았으니... 그 상태로 로저가 물에 빠지는 것을 보고 완전히 마음을 놔 버렸을 수도 있겠지. 실제로 로저는 죽었으니까. 그게 아니면 로저를 제끼고 두 놈이서 또 한판 했을 수도... 키킥.’


손 안 대고 코 푸는 행복한 상상을 해 버렸다.

열심히 달리던 중이라 다행이었다.

하지운의 행복한 웃음을 봤다면, 그의 목에 매달려 있던 여인은 심장이 멎었을 수도 있다.

그녀는 너무 빠른 속도에 두려워서 눈을 감고 있었기에 더 큰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세상일이 그렇게 쉬워! 젊은 놈이 공짜 좋아하면...’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달리는데 집중했다.

행복한 상상을 해 버리면 방심을 하게 될까 두려웠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절대 방심하지 않기로 거듭 다짐하는 하지운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그 두 놈이 잘 살아 있다는 건 알고 있잖아. 세상에 나만큼 그 둘의 생사 여부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또 있나?’


모를 수가 없다.

하지운이 처음 이 세상에 부활했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이 강에서 기어 나오는 것이었고, 그 다음 한 일이 토하는 것이었다.

한참을 토했는데 단순히 로저의 기억 때문만이 아니었다.

처음 상태창을 열었다가 동시에 ‘임무 목록’까지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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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복구 (10) 23.07.01 17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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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복구 (7) 23.06.27 183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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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복구 (4) 23.06.18 197 3 9쪽
29 복구 (3) 23.06.18 191 4 9쪽
28 복구 (2) 23.06.18 199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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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정착 (7) 23.06.18 210 3 9쪽
» 정착 (6) 23.06.18 212 3 9쪽
22 정착 (5) 23.06.18 221 4 9쪽
21 정착 (4) 23.06.18 232 4 9쪽
20 정착 (3) 23.06.18 24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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