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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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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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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2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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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31화


기어코 마지막 한 놈까지 죽였다.


도로 쇠말뚝을 꺼내서, 도망치려는 기미가 보이는 놈들부터 닥치는 대로 후려갈겼다.

어느 놈이든 달아나기 위해 조금만 꼼지락거려도, 바로 그놈 먼저 죽이겠다는 명확한 의사를 주입시키기 위해서였다.


살기를 있는 대로 흘려 댄 상태에서, 비겁한 놈은 먼저 죽는다는 나름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지운 나름 머리 써서 시전한 가스라이팅이었다.


‘지금 내 몸 상태로 잠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를 거다. 내가 처자빠져 자는 중에 저것들이 다시 들이닥치면 나도 별 수 없이 죽는다. 절대 살려 보내면 안 돼!’


정말 악착같이 죽였다.

안 그래도 위축된 놈들을 최선을 다해서 잔인하게 죽였다.

그리고 이 패악질은 금세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공포에 절여져 무기력해진 도마뱀머리들은 하지운의 대충 휘두르는 공격조차도 피하지 못하고, 너무도 허무하게 죽어 버렸다.


결국 오백이 훌쩍 넘게 남아 있던 도마뱀머리 괴물들이 도망도 한 놈 못 쳐 보고 몰살당했다.

아무리 몇 단계 위의 상위 포식자라 해도, 팔도 한쪽 없는 놈에게 정말 어이없게 당해 버렸다.


‘역시 싸움에 관해서는 로저 강사님만 한 분이 없군. 싸움은 기세로 반은 먹고 들어간다더니, 정말 그렇군.’


하지운은 자신이 만든 생지옥 위를 걸으며, 새삼 자신이 차지한 육체를 거듭 찬양했다.

자신에게 몰살당한 괴물들을 훑어보며 그저 뿌듯한 마음뿐이었다.


시체의 동산을 지나 일이삼사가 매달려 있는 나무 앞으로 다가갔다.

나무 아래 바닥의 상태를 보고 헛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았다.

괴물들의 시체를 보고도 평온하던 그의 위장이 요동을 쳤다.


“그만 처짜고 내려와, 이 똥쟁이 새끼들아!”


잠시 후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몰골의 일이삼사가 굼벵이 같은 속도로 내려왔다.

팔다리의 힘이 다 빠져 바들거리며 겨우겨우 기어 내려왔다.


그러고는 하지운의 앞에 정렬해 있는데, 정말 눈물 없이는 못 보고 있을 꼬라지였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두덩들이 만두만 하게 부어 있었고, 토하기는 또 얼마나 토했는지 머리통의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몰골만 보면 네 놈들이 저것들을 다 죽인 거 같구나. 쓸모없는 놈들 같으니!”


하지운의 차가운 일성에 일이삼사가 눈물을 뿌리며 바닥에 엎드렸다.

혀를 차며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지운이 말을 이어갔다.


“냄새가 역해서 도저히 네놈들 곁에 있을 수가 없다. 나는 섬 맞은편의 개울에서 씻고 올 테니, 네놈들은 저 개울에서 씻고 옷을 빨아라. 그리고 좀 멀쩡한 천으로 사타구니는 꼭 가리고 있어라. 더 이상은 사내놈들의 양물을 보고 싶지 않구나. 눈이 썩을 것 같다!”

“네... 각하...”


일이삼사가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하지운도 더 이상은 다그칠 마음이 들지 않아, 한숨을 삼키며 돌아섰다.

솔직히 인간적으로 보기에 너무 애처로웠다.


괴물들의 피와 살점이 묻은 옷을 대충 손빨래한 후 나뭇가지에 걸어 뒀다.

습도가 높은 편이기는 해도 기온이 워낙 따뜻해, 다 마르기까지 하루도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다시 물속에 들어가 몸을 씻으며 상태창을 켰다.

‘신체 재생’능력을 처음 발동했을 때, 왜 그렇게까지 몸에 무리가 온 것인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상태창을 보니 사용 가능한 능력이 이미 따로 정리되어 있었다.

‘능력 강탈’이 가장 위에 있고, 바로 그 밑에 ‘신체 재생’이 위치해 있었다.

저승에서 해 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신체 재생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러자 ‘재생’이라는 단어 옆으로 자세한 설명이 떠올랐다.


“크흑, 큭큭큭크흡. 미치겠네... 이러니까 기절할 뻔했지...”


‘신체 재생’은 경험치가 적용되는 능력이었다.

레벨이 십씩 오를 때마다, 재생을 위해 사용되는 체력 소모량의 비율이 변한다고 적혀 있다.


“레벨이 십이 되기 전... 소모되는 체력의 비율이... 육백 퍼센트! 훼손된 신체가 전체 신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이 비율을 곱해서 나온 값만큼의 체력이 소모된다...”


하지운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숨을 한 번 몰아쉬고는, 자신의 몸통과 오른팔을 훑어봤다.

팔이 워낙 굵긴 했지만, 몸통이나 다리통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대충 팔 한쪽이 내 몸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몸의 팔분의 일 정도라 치고... 여기에다가 육백 퍼센트... 그러니까 육을 곱하면 팔분의 육... 칠십오 퍼센트... 결론은 아까 내 몸의 체력 중 대충 칠십오 퍼센트 정도가 단숨에 빠져나가려 했다는 거네... 보통사람이면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운동 같은 것을 하면서 차츰차츰 체력이 소모되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 체력이 순식간에 뽑혀 나간다는 설명에 하지운은 숨이 턱 막혔다.


하지운의 경우 글을 썼었다 보니 잡지식만 잔뜩 쌓여 있었다.

그래서 혈액의 삼분의 일이 빠져나가면 과다 출혈로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운 스스로가 의대를 나온 것도 아닌 마당에, 수치로 정확하게 표시될 수도 없는 체력에 대해서는 뭐 하나 확신할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해 지금 자신의 팔을 재생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 레벨에서 팔 하나를 통으로 재생하는 것은 좀 무모해 보였다.


‘그래도 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재생하고 푹 쉬면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섬 건너편에서 아직도 흐느끼면서 몸을 씻고 있는 일이삼사였다.

지금 하지운이 도마뱀머리처럼 팔이라도 재생하는 순간, 일이삼사는 무조건 정신 줄을 놔 버릴 것이다.


레벨 십이 되면 삼백 퍼센트.

그 후로 레벨 십이 오를 때마다 백, 오십, 삼십, 십 퍼센트 순으로 소모되는 비율이 감소한다.

그러다 레벨 육십이 되면 소모되는 비율이 일 퍼센트가 된다.


‘레벨 육십만 되어도 도마뱀들처럼 마음껏 능력을 남발할 수 있겠네. 그런데 레벨을 올리는 방법이...’


‘재생’ 능력을 반복해서 사용하거나, 같은 능력을 가진 상대를 반복해서 죽이면 된다.


일단 해당 능력을 가진 놈을 죽여서, 능력을 흡수했다고 치자.

그다음에는 같은 능력을 가진 상대를 또 죽여 봤자, 이미 흡수한 능력을 또다시 강탈할 수는 없다.

대신 이미 흡수한 능력이 경험치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 한해서, 추가로 같은 능력을 가진 놈을 죽일 때마다 해당 능력의 경험치가 증가한다.


하지운은 급하게 자신이 죽인 도마뱀머리들의 수를 확인했다.

친절하게도 능력 설명란 옆에 살해한 괴물들의 머릿수도 적혀 있었다.

이천백칠십사.


‘이야, 내가 죽였지만 정말 더럽게 많이 죽였네. 그렇다면! 지금 내 신체 재생 레벨은! 뚜구두구두구! 사... 레벨? 시작이 영 레벨인데... 고작 사 레벨 올랐다고? 이천 마리를 넘게 죽였는데? 장난해?’


설명란 밑에 래서투스를 반복해서 죽일 경우 붙는 경험치 획득량을 확인했다.

0.002퍼센트였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레벨이 아무리 올라가도, 경험치 획득량은 고정이라는 것이었다.

거기다 계산하기도 편하게 경험치를 일 퍼센트만큼 획득하면 일 레벨이 올라가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야, 이건 다행이네! 게임에서 레벨 올라갈 때마다 경험치 획득량 감소하는 거 진짜 짜증났었는데...는 무슨! 지랄! 야, 임승아 나와!’

‘왜? 왜 부르는데?’

‘야, 이게! 경험치야? 과자 부스러기야?’

‘내가 정한 거 아냐! 왜 나한테 난리야?’

‘그럼 내가 누구한테 난리 쳐? 인천 다마 수도 아니고 경험치를 왜 이렇게 짜게 주냐고?’

‘다마스?’

‘아, 됐고! 한 놈 죽였을 때 경험치 획득량이 오만분의 일이 말이 돼? 경험치 다 채우려면, 도마뱀을 오만 마리 죽이라는 말이잖아! 저승이 나한테 원하는 게 대체 뭐야?’

‘원하긴 뭘 원해? 그리고 죽이든 말든 그냥 네가 알아서 해! 도마뱀 죽이기 싫으면 능력을 반복해서 사용하면 되잖아!’

‘능력 사용 시 경험치 획득량 0.00001퍼센트라고 적어 놨잖아! 이거 네가 적은 거지? 이게 경험치냐? 아까 게 과자 부스러기면 이건 미세 먼지냐?’

‘아우, 시끄러! 귀 아파! 작게 말해!’

‘말 안 했어! 생각만 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그 생각을 좀 얌전하게 해 달라고!’


승아의 말에 하지운은 심호흡을 하고 진정하기 위해 애썼다.


‘알았어... 일단 진정할게.’

‘나도 작성할 때 대충 봐서 몰랐는데... 좀 적긴 하네... 그런데 어차피 네가 이 동네에서 한두 달 있다가 돌아올 것도 아니고... 자꾸 쓰다 보면 늘겠지...’

‘아아, 천만 번? 상처 치료를? 하루 종일 자해라도 할까?’

‘... 야! 그러고 보니까 나도 할 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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