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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하는 작가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이상한하루
작품등록일 :
2023.10.23 09:05
최근연재일 :
2024.03.15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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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411
추천수 :
4,750
글자수 :
371,835

작성
24.03.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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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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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글자
12쪽

이한영의 과거

DUMMY

이한영이 나영찬의 영혼을 보고 희미하게 웃으며 말한다.


“아직도 영혼이라는 옷이 몸에 익숙해지지 않은 모양이네요.”

“후우··· 그런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장사도 못하시고···”

“괜찮아요. 하루 돈 벌지 않는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진호도 그렇고 진호엄마도 마음이 여린 사람인데 둘만 남겨두고 저 혼자 저승길을 떠나려니까 도저히···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네요. 사실 제가 여기에 있어 봤자 어차피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데···”

“그건 아니죠. 절 여기까지 데려왔으니까 진호도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아... 그러네요. 그래도 사장님 없었으면···”

“이한영입니다.”

“네?”

“제 이름··· 이한영이에요. 그냥 앞으로는 사장님 말고 이름 부르세요.”

“아네. 이한영씨. 전··· 나영찬이라고 합니다.”


희정이 입틀막을 하며 중얼거렸다.


“그냥 두 사람 절친하셈. 아, 아니다. 나중에 이한영하고 진호엄마가 결합되려면 나영찬이 저승으로 떠나야겠네. 아··· 어떡해···”


티비를 보던 내가 희정을 돌아보고 말했다.


“아무리 내가 대본을 썼어도 드라마 볼 때는 몰입을 하면서 보는데 그렇게 스포일러하면 분위기 확 깨지지.”


희정이가 금방 히죽 웃으며 말했다.


“쏴리~ 나도 워낙 몰입을 하다 보니. 헤헤.”


평소답지 않게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던 이한영이 입을 연다.


“저한테도 진호만한 아들이 있었습니다.”


나영찬이 놀라서 반문한다.


“네? 지난 번에는 모쏠이시라고···”

“그땐 제 사정을 밝히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대답했어요”

“아··· 근데 조금 전에 아들이 있다가 아니라 있었다고 하신 것 같은데···”

“네. 그날 아이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을 갔다 오다가 사고가 났어요. 둘 다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나영찬의 놀라는 표정. 그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는 이한영의 두 눈이 촉촉해진다.


“근데 죽은 아내와 아이의 영혼이 저를 찾아왔어요. 처음엔 그렇게 영혼이라도 찾아오니 너무 기뻤고 아내와 아들의 영혼이라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이어서 이한영의 과거가 플래시백으로 이어진다.


몽글빵집이 아닌 다른 빵집의 외관이 보이고 안에서 밝은 아내와 아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제빵실에서 반죽을 만드는 이한영과 이한영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서 함께 반죽을 만드는 이한영 아내의 영혼. 그리고 이한영 아들의 영혼이 빵집에 손님이 오면 ‘어서 오세요!’하고 외치고 그 소리를 듣고 제빵실에서 나오며 아들의 영혼을 향해 엄지를 치켜 보이는 이한영.


이한영은 밥을 먹을 때도 아내와 아들 영혼의 밥을 함께 차려놓고 먹는다. 비록 밥을 먹는 사람은 이한영 혼자지만 그 모습을 행복한 듯 바라보는 아내와 아들의 영혼.

아내의 영혼이 묻는다.


“맛있어? 이젠 제법 요리도 잘하네.”


비록 영혼이지만 이한영은 아내와 아들이 자신을 지켜봐 주니 행복하다.


그렇게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던 행복의 시간들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한영이 여자손님에게 친절하게 대했다고 그 여자 좋아하냐며 질투하고 화를 내는 아내의 영혼. 자기도 맛있는 거 먹고 싶고 밖에 나가 아이들과 놀고 싶다며 칭얼대는 아들의 영혼.


그리고 그렇게 아내와 아들의 영혼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한영은 점점 사람들 사이에서 고립되고 지인들과의 관계도 멀어진다. 원래도 영혼을 보는 능력 때문에 주위에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게다가 동네에서 이한영한테 귀신이 붙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빵집에 손님도 끊어진다.


다시 병원 복도 씬.

이한영이 두툼한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내리며 마른 세수를 한다. 그런 이한영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나영찬의 영혼.


“처음엔 모든 게 좋았습니다. 비록 영혼이지만 그렇게 라도 함께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하지만 그건 지속될 수 있는 행복이 아니었어요.”


다시 이어지는 플래시백.


이한영이 의자 위에 서있고 목에는 늘어진 올가미가 눈앞에 있다. 이한영의 아내와 아들의 영혼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한영이 아내와 아들을 보고 웃으며 대사를 한다.


“이제는 우리 세 식구··· 헤어지지 않고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거야.”


이한영이 목에 올가미를 걸자 아내의 영혼이 말한다.


“우리 이제 갈 거야.”

“뭐라고?”

“민규랑 난 저승으로 넘어갈 거라고. 그러니까 당신은 남은 인생··· 마저 살다가 와.”

“아니야. 나도 같이 갈 거야. 나도 당신이랑 민규랑 같이 저승으로 가서 우리 세 식구 다시 행복하게 살 거라고.”


아내의 영혼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한다.


“누가 그래? 저승에 오면 우리 세 식구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아니야. 여긴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니야. 이승에서의 인연은 이승으로 끝나는 거야. 그러니까 더 이상 미련 갖지 말고 당신한테 주어진 인생마저 살고 와. 나중에 다시 우리가 인연이 되면··· 아냐. 민규야, 아빠한테 인사해.”

“아빠··· 안녕···.”

“안 돼. 민규야 아빠도 같이 갈 거야. 잠깐 기다려.”


이한영이 올가미에 급하게 목을 걸면 아내의 영혼이 말한다.


“당신이 만약 잘못된 선택을 하면 난 민규와 함께 당신 곁에 머물렀던 시간을 저주할 거야. 그러니까 나쁜 생각하지 마. 당신과 함께 했던 마지막 시간들··· 잊지 않을 게. 잘 있어.”

“안 돼! 여보! 민규야!!”


이한영이 소리치지만 스르르 흐려지는 아내와 아들의 영훈. 이한영이 올가미를 붙잡고 오열한다.


촬영장에서 이 장면을 찍을 때 마정한이 많이 고민했다. 이전에 코믹한 이미지로 조금씩 훌쩍이는 모습은 몇 번 보여줬지만 이번처럼 정극 연기로 오열하는 건 연기를 시작하고 처음이라면서.


마정한이 오열하는 연기를 한다는 걸 알고 송현우가 일부러 촬영장까지 찾아왔다. 마정한이 그런 송현우를 보고 원망하듯 말했다.


“아, 진짜. 형! 형 있으면 진짜 쑥스러워서 연기 못한다고. 형은 맨날 오열하는 연기해서 그쪽으로는 연기 장인이지만 난 너무 쑥스럽단 말야.”

“그럼 난 오열 전문배우인 거야? 큭큭.”


마침내 촬영이 시작되고 마정한이 올가미를 붙잡고 울기 시작했다. 난 혹시라도 이전의 이미지 때문에 이 장면도 웃프게 보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완전한 기우였다.

커다란 덩치에 산적같이 생긴 마정한이 어린애처럼 오열하며 꺼이꺼이 울기 시작하자 송현우 하고는 또 다른 느낌으로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두들겼다.


송현우의 눈물이 가랑비처럼 서서히 시청자의 마음을 적시는 슬픔이라면 마정환의 눈물은 그야말로 장대비처럼 시청자들의 심장을 세차게 두들기는 격한 슬픔에 가까웠다.

나중에 마정한은 이한영의 감정에 몰입하며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마정한의 오열과 함깨 8화가 끝났다.

8화의 평균 시청률은 18.8%

시청자 게시판에는 온통 이한영의 과거에 대한 얘기로 도배가 됐다.


[이한영, 친구 없는 이유가 있었네]

[귀신 보는 능력이 꼭 좋은 건 아니네. 주변 사람 죽으면 어쩔~]

[그런 아픔이 있었으니까 나영찬한테 빨리 저승가라고 했던 거네]

[마정한이 우니까 확실히 울림이 크네]

[나영찬의 영혼은 이제 어떡함? 저승으로 가나?]


*


지이이이잉~~

핑크걸스 소속사인 바른엔터 박현욱 실장의 휴대폰이 울렸다. 액정화면을 본 박현욱 실장의 얼굴에 반가움이 찾아 들었다. <보이지 않는 사랑> 허동수 작가의 전화였던 것이다.


석 달여 전에 허동수 작가가 핑크걸스의 카메오 출연을 부탁했다. 사실 지금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핑크걸스 같은 걸그룹은 멤버 전원이 스케줄을 비우고 출연해야만 하는 카메오 출연이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다.

굳이 얼굴을 알릴 필요가 없는데다 출연료도 거의 받지 못하고 출연해야 하니까.


하지만 허동수 작가는 핑크걸스가 가장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다. 게다가 그때 허동수 작가가 여름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핑크걸스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당시 여름의 죽음과 관련해 핑크걸스가 퇴출위기까지 몰렸다가 허동수 작가 덕분에 누명을 벗었다. 누명을 벗은 후에는 동정여론까지 더해져서 인기를 회복했고 요즘엔 최고의 걸그룹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박현욱 실장은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허동수 작가의 전화가 반가웠다.


“안녕하세요, 허동수 작가님.”

[질 지내셨어요, 실장님?]

“네, 작가님 덕분에 너무 잘 지냈습니다.”

[다행이네요. 요즘 저도 가는 곳마다 핑크걸스 노래가 나와서 너무 좋더라구요. 아, 다름이 아니라 카메오 출연 때문에 연락을 드렸는데 혹시 스케줄이 되시는지··· 만약 어려우시면 거절하셔도···]

“아닙니다, 작가님. 날짜 말씀해주십시오. 저희가 어떻게든 맞추겠습니다.”


*


핑크걸스 멤버 4명이 잠시 후면 방영될 <보이지 않는 사랑> 9화를 시청하기 위해 회사 사무실에 모여 있었다. 모처럼 안무연습이 일찍 끝나 본방을 사수하게 된 것이다. 아니 <보이지 않는 사랑> 본방 보려고 다들 평소보다 더 열심히 안무연습을 한 덕분이다.


멤버 모두 송현우의 열렬 팬인 데다 최근에 리더 카인은 마정한에게 흠뻑 빠졌다. 그러니 모든 멤버들이 <보이지 않는 사랑> 방송날만 기다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보이지 않는 사랑>을 집필한 허동수 작가는 핑크걸스에게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이 없다. 드라마가 재미가 없어도 가는 곳마다 열심히 홍보할 작정이었는데 요즘 최고의 드라마로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만드니 이보다 기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드라마에 카메오 출연까지 하기로 약속했으니 더더욱 설렐 수밖에.


지희가 드라마를 기다리며 물었다.


“벌써 9화 방송하는데 허동수 작가님한테 왜 전화 안 와? 우리 카메오 출연하기로 한 거 잊어버리신 거 아냐?”


예정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요즘 드라마가 인기가 너무 많아서··· 굳이 우리 필요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듯.”


지희가 울상을 지었다.


“그럼 안 되는데? 난 송현우 배우님 만날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지희의 방엔 송현우의 브로마이드와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카인이 말했다.


“난 마정한 배우님 만나고 싶어. 얘기 들어보니까 실제로 보면 진짜 근육이 엄청나시대. 근데 그런 근육남이 드라마에서는 너무 순진하고 귀엽게 나오는 거야. 그런 인형 있으면 내 방에 갖다 놓고 싶다니까.”

“카인 언니는 마정한 배우님한테 완전 빠졌네.”

“근데 그때 작가님이 우리 어느 장면에 출연하는지 말씀 안 해주셨잖아. 어쩌면 우리끼리 촬영하고 송현우 배우님하고 마정한 배우님 두 분 다 못 볼 수도 있음.”

“그럼 안되지~~ 난 그럼 작가님한테 막 매달릴 거야. 송현우 배우님 나오는 장면에 지나가는 행인이라도 출연하게 해달라고.”

“난 그 행인 친구로 출연하게 해달라고 할 거임.”


지희의 말에 멤버들이 다들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카인이 심각하게 말했다.


“근데 우리 카메오 출연하려면 하루 스케줄 통째로 비워야 할 텐데 회사에서 허락해 주려나? 우리 하루 평균 스케줄이 평균 다섯 개는 되잖아. 벌써 앞으로 6개월은 스케줄 다 찼다고 그러던데···”

“잠만. 혹시 작가님 전화 왔는데 회사에서 출연 못한다고 거절한 거 아냐?”

“맞아. 어쩌면 그럴 수도 있어.”


그러자 지희가 비명을 질렀다.


“악! 안 돼!!!”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이상한하루입니다.



<퇴마하는 작가님>은 좀 더 완성도 있는 이야기로 찾아뵙기 위해 휴재 후 4월 1일 연재를 재개할 예정입니다. 늘 응원 댓글 남겨주시는 평가맘님, 오옴님 그리고 추천 눌러주신 독자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핑크걸스 카메오 이야기, 나영찬이 이한영과 아내를 맺어주고 저승으로 떠나는 후반부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능력으로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는 허동수 작가의 이야기까지. 잘 준비해서 찾아뵙겠습니다.

지나고 보니 초중반까지 이야기 전개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걸 알았습니다. 연재를 재개하면 드라마에 좀 더 집중하면서 전개를 조금 더 빠르게 진행시킬 생각입니다. 선호작 유지하면서 기다려주시면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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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영의 과거 +8 24.03.15 1,216 64 12쪽
64 새로운 능력(2) +5 24.03.14 1,481 67 12쪽
63 새로운 능력(1) +4 24.03.13 1,567 62 12쪽
62 방송출연, 영혼탐정(3) +2 24.03.12 1,633 61 12쪽
61 방송출연, 영혼탐정(2) +3 24.03.11 1,688 60 13쪽
60 방송출연, 영혼탐정(1) +2 24.03.10 1,800 64 13쪽
59 시청률(3) +5 24.03.09 1,853 67 13쪽
58 시청률(2) +6 24.03.08 1,869 70 12쪽
57 시청률(1) +4 24.03.07 1,936 68 13쪽
56 첫 방송(3) +2 24.03.06 1,927 69 13쪽
55 첫 방송(2) +1 24.03.06 1,890 65 12쪽
54 첫 방송(1) +5 24.03.05 1,970 61 13쪽
53 제작발표회(2) +1 24.03.04 1,978 67 12쪽
52 제작발표회(1) +3 24.03.03 2,050 64 12쪽
51 크랭크인(2) 24.03.02 2,110 69 14쪽
50 크랭크인(1) +2 24.03.01 2,199 68 12쪽
49 몽글빵집의 혼령(2) +1 24.02.29 2,149 66 12쪽
48 몽글빵집의 혼령(1) +1 24.02.28 2,208 72 12쪽
47 몽글빵집 +12 24.02.27 2,282 68 12쪽
46 대본리딩(2) +2 24.02.26 2,319 69 13쪽
45 대본리딩(1) +4 24.02.25 2,400 70 15쪽
44 오디션(2) +6 24.02.24 2,393 66 12쪽
43 오디션(1) +1 24.02.23 2,407 70 13쪽
42 염매(2) +4 24.02.22 2,424 78 13쪽
41 염매(1) +4 24.02.21 2,580 77 13쪽
40 마지막 퍼즐(2) +2 24.02.20 2,629 75 12쪽
39 마지막 퍼즐(1) 24.02.19 2,703 7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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