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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하는 작가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이상한하루
작품등록일 :
2023.10.23 09:05
최근연재일 :
2024.03.15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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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1,835

작성
24.03.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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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새로운 능력(2)

DUMMY

조연인 장기태와 한소진 배우를 제외한 단역배우들 대부분의 배역적합도는 50-65% 내외. 원래는 배역적합도가 80%가 넘는 경우만 표시가 되는데 이미 배역이 정해진 경우는 모든 배우의 배역적합도가 뜬다는 말이 무슨 소린지 알 것 같다.


재미있는 건 ‘901호남’을 연기한 단역배우 머리 위에는 [901호남친구 = 63%]라고 적합도가 떴고 ‘901호남 친구’ 역할의 배우 머리위에는 [901호남 = 64%]라고 적합도가 떠있었다.


그 말은 곧 두 단역배우의 경우 배역이 바꼈다면 연기를 더 잘 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그리고 단역일수록 적합도가 낮은 건 아무래도 대체할만한 배우들이 많기 때문일 것 같고.

일단 내가 배역적합도를 확인하자 머리 위 배역이름과 적합도의 숫자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런 식으로 배우적합도가 표시된다면 다음 작품에서 캐스팅할 때는 정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겠네. 주연 세 배우의 배우적합도가 어떻게 나올지 엄청 궁금한데?’


제작부 막내가 다가와서 말했다.


“작가님은 오늘 저희하고 따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 맞다. 오늘 첫 촬영이 27씬 주택가 빌라죠?”

“네. 맞습니다.”


나는 촬영버스 대신 제작부의 스타렉스를 타고 촬영장소로 이동했다. 주택가 빌라에 도착하자 이미 제작진이 촬영을 위해 셋팅을 마친 상태.


“안녕하세요, 작가님?”

“네, 안녕하세요.”


이젠 다들 얼굴이 익어서 눈이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서로 인사를 나눈다. 이번 씬의 출연자는 아역인 진호와 나영찬 두 사람.


‘둘이 분장하러 갔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한쪽 구석에서 글자가 허공에 떠서 다가오고 있었다.


[나진호 = 82%]


보니 나진호 역할을 맡은 이진호 군이 다가오며 내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이진호군의 나진호 배역적합도는 82%라는 얘기. 진호는 배역의 이름과 배우의 실제 이름이 똑같다. 그래서 그런지 아역인데 연기를 너무 잘해서 매번 감탄했는데 역시나 배역적합도가 상당히 높게 나왔다.

그때 다시 반대편에서 중저음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영찬 준비됐습니다.”


돌아보니 분장을 마친 송현우가 벤에서 막 걸어나오고 있었다. 송현우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배우 적합도는···.


[나영찬 = 92%]


‘와~ 역시나···’


배우적합도는 상대적인 수치니까 배우 적합도 백 프로인 배우도 어딘가에 있을 것 같긴 하다. 연기로만 따지니까 꼭 유명배우가 아니라 연극배우나 무명의 배우일 수도 있고. 하지만 인지도나 인기를 감안했을 때 배우 적합도 100프로 배우보다는 송현우 배우의 92 프로 적합도가 나는 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씬은 걸어가던 진호가 갑자기 달려 나온 차를 피하다가 턱에 걸려 넘어져 다치는 장면이다. 아역 배우가 다치지 않도록 스태프가 미리 매트리스를 깔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레디~ 액션!”


진호가 투덜투덜 걷고 있으면 그 옆에 나영찬의 영혼이 나란히 걷고 있다.


“진호야. 너 왜 학원 안 가고 이렇게 자꾸 방황하는 거야? 아빠 있을 때는 이런 적 한 번도 없었잖아?”


하지만 영찬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묵묵히 걸어가는 진호


“이제 아빠가 없으니까 니가 엄마를 지켜줘야지. 그리고 아빠 있을 때보다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그래야만 나중에... 아주 나중에··· 아빠 만나러 왔을 때 당당할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그때 뒤쪽에서 트럭의 엔진음이 들려온다. 진호는 귀에 에어팟을 끼고 있어서 트럭소리를 듣지 못한다. 나영찬이 돌아보면 트럭 한 대가 비틀거리며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운전자의 음주가 의심되는 상황. 불안감을 느낀 나영찬이 진호에게 소리친다.


“진호야! 에어팟 빼! 어서! 지금 트럭 달려오고 있어! 진호야, 빨리! 진호야!!!!”


나영찬이 울부짖자 마치 소리를 들은 것처럼 진호가 에어팟을 빼고 뒤를 돌아보는데 진호를 덮치듯 달려오는 트럭. 진호가 옆으로 트럭을 피하는데 내려가는 발을 헛디디며 계단을 구른다. 물론 부상장면은 매트도 깔았고 기술적으로 촬영했고 나중에 CG를 더할 예정이다.


“진호야!!!”


나영찬이 진호를 흔들지만 투명한 영혼의 몸짓은 소용이 없고 진호는 쓰러져서 정신을 잃는다. 계단 아래로 떨어진 빌라의 구조상 행인들이 진호를 발견하긴 어려워 보인다.


“누구 없어요? 애가 다쳤어요! 우리 진호··· 진호 좀 도와주세요··· 제발이요··· 제발···”


쓰러진 진호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안타깝게 울부짖는 나영찬.


<보이지 않는 사랑>이 7화까지 방송되면서 반전에 코믹함까지 이한영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시청자들은 오히려 매번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나영찬의 영혼에게 점점 연민을 느끼고 몰입하게 될 것이다.

울부짖는 나영찬의 안타까운 얼굴에서···


“컷, 오케이!”


큐사인을 내린 김욱 감독이 날 돌아보고 말했다.


“어유. 처음엔 몰랐는데 갈수록 나영찬의 영혼한테 더 몰입이 되네. 너무 안됐어요, 작가님. 아빠 없는 사람들은 이 드라마보고 많이 울겠어요.”


그럴 것이다. 나 역시 아버지가 어린 시절 돌아가셨기에 대본 쓰면서 많이 울었으니까. 아니나다를까. 희정이도 구석에서 혼자 숨죽여 흐느끼는 모습이 보였다.


다음은 나영찬의 영혼이 몽글빵집으로 날아가 이한영을 이곳으로 데려오는 장면을 촬영할 차례. 근데 이곳에서 찍을 분량을 몰아서 촬영하느라 몽글빵집 장면은 이 씬을 먼저 찍고 나중에 촬영할 예정.

김욱 감독이 스태프를 돌아보고 소리쳤다.


“정한이 준비됐나?”


그러자 언제 왔는지 멀리서 마정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준비됐습니다.”


내가 돌아보자 멀리서 마정한이 걸어오고 있었고 머리 위에 배역적합도가 둥둥 떠있었다.

마정한의 배역적합도는 자그마치···.


[이한영 = 100%]


‘대박. 진짜 100프로가 있긴 있구나.’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마정한은 자신의 배우인생에 전환점을 맞을 정도로 찰떡 배역을 맡았다는 평이 자자했으니 당연한 결과인가. 생각해보면 마정한보다 이한영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싶긴 하다.


다시 촬영이 시작됐다.


“레디~ 액션!”


이한영이 급하게 자동차를 몰고 나타난다. 이한영이 차에서 보면 쓰러진 진호 옆에 미리 날아와 주저 앉아있는 나영찬의 영혼이 보인다.

이한영이 차 문을 열고 달려가 진호를 안고 소리친다.


“진호야, 정신차려! 진호야!”


하지만 의식을 차리지 못하는 진호. 나영찬의 영혼이 말한다.


“빨리 병원으로!”


이한영이 진호를 번쩍 안아서 자신의 차 뒷좌석에 눕힌 후 차를 출발한다. 나영찬의 영혼은 그런 이한영의 승용차 옆자리에 타고 진호를 보면 눈물을 흘린다.


“우리 진호··· 괜찮겠죠?”


무뚝뚝한 표정으로 운전하는 이한영.


“우리 진호 아무일 없겠죠? 진호한테 무슨 일 생기면 안 되는데···”


이한영이 담담하게 대사를 한다. 이전에 나영찬의 영혼에게 저승으로 넘어가라고 말할 때의 그런 근엄한 톤으로.


“아무 일 없을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아빠의 영혼이 옆에서 지켜주고 있잖아요.”


지금까지 코믹한 이미지 위주로 연기를 하던 이한영이 모처럼 근엄하게 대사를 하자 예전 이한영의 묵직한 이미지가 되살아나면서 어딘지 모르게 든든하다.

모니터링 화면에 나영찬의 영혼이 감동한 얼굴로 이한영을 돌아보는 모습이 하나 가득 보였다. 두 배우의 지금 이 분위기가 이 씬에서 내가 원했던 바로 그 느낌.


나는 방금 이한영의 대사 옆에 저승차사와 같은 근엄한 톤으로 대사를 해달라는 지문을 넣었다. 이번 이한영의 대사를 통해 나영찬의 영혼은 물론이고 진호한테 혹시라도 무슨 불행이 닥치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시청자들한테 그런 불행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보이지 않는 사랑> 7화.의 평균 시청률은 17.4%. 조금만 지나면 20%도 넘볼 수 있는 수치다. 그 사이 <과거의 문> 시청률은 9.2%까지 떨어졌다.


SNS를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보이지 않는 사랑>에 대한 시청소감과 관련 글들이 쏟아지듯 올라왔고 언론의 평가도 <보이지 않는 사랑>에 대해서는 호평 일색이었다.


최근 드라마들이 경쟁적으로 막장스토리와 자극적인 장면으로 승부를 하려는 데 반해서 <보이지 않는 사랑>은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라며 좋은 평가를 내놨다. 드라마를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져서 힐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사들도 많았다.


또한 언론에서는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던 <보이지 않는 사랑>이 높은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따스한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자칫 신파가 될 수 있는 소재인데 매회 궁금하게 만드는 캐릭터들의 발전하는 관계와 성장, 완성도 높은 이야기 전개로 재미적인 요소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


그런 기사들의 평가를 보며 마음이 찡했다. 수년 동안 내 이야기는 답답한 고구마이고 요즘 같은 세상에 따스한 이야기는 통하지 않는다고 항상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에. 근데 이제야 비로소 대중의 인정을 받은 듯했다.


오늘은 방송 전까지 겨우 편집을 마친 진호가 다치는 8화가 방송됐다. 역시나 진호가 다친 후 나영찬의 영혼이 도움을 호소하는 눈물겨운 장면에서 시청률이 치솟았고 시청자 게시판과 SNS에는 그런 나영찬을 안타까워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으흐흐흐흐흑···”


옆에서 티비를 보던 희정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휴지를 뭉텅이로 빼서 눈물을 닦았다. 화면이 바뀌고 나중에 촬영한 몽글빵집 장면이 방송을 탔다. 몽글빵집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이한영. 그때 나영찬의 영혼이 빵집 유리를 뚫고 들어온다.


“사장님! 사장님!!!”


급박해 보이는 나영찬의 영혼을 보고 당황하는 이한영. 손님이 빵을 하나 집어 들고 이한영에게 묻는다.


“이건 안에 뭐 들어있어요?”


이한영이 눈길을 손님이 아닌 나영찬 에게 고정한 채···


“아... 그건··· 그 안에.. 호두크림···”


나영찬의 영혼이 흐느끼며 말한다.


“진호가··· 우리 진호가···”

“진호가 왜요? 무슨 일이예요?”


허공에 대고 말을 하는 이한영을 보고 놀라는 손님.


“우리 진호가 사고를 당했어요.”


순간 눈빛이 흔들리는 이한영. 손님은 허공을 노려보는 이한영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저기··· 사장님··· 괜찮으세요?”


이한영이 손님을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한다.


“그 빵 안에 호두크림 들어있어서 맛있어요.”


이한영의 대사에 희정이가 마시던 우유를 뿜었다. 이한영이 나영찬의 영혼을 돌아보고 묻는다.


“어디예요 거기가?

“따라와요!”


나영찬의 영혼이 먼저 날아가고 이한영도 빵집을 후다닥 달려나간다. 그 모습을 황당하게 바라보는 손님의 얼굴에서 화면이 전환된다..


*


수술실 앞 복도에 나란히 앉아있는 나영찬의 영혼과 이한영. 나영찬의 영혼은 머리를 감싸고 있다.

<보이지 않는 사랑>의 중반부를 넘어가는 이 장면에서 나는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가 생겨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이한영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 의도치 않게 나영찬과 그의 가족 일에 휘말렸다.


근데 지금부터는 나영찬의 가족과 의미가 있는 관계로 발전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변화를 만들어내는 포인트는 이한영의 과거다.


희정도 현장에서 촬영할 때 이 장면이 좋았다고 말했다.

머리를 감싸고 있던 나영찬의 영혼이 고개를 들고 대사를 한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젠 빵집으로 돌아가셔야죠. 여긴 제가 지킬...”


대사를 하다가 자신이 영혼이고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새삼 깨닫고 멈칫하는 나영찬의 영혼.

이 장면에서 희정이 안타까운 듯 말했다.


“아··· 나영찬 어떡해? 촬영장에서 봤는데 지금 보니까 또 안타까워···”


아마도 지금 드라마를 시청하는 다른 시청자들도 희정과 같은 심정일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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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이한영의 과거 +8 24.03.15 1,215 64 12쪽
» 새로운 능력(2) +5 24.03.14 1,481 67 12쪽
63 새로운 능력(1) +4 24.03.13 1,567 62 12쪽
62 방송출연, 영혼탐정(3) +2 24.03.12 1,632 61 12쪽
61 방송출연, 영혼탐정(2) +3 24.03.11 1,687 6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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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시청률(3) +5 24.03.09 1,853 6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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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첫 방송(3) +2 24.03.06 1,926 69 13쪽
55 첫 방송(2) +1 24.03.06 1,889 65 12쪽
54 첫 방송(1) +5 24.03.05 1,970 61 13쪽
53 제작발표회(2) +1 24.03.04 1,977 67 12쪽
52 제작발표회(1) +3 24.03.03 2,050 64 12쪽
51 크랭크인(2) 24.03.02 2,109 6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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