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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하는 작가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이상한하루
작품등록일 :
2023.10.23 09:05
최근연재일 :
2024.03.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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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835

작성
24.02.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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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몽글빵집의 혼령(1)

DUMMY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빵집이름이 몽글빵집이 아니라 ‘몽실빵집’이라는 것.


‘그럼 내가 대본 쓰면서 빵집 이름을 몽글빵집이라고 정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나?’


나는 새삼 신기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빵집 건너편의 옷 가게 ‘주니’. 그리고 앞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00편의점까지. 모든 것들이 내가 본 드라마 속 바로 그 장소다. 마치 내가 드라마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랄까.

빵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정한이 퉁명한 목소리로 반겨줄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저기 주니 옷 가게 앞에서 나영찬이 자동차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촬영하는군. 빨리 빵집 주인부터 만나봐야겠어.’


빵집을 찾았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주인이 촬영을 허락해 줘야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거니까. 몽글빵집 아니, 몽실빵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머리 위에서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드라마에서도 똑같이 문 위에 방울이 달려 있었다.


‘미술팀이 매달아 놓은 줄 알았는데 원래 있던 종이었구나. 미술팀이 편했겠네.’


빵집 내부도 드라마 속 몽글빵집과 똑같이 아기자기하게 예뻤다. 방울 소리를 듣고 안쪽에서 주인이 나왔다. 나이는 50대 후반 정도로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자. 우락부락한 마정한과는 정반대로 마르고 성격이 예민해 보이는 인상이다.


‘주인이 여자일 거라 생각했는데 남자였어? 아기자기한 빵집 분위기하고 왠지 안 맞는 것 같은데? 가만··· 근데··· 남자한테서 왜 귀기의 흔적이 보이는 거지? 귀기가 강력한 게 아니라 그저 흔적만 남아있는 걸 보면 악귀가 달라붙은 건 아닌데··· 아무튼 귀기가 확실해.’


유심히 남자를 보다가 뒤늦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내가 인사하자 남자가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딱 봐도 빵 사로 온 손님처럼 보이진 앉았던 모양이다. 남자의 표정을 보니 왠지 얘기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은 불길한 예감이 밀려들었다.


“저는 드라마를 쓰는 작가입니다.”


나는 남자에게 내 작가 명함을 건넸다. 명함을 본 남자가 더욱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혹시 <보이지 않는 사랑>이라고 다음 달부터 방영되는 드라마인데 들어 보신 적 있으세요?”


남자가 드라마에 대해 알고 있다면 얘기하기가 한결 수월할 텐데···


“드라마요? 난 드라마 안 봅니다.”

“아··· 한류배우 송현우 배우님이 출연하는 드라마인데···”

“송현우고 뭐고 난 드라마 안 본지 오래 됐어요. 빵 살 거 아니면 나가 주시죠.”


드라마 촬영과 송현우 배우 얘기를 하면 대부분 일이 쉽게 풀리는데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니 난감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지. 만약 촬영이 불가능한 장소라면 미래영상에 등장할 리가 없을 테니까. 게다가 악귀의 흔적까지 보이니 더더욱···’


남자가 날 어떻게 생각하던 다짜고짜 질문을 던졌다.


“혹시 집안에 우환이 있으신 가요?”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신 뭐하는 사람이요?”

“혹시 집안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거나 식구 중에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요?”


이번엔 남자의 눈빛이 불안하게 떨렸다.


“그, 그걸 어떻게?”


나는 내친 김에 이어서 질문했다.


“이상한 일이 그냥 집안에서 일어나는 건가요? 아니면 가족 중에 한 사람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건가요?”


이전까지 깐깐해 보이던 남자의 표정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그, 그게··· 집사람이···”


빙고.

딱 보니 남자의 아내에게 악귀가 달라붙은 모양.


“혹시 최근에 오래된 골동품이라거나 이상한 물건을 집안에 들인 적이 있나요?”

“아니요, 없습니다.”

“그럼 혹시 최근에 집을 이사하셨나요?”


남자가 주저하다가 대답했다.


“네, 맞아요. 한 달 전에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그때부터 아내가 이상해지기 시작했어요. 왜 그러는지 이유도 모르겠고.”


그때까지 버티고 있던 남자가 무너지듯 얼굴을 감싸며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엄청 심했던 모양. 사실 이런 일은 주위에 도움을 청할 수도 없고 남자 혼자 공포에 사로잡혀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을 게 뻔하다.

남자가 진정하길 기다렸다가 물었다.


“제가 아내분을 만나봐도 될까요?”


남자가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집까지 가는 동안 남자는 이런저런 자신의 얘기를 들려줬다.

남자는 중학생 딸과 아내가 있다고 했다. 원래는 아내가 주로 빵집을 지키며 장사를 했는데 이전에 살던 집이 빵집과 거리가 너무 멀어 근처로 이사를 왔는데 그 이후로 이 사달이 났다고 했다. 역시 남자의 아내가 빵집을 운영해서 그렇게 아기자기하고 예쁜 빵집이 됐던 것이다.


“몽실빵집의 몽실은 누구 이름인가요?”.

“몽실이는 저희가 18년 동안 기르던 강아지 이름이에요. 작년에 무지개 다리를 건너긴 했지만···”


몽실빵집. 몽글빵집.


이제 기억난다.

대본 쓸 때 빵집 이름을 뭘로 지을지 고민할 때 몽실빵집이라는 이름이 먼저 떠올랐다. 근데 몽실이라는 이름이 왠지 강아지 이름 같아서 몽글빵집으로 바꾼 것이다. 근데 정말로 몽실이가 강아지 이름이었다니.


먼저 앞서가던 남자가 빵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2층 주택 앞에 서서 날 돌아봤다.


“여깁니다.”


주택을 올려다보니 어둠에 묻힌 불 꺼진 이층 창문에서 검은 귀기가 소용돌이치는 게 보였다. 남자의 뒤를 따라 주택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와 내가 거실로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있던 여중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아하게 바라봤다.

남자가 말했다.


“제 딸입니다. 혜미야, 인사해. 이 아저씨는··· 드라마 작가시래.”

“드라마 작가... 요?”


남자가 이런저런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드라마 작가라고 하니 혜미가 황당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내가 저 아이라도 황당했을 듯. 평소 드라마도 보지 않는 아빠가 갑자기 누군가를 데리고 와서 드라마 작가라고 소개하면.

내가 얼른 보충 설명하듯 말했다.


“아직 방송하진 않았는데 혹시 <보이지 않는 사랑>이라고 다음 달에 방송될 드라마 아니?”

“네. 알아요. 그거 송현우 배우님 나오는 드라마잖아요.”

“그래, 맞아. 아저씨가 그 드라마 쓴 작가야.”


해미가 내 얼굴을 빤히 보다가 얼른 휴대폰을 들고 뭔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대박!”


혜미가 날 보며 입틀막을 한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남자가 물었다.


“왜 그래?”

“이 아저씨, 진짜 작가님이야. <보이지 않는 사랑> 쓴 허동수 작가님이라고. 여기 봐봐. 아저씨 얼굴 나와 있어.” .


혜미가 남자에게 휴대폰을 보여줬다. 남자가 휴대폰을 받아서 화면과 내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휴대폰에는 내가 인터뷰한 기사와 함께 송현우와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사진을 본 남자가 새삼스러운 시선으로 날 바라보곤 혜미에게 물었다.


“이 사람이 썼다는 드라마가 유명한 거야?”

“그럼. 엄청 유명한 드라마야. 우리 학교 애들 전부 이 드라마 나오면 본다고 기다리고 있단 말야.”


순간 나는 이곳에 온 목적조차 잊고 반갑게 물었다


“학교 애들이 <보이지 않는 사랑> 방송되길 기다린다고”?.

“그럼요. 우리 학교애들 전부 송현우 배우님 팬이거든요.”

“<과거의 문>은? 박세윤과 하연수 나오는 <과거의 문> 알지? 다음주부터 방송하는데.”

“네, 알아요.”

“<과거의 문>은 인기 많아?”

“그건 별로···”

“어, 진짜?”

“애들이 박세윤하고 하연수는 좋아하는데 그건 별로 말 안 해요. 전부 다 <보이지 않는 사랑> 얘기해요. 애들이 송현우 배우님이 영혼으로 나오는 얘기라고 재밌을 것 같대요.”

“아··· 그렇구나.”


젊은 학생들이 <과거의 문>보다 <보이지 않는 사랑>에 더 관심이 많다는 소리에 갑자기 힘이 불끈 솟았다. 하긴 <과거의 문>은 무거운 내용을 다루는 시대극이다 보니. <과거의 문>이 아무리 돈을 쏟아붓고 마케팅을 빵빵하게 한다고 해도 젊은 시청자한테는 내 작품이 소재에서 먹고 들어간다는 얘기다.

게다가 SNS를 통해 화제를 만드는 건 결국 젊은 시청자들이 아닌가.


‘<보이지 않는 사랑>도 자칫 무거운 주제가 될 수 있었지. 아마 예전의 나였다면 그렇게 스토리를 전개했을 거야. 근데 코믹 코드를 강화하면서 가벼운 힐링 드라마로 방향을 잡은 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네. 가만···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 거야? 여기 온 목적을 잊고 있었네.’


내가 혜미한테 당부하듯 말했다.


“아저씨는 드라마 작가이기도 하지만 영적인 현상을 보는 능력도 가지고 있어. 그래서 엄마를 도울 수 있을지 보려고 온 거야. 그러니까 여기서 보고 들은 것들은 학교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해줄 수 있어?”


지금까지 퇴마를 한 후에는 당사자에게 늘 지금과 같은 당부를 했다. 송현우한테도 마찬가지고. 굳이 숨길 필요는 없지만 대놓고 퇴마사로 알려지면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아직 얼떨떨한 표정의 혜미가 대답했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남자를 돌아보고 물었다.


“지금 혜미 엄마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남자가 난감하게 말했다.


“그게 밤에는 우리도 애 엄마를 볼 수가 없어요.”

“왜요?”

“혜미 엄마가 밤만 되면 드레스룸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나오질 않거든요. 아무리 문을 열라고 해도 열어주질 않아요. 대체 그 안에서 밤새도록 뭘 하는지. 신기하게도 낮에는 멀쩡하다가 밤만 되면 이상해지는 거예요.”

“드레스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없나요?”

“있는데 그게... 낮에는 멀쩡하게 잘 열리던 문이 밤만 되면 열쇠로 열어도 열리질 않아요. 게다가 밤에는 2층에 불을 켜도 이상하게 어두워서 올라가기도 무서워요.”


2층을 올려다보니 어둠보다 더 짙은 검은 귀기가 출렁이고 있다. 귀기가 저렇게 많이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지.


“어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황미정입니다.”


나는 남자한테 드레스룸 열쇠를 받아 이층 계단을 올라갔다. 남자의 말처럼 계단 옆 스위치를 올렸지만 2층은 불을 켜지 않은 것처럼 어두웠다


‘야명주~’


마음으로 주문을 읊자 어둠 속에서 반딧불 같은 작은 빛들이 하나 둘 나타나더니 한점으로 모여 구의 형태로 변했다.


“사바하~”


주문을 읊자 야명주가 더욱 밝게 빛을 냈다. 야명주의 빛에 주위로 몰려들던 귀기가 물러났고 어둡던 시야가 신기하게 밝아졌다. 열쇠를 열쇠 구멍에 넣고 돌렸는데 남자의 말처럼 열쇠가 돌아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귀기가 방해를 하고 있는 모양이네.’


부적을 소환하자 손안에 스르르 부적 한 장이 쥐어졌다. 악귀나 악령의 힘을 눌러서 꼼짝 못 하게 만드는 제압부다. 제압부를 열쇠 구멍에 갖다 대고 관세음보살 사십이수 진언 중 4번인 보검수 진언을 읊었다.


“옴 제세제야 도미니 조제 삿다야 훔 바탁~”


독특한 리듬과 음률을 지닌 음성이 허공을 울리자 부적에서 노란 항마의 기운이 흘러나와 검은 귀기와 뒤엉켰다. 동시에 방안에서 날카로운 괴성이 들려왔다.


카악~!!!


이어서 방문이 거짓말처럼 스르르 열렸다. 어둠과 귀기가 소용돌이치는 컴컴한 방안으로 야명주를 먼저 들여보냈다. 야명주가 빛을 비추자 귀기가 물러나며 방의 모습이 드러났다. 바닥에는 혜미 엄마의 것으로 보이는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왜 옷들을 이렇게 죄다 끄집어내서 바닥에 흩어놓은 거지?’


방안으로 야명주를 더 밀어 넣었는데 혜미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방에는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지만 사람이 빠져나갈만한 크기는 아니고.


‘이상하네. 혜미 엄마가 어디로 사라진...’


그때 머리 위에서 서늘한 기운과 함께 축축하면서 시커먼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으며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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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방송출연, 영혼탐정(3) +2 24.03.12 1,632 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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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제작발표회(1) +3 24.03.03 2,050 64 12쪽
51 크랭크인(2) 24.03.02 2,109 69 14쪽
50 크랭크인(1) +2 24.03.01 2,199 68 12쪽
49 몽글빵집의 혼령(2) +1 24.02.29 2,148 66 12쪽
» 몽글빵집의 혼령(1) +1 24.02.28 2,208 72 12쪽
47 몽글빵집 +12 24.02.27 2,282 6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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