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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하는 작가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이상한하루
작품등록일 :
2023.10.23 09:05
최근연재일 :
2024.03.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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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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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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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새로운 능력(1)

DUMMY

다행히 악귀가 순순히 이름을 밝히자 허공에 악귀 정보가 나타났다.


[악귀정보가 파악되었습니다]

이름 : 이영식

성별 : 남성

이승 나이 : 64세(사망 당시)

영혼 나이 : 68개월 차

종류 : 그슨새의 하수신

사망보고서 : 이영식은 치매에 걸린 아내의 병간호를 하다가 절망해서 아내가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아내를 살해할 수는 없었다. 이영식은 아내가 잠깐 제정신이 돌아왔을 때 자살을 권했지만 아내는 무섭다며 자살을 실행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영식은 그슨새 요괴에 대해 알게 됐고 한 무속인에게 그슨새를 불러들이는 주술을 배워 실행했다. 이영식의 부름을 받고 찾아온 그슨새는 이영식의 아내가 자살하게 만들었고 이영식 역시 현혹시켜서 자살하도록 했다.

이영식은 스스로 그슨새를 불러들인 탓에 죽어서도 그슨새의 꼭두각시가 되었다. 이영식의 영은 그슨새를 주인으로 모시며 그슨새가 시키는 대로 사람들을 현혹시켜 자살시키는 악행을 저질렀다.


귀기가 섞인 악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그슨새님의 세상으로 들어와라.]


그슨새를 신으로 모시는 하수인이라니.

요마인 그슨새는 구천을 날아다니며 사람을 자살하게 만드는 요마라서 완전히 없앨 수 없다. 그슨새를 막으려면 그 하수인을 제령해야만 한다. 하수인을 제령하면 그슨새는 한동안 어둠에 갇히게 되니까.


어둠 속에서 이영식의 얼굴이 허공을 둥둥 떠서 날아왔다. 몸통은 보이지 않고 얼굴만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왔다. 이영식의 머리가 내 눈앞에서 멈췄다.


‘동공 안에 또다른 동공이 있어.’


이영식의 까맣게 반짝이는 동공 속에 또 하나의 동공이 반짝이고 있었다. 노랗게 발광하는 짐승의 동공. 다름 아닌 요괴 그슨새의 동공이었다. 이영식의 동공 안에 있는 그슨새의 노란 동공이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의 세계로 들어와라. 인간은 날 이기지 못한다. 지난 수백 년 동안 날 이긴 인간은 없었다. 딱 한 명의 인간이 100년 동안 날 어둠 속에 가둬 놓은 적은 있지만 이후로는 아무도 나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슨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입이 저절로 움직였다.


“어둠 속에 갇혀 있던 건 기억하는구나. 그때 결계 안으로 네놈을 끌어들이느라 고생깨나 했는데···’


그슨새의 노란 동공이 갑자기 축소되더니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누구야?]

“이미 누군지 알아본 것 같은데?”

[어쩐지 이놈한테서 익숙한 냄새가 난다 했더니··· 니가 어떻게 이 시대에 나타났어?]

“운명인 모양이지. 악의 운명은 선의 운명을 넘어설 수 없다. 나 없는 사이에 저지른 악행의 벌로 다시 어둠 속에 갇히게 해주마. 야명주!”


주문과 함께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작은 빛들이 나타나더니 한 점으로 모여 구를 만들었다. 내 기억과 감정이 살터 할아버지의 그것과 하나로 뒤섞이기 시작했다. 진언을 읊는 게 나인지 살터 할아버지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부동존명왕 퇴마진!”


주문과 함께 이영식의 머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에 네 장의 부적이 떠올랐다. 그슨새에겐 사방의 부적들이 모두 명왕으로 보일 것이다. 그 중심부에 부동명왕부가 떠올라 이영식의 영체에 달라붙었다.


부적이 달라붙은 것만으로도 그슨새가 고통스러운 괴성을 내질렀다. 부동존명왕 퇴마진의 힘을 극대화시키는 부동명왕 항마주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나모 싯디 싯디 수싯디 싯디 가라 라자아···.”


[키악!]


그슨새가 괴성을 질렀고 눈앞 이영식의 영체가 고통으로 몸부림쳤다. 진언소리가 커질수록 이영식의 영체를 감싸고 있던 부적들이 더 빠르게 회전했고 더 많은 항마력을 뿜어냈다. 이영식의 동공 속에 있던 노란 동공이 점점 흐릿해지며 빛을 잃더니 마지막 괴성을 지르며 사라졌다.


동시에 이영식의 영체도 부서져 허공으로 귀기가 흩날렸다.

나는 단검 푸르바를 불러 수인을 맺고 주문을 읊었다.


“마하반야바라밀~’


이영식의 귀기가 푸르바의 검신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허공에 메시지가 떴다.


[악귀 김영식과 그슨새의 요기 일부가 제령되었습니다. 귀기 ‘70’이 보상으로 지급됩니다.]


난 허공에 메시지를 보고 눈을 비볐다.


‘귀기가 70이라고?’


하긴 그냥 악귀가 아니라 그슨새까지 어둠 속에 가뒀으니 보상이 많이 나온 모양이다. 근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연이어 허공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영혼 김혜연의 원한이 풀어졌습니다. 귀기 ‘10’이 보상으로 지급됩니다.]

[영혼 박성호의 원한이 풀어졌습니다. 귀기 ‘10’이 보상으로 지급됩니다.]


그슨새에 의해 죽어서도 저승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이 집에 붙잡혀 있던 가엾은 부부의 영혼. 그슨새가 사라지면서 무사히 저승으로 넘어간 모양이다.


그들에겐 너무 다행한 일이고 당분간은 그슨새가 인간을 현혹하기 힘들 테니 그것도 좋은 일이다. 무엇보다 한 번에 귀기를 90이나 보상으로 얻었으니 오늘 너튜브 방송에 출연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귀를 제령하고 돌아서자 장 법사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한 겁니까? 방금 엄청난 귀기 덩어리가 작가님 앞에 있었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법사님이 보시기에 제가 어떻게 하던가요?”

“네?”


사실 난 내가 악귀를 퇴마할 때 다른 사람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걸 알아야만 앞으로 퇴마할 때 주위의 시선이나 상황에 대해 신경 쓸 수가 있을 테니까.

장 법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보기엔··· 그냥 가만히 서서 진언만 읊조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정말이요? 사인검이라던가 푸르바 같은 무기는 보이지 않았나요?”

“무기요? 아뇨, 전혀. 수인을 맺고 진언만 읊조리고 있었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그 정도라면 악귀가 나타난 급박한 상황에서 퇴마를 해도 미친놈으로 생각할 것 같진 않네.

장 법사가 물었다.


“근데 작가님은 어쩌다가 그렇게 놀라운 영력을 가지게 되었습니까?”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 같습니다. 저도 이유는 모릅니다.”

“부럽네요. 제가 만약 작가님 같은 영력이 있었다면 훨씬 더 많은 걸 했을 텐데···”


내가 영력으로 귀기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장 법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장 법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제가 영력이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니라서 지금까지는 악귀가 있을 만한 장소는 피해서 촬영을 했거든요. 오늘도 밖에서 볼 때는 귀기의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아 악귀가 있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작가님이 없었다면 아주 큰일날 뻔했어요. 혹시 앞으로 저희 방송에 다시 출연해주실 의사가 있으신지?”


내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일부러 영을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니까.


“네. 다른 스케줄이 없다면 언젠가 다시 출연하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혹시라도 위험해 보이는 곳 방문할 때는 꼭 작가님 모시고 가겠습니다. 대신 원래 저희가 특A급 게스트가 아니면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데 작가님에게는 다른 어떤 게스트보다 넉넉하게 출연료를 챙겨드리겠습니다.”

“그럼 저는 좋죠. 자주 불러주세요.”


출연료 생각은 못했는데 출연료까지 챙겨준다고 하니 더 바랄 게 없다. 방으로 들어가자 이수연을 비롯한 카메라맨들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처음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밖에서 제법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지만 이승 시간으로는 불과 3, 4분 남짓한 시간이었다.


장 법사가 이수연을 비롯해서 카메라맨들에게 눈을 떠도 된다고 말했다. 내가 어리둥절해 하는 이수연에게 다가가는데 허공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귀기 100이 모였습니다. 새로운 능력이 발현될 예정입니다. 능력을 원하면 버튼을 누르세요.]


이어서 허공에 버튼이 나타났다.


‘새로운 능력이라··· 뭘까?’


이제 <보이지 않는 사랑>의 남은 대본은 15화와 16화. 지난번 염매와 영혼을 제령하면서 얻은 귀기 60에 조현정의 스타일리스트 이지현 덕분에 받은 귀기 10, 그리고 이번에 얻은 귀기 90을 합치면 보유 귀기가 160이다.


새로운 능력을 위해 귀기100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60의 귀기가 남는다. 남은 대본 2화를 쓰고 다음 작품 기획과 시놉시스 쓰는 걸 생각하더라도 당장 귀기가 부족하진 않을 것 같다. 만약 부족할 것 같으면 영혼탐정에 출연시켜달라고 연락하면 한 맺힌 영혼이나 악귀를 찾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도 있고.


나는 팔을 뻗어 깜빡이는 버튼을 눌렀다.


화르르륵~


버튼을 누르자 서늘한 기운이 전신을 휘감으며 메시지가 떴다.


[귀기 ‘100’을 사용하였습니다. 이제 남은 귀기는 ‘60’입니다.]

[새로운 능력이 발현되었습니다.]

[배우의 배역적합도를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능력은 배우의 배역적합도를 알 수 있는 능력. 보이는 의미 그대로 해석하면 내 작품의 캐릭터에 어떤 배우가 더 잘 맞는지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다는 의미다


‘와, 이거 진짜 필요한 능력이네.’


지금 생각해보면 <보이지 않는 사랑>의 경우는 운이 좋았다. 예지력을 한번 발동했는데 인터뷰 하나로 시청률을 비롯해서 출연 배우들의 이름까지 한꺼번에 모두 알았으니.

하지만 예지력을 사용할 때 계속 그런 행운이 찾아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배우한테 어떤 배역이 맞는지 알아보려고 매번 많은 귀기를 사용하며 예지력을 사용할 수도 없고.


‘근데 배우 적합도를 어떻게 알 수 있다는 거지? 지금 촬영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사랑>에도 이 능력을 적용할 수 있나? 나영찬 역할에 송현우 배우 적합도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허공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배역적합도를 알고 싶은 작품명을 알려주세요. 배우적합도는 한 개의 작품에 대해서만 작동합니다.]

‘그럼 추후 작품명을 변경할 수도 있는 거야?’

[가능합니다.]


일단 어떻게 작동할지 알아봐야 하니까 시험 삼아서···.


‘<보이지 않는 사랑> 배우적합도를 보여줘.’


[인기 등의 다른 요소를 제외하고 오직 배역을 가장 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아주는 시스템입니다. 배역이 결정된 경우 모든 배우의 배역적합도가 표시되며 배역이 결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적합도가 80% 이상인 경우만 표시됩니다. 배역적합도는 배우가 눈앞에 있을 때 작동합니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사랑>의 배우들은 배역이 결정되었으니 모두 배역적합도가 표시된다는 말인 듯. 그리고 배역이 결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적합도가 80%가 넘은 경우에만 표시가 되고. 하긴 그런 기준이 없으면 세상 모든 사람들한테 배우적합도가 보이는 사태가 벌이지게 될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사랑>은 이미 배역이 정해져서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드라마라서 배역적합도가 큰 의미는 없지만 왠지 재미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지금 생각 같아서는 현재의 배우들이 예지력에 의해 정해진 배우들이니까 다들 배역적합도 100프로가 나올 것 같긴 한데.


어쨌든 내일 촬영장에 나가서 배우들을 직접 만나보면 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가 있을 것 같다.


*


난 가능한 촬영장에 대중교통을 타고 간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에는 스태프와 배우들 집합장소로 가서 함께 촬영버스를 타고 간다. 조감독이 따로 차량을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제작부 막내가 나 한 사람 태우려고 멀리까지 차량을 운전해서 오는 게 불편해서 거절했다.


‘이번 작품 끝나고 다음 작품 계약하면 그땐 차 한 대 뽑아야지.’


오늘도 늘 집합하는 장소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다. 내가 도착하자 미리 와서 서로 얘기를 나누던 스태프와 장기태를 비롯해서 조단역배우들이 저마다 인사를 건넸다. 근데···


‘저게 다 뭐야?’


배우들의 머리 위 허공에 메시지가 둥둥 떠다녔다. 장기태의 머리 위에는 [903호남 = 82%], 한소진의 머리 위에는 [903호녀 = 78%] 그 외 여러 단역배우들의 경우에도 각자 맡은 배역과 함께 숫자가 머리 위에 둥둥 떠있었다.


‘헐~ 저게··· 배역적합도인 모양이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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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새로운 능력(2) +5 24.03.14 1,480 67 12쪽
» 새로운 능력(1) +4 24.03.13 1,567 62 12쪽
62 방송출연, 영혼탐정(3) +2 24.03.12 1,632 61 12쪽
61 방송출연, 영혼탐정(2) +3 24.03.11 1,687 60 13쪽
60 방송출연, 영혼탐정(1) +2 24.03.10 1,800 64 13쪽
59 시청률(3) +5 24.03.09 1,852 67 13쪽
58 시청률(2) +6 24.03.08 1,868 70 12쪽
57 시청률(1) +4 24.03.07 1,936 68 13쪽
56 첫 방송(3) +2 24.03.06 1,926 69 13쪽
55 첫 방송(2) +1 24.03.06 1,889 65 12쪽
54 첫 방송(1) +5 24.03.05 1,970 61 13쪽
53 제작발표회(2) +1 24.03.04 1,977 67 12쪽
52 제작발표회(1) +3 24.03.03 2,050 64 12쪽
51 크랭크인(2) 24.03.02 2,109 69 14쪽
50 크랭크인(1) +2 24.03.01 2,198 68 12쪽
49 몽글빵집의 혼령(2) +1 24.02.29 2,148 66 12쪽
48 몽글빵집의 혼령(1) +1 24.02.28 2,207 72 12쪽
47 몽글빵집 +12 24.02.27 2,282 6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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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염매(2) +4 24.02.22 2,424 78 13쪽
41 염매(1) +4 24.02.21 2,579 77 13쪽
40 마지막 퍼즐(2) +2 24.02.20 2,628 75 12쪽
39 마지막 퍼즐(1) 24.02.19 2,703 7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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