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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하는 작가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이상한하루
작품등록일 :
2023.10.23 09:05
최근연재일 :
2024.03.15 1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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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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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1,835

작성
24.03.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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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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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
13쪽

방송출연, 영혼탐정(2)

DUMMY

집을 휘감고 있는 귀기를 보니 살짝 걱정이 됐다.


“저 법사가 악귀를 상대할 수 있으려나? 지난 영상을 봤을 때 게스트의 몸에 빙의한 영을 부적으로 내쫓던 걸 보면 퇴마술을 하는 것 같긴 한데···’


장 법사가 흉가의 현관문을 열자 음산한 소리가 들려왔다.


끼익~


이수연이 살짝 비명을 지르며 내 팔을 꽉 잡았다. 장 법사가 그런 이수연을 돌아보고 씩 웃으며 말했다


“벌써부터 놀라면 안 되는데?”


카메라맨들이 장 법사와 이수연 그리고 날 쫓아다니며 촬영했다. 그리고 영상은 중계차에서 방송을 송출하는 것처럼 벤에 있는 장비를 거쳐 너튜브에 실시간으로 방송이 나갔다.


집안 거실 바닥에는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고 벽에는 붉은 페인트로 섬뜩한 문구의 낙서들이 칠해져 있었다.


‘여기 귀신 나옴.’

‘킥킥킥. 내가 사람으로 보여?’

‘살려줘! 나갈 수가 없어~’


장 법사는 거실과 방들을 돌아다니면서 뭔가를 감지하듯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카메라에 비친 이수연의 얼굴은 이미 사색이 되어 있었다. 안방에서 귀기가 흘러나오는 게 보이자 장 법사가 그 안으로 들어갔다.


‘안방의 귀기는 아까 밖에서 봤던 악귀의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럼 악귀는 2층에 있는 건가?’


잠시 후 장 법사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로 와봐요!”


안방으로 들어가자 장 법사가 귀기의 덩어리를 마주 보며 서 있었다. 장 법사가 귀기를 향해 팔을 뻗으며 말했다.


“지금 여기에 혼령이 있어요. 귀기 덩어리가 제법 큰 걸로 봐서 꽤 위험한 영혼일 수도 있어요. 늙은 남자의 영혼인데 자극하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조용히 이쪽으로 걸어와요.”


늙은 남자의 영혼이라는 장법사의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 늙은 남자의 영혼이라고? 이 사람··· 귀기는 볼 줄 아는 것 같은데 그 이상은 못 보는 모양이네. 이런 사람이 퇴마를 한다고? 자칫하다간 출연한 게스트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도 있겠는데? 지난 번에 빙의된 게스트한테서 영을 쫓아냈던 영상의 경우엔 영의 힘이 강하지 않아서 가능했던 건가?’


지금 눈앞에 있는 영혼은 늙은 남자의 영혼이 아니라 젊은 남자와 여자의 영이 합쳐진 영이었다. 귀기덩어리가 커 보이는 것도 두 개의 귀기가 합쳐졌기 때문이고. 귀기덩어리 안에서 두 명의 혼령이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채 우리를 향해 무슨 말인가를 전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악귀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이수연은 잔뜩 긴장한 채 장 법사의 옆으로 걸어갔다. 나도 모른 척하고 옆으로 다가갔다. 장 법사가 오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이야~ 지금 이 앞에 있는 원혼한테서 증오와 원한의 냄새가 풀풀~ 느껴집니다. 이수연씨. 이쪽으로 와서 제가 가리키는 이곳으로 손을 뻗어보세요.”


장 법사가 귀기의 덩어리가 있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라고 권했다. 만약 지금 앞에 있는 영이 진짜 악귀였다면 지금 같은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이수연이 영의 귀기 속으로 팔을 뻗다가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어떡해? 방금··· 너무 이상했어요. 마치 냉장고에 손을 넣은 것처럼 공기가 너무 차가웠어요.”


장 법사가 만족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죠? 원래 원한이 깊은 영일수록 귀기에 손이 닿으면 차가운 겁니다. 자, 이번엔 허동수 작가님도 한번 팔을 뻗어 보세요. 작가님이 정말로 영적인 능력이 있는지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니까. 만약 영력이 있다면 뭔가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눈앞에 영들의 얼굴을 보고 있는 내게 그런 뻔뻔한 거짓말을 하다니. 하긴 그렇게 해야만 조회수가 올라가긴 하겠지만···.


나는 장 법사의 말을 따라 팔을 뻗는 척하며 영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기 위해 주의를 집중했다.


[.. 발··· 부를··· 에서··· 어나게··· 해줘···.]


처음엔 잘 들리지 않았던 영의 속삭임이 집중력을 높일수록 점점 분명하게 들려왔다.


[제발··· 우리 부부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줘요···]


내가 영의 소리를 알아듣자 허공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영혼정보가 파악되었습니다]

이름 : 김혜연

성별 : 여성

이승 나이 : 32세(사망 당시)

영혼 나이 : 29개월 차

종류 : 혼령

사망보고서 : 김혜연은 남편 박성호와 이 집으로 이사를 왔다. 부모님을 모시려면 큰집이 필요한데 마침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나온 이 집에 전세계약을 하고 들어왔다. 근데 이 집에 들어온 날 김혜연은 심령현상의 개입으로 남편 박성호와 함께 목을 매달고 사망했다.


김혜연의 영혼정보에 이어서 남편 박성호의 영혼정보도 메시지로 나타났다. 남편 박성호의 영혼정보에 나온 사망보고서 역시 김혜연의 보고서와 똑같은 내용이다. 아마도 둘 다 한날한시에 똑같이 목숨을 잃은 모양.


사망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내용은 ‘심령현상의 개입’ 이라는 표현이다. 예전 송현우의 동생 송희연의 영혼 사망보고서에서도 심령 현상의 개입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 표현은 인간이 악귀에 의해 죽임을 당했을 때 등장하는 표현이다.


난 과거에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영혼 김혜연의 귀기를 흡입하며 눈을 감았다.

장 법사가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며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와 역시 귀신 이야기 쓰시는 작가님은 뭐가 달라도 다르셔. 벌써 본인만의 캐릭터 설정을 하시잖아. 예능감이 있으셔. 흐흐.”


마음 같아서는 집중 안되니까 조용히 좀 해달라고 한 소리 하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고. 영혼 김혜연의 기억이 밀려들었다.


두 부부가 이사 온 첫날 잠을 자기 위해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는데 2층에서 이상한 중얼거림과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군가 혼잣말을 하면서 발을 질질 끌고 걸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의 소리였다.


“자기야. 2층에서 무슨 소리 들리는 것 같아.”

“2층에 아무도 없는데 저게 무슨 소리지?”


남편 박성호가 문을 열고 나가 2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 쿵 하고 물건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기야. 무슨 소리야? 무슨 일 있어?”


하지만 남편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김혜연도 침대를 나와 밖으로 나갔다. 컴컴한 어둠에 잠겨 있는 2층 계단이 보였다. 전등이 수명을 다했는지 오늘따라 2층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유난히 어둡게 느껴졌다.

2충에 누군가 서있는 것 같은 실루엣이 보였다.


“자기야. 거기서 뭐해?”


하지만 이번에도 남편은 대답이 없었다. 김혜연이 2층 계단을 올라갔다. 조금 전에 보이던 실루엣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자기야, 어디 있어?”


2층 방에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게 보였다. 김혜연은 그 방으로 다가가 반쯤 열린 문을 밀었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남편 박성호가 그 방에서 목을 매달고 죽어 있었던 것이다. 옆에는 의자가 넘어져 있고.


김혜연이 놀라서 돌아서는데 눈앞에 검은 형체가 서 있었다.

목에 밧줄이 걸려 있는 60대 남자의 형상을 한 악귀였다. 샛노란 악귀의 눈이 김혜연을 바라보며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하자 김혜원의 눈빛이 흐려졌다. 김혜연이 마치 인형처럼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돌아서서 남편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넘어져 있던 의자를 다시 세운 후 그 위에 올라섰다.


목을 매단 남편 옆에는 또 하나의 올가미가 늘어져 있었다. 김혜연은 그 올가미에 목을 집어넣은 후 의자를 걷어찼다. 김혜연의 몸이 자시 경련을 일으키다가 잠잠해졌다. 김혜연과 남편 박성호는 이 집에 이사 온 첫날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나중에 이 두 사람의 사인은 자살로 처리됐다.


김혜연의 기억에서 빠져나오자 저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절터 할아버지의 기억에 의하면 김혜영 부부를 목매달게 만든 악귀는 사람을 홀려서 죽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허동수 작가님 괜찮으세요? 의외로 겁이 많으시네.”


장법사는 내가 허공을 향해 멍하니 굳어 있는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무서워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저한테 말씀을 하세요. 저희는 게스트를 위험에 빠트리는 그런 몰지각한 방송이 아니니까.”


난 엉뚱한 소리를 하는 장 법사에게 경고를 하려다가 참았다. 카메라들이 지금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하면 날 이상하게 볼 테니까. 지금까지 이 방송이 무사했던 건 그동안 만난 영들 중에 악귀가 없었기 때문이다.


장 법사가 말했다.


“제가 방송 전에 이 흉가에 대해서 조사를 좀 해봤는데··· 2년 전에 이 집에 들어왔던 부부가 이사한 첫날에 목을 매달고 동반자살한 채 발견이 됐습니다.”


장 법사의 말에 이수연이 살짝 비명을 질렀다.


“근데 이 집에서 자살한 사람이 그 부부가 처음이 아니었어요. 그 부부 이사오기 전에 살던 60대 남자도 이 집에서 자살했어요. 근데 둘의 공통점이 뭐냐면 그 부부와 60대 남자가 모두 2층 안쪽 방에 올라가서 자살을 했다는 겁니다.”


장 법사가 조사한 두 부부에 대한 정보와 내가 귀기의 기억을 통해 확인한 과거의 사건이 일치했다.


‘60대 남자도 이 집에서 자살을 했다고? 그럼 그 60대 남자가 악귀가 아닌 모양인데?’


장 법사가 카메라를 보며 탐정처럼 멘트를 했다.


“제가 아까 밖에서 보니까 2층에는 여기 있는 귀기보다 훨씬 덩어리가 큰 귀기가 있는 게 보였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집을 지배하는 진짜 악귀는 2층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2층에 뭐가 있는지 올라가서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함께 가시죠.”


장 법사가 2층 계단으로 이수연을 이끌었다. 이수연은 이미 얼굴이 허옇게 변할 정도로 겁에 질린 상태였다.


“저기 법사님. 수연씨는 여기 1층에 있는 게 낫지 않을까요? 지금 너무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장 법사가 이수연을 돌아보고 말했다.


“지금까지 저희 채널 영상을 보신 구독자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그동안 많은 게스트가 다녀갔지만 별다른 위험 없이 탐방을 무사히 마쳤다는 걸 말이죠. 만약 악귀가 나타난다면 제가 바로 퇴마를 해서 처리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수연씨가 2층에 올라가기 싫다면 굳이 강요하진 않겠습니다. 그건 이수연 씨가 직접 선택하세요. 여기 남을지, 2층으로 올라갈지.”


장 법사는 퇴마사이기 이전에 노련한 방송인이었다. 어떻게 해야 방송에 긴장감이 생기고 구독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악귀가 나타났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


카메라가 이수연의 표정을 단독으로 잡았다. 딱 봐도 올라가기 싫은 얼굴이지만 보이지 않는 무언의 압박에 사실대로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법사님이 옆에 있으시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저도 올라갈 게요.”


끼익~ 끼익~


오래된 나무 계단에서 소리가 났다. 2층에 올라와서 둘러보니 귀기의 기억 속에서 봤던 방의 방문이 반쯤 열려 있는 게 보였다.


역시 곳곳에 쓰레기가 흩어져 있고 벽에 음산한 낙서들이 적혀 있는 2층을 둘러보며 장 법사가 말했다.


“여기 어딘가에 커다란 귀기의 덩어리가 있을 텐데···.”


장 법사가 맨 안쪽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목을 매달고 죽은 부부와 60대 남자의 시신이 저기 맨 안쪽 방에서 발견됐다고 하니까 한번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장 법사가 이수연과 함께 그쪽 방으로 이동했다. 방으로 들어간 이수연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방안에는 낡은 붙박이장이 있었다. 붙박이장은 문이 열려 있었는데 옷을 거는 기다란 봉에 올가미로 된 밧줄들이 여러 개가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마치 누군가 거기에 목을 매달도록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장법사가 그 올가미들을 보고 흥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카메라 여기 찍어. 이것도 찍고. 여러분··· 이거 보이십니까? 이건 절대로 주작이 아닙니다. 저희는 항상 리얼하고 진실한 방송을 추구하기 때문에 주작 같은 거 절대 하지 않습니다. 근데 여기 올가미들 보십시오. 딱 봐도 누군가 목을 매달도록 준비를 해 놓은 것 같지 않습니까?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예요. 과연 이 올가미를 여기다 메달아 놓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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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방송출연, 영혼탐정(3) +2 24.03.12 1,633 61 12쪽
» 방송출연, 영혼탐정(2) +3 24.03.11 1,688 6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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